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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도다] 13
S#1. 한강 - 저녁
박규를 물속에 밀어버리는 버진. 박규, 풍덩 물에 빠져 허부적거리고..
배꼽을 잡고 웃다 박규에게 잡혀 물에 빠지는 버진. 두 사람, 물 속에서도 티격태격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름을 향해가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날아든 반딧불이들..
S#2. 박규의 집 마당 - 밤
엄씨부인, 직접 홍시연을 배웅까지 하며
엄씨부인 : 기다리다 그냥 가게해서 이걸 어쩌나.. 우리 규가 좀 늦나보네.
홍시연 : 아닙니다 어머님. 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 제가 늦게까지 폐만 끼쳐 죄송할 따름입니다.
엄씨부인 : (흐뭇하다) 폐는 무슨,
그때 대문이 열리며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버진과 나란히 집으로 들어오는 박규.
박규 : (작게) 그렇다고 진짜로 빠트리면 어쩌란말이냐?
버진 : (작게) 빠트려보랄땐 어제고.
두 사람, 그 와중에도 티격태격하며 집안으로 들어서다, 앞에 있는 홍시연과 엄씨부인 발견하고 걸음을 딱 멈춘다.
일동 : !!!
긴장하는 박규.
두 사람의 모습에 눈 돌아가는 엄씨 부인.
날카로운 눈초리로 버진을 바라보는 홍시연.
홍시연과 박규를 번갈아 보는 버진.
서로 서로 시선 엇갈리는 모습에서-
S#3. 안채 - 밤
엄씨 부인과 마주 앉아있는 박규. 엄씨 부인, 분노한 얼굴로 박규를 바라보고 있다.
엄씨부인 : 분명 혼담이 끝날 때까지는 그 아이를 보지 말라 했거늘 어미 말을 거역하고
한밤중에 그 꼴을 해서 내 눈 앞에 나타나? 홈대감 댁에서 이 사실을 알면 우리 집안 꼴이 뭐가 되겠느냐?!
박규 : 죄송합니다. 어머니. 하지만 이 일을 홍대감 댁과는 연관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엄씨부인 : 뭐라? 네가 아주 저 여시같은 기지배한테 홀려 정신이 나갔구나?
박규 : 어머니. 제 잘못입니다. 그 아이는
엄씨부인 : 그 입 닥치지 못할까?!
박규 : .......
엄씨부인 : 한번만 더 그 아이 운운하면 그땐 지금처럼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진 알겠지?
박규 : .......
엄씨부인 : 다시 말하지만 그 아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넌 앞으로 별당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말거라.
그리고 홍시연과 자리를 마련할테니 직접 만나 오해 없도록 잘 설명해 두거라.
박규 : 어머니.. 그건
엄씨부인 : (무섭게 노려보면)
박규,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입을 다문다.
S#4. 박규의 집 별당 안 - 밤
빼꼼히 문을 열어보는 버진. 문 앞에 복년이 자리를 잡고 앉아 버진을 딱 지키고 있다.
힘없이 문을 닫고 벽에 기대어 앉는 버진.
버진 : (걱정스러운) 나가 또 귀양다리만 곤란하게 만들었나보멘..
그때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
S#5. 박규의 집 별당 버진의 방 앞 - 밤
봉삼 : 되련님, 여기 오시면 안된당께요~!
별당 쪽으로 오는 박규를 저지하고 있는 봉삼.
봉삼 : (팔짝 뛰며) 별당 쪽에 되련님은 얼씬도 못하게 하라고 마님께서 아주 불호령을 내리셨어라.
예서 이러고 계시다 마님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제가 죽습니다요.
박규 : (걱정스러운) 혹 어머님이 매질을 하시거나 하진 않으셨느냐?
봉삼 : 지는 모른당께요. 이 쪽 일은 보지도 전하지도 말라 하셨습니다요.
봉삼, 박규 등 떠밀어 억지로 내보내려는데 그때, 버진의 방 창호지에 보이는 그림자 새.
마치 자기는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듯 버진이 손으로 새 모양을 만들어 날아가는 시늉을 해보인다.
창호지에 비친 날개 짓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안도하는 박규 표정.
봉삼 : 얼릉 가셔라. 얼릉.
박규 : (짐짓 큰 소리고) 어허, 이놈이, 누가 그쪽으로 간다 하였느냐, 잠깐 바람을 쐬러나온 것을 웬 호들갑니냐,
나는 괜찮다는데.. (호통치는 척 더 크게) 나는 괜찮다니까.
박규, 괜히 봉삼 나무라며 돌아서면-
S#6. 버진의 방 - 밤
밖에서 들리는 박규 목소리 들으며 그제서야 안도하는 버진의 모습..
멀어지는 박규 목소리 위로 버진의 방 창호지 문에 비친 그림자 새가 박규의 방 창호지에 비친 그림자 새로 바뀌며..
S#7. 박규의 방 - 밤
손으로 새 모양을 만들어 창호지에 비춰보는 박규. 박규, 신기한 듯 손을 움직여 날개 짓 해본다..
날개 짓 하는 그림자 새가 어느 순간 진짜 새로 변하여 밤하늘을 아름답게 날아가는 모습에서.. f. o
S#8. 사헌부 안 - 오전
박규, 사헌부 문을 여는데 웬일로 안참봉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안참봉, 박규를 보더니 씩 웃더니
안참봉 : 가시죠.
박규 : 어딜?
안참봉 : 이번엔 제대로 걸린 것 같습니다요.
박규 : ?
안참봉 : ...방개비 놈 말이 오늘 거래가 있을 거랍니다.
박규 : 이번엔 확실하겠지?
안참봉 :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사헌부 밥 먹은 지 어언 스물 다섯 햅니다. 벌써 냄새가 솔솔 나요. 나만 믿으시라니까.
S#9. 박연의 집 - 낮
해금을 개조한 바이올린을 눈을 감고 연주하는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서투른 음이지만 듣기 좋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연주가 끝나자 박수치는 박연의 아이들.
박연 : (같이 박수치며) 아따.. 해금에 현 두개를 더했을 뿐인데 어데서 이런 절절한 소리가 흘러나오노.
다음번에 궁에 들어가면 할 말 좀 있겠데이. 성공했구마.
흥분해서 떠드는 박연과 달리 우울한 얼굴로 해금 내려놓는 윌리엄.
박연 : 그런데 와 그리 죽상이고?
윌리엄 : (가슴에 손을 얹고) 나... 여기가 아파.
박연 : 니 가슴병 있나? 이를 우야면 좋노...우리 살림에 의원한테 가는 건 빠듯한데...
그러니께 다음번에 궐에 들어가면 잘 말해서 니 녹봉이라도 쪼매 받아온나.
윌리엄 : 그런거 아냐..
윌리엄, 힘 없이 고개 저으면
박연 : 그럼 니 설마...그 가시나 때문에 그러는 기가?
윌리엄 : (긍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면)
박연 : 우야면 좋노. 임마가 상사병 났네.
윌리엄 : 상사병?
박연 : 마음속에 정인이 한명 콱 들어와 박혀뿔면, 밥도 몬 먹고 잠도 몬 자고 시름시름 앓다가...
나중엔 (혀 내밀고 고개 꺾으며 죽는 시늉) 퀙! 하는 병이제.
윌리엄 : (어이없게 바라보면)
박연 : (밖에다 대고) 여 술상좀 바온나! (다시 윌리엄 향해) 상사병엔 술이 최고다.
윌리엄 : 행님이 먹고 싶은 건 아니고?
박연 : (찔리니까 강하게 부정한다) 어델~~
윌리엄, 잠시 뜸을 들이다 박연을 바라본다.
윌리엄 : 나. 버진. 한번만 더 만나게 해줘. 부탁이야. 안 그럼 나 죽을거 같아. (가슴을 쥐며)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아.
행님도 그랬잖아. 상사병이라고. 죽는 병이라고.
간절한 얼굴로 박연을 바라보는 윌리엄... 그런 윌리엄의 측은하게 바라보며
박연 : 여긴 이양인에게 자유로운 땅이 아니데이. 상사병으로 죽는기 목 잘려 죽는것 보다 낫데이.
윌리엄 : (대드는) 우리가 뭘 잘못했수꽈? 우리도 사람인데 왜 못돌아다니게 하는 거우꽈? 이양인이란게 죄인이우꽈?
박연 : (한숨 쉬고) 전쟁을 많이 치러서 그렇다, 이 나라는. 한 번도 남 나라 안 쳐들어갔는데,
뻑하믄 외국서 쳐들어 왔싸니 그라는거 아니나...
