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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을의 끝이 보이고, 겨울이 시작되려 하네요. 벌써 입동이 지났습니다.
올해 단풍 구경을 못 갔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대신 책 하나 소개할게요.
도서명: J가 죽었대
저자: 리안 장
* 이 작품은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과 오디오북 콘텐츠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장기 연휴 덕택에 최근 힐링물은 실컷 읽었다.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통신망 도서관과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윌라를 탐사했다.
그러다 추천 도서로 발견한 책이 《J가 죽었대》이다. 소개글을 보니 기본적으로 추리 서스펜스 장르물이었다. 이러면 긴장감은 대체로 보장된다. 그리고 SNS와 유튜브 등 요즘 소재를 활용했다. 트렌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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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코믹 미스터리 - 《J가 죽었대》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줄리는 종종 촬영 중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녀의 쌍둥이 자매 유명 인플루언서 클로이 때문이다. 줄리는 쌍둥이 자매로 인해 초래되는 질문, 관심 등 그 모든 상황이 참을 수가 없다. 줄리의 헤어진 쌍둥이 자매 언니 클로이가 얼마나 가식적인지, 자신이 그녀에게 당한 ‘배신’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본래 줄리와 클로이는 한 가족이었다. 같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들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쌍둥이 자매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언니 클로이는 부유한 백인 상류층 반 후센 집안에 입양되었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랐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화려한 인기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 반면 동생 줄리는 고약한 이모에게 맡겨져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모가 줄리를 받아준 것도 순전히 국가 보조금 때문이었다.
줄리는 SNS를 통해 언니 클로이의 삶을 접하고 동경과 부러움을 느낀다.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며 돈에 쪼들리고 샌드위치 같은 걸 훔쳐 먹으며 사는 현실이 더 초래하게 다가온다. 만약에 자신이 입양되었다면, 만약에 그녀가 동생이 아닌 언니로 태어났다면, 만약에 클로이처럼 반짝반짝 사랑받는 성격이었다면 ... 무수한 ‘만약에’는 줄리를 자격지심과 분노, 질투의 늪에 빠뜨렸다.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던 어느 날, 그녀의 앞에 클로이가 나타난다. 잃어버린 쌍둥이를 찾으러 왔다면서, 보고 싶었다는 둥 헤어져 있어서 너무 쓸쓸했다는 둥의 멘트와 함께 등 뒤로 카메라 등의 촬영 장비와 스테프를 대동한 채로.
줄리는 갑작스러운 재회에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동경하던 자매와의 인연이 이어진 것에 내심 기뻐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꺼진 순간, 클로이는 그녀에 대한 모든 관심을 꺼버렸다. 연락처 교환도, 안부 전화도 없었다. 줄리에게 남은 건, 겉만 멀쩡한 집 한 채뿐.
그리고 클로이의 채널에는 ‘쌍둥이 동생과의 재회’ 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었다. ‘#감동주의’라는 헤시태그를 단 그 영상은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렇다. 줄리의 기억 속의 반짝이던 언니 클로이는 조회수를 위해 자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동생은 배신당했고, 언니는 배신했다. 그렇게 줄리와 클로이의 인연은 끝나는 듯 보였다. 어느 날 클로이에게서 이상한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숨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실수야”, “미안해” 하는 내용이 전부인 통화.
지난번 이용당한 전적이 있어 장난 콘텐츠의 희생량인가 의심해 본다. 그런데 그 이후 아무리 다시 연락을 취해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에도 답장이 없다. 일주일에 두세 건씩 업로드되던 콘텐츠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결국 걱정이 된 줄리는 없는 돈 긁어모아 클로이가 있는 뉴욕으로 향한다. 그리고 어찌저찌 클로이의 집에 입성하게 되어 본 것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은 듯한 언니의 시신이었다. 며칠간 방치되어 시체의 상태는 처참했다. 배터리가 방전된 자신의 휴대폰 대신, 클로이와 똑같은 자기 얼굴을 인식하고 잠금이 풀린 언니의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신고한 줄리는, 무심코 클로이의 스마트폰 속 화려한 SNS 인플루언서의 삶을 엿본다. 그리고 일란성 쌍둥이인 탓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이렇게 물었다. 경찰은 신분증을 들고, 구급대원은 약병을 든 채로. “줄리 챈? 그리고 당신은 클로이 반 후센이고요. 그렇죠?”
그 순간, 그녀는 무엇에 홀린 듯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약물 과다 복용을 확실시 하기 위한, 그리고 부검을 막기 위한 거짓말도 술술 나왔다. “동생은 중독 전력이 있어요.”
그리하여 언니의 삶을 훔치게 된 동생은 화려한 그녀의 일상을 누리게 되는데... SNS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잡은, 화려한 언니의 인생을 훔친 초라한 동생,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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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전개 자체가 SNS 인플루언서의 풍자인 듯한 - 《J가 죽었대》
📱 “너무나도 잘못됐지만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J가 죽었대》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극과 극으로 갈라진 쌍둥이 자매의 인생, 줄리가 클로이의 삶을 훔치고, 인플루언서의 화려함을 누리면서도, 세금 관계나 직원 월급 주는 등의 낯선 일에 당황하는 에피소드, 타인의 삶을 살며 겪는 위태로움과 주변 인물들의 의심, 자신의 정체성 혼돈 등이 스타카토 연주곡처럼 펼쳐진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리듬감이 느껴질 지경으로 스피디하고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근사한 파티처럼 화려하고, 잡지 화보 모델처럼 화사하며, 세상에 중심은 ‘나’인 듯한 대중의 관심 등 반짝이는 빛 속의 인플루언서의 삶과 대중과 지인들의 의심과 의혹, 남의 삶을 훔친 데서 오는 죄책감과 불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죽이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면서까지 남의 인생과 성공을 갖고자 하는 탐욕과 욕망이 교차 변집되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이 작품을 ‘복제 스토리를 활용한 단순 스릴러’라고만 볼 수는 없다. 엔터테이너한 전개는 맞지만, 그 와중 인플루언서 세계의 소비성, 온라인 존재의 허상성, 그리고 숭배적 구조가 어떻게 한 인간을 망치는가를 질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황성 혹은 허상, SNS에 올라온 온라인 콘텐츠가 전부 진실성을 담보하지 않음을 안다. 신문 기사도 걸러가며 읽어야 하는데, 온라인 콘텐츠는 오죽하랴.