박연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박연 : 할 일 없으믄 낮잠이나 디비 자라.
S#10. 박규의 집 별당 안 - 낮
방 안에 갇혀 있다시피 한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문이 열리며 간단한 먹을거리가 있는 상을 방 안에 놓아주는 복년.
버진 : 훈장님은 언제 오시멘?
복년 : 이제 안오신답니다.
버진 : (깜짝 놀라) 그게 정말이라?
복년 : 그러하시답니다.
버진 : 갑자기 무시게 일로 그러는거라..
복년 : 저도 들은 얘기라...
버진 : 뭘 들었는데?
복년 : 아무리 가르쳐도 사람 될 가능성이 없답니다.
버진 : 누가?
복년 : ...
버진 : 내가?
복년 : 그럼 저겠습니까?
괜히 심통 부리며 밖으로 나가는 복년.
밖으로 나간 복년이 문 앞에 착 자리를 잡고 앉아 문 밖을 지키고 있고 심난한 얼굴로 닫힌 문을 보는 버진.
S#11. 박규의 집 안방 - 낮
방문이 열리며 엄씨부인디 다과상을 들고 들어온다. 서책을 읽고 있다 책상을 물리고 다과상을 받는 박철.
엄씨부인, 익숙한 손놀림으로 차를 우려내기 시작하고..
박철 : 향이 좋구료.
엄씨부인 : 홍구락 대감 댁에서 보낸 녹차이옵니다.
박철 : (별로 기분 좋지 않고) 홍대감 댁에서 무슨 연유로
엄씨부인 : 척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우리 규 때문이지요.
박철 : ....
엄씨부인 :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대감. 아무래도 규의 혼사를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박철 : 갑자기 그건 무슨 말이오.
엄씨부인 : 다 큰 사내가 외간 계집을 집으로 끌어들였는데, 남들 보는 눈이 좋 을리 있겠습니까?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혼례를 치러 버리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박철 : 규 생각은 들어보았소?
엄씨부인 : 들어보고 말고 할게 뭐 있습니까. 혼사문제는 원래 아녀자의 몫이니 제게 맡겨주시지요.
제가 때가 되면 말씀 드릴테니.
의미심장한 미소로 차를 한 모금 입에 무는 엄씨부인. 아... 뜨겁다.
S#12. 객주 안 - 낮
아직은 손님이 별로 없어 한적한 널따란 객주 안.
중앙 홀과 복도 쪽으로 주르르 나있는 방들 중 안참봉과 박규의 방이 보인다.
술과 안주가 거나하게 차려진 한상. 유유자적 술을 마시고 있는 안참봉을 어이없어 보는 박규.
안참봉은 박규가 그러거나 말거나 술을 아주 달게 한 잔 마시고, 다음 잔을 따라 또 마시려고 하는데,
박규가 술병을 낚아챈다. 안참봉이 이거 왜 이러냐는 듯이 박규 보면
박규 : 지금 우리가 태평하게 술이나 마실 땐가?
안참봉 : 이건 그냥 목구녕에 기름칠 좀 하는 거네 동생.
박규 : 동생?
안참봉 : (낮은 소리로) 수사 하는거 소문내고 다니실 겝니까? 이리 나왔으면 연륜으로보나 나이로 보나 형님이라고 부르셔얍죠.
(다시 큰 소리로) 한잔 따르게 동생.
박규, 주위를 둘러보더니 할 수 없이 술을 따르는데,
안참봉 : 어허~ 두손으로!
박규, 두 손으로 술을 따른다. 공손히.
그때 밖에서 객주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 들리고 살짝 문을 열어보는 안참봉.
문틈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사내 셋이 객주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전에 청나라와 밀상을 하던 성인들)
촉각을 세우는 박규. 복도를 지나 맨 끝 방으로 가는 사내 셋.
이어 청나라 말소리와 함께 끝방 쪽으로 가는 청나라 상인의 모습이 보인다.
안참봉 : (조용히) 다 온 모양입니다.
박규,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용히 방문을 열기 시작하는데...
S#13. 서린 상단의 내실 - 낮
문이 스르르 열리면, 서린 상단 내실이 드러나고... 곧 중앙에 앉아있는 서린의 모습이 보인다.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보던 서린이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선다.
남자의 발이 안으로 한 발짝 들어오고.
서린 : (한껏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선 남자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얀이다.
완전히 말쑥해진 모습의 얀, 서린을 향해 살짝 목례를 하고 두 사람, 찻잔이 놓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탐색하는 눈길로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는 얀과 서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얼굴 만면에 슬며시 미소를 띄우는 서린. 얀, 그런 서린이 만만치 않겠다 싶은데
서린 :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상단 대행수 서린이라 합니다.
얀 : 얀 가와무라요.
서린 : 사람을 보낸다 하기에, 조선 땅에 이양인을 보내서 어쩌겠다는 건가 싶어 내심 걱정했는데, 일본인이었군요.
얀 : (딱 잘라) 난 동인도회사 사람일 뿐이오.
서린 : 흥미롭군요. 조선어가 능숙한 일본계 화란 동인도회사 상인이라... 세상을 지나치게 앞서 사시는 거 아닙니까?
얀 : 그런 사사로운 얘기로 여유 부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서린 : (미소 거두고 싸늘하게) 걱정 말고 기다려 달라 했건만, 결국 사람을 보냈군요.
얀 : 걱정 하지 말라는 소리가 걱정하라는 소리로 들릴 만큼 상황의 진척이 없다 들었습니다.
서린 : 조급함은 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임을 모르십니까? 저희를 믿고 기다려주시지요.
얀 : ...내가 조선에 머무르는 동안 좋은 소식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 안에 제주의 개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인도회사 또한 더 이상 두 손 놓고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명심 하시오.
서린 : (가볍게 웃으면서) 새겨듣도록 하지요. 먼 길을 오셔서 피곤하실텐데 좀 쉬시지요.
(밖 향해) 하명아... 이 귀한 손님을 숙소로 모셔다 드리거라.
서린, 도전적으로 얀을 바라보면, 얀도 묵묵히 그 시선을 받아치는데.
하명이 안으로 들어오면, 얀은 서린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간다.
사라지는 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서린.
S#14. 서린 상단 내 얀의 숙소 - 낮
하명을 따라 들어오는 얀. 동, 서양 스타일이 뒤섞인 실내가 제법 고급스럽다.
하명 :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얀 : (망설이다) ...혹시...이양인... (하다 멈추는)
하명 : (뒤돌아보면서) 말씀하십시오.
얀 : (관두자) 아니네. 나가보게.
하명 : (?) 그럼 편히 쉬십시오.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하명.
얀, 쓸데없는 생각은 말자는 표정으로 자신이 가져온 짐을 풀기 시작한다.
S#15. 객주 복도 - 오후
조용히 밖으로 나오는 박규와 안참봉.
안참봉, 나오자마자 완전 술에 떡이 된 듯한 움직임으로 복도 끝을 향해 갈짓자로 걸어간다.
그 뒤를 미치겠다는 듯이 따라가는 박규.
박규 : 형님!! 그리로 가시면 어떡합니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사내 2, 3, 처음엔 박규와 안참봉을 경계하며 쳐다보는데,
안참봉의 리얼한 술 취한 연기와 풍겨오는 술 냄새에 단순 취객이라 생각한다.
안참봉이 몸이 비틀거리며 사내2 쪽으로 쏠린다.
안참봉 : (술 취해서 바지춤 푸는 척) ...여기가 뒷간이냐?
사내2 : (안참봉 밀며, 에이) 저리로 가시오.
박규 : (안참봉 말리는 척 하며) 형님. 그 쪽이 아니라니까요...
사내 2, 3의 시선이 안참봉에게 쏠린 사이, 박규가 그들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S#16. 객주 끝 방 안 - 오후
청나라 상인과 마주 앉은 사내1.
청나라상인 : 지난 번 물건은 아주 좋았네. 역시 서린 상단이더군.
사내1 : 말조심하십시오. 누가 듣기라도 하면 곤란합니다요.
청나라상인 : (아차 싶고) 내 실수 했네. 앞으론 조심하겠네.
그 순간 문이 확 열린다. 동시에 방문으로 고개 확 돌아가는 청나라 상인과 사내1.
순간 박규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
(인서트)
지난번 주막에서 은을 나누며 속삭이던 상인들의 모습.
박규 : .......!
박규, 주춤하는 사이 상인1이 냅다 상을 발로 걷어차고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동시에 칼집에서 칼을 빼는 청나라상인.
박규, 청나라 상인이 휘두르는 칼을 간신히 피해낸다.
방문 앞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안참봉이 사내1의 뒤를 재빨리 쫓아가고-
무식하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청나라 상인.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는 방 안.
청나라 상인, 무식하게 큰 칼을 이러 저리 휘저으며 깽판을 쳐대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박규, 이리저리 날아오는 칼날을 날렵하게 피해 청나라 상인을 제압한다.
S#17. 객주 밖 - 오후
청나라 상인을 끌고 밖으로 나오는 박규. 동시에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쓰러질 듯 들어서는 안참봉.
박규 : 그 자는?!
안참봉 : (숨이 턱에 차 놓쳤다는 듯 손만 휘저으며 컥컥)
S#18. 서린의 집무실 - 밤
서린 : (분노한) 뭐라구요? 왕대인이 잡혔단 말입니까?!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치는 서린.
전치용 : 상단 물건을 빼돌리던 놈들이 왕대인과 거래를 했던 모양입니다.
서린 : (벌떡 일어나는) 도대체 상단 관리를 어찌 하길래 상단 물건이 밀거래 되고 있는지도 모르셨단 말입니까?!
전치용 : 면목 없습니다.
서린 : 당장 사헌부 집의 영감에게 연락을 해 왕대인을 빼내세요. 어서요.
내일 아침 청으로 떠나는 배에 당장 태워 보내야 합니다.
전치용 : 차라리 제거하는 건 어떨까요? 살려두었다가 혹여라도 입을 열면...
서린 : (무섭게 노려보는) 장사를 하루 이틀 하고 말겁니까? 어떻게 쌓아올린 신용인데 한순간에 그걸 무너트립니까?
계속 청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려 보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전치용 : (고개 숙이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서린 : 동인도 회사에서 사람도 온 마당에 일이 더 틀어지게 되면, 그때는 정말 타격이 큽니다.
그러니 절대 꼬리를 밟혀서는 안 됩니다.
전치용 : 알겠습니다. 허면 박규는...
서린 : 며칠 뒤에 소현을 만나니 그때 봐서, 이용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겠지요.
전치용 : 그럼 저는 대행수님이 시키신 일을 마무리 하러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전치용. 서린, 복잡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S#19. 사헌부 심문실 - 밤
박규가 청나라 상인을 앉혀두고 심문 중이다. 자기가 더 나서는 안참봉.
안참봉 : (답답해서 언성을 높이며) 제대로 말 하지 못하겠느냐? 객주에서 만난자는 누구며, 무슨 일로 만났냐 묻질 않느냐?
청나라상인 : (계속해서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척, 중국말로) 모른다. 나 조선말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안참봉 : (지친) 이놈이 끝까지 시치민데요. 이거 말로는 안 될 놈이네...
매섭게 청나라 상인을 노려보는 박규. 직접 나서서 청나라 상인을 심문을 하려는데,
이때 사헌부 심문실 문에 살짝 그림자가 보인다. 그쪽을 힐끔 보는 박규.
안참봉 : 나리... 말로 안 되는 놈은 그저 몽둥이찜질이 제격입니다.
청나라상인 : (은근 움찔)
심문실 문틈으로 관복 자락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박규 : ........!
박규, 눈빛 날카로워지고... 일부러 들리게 큰 소리로
박규 : 우선은 구금소에 두고 다시 심문하도록 하지. 내일은 청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역관도 준비시켜놓게.
안참봉 : (아쉬운) 허, 몽둥이찜이면 역관도 필요 없다니까 동생.
박규 : 동생?
안참봉 : 헉! 죄송합니다 나리. 이게 입에 붙어버려서...
박규 : 이제 저자거리 수사는 아니할테니 입조심하고, 고단할테니 그만 들어가 쉬게.
박규, 청나라 상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문쪽을 다시 힐끔 본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그림자.
S#20. 사헌부 심문실 밖 - 밤
문이 열리고 청나라 상인을 끌고 나오는 안참봉. 그 모습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사헌부 집의.
S#21. 서린 상단 내 광 안 - 밤
거의 알몸으로 양손이 묶여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내 셋. 청나라 상인과 밀거래하던 그들이다.
무식하게 생긴 상단 수하 하나가 채찍질을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사내 셋.
수하, 벙어리인 듯 이상한 음성을 내뱉으며 채찍질을 하는데 문이 열리며 광 안으로 들어서는 서린.
벙어리, 채찍질을 하다 뒤로 물러선다. 벙어리 손에 들린 채찍을 빼앗아 그대로 후려갈기는 서린.
서린의 얼굴에 핏물이 튀고 잔인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서린. 서린의 눈 앞에서 갈기갈기 찢기며 죽어가는 사내 셋.
끔찍함에 기가 질리는 벙어리.
서린 : 죽여라.
서린, 피 범벅이 된 채찍을 집어 던지고 밖으로 나간다.
S#22. 서린 상단 - 오전
분주한 상단 전경으로 화면 열리면- 서린이 얀의 숙소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하명과 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S#23. 얀의 숙소 - 오전
문이 열리고 서린이 들어선다. 이미 얀은 나가고 없다. 흡사 지내는 사람이 없는 양 완벽하게 정리된 방.
서린, 의아한 시선으로 한번 휘 둘러보는데, 한쪽에 얀의 짐이 보인다.
서린 : 돌아간 건 아니군... (하명에게)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느냐?
하명 : 네.
서린 : 미행은?
하명 : 이미 붙여놨습니다.
서린 : (생각해보는)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급히 간 것인지... 하명아, 잘 감시하거라.
동인도회사는 분명 제주의 일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우리의 목을 조를 간계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하명 : 알겠습니다.
서린 : (생각하다) 일본으로 사람을 보내, 얀 가와무라에 대해 샅샅이 알아 보거라.
서린이 걸어 나가면, 하명이 그 뒤를 따른다.
S#24. 주막 - 오전
술꾼들로 분주한 주막에 얀이 앉아있다. 주모가 한 상 차려 내오는데,
얀 : 이보 주모, 혹시 이 근처에서 이양인을 본 적 있나?
주모 : 이양인요?
얀 : 최근에 봤다는 사람이 있어 나도 구경을 좀 하고싶어 그러는데.
주모 : 에이~ 맨날 보는 이양인을 뭘 또 구경한다고 그러세요?
얀 : 맨날? 그 이양인이 여길 자주 오나?
주모 : 드나다니다 뿐이요? 아주 술고래요 술고래.
<인서트>
술병채 들고 마시는 박연. 김치를 손으로 길게 찢어 입에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주모가 보고 있다.
주모 : 안주는 또 왜 그렇게 잘 먹는지.
얀,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얼굴이다.
얀 : 그럼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도 알고 있소?
주모 :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라고. (손짓으로) 저~ 아래로 쭈욱 내려가서 큰 나무 끼고 오른쪽으로 쑥 돌아서
그길로 쫙 가다보면... 그 근처 어딜거에요.
얀, 주모 말을 새기려는 듯 손으로 방향을 다시 짚어준다. 상단 부하들이 주막 한쪽에서 얀을 바라보고 있다.
S#25. 박연의 집 앞 - 낮
얀의 눈에 포졸들이 지키고 있는 박연의 집이 보인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얀.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박연과 함께 나오는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포졸들의 감시 하에 어디론가 가는 박연과 윌리엄.
포졸들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얀, 조심히 미행을 시작하고 뒤따라가는 상단 부하.
S#26. 궁궐 앞 - 낮
박연과 함께 입궐하는 윌리엄. 마침 궐 밖으로 나가던 박규와 마주친다.
서로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는 두 사람.
윌리엄 : (반가운) 박규, 버진은? 버진 잘 있어?
박규 : (기분 나쁘고) 네 녀석이 알바 아니다. (지나치려는데)
윌리엄 : 고마워. 버진을 돌봐줘서.
박규 : (조소) 나는 네 부탁으로 그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해서 곁에 두는거지. 그러니 나한테 고마워할 것 없다.
순간 서로의 눈빛을 팽팽하게 노려보며 두 사람.
박연 : (눈치 주며) 와 그라노. 니를 살려주신 분인디.. 퍼뜩 들어가제이.
박연, 박규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윌리엄을 데리고 궁 안으로 들어간다. 윌리엄을 스쳐 굳은 얼굴로 걸어 나가는 박규.
얀, 멀리서 그 모습 지켜보고 있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상단 부하.
S#27. 서린 상단 내 서린의 집무실 - 오후
하명과 독대중인 서린.
하명 : 얀 카와무라는 아무래도 제주에서 박규가 데려온 이양인과 연관이있는 거 같습니다. 동인도회사의 앞잡이로서
영국에 있을 당시 그 자와 친분을 쌓았고 그와 함께 일본으로 향하다가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한 거 같습니다.
서린 : 그래? 그렇다면 이양인은 이용가치가 제법 있는 놈이란 얘긴데...
하명 : 어찌할까요?
서린 : 계속 녀석을 감시하도록... 의외로 우리가 칼자루를 잡을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니.
하명 : 네, 알겠습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는 하명.
서린 : 박규가 제주에서 데리고 온 이양인이 얀 카와무라와 관계가 있다... 이거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천천히 입 꼬리 올라가는 서린.
S#28. 예악원 - 오후
단원들에게 그림과 글씨가 쓰여 있는 종이를 나눠주는 윌리엄.
윌리엄 : 다음 연회 때 할 연극 내용이예요. 제목은 햄릿이구요.
신기한 눈으로 윌리엄이 나눠준 종이를 들여다보는 단원들.
마치 만화처럼 단순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옆에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다.
단원1 : 아주 기발하네 그려.
재밌다는 듯 껄껄 웃는 단원들.
윌리엄 : 중간 중간 악기 연주도 들어갈거구요. 음.. 배역부터 정할께요. 우선 주인공은..
윌리엄, 쭉 둘러보다 단원 1을 가리킨다.
단원1 : 내가 주인공이라고? (좋아라하면)
단원2 : 그럼 난 동상 할래.
윌리엄 : 동상이요? 무슨 동상?
단원2 : 행님이 있으면 동상도 있을꺼아냐?
단원들, 햄릿을 행님으로 이해했던 것.
단원3 : 근데 행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해야하는거 아냐? 한양에선 한양 말을 써야지. 안그래?
단원4 :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윌리엄에게) 박연 대감 집에 있더니만 이상한 말투를 배웠구만.
단원들, 일제히 맞다는 듯 끄덕이면.. 황당해서 웃음밖에 안나는 윌리엄.
윌리엄 : (설명하는) 그러니까, 행님이 아니라 햄릿. 햄릿은 형님의 행님이 아니라 그냥 햄릿이예요.
단원1 : 행님이 형님의 행님이 아니면 뭐지?
단원2 : 성님인가?
단원3 : 그건 동서지간에 부르는 말이고.
윌리엄 : 그걸 잘 읽어봐요.
단원4 : 우리가 뭐 잘못 이해한 게 있나?
단원5 : (종이 들여다보며) 동생이 형님 죽이는 얘기니까 형님 맞는데?
자기들끼리 떠드는 단원들. 윌리엄, 깊은 한숨을 쉰다. 그러다 문득
<인서트>
사당놀이 재인패들의 탈춤 놀이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뭔가 생각 난듯한 윌리엄.
윌리엄 :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밖으로 나가면)
일제히 갸우뚱 하는 단원들.
S#29. 박규의 집 별당 버진의 방안 - 저녁
답답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좁은 방 안에서 체조하듯 이리 저리 몸을 틀어보는 버진.
그것도 답답한지 한 쪽 벽에 기대 물구나무를 서다 문갑 쪽으로 꽈당 넘어진다. 그 바람에 툭 열리는 문갑 문.
아픈지 인상 쓰는 버진,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나다 문득 문갑 안에 넣어 둔 자신의 짐 보따리를 본다.
순간 뭔가 생각 난 듯 두 눈이 반짝 하는 버진. 버진, 서둘러 짐 보따리를 열면, 제주도를 빠져나올 때 입었던 남자 옷이 있다.
버진 : (앗싸 하는 표정) .........!
S#30. 박철의 집 안채 - 저녁
엄씨부인 : (반갑게 맞이하는) 이제 오시는가?
방으로 들어오던 박규가 멈칫 한다. 보면, 엄씨 부인 앞에 조신하게 앉아있는 홍시연.
엄씨부인 : (환히 웃으며) 박 감찰, 이리 앉으시게.
박규 : 피곤합니다. 어머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 나가려는데)
엄씨부인 : (벌떡 일어나 박규 잡으며) 여기 잠깐 앉아보세요. (작게) 이 어미 말을 잊으셨습니까?
할 수 없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마지못해 앉는 박규. 그러나 홍시연에겐 눈길도 안 준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애 쓰는 엄씨 부인의 모습들.
박규 귀엔 엄씨부인과 홍시연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고..
S#31. 박규의 집 별당 안 - 밤
남자 옷으로 갈아입은 버진, 나갈 틈만 노리는데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복년.
버진,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잠결에 문 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복년.
버진, 마당으로 나가다 멈칫하고
복년 : (뒷모습만 보고) 봉삼이냐?
버진 : (뒤로 돈 채 끄덕끄덕)
복년 : (귀찮은) 하는 일 없이 괜히 왔다 갔다하기는..
복년, 음냐 음냐 모가지를 벅벅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S#32. 박규의 집 마당 - 밤
착찹한 표정으로 안방에서 나오는 박규.
박규, 자기 방 쪽으로 가려는데 웬 남자 하인 하나가 대문을 살그머니 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박규 : (다가가는) 거기 누구냐?
문을 열다 깜짝 놀라는 버진.
박규 : 거기 누구냐고 묻지 않느냐?
버진 : (등 돌린 채, 남자 목소리 변조) 봉삼이여라.
박규 : ?
바짝 다가오는 박규. 박규, 남자 옷을 입은 버진 임을 알고 웃음 밖에 안나는데.
박규 : (속아주는) 봉삼이로구나. 한 밤중에 어딜 가려는게냐?
버진, 걸렸는 줄도 모르고 여전히 변조 된 목소리로.
버진 : (고개 푹, 남자 목소리로) 잠깐 마실 좀.
박규 : 그래? (대문 열어주며) 그럼 나도 같이 가자꾸나.
버진 : (깜짝 놀라 고개 들면)
박규 : 쉿!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표시. 박규, 버진과 함께 탈출한다.
그 위로 신나는 음악 시작하며-
S#33. 박규와 버진 몽타주 - 밤
달리는 버진과 박규의 모습 위로-
버진(e) : 귀양다리! 이러다 걸리멘 어쩔라 그러나?!
박규(e) : 너는 봉삼이가 아니냐? 나는 봉삼이랑 밤마실을 하려는 것 뿐이다.
버진, 모른 척 자신을 탈출 시켜준 박규가 고마울 뿐이고 정말로 남자 대하듯 버진을 끌고 밤마실을 나서는 박규.
저잣거리 남자들만의 밤 놀이판이 펼쳐진 곳. 팽이 돌리기를 하는 남자들, 윳놀이를 하는 남자들, 재기차기를 하는 남자들..
버진, 우와.. 신났다. 구경만 하는 박규를 끌고 놀이판으로 뛰어들고
- 투호를 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투호놀이를 하는 박규와 버진.
박규가 던진 화살은 매번 항아리 안에 정확히 골인하지만 버진이 던진 화살은 매번 노골이다.
놀리듯 바라보는 박규. 씩씩거리는 버진.
버진, 박규를 접시돌리기를 하는 야바위꾼 쪽으로 끌고 가고..
- 야바위꾼이 접시돌리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박규와 버진.
박규는 야바위꾼의 능숙한 손놀림에 눈이 팽팽 도는데,
야바위꾼이 접시를 돌리는 동안 눈 한번 깜짝 안하는 버진. (물질하던 습관)
버진, 매번 야바위꾼의 손놀림을 다 잡아낸다. 으쓱해서 쳐다보는 버진. 버진에게 다 털린 야바위꾼은 죽을 맛이고..
- 주막. 야바위꾼에게 딴 돈으로 박규에게 술을 사는 버진. 박규, 그런 버진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캬~! 말릴 틈도 없이 원샷을 해버리는 버진. 박규, 깜짝 놀라 바라보고..
- 별들이 총총한 들판. 아이들 틈에 끼어 함께 쥐불놀이를 하는 버진.
버진이 만들어 낸 불꽃이 밤 하늘에 크고 작게 터지고.. 그런 버진의 아이 같은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는 박규.
그때 불꽃을 그리며 들판을 깡충깡충 뛰던 버진이 발목을 삐끗하며 넘어진다. 빠르게 버진을 부축하는 박규.
버진, 박규 품에 그대로 안겨버리고.. 박규 품에 안긴 채 멍 하니 박규의 얼굴을 바라보는 버진.
닿을 듯 맞닿은 두 사람의 모습 위로...
S#34. 박연의 집 - 밤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들고 있는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보고 있는 박연의 아이들.
꼬마1 : 아까부터 그기 다 뭐라예?
윌리엄 : 왕 앞에서 인형놀이를 할꺼야. (손가락에 끼어 보여주며) 이렇게.
꼬마2 : 아따, 참말로 신기하데이.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윌리엄.
S#35. 집으로 가는 길 - 새벽
버진, 삐끗한 다리가 아픈지 절룩거리며 걷는데 그런 버진에게 등을 내어 주는 박규.
버진 : (깜짝 놀라 바라보면)
박규 : (마치 귀찮다는 듯) 해가 뜨기 전에 들어가야 할꺼 아니냐. 업혀라.
버진을 위해 무릎을 접는 박규. 버진의 눈에 크고 넓은 박규의 등이 보이고..
망설이던 버진, 조심히 박규의 등에 업힌다. 박규의 등에 들려오는 버진의 심장 소리..
박규, 아무 말 없이 버진을 업고 걷는다. 그림처럼 걸어가는 두 사람 모습 위로 터지는 불꽃들.
아이들이 만들어낸 둥근 불꽃이 밤하늘을 동화처럼 수놓는 모습에서- f. o
S#36. 사헌부 구금소 밖 +안 - 오전
구금소 밖을 지키는 포졸이 경직된 자세로 양 옆에 서 있다. 안이 텅 빈 구금소.
박규와 안참봉이 심각한 얼굴로 그 안을 바라보는 것 같더니, 금세 서로 눈을 맞추고 의미심장한 표정이 된다.
S#37. 궁 일각 - 오전
걸어가는 박규와 안참봉.
안참봉 : (박규 쪽으로 몸 바짝 붙여 은밀하게) 그러니까 나리가 시키신 대로 구금소에 포졸들도 치우고
몰래 지켜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S#38. 구금소 밖 숨을 만한 구석 - 밤 (회상)
안참봉이 구금소 밖에 쌓여 있는 가마니 틈 속에서 눈만 빼꼼 내어 놓고, 구금소를 관찰하고 있다.
재빠르게 구금소로 걸어오는 누군가의 뒷모습(얼굴을 볼 수 없는)이 재빠르게 구금소 문을 연다.
주위를 살피듯 뒤를 휙 돌아보면, 그제야 드러나는 집의의 얼굴.
S#39. 포구 근처 폐가 - 밤 (회상)
여전히 구석에 숨어서 바라보는 안참봉의 시선.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폐가 한 채가 보인다.
안참봉(E) : 집의 영감이 그놈을 빼낸 후 있는 웬 폐가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날도 춥고,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이게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눈이 스르륵...
그때, 폐가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안참봉이 눈을 부릅뜬다.
안참봉(E) : ...감길 뻔 했으나 저의 올곧은 정신력 하나로 버텨냈더니...그들이 나오더군요. 그러니까 어느새 그놈이 온 거지요.
집의, 청나라 상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치용이 폐가에서 서둘러 나온다.
S#40. 궁궐 안 - 오전 (현재)
안참봉 : (아쉬운) 헌데 그 자와 청나라 놈이 포구로 가 나룻배를 타는 바람에 더 이상 쫓을 수 없었습니다.
허...배를 타고 사라질 줄이야...
박규 : 배를 탔다? (생각하다) 청나라로 빼돌릴 심산이군. 분명 어디선가 청으로 가는 큰 배로 바꿔 탔을 것이다...
안참봉 : 이제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지금 당장 윗전에다 고해야하지 않겠 습니까?
박규 : (고개를 저으며) 그 자와 집의 영감과 연결되어 있다면 집의 역시 누군가의 수족에 불과할 걸세.
아니 수족조차 못될 지도 모르지. (비장하게) 우리는 쥐의 꼬리가 아니라 몸통을 찾아내야 하네.
S#41. 궁 일각 - 낮
홍구락, 어깨 쫙 펼치고 기세등등해서 걸어가고 있는데, 내시 하나가 다가와 귀엣말을 한다.
얘기를 들으며 눈이 번쩍이는 홍구락. 내시 가면, 홍구락 만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데...
그 위로 들리는 서린의 목소리.
서린(E) : 세자 저하와 박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S#42. 소현의 방 - 낮
마주 앉아 있는 소현과 박규.
소현 : (놀란) 궁으로 들어와야 할 진상품이 청으로 빼돌려지고 있다고?
박규 : 네, 그동안 각 지역에서 도난당했던 진상품들이 사실은 한 집단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청에 밀거래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청에 계실 때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은 없으십니까?
소현, 일어나서 문갑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박규, 쳐다보면 소현이 고급스런 비단으로 싸여 있는 상자를 연다. 안에 인삼이 들어 있다. 박규의 눈빛이 빛난다.
소현 : 용골대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네. 이것은 금산에서 나는 최상급 인삼 일세. 즉 진상품으로 궁에 들어갔어야 하는
것이란 말이지. 단순히 금산에서만 일어난 작은 패거리의 소행일 거라 생각하고 크게 유념치 않았는데...
박규 : 용골대는 어디서 이것을 얻었다고 합니까?
소현 : 그저 자기도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고만 했네.
박규, 비단을 벗겨 상자를 살펴보는데, 아래편에서 패의 문양이 흐릿하게 찍혀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품 안에서 패를 꺼내 그 위에 맞춰보는 박규. 둘의 모양이 정확히 일치한다. 놀라는 소현.
박규 : 역시...같은 놈들의 짓입니다.
소현 : 어째서 이런 문양을...?
박규 : 이들은 실체를 감추고 하수인을 통해서만 일을 벌이는 집단으로 보입니다.
허니 비밀리에 그들의 사람, 혹은 그들의 물건임을 알아볼 수 있는 징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소현, 패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내시(E) : 영의정 홍구락 대감 드셨습니다.
박규 : (빠르게 패를 다시 집어넣으며) 이일은 당분간 비밀로 해주십시오.
소현 : (고개를 끄덕이며 인삼을 케이스에 집어넣어 바닥에 내리며) 들라하라.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홍구락. 박규를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홍구락 : (시치미 떼고) 박감찰, 자네도 있었는가?
소현 : 영상 대감이 이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홍구락 : 예. 다름이 아니오라 세자저하께서 귀국하신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채 둘러보시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려서 말입니다...
저자거리라도 한번 나가보시면 요즘 백성들의 어찌 살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소현 : 글쎄... (박규를 한번 쳐다보고)
박규 : 저하, 그리하시지요.
홍구락 : (박규 향해) 자네도 같이 가는 게 어떻겠나? 이참에 다 함께 나가 보도록 하세. 허허허...
박규 : (소현 향해) 저도 곁에서 전하를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소현 : 그럼, 나가보도록 할까?
S#43. 서린 상단 근처 저잣거리 - 낮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서린 상단이 있는 저잣거리를 거니는 소현.
그 옆에는 홍구락이 바짝 붙어 있고 바로 뒤로 박규도 천천히 따라간다. 시끌벅적하게 상단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홍구락 : (이쪽저쪽 바쁘게 손짓하며) 이쪽은 한양에서 가장 품질 좋은 비단을 파는 곳, 요쪽은 없어서 못 판다는 청나라산,
저쪽은 또...
소현 : (표정 살짝 어두워지며) 흉년에 백성들이 삶이 곤궁해졌다 들었는데 여전히 사치품들은 잘 팔리는가 보군.
하긴, 백성들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자기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양반들도 많지.
홍구락 : (찔끔 당황) 예? 그런 자들이 있단 말입니까? 어허... 제가 영의정이 된 이상 그런 자들은 단매에...
소현 : 저기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소현세자의 시야에 구휼미를 나눠주고 있는 서린 상단 사람들이 보인다.
맨 앞에서 쌀을 나눠주는 상단 직원. 그 뒤에서 지휘하는 서린, 그리고 그 뒤를 지켜선 하명.
구휼미를 받기 위해 잔뜩 몰려든 백성들.
홍구락 : (모르는 척) 아...서린 대행수가 구휼미를 나눠주는 모양입니다.
소현 : 구휼미? (유심히 서린 얼굴을 보다)
홍구락 : (짐짓) 의롭고 호방한 여인이지요.
소현 : 나랏님도 구제 못 한다는 가난을 상단 행수가 구제하려나 보군. 참으로 장한 일일세.
홍구락 : (잘 됐다) 직접 만나서 격려해주심이 어떠십니까?
소현과 박규, 홍구락 보면.
S#44. 홍빈각 내실 - 낮
소현, 홍구락, 박규가 한 자리에 앉아 있고, 서린이 예를 갖춰 절을 올리고 있다.
소현 : 일어나거라.
서린,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는다.
소현 : 장한 일을 하고 있구나. 어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
서린 : 백성들에게 물건을 팔아 장사를 하는 상인으로써 그들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은 당연한 도리 아니겠습니까.
소현 : (흡족하게 고개 끄덕이며)
홍구락 : 서린 상단은 한양에서 가장 큰 상단이지만 수입에 십분지 일은 언제나 백성들에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그저 돈만 아는 장사치들과는 격이 다른 상단이지요. 허허허...
소현 : 그리 백성들을 살피니 나로썬 고마울 뿐이네. 요즘 백성들의 삶이 많이 곤궁하다 하여 아바마마의 근심도 크시네.
서린 : 마마, 조선의 삶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진 이유가 단지 흉년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로부터 사농공상의 윤리 때문에
농사보다 훨씬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술과 장사를 지나치게 천대한 것이 문제이지요.
소현 : (관심을 가지며) 나 역시 청에 있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는 통감한 바 크네.
그래서 청과의 교역이 활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아쉬움이 있었지.
서린 : (기뻐하며 더욱 내처) 일본의 데지마를 보십시오. 서구의 각종 문물이 그곳을 통해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 작은 데지마에서 오고 가는 거래가 나머지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개항만 한다면 우리 조선도 그리 못할 것이 없지요.
소현과 박규, 서린의 야심찬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박규 : (차분하게) 어느 정도 일리는 있으나, 무분별한 개항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여겨집니다. 무방비한 상태로 문을 열었다간
오히려 외부의 세력에 조선이 침식당할 우려도 있지않겠습니까?
소현 : (박규의 말에 끄덕이고)
서린 : ........
고개를 드는 서린의 눈빛을 유심히 보는 박규. 서로의 시선이 맞부딪힌다.
S#45. 서린 집무실 - 저녁
세계 지도를 보고 있는 서린 앞에 전치용이 와 앉는다. 흠뻑 심취해 있다 고개를 들어 전치용을 바라보는 서린.
서린 :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치용 : 아예, 싹을 잘라버릴까요?
서린 : 아니에요. 능력 있는 자를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해야죠.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짓는 서린.
S#46. 버진의 방 - 저녁
어두운 얼굴로 앉아있다.
전날 윌리엄이 보내준 편지를 보는 버진.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윌리엄의 애절함이 묻어난다.
S#47. 회상 : 제주도 동굴
윌리엄에게 글을 가르치던 버진.
S#48. 회상 : 저자거리 전 회,
잠깐 만나고 금방 헤어져야 했던 저자거리. 박연에게 끌려가는 윌리엄의 모습...
S#49. 버진의 방 - 저녁
버진이 편지를 집어넣더니 문 틈으로 밖을 본다. 늘 앉아있던 복년이도 없고, 마당에도 아무도 없다.
방문을 여는 버진... 조스럽게, 아주 천천히, 살살... 문이 반 쯤 열리는데, 문 아래서 복년이 얼굴이 불쑥 올라온다.
복년이는 마루에 누워 자느라 안보였던 것이다.
복년 : 아씨... (눈 비비며) 물 떠다 드려요?
버진 : 밤 새도록 여기 있을거라?
복년 : 당연하지요. 마님 엄명이신데.
버진 : 마님이?
복년 : 저는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쉬세요.
버진이 한숨을 폭 쉰다. 복년, 버진을 바라보다가 문득 호기심이 인다.
복년 : 근데 아씨. 진짜 바다는 물이 (손으로 저~ 끝을 가리키며) 저~~~ 끝까지, 땅이 안보일 정도로 넓어요?
버진 : 그럼. 저~어기 끝에는 하늘이랑 딱 붙어 있는데... 지긋지긋하게 넓어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숨이 꽉 막힐 정도였는데...
복년 : 숨이 왜 막혀요? 저는 보기만 해도 숨이 탁 틔일 것 같은데... 바다 속에는 왼갖 기기묘묘한 물고들도 많담서요?
버진 : 해삼, 멍게, 전복, 오분작이는 지천인데 잘 안쳐주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버진. 파도 소리 들린다.
S#50. 회상 : 바다
달빛 아래 고즈넉한 바다. 파도는 잔잔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바다로 뛰어드는 버진과 윌리엄. 반딧불이가 든 병을 들고 함께 잠수를 한다.
S#51. 버진의 방 - 저녁
버진이 먼 하늘만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난다. 복년도 따라 일어나며,
복년 : 아씨.
버진 : 나 돗통 좀... 여기 가만 있으라. 갔다 와서 고래가 춤추던 얘기 해줄테니.
복년 : 고래가 춤을 춰요?
버진 : 여기 잠깐 있으라.
버진이 방을 뛰어나간다.
S#52. 박규의 집, 별당 밖 - 저녁
별당을 벗어나자 마자 주위를 둘러보는 버진. 능숙한 솜씨로 담을 넘는다.
S#53. 골목 - 저녁
골목을 뛰어가는 버진.
버진(VO) : 일리암이 걸어가던 쪽으로... 가서 부르면 일리암이 나올거라.
S#54. 저자거리 - 저녁
버진이 다급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걸어간다. 피이~ 휘이~ 숨비 소리를 내는 버진.
어디선가 윌리엄이 듣고 나와주기를 바라는데,
S#55. 어느 골목 - 밤
안참봉과 함께 걸어가던 박규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안참봉 : 왜요? (조심스럽게 뒤를 살피더니) 누구 미행이 붙었습니까?
박규 : 아니다.
다시 걸음을 옮기다 멈춰서는 박규. 인상이 구겨지더니,
박규 : 먼저 들어가게.
바로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홀로 남은 안참봉, 마치 스파이처럼 사방을 둘러보더니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춘다.
S#56. 다리 위 - 밤
숨비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버진. 멀리 앞에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다.
버진 : 일리암?...
윌리엄이 확실한 듯 보인다. 버진이 멈춰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부른다.
버진 : 일리암~
하지만 사람 윤곽이 보이면 윌리엄이 아니라 박규다. 놀라는 버진...
박규가 무서운 얼굴로 버진 앞에 선다.
박규 :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버진, 박규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박규가 버진의 팔목을 낚아챈다.
박규 : 자꾸 나를 실망시킬게냐?!
버진 : (무섭게 돌아보며) 이거 노라.
박규 : 더 이상 내가 너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내 말을 들을것이냐! 제발 어리석은 짓 하지 말거라.
버진 : 니들이 뭔데 나를 꼼짝도 몬허게 가두나. 내가 밥을 달라 했나 떡을 달라 했나.
박규 : 돌아가자.
버진 : 제발 이손 노라! (몸부림 치는데)
박규 : 다 죽는다. (버진 멈추면) 너도 죽고, 이양인도 죽고... 나도 죽는다. (손 놓는다) 그래도 가고 싶으면 가라.
버진 : (소리 지른다) 우리가 뭔 죄가 있다고 그러나! 천것으로 태어난 것도 죄멘?! 얼굴이 다르게 생긴게 죄라?! 난 니네집도 싫다.
왜 날 자기들 맘대로 할라고 하난! 귀양다리 너도 안방마님이랑 똑같다. 왜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할 꺼면서 잘난척이난!!
귀양다리 너만 아니였음.. 너만 아니였은! 난 일리암하고 같이 떠났을꺼라.. 왜 내 앞에 나타나서 나 인생을 망치 나..! 왜!!
충격을 받은 눈으로 바라보는 박규. 말없이 돌아서서 걷는다.
박규의 등에 대고 소리치는 버진.
버진 : 난 귀양다리 니가 싫다.!
박규의 뒤를 향해 원망 어린 눈으로 소리치는 버진. 박규는 아무 말 없이 멀리 걸어갈 뿐이다.
혼자 남겨진 버진. 어쩔 수 없이 박규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하고..
저만치 아까부터 박규와 버진의 모습을 지켜본 듯 한동안 멈춰 서 있는 가마 하나.
박규와 버진이 사라지자 가마의 차양을 걷는 여자의 손, 서린이다.
박규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버진을 눈 여겨 보는 서린. 서린의 의미심장한 얼굴에서-
S#57. 박규의 집 앞 골목 - 밤
박규는 앞에서, 버진은 몇 걸음 뒤에서 나란히 걸어가는데, 서로 부르지도 않고 말도 없다.
대문 앞에서 버진을 기다리는 박규. 버진은 박규를 바라보지도 않고 먼저 들어가 버린다.
S#58. 박규의 집 안채 - 밤
엄씨부인이 대청에 서서 함께 들어오는 박규와 버진을 본다.
버진은 엄씨부인에게 인사도 않고 지나치고, 엄씨부인은 버진을 노려보다 그 눈길을 박규에게 돌린다.
S#59. 박규의 집 안방 - 밤
엄씨부인은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목소리도 무겁다. 오히려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일 때보다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엄씨부인 : 사내 대장부가 열 여자 마다않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첫 외지 부임에 첩실을 달고 온다는 것은 사대부 가문에
누가 되는 일이고, 앞으로의 전정에도 흠이 되는 일이니라. 하지만 한때의 실수라 하기엔 일이 커져 내 뒤를
감당하려 했으나 니가 진정 어미의 명에 반해 그 아이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좋다! 내 당장 그 계집을 데려다
박규 : 홍시연과 혼인을 하겠습니다.
엄하게 나가던 엄씨부인, 갑작스런 대답에 딸꾹질을 한다.
엄씨부인 : 뭐... 뭐라고?
박규 : 혼례를 치르겠습니다.
엄씨부인 : (감격) 규~... 우리 규~... 진정 이 어미의 마음을
박규 : (말 자르며)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S#60. 홍구락 대감의 집 안방 - 낮
홍구락 : 조건?
앞에 앉아있는 박규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홍구락.
박규 : 제주에서 온 장버진이라는 아이의 가족을 한양에 오게 해주십시오.
홍구락 : 고작 그것이냐?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
박규 : 영상대감이라면 능히 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홍구락, 그런 박규를 찬찬히 바라보고 어쩔까 망설이는 표정.
홍구락 : 정녕 그것뿐이냐?
박규, 그렇다는 듯 끄덕인다. 그 위로 웅성 웅성거리는 사람들 목소리 겹쳐지며-
S#61. 한양 저잣거리 - 낮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야?” “거지도 저런 상거지가 없네..” 북적거리는 저잣거리 통.
구경거리라도 난 듯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홍해가 갈라지듯 사람들의 물결이 쫙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제주 잠녀들의 모습.
최잠녀를 필두로 고바순과 끝분이 걷고 있다. 오랜 여행 끝에 얼굴은 피곤에 지치고 남루해질대로 남루해진 행색.
거지꼴이 따로 없는데, 그네들의 행색이 신기한지 계속해서 수군거리며 쳐다보는 한양 사람들.
고바순 : 메께라.. 한양은 물고기보다 사람이 더 많은가 보다게.
최잠녀 : (수군대는 사람들을 향해 빗창 들어보이며) 빗창으로 눈깔을 확 캐 버리기 전에 대맹생이 안돌리매?!
사람들, 최잠녀의 서슬에 깜짝 놀라 물러서면 최잠녀를 방패삼아 자기들도 빗창을 흔들어 보이는 고바순과 끝분.
지나가던 남자 하나가 끝분의 모습에 못 볼걸 본것마냥 화들짝 놀라 떨어진다.
끝분 : (코웃음) 꼴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좋아서 코구멍이 실룩실룩) 근디, 어멍, 어멍, 한양 여자들을 어떻게 된게
하나같이 진상이라.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나만한 미모가 없다마씸. (이쁜 척 난리났다)
고바순 : (오바스럽게) 누게 딸인데 당연한거 아니멘.. 끝분이 넌 한양에 있는 동안 어사나리 맘이나 꽉 잡으라.
끝분 : (가열 차게 고개 끄덕이고)
반면 호들갑스러운 고바순, 끝분과 달리 표정이 무겁기만한 최잠녀.
고바순 : (깐족거리는) 게나제나 버진이 고것은 한양까지와서 무시게 잘못을 했길래
버진네 가족까지 몽땅 한양까지 불러들였을까나..
최잠녀 : ........
고바순 : 우리 원빈 오라방 몸도 연약한데, 한양까지 와서 매질이라도 당하면 어쩔라 했수꽈?
고팡에 묶어놓고 나가 대신 오길 잘혔지.
(인서트)
고팡에 묶여 버둥거리고 있는 원빈의 모습.
고바순 : 최잠녀는 우덜헌티 고마운 줄 암서.
최잠녀 : (확 째리고) 멍개마냥 쥐어 터지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다물라.
고바순 : (급 찌그러져 입술만 삐쭉거린다)
S#62. 박규의 집 앞
대문 앞에 서 있는 최잠녀, 고바순, 끝분. 위용 있는 대가집의 규모에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세 사람.
고바순 : (감탄) 이게 집이라..? 참말로 제주관아보다 더 큰 거 같으메.
끝분 : (김칫국) 그럼 나는 이 집 안방마님이 되는거라?
고바순, 끝분, 자기들끼리 손바닥 마주치며 으흐흐거리는데 그 때 대문이 열리며 봉삼이 나온다.
최잠녀 : (다가가는) 혹시 여기가 박규라는 젊은이가 사는 집이 맞수꽈?
봉삼 : 어디 천것들이 우리 되련님 이름을 함부로 (순간 헉! 눈 커지고) 당신은 그 무식한 제주도 잠녀 아줌씨?!
순간 최잠녀, 봉삼 얼굴 딱 떠오른다.
최잠녀 : 오라. 촐랑맞은 말씨를 보아허니 그때 그 몸종 놈이 맞구만. 안에 버진이 있는가?
최잠녀, 봉삼이 제끼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하면
봉삼 : (깜짝 놀라 몸으로 막는) 여기가 어디라고 막 들어간다 혀요! 딸이나 에미나 무식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우니.. 쯧쯧쯧
최잠녀 :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봉삼 : (따지듯) 버진이 저 망아지 하나만 가지고도 우리 되련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디, 아주 단체로 애 먹이려고
작정들 혔소? 한양이 무슨 웃동네 마실가는 것도 아니고, 제주도에서 물질이나 혀지 여까진 왜들 왔소잉? 왜 왔냐니께?!
최잠녀 : (눈 부라리고) 노잣돈까지 보내 밑도 끝도 없이 한양까정 오게 한 냥반이 알지 내가 아란?! 잔 말 말고 비키라.
최잠녀, 봉삼 확 밀쳐버린다. 최잠녀의 힘에 바닥에 발라당 나동그라지는 봉삼.
최잠녀, 쓰러진 봉삼 지나쳐 집 안으로 저벅 저벅 걸어 들어가면 고바순과 끝분이 최잠녀 뒤를 후다닥 따라 들어간다.
최잠녀 : (안에다 대고 소리치는) 버진아! 장버진!!
나뒹굴다말고 뜨악한 얼굴로 일어나 다급히 따라들어가는 봉삼.
S#63. 별당 버진의 방 안
방 안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버진. 긴 한숨을 내쉬는데 버진의 귀에 최잠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갸우뚱 하는 버진.
버진 : (손으로 귀를 쑤시며) 몇날 며칠 방안에만 갇혀있었더니 이젠 헛것까지 들리나보멘.
그때 다시 들려오는 우렁찬 최잠녀의 목소리.
최잠녀(E) : 장버진!! 버진이 이년 얼렁 안나오난!!
버진,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버진 : 어멍?!
S#64. 박규의 집 마당
엄씨부인 : 이게 웬 소란이냐?!
소란스러운 소리에 안방에서 나오는 엄씨부인.
엄씨부인, 마당으로 나오다 대문 앞에 서 있는 최잠녀와 고바순, 끝분의 모습에 걸음을 우뚝 멈춘다.
그들의 몰골에 표정 일그러지는 엄씨부인.
그때, 뒤늦게 달려온 봉삼, 슬라이딩하듯 엄씨 부인 앞에 멈춰서며
봉삼 : 마님! 저기. 저것들은.. 그러니께.. 지나가는 각설이들인디 밥 한술 떠멕여서 내보낼테니 신경쓰지 마시고
어여 들어가셔라. 되련님 혼사 일로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으실텐데.. (둘러대는데)
그때 별당 쪽에서 달려나오는 버진. 버진 눈에 마당에 서 있는 최잠녀와 고바순, 끝분의 모습이 보인다.
버진 :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어멍?
버진의 목소리에 돌아보는 최잠녀과 고바순, 끝분. 그들 눈에 고운 비단 옷을 차려입은 버진의 모습이 보이고..
최잠녀 : 버진이 너......!
버진 : 참말로 어멍 맞수꽈! 어멍!!
그대로 최잠녀에게 달려가 최잠녀를 와락 끌어안는 버진.
두 사람, 감격한 얼굴로 부둥켜안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잠깐,
갑자기 도끼눈을 뜨는 최잠녀. 태도 돌변해 버진을 잡아 죽을 듯 뒷덜미를 바짝 잡아쥐며
최잠녀 : (쥐 잡듯) 버진이 너 이년! 물질허기 싫다고 겁대가리 없이 집을 뛰쳐나가!! 한양까지 도르멍치멘 나가 못 올 줄 알았난!
버진 : (깨갱) 어멍! 그게 아니라.. 나가 원래는 한양까지 올 생각이 아니였는디.. 그게 중간에 꼬여가지고서리..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고)
버진, 최잠녀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최잠녀, 버진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엄씨부인, 버진과 최잠녀 사이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고바순 : 근디 저 비단 옷은 다 뭐라?
끝분 : (질투 나고) 비단 옷을 입음 뭐함서. 눈만 땡그라니 못생긴게. 저런건 나같은 미인이 입어야 테가 나는 법인디.
하인들, 끝분의 말에 여기저기 키득거리는 소리.
엄씨부인 : 그마아아안!!!!!
엄씨부인 두고 술래잡기를 하던 버진과 최잠녀, 엄씨부인의 비명에 얼음.
엄씨부인, 그제서야 서서히 사태 파악이 되기 시작한다.
엄씨부인 : (확인하듯) 그럼.. 당신이.. 버진이 모친?
최잠녀 : 그렇소만..
엄씨부인 : (어이없을 뿐이고) 내 분명 대상군 집안이라 들었건만.
끝분 : (얼른 끼어든다) 맞수다. 대상군 집안.
엄씨부인 : (어리둥절 할 뿐인데)
고바순 : 산방골 최고잠녀 대상군을 모르우꽈?
엄씨부인 : 잠..녀...?
고바순 : 설마 바다 밭에서 물질 혀는 잠녀를 모르시진 않으시것지요..? 생복도 캐곡, 미역도 캐곡, 고기도 잡곡하는...
제주에서 젤로 물질 잘 하는 잠녀 중에 잠녀. 대상군~
엄씨부인 : 뭐? 생복? 미역? 그럼, 대상군이 물질이나 하는 천것이란...
순간 충격으로 비틀하는 엄씨부인. 복년이 다급히 달려와 엄씨부인을 부축을 하고...
버진, 깜짝 놀라 땡그란 눈 더 땡그레진다.
엄씨부인 : (부르르 떠는) 내 애초에 뭔가 이상타 싶더니만..
하인들, 황당한 눈으로 버진을 바라보며 속닥 속닥.
“우리같은 상놈이라네...” “하따, 근디 무슨 생각으로 별당을 차지하고 앉았을까...”
봉삼은 모든 게 들통이 난지라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인데...
엄씨부인 : (분노 폭발) 저...요망한 것이!! 내 저 년을!!...
(뒷목잡고 넘어가고) 어쩌다 저 천것과 눈이 맞아...! 저것이 임신만 안했어도!!!
순간 임신이라는 말에 일제히 버진 쳐다보는 최잠녀와 고바순, 끝분.
일동 : 임신....?!!!!!
최잠녀, 순간 눈 뒤집어진다.
버진 : (뜨악해서) 아니라!
최잠녀 : (버진 머리채 낚아챈다) 뭐여? 버진이 너 기어코 사고친겨?
버진 : (머리채 잡힌 채 양손 마구 흔들며) 아니라! 절대 아니라!!
엄씨부인 : (순간 눈 커지고) 아니라니.
버진 : 그게 아니곡..
엄씨부인 : 아니라니!!!
버진 : (기어들어가는 소리) 안방마님이 오해를 하신거라.. 난 나 입으로 임신했단 말 한 적 한번도 없수다게.
최잠녀 : (쥐고 흔든다) 그럼 뭐여?! 임신을 했다는거여 안했다는거여!
엄씨부인 : 똑 바로 말하지 못할까!!
버진 : 그게 아니라.. (양쪽 눈치 보다) 귀양다리, 아니 박규 나리가 임신했다 그러면 쫒겨나진 않을꺼라고..
엄씨부인 : 뭐라고라고라!!!!
그대로 뒷골잡고 쓰러지는 엄씨부인. 하인들, 엄씨부인 부축하고 난리도 아니다.
엄씨부인 : (발작하듯) 뭣들하느냐! 당장에 저 발칙한 계집을 내 앞에서 치우지 않고!!!
저 천하에 천것들도 당장 내 집에서 쫓으래두!!! 어디서 저런 무지랭이 천한 것을 만나... 아이고.. 분통이야..!
체면이고 나발이고 마당에 쓰러져 난리치는 엄씨부인.
엄씨부인 명령에 봉삼을 비롯한 하인들, 버진 일당에게 우르르 달려드는데 막강파워로 한방에 하인들을 뿌리치는 최잠녀.
우당탕 뒤로 넘어지고 밀리는 하인들.
최잠녀 : (살벌) 내 몸에 손대지 마여! 내 발로 걸어 나갈 거라. 이름만 양반이지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모르는
이런 천박한 인간들하고는 상종도 하지 마라. 버진아, 이 썩을 놈의 집구석에서 당장 나가자.
엄씨부인 : 뭐, 처,천박?! (완전 뒤집어진다)
머뭇거리는 버진을 데리고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최잠녀. 고바순과 끝분도 식겁해서 얼른 따라나가고..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 엄씨 부인의 얼굴 위로 겹쳐지는 서린의 목소리.
서린(E) : 집주릅을 시켜 살만한 집을 알아보게 해놨습니다.
S#65. 서린상단 이미용방
내부 한양의 대갓집 아녀자들과 규수들이 피부 미용과 경락 마사지 등을 받는 이미용방.
지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뷰티샵 내부가 보여진다.
수건과 세숫대야를 들고 분주히 복도를 뛰어다니는 하녀들. 유니폼처럼 하나로 통일 된 의복을 갖춰 입은 경락사들과 미용사들이
이미용 방으로 들어서는 양반집 규수들을 각각 개인 룸으로 맞이하고..
개별 룸에서 각종 약재를 개어 만든 마사지팩을 얼굴에 바르고 있거나 탈의를 하고 경락 마사지를 받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들.
침을 통한 일종의 한방 성형을 하는 여자들도 보이고 마사지를 마친 여자들은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는 등..
이미용방 내부의 다양한 모습들이 스케치하듯 보여지며- 따로 마련 된 VIP룸.
방금 마사지를 끝낸 홍시연과 차를 마시고 있는 서린의 모습이 보인다.
홍시연 : (발끈한) 제가 왜 그 계집이 살 곳을 마련해주어야 한단 말입니까?
서린, 그런 홍시연을 지긋이 바라보며
서린 : 박규 나리에게 시연 아씨의 너그러움과 배려심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닙니까.
홍시연 : .......
서린 : 그리고 눈에 가시 같은 그 계집을 시연 아씨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홍시연 :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그러니까 도움을 주고 주도권을 쥐어라..
서린 : (말이 통한다는 듯 미소로 끄덕이고) 그리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제가 그 아이를 상단에 두겠습니다.
홍시연 : 상단에요?
서린 : 상단에 두고 제가 알아서 단도리를 해드리죠. 제가 그 아이를 맡고 있는 한
시연 아씨의 혼사에 방해가 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어떠십니까?
홍시연 : .......
홍시연,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회심의 미소로 차를 마신다.
S#66. 거리
살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최잠녀 뒤로 잔뜩 쫄은 표정으로 따라가는 버진.
고바순과 끝분은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나불거리며 쫓아가고 있다.
고바순 : 버진이 저 앙큼한 것이 거짓부렁까지 해가메 어사 나리 집에 들어 앉을라고 했을 줄을 누가 알았을꼬..
끝분 : 못생기면 꼴값한다더니 박규 나리가 잘도 넘어갔을라고. 나라면 또 모를까.. 안그래? 어멍?
어멍,어멍, 나야말로 이 참에 박규 나리를 콱 자빠트려서 임신이나 콱 해버리면 어떨까싶은디.
고바순 : (화이팅하듯 주먹 쥐어보이며) 한방에 해부러라.
고바순, 끝분, 또 자기들끼리 으헤헤헤.. 손바닥 마주치며 좋아라하고 지나가다 미친 여자들 보듯 힐낏 거리는 사람들.
버진 : (조심히 불러본다) 어멍..
최잠녀 : .....
버진 : 어멍.... (살짝 따라붙으며) 다른건 다 좋은디 제발 다시 가잔 말만 하지 맙서. 나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겠으멘..
그러니까 제발.. 한양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렇게 도로 갈 순 없나네. 어멍..
대답대신 걷던 걸음을 멈추는 최잠녀. 그 바람에 바짝 쫓아가던 버진, 최잠녀 등에 코를 박으며 멈춰서고.
최잠녀 눈에 비친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양의 거리. 최잠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한양 거리를 바라보는데
그때 그들 앞에 멈춰서는 화려한 가마 하나. 가마 문이 열리며 도도한 얼굴의 홍시연이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내려선다.
버진과 잠녀들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홍시연의 모습에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