소비성, 게시글이나 영상을 볼 때 좀 과하다 싶게 광고에 노출되기도 한다. 어떤 정보를 찾으러 들른 블로그에서 내용은 별로 없는데, 광고만 7건이 넘는 게시글을 본 적도 있다. 또는 정보 전달의 콘텐츠가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특정 제품 홍보로 연결되기도 한다. 물론, 나는 그 광고에 낚인 적 없다.
우상화 또는 숭배성, 온라인의 ‘스타’를 지지하는 걸 넘어 추앙하는 심리를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쪽이나 나나, 다 같은 사람 아닌가. 영상 콘텐츠는 외모 등 시각 자극이 위주라는데, 어쩌면 이건 시각 정보가 차단된 내 특성 탓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온라인의 특성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까? 주인공 심리라든가, 뭐 그런 것에 크게 이입할 수가 없었다. 스릴러로서 있을 법한 설정이네 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거리를 두게 되었달까.
그녀의 삶을 망친 건 그녀 자신인데, SNS에 매달려 남만 부러워하는 작태란... 에라이,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뭔가를 좀 해라. 그러니까, 네가 루저 소리 듣는 거야! 게다가 남의 삶을 훔쳐서 사기를 쳐놓고는, 언니의 선물이라는 둥, 클로이의 삶을 이대로 끝내는 게 옳지 않을 거라는 둥, 자신이 클로이가 되면 기부며 자선 활동 등 진짜 클로이보다 세상을 더 이롭게 할 거라는 둥 지극히 자기 주관적인 합리화는 또 뭔데.
소설 설정상 줄리는 중국계 미국인인데, ‘아전인수’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알라나 모르겠다. 하여튼, 떨어지는 공감도 및 호감도와는 별개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뭔가 꺼림칙함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인플루언서 ‘벨라마리’이다.
“6월 9일에서 16일까지 열리는 연례 섬 휴가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
그녀는 개인 브랜드를 론칭할 만큼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한마디로 소셜미디어 업계의 거물이다. 특이하게 추종자 무리를 거늘이는데, 그들을 통칭 ‘벨라도나’라고 한단다. 그렇게 벨라도나 무리에 들게 되면 인플로언서로서의 성공은 따놓은 당선이다. 서로 테그하고 지지하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클로이도 그 그룹의 멤버였다. 줄리는 중고생 시절부터 벨라마리를 동경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그룹이 된 것을 기뻐한다.
그런데 그 ‘벨라도나’의 리더 벨라마리가 좀 이상하다. 정확히 말해 꺼림칙하다. 너무 통제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이를테면, 그녀가 주최한 브랜드 파티에서 웰컴 드링크 마시기를 강요하는 부분 같은 것. 음료 마시는 건 취사 선택 아닌가? 알러지나 선호도나, 아니면 배가 불러서든, 어떤 이유든 간에 마시지 않을 수도 있는데, 벨라마리가 파티 참석자 모두가 웰컴 드링크 마시기를 원한다는 이유로 음료 받기를 강요하다니!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런 찜찜한 구석들이 마구 드러난다. 벨라마리의 주도로 벨라도나들이 모여 떠나는 섬으로의 휴가에서 절정을 찍는다. 그곳은 ‘연결을 끊는 것’이라는 테마 아래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단절된 공간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과 사생활 전부가 오픈된 인플루언서들에게, 그런 여행은 일견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해 보인다. 우리도 이따금 외부와의 연락을, 특히 업무 관련 연락을 전부 끊고 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라마리와 그 그룹 벨라도나는 이상했다. 여행 초반 전용기 이륙 직전, 벨라마리가 분홍 알약을 권한다. 약의 정체나 용도 같은 것은 설명하지 않은 채 먹으란다. 심지어 벨라도나 멤버 가운데는 임산부도 있었다. 신입 벨라도나 멤버 아이리스가 약을 거부하자, 전부 약을 먹기 전에는 전용기는 뜨지 않을 거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나중에 그 약은 겉만 그럴싸한 사탕이라고, 모임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이벤트였다고 설명한다.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게 정상이야? 뭐지, 이 미친 상황은?
💻 “소셜미디어는 본질적으로 불평등해. 그러니까 인종을 배제한다 해도 접근성에 정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소리야. 휴대폰을 살 여유가 있는지, 안정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지, 가족을 부양하느라 2교대를 뛰는 대신 스크롤해가며 트렌드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있는지. 심지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조차 거기 영향을 미치지. 소셜미디어에 평등은 없어.”
소설을 따라가면서, 나중에서야 알았다. 벨라도나가 단순한 인플루언서 집단이 아니었다는 것을. 섬에서의 휴가가 그저 힐링 여행이 아니었다는 것도.
사실 중간중간 벨라도나와 벨라마리의 꺼림칙함이 훅 드러나는 대목이 있었다. 뭐랄까, 시답지 않은 일들을 과장하는 태도가 그랬다. 누가 한마디 하면 마치 그래야 한다는 듯 반복적으로 맞장구를 치는 집단 행동이 그랬다. 머리가 꽃밭인 양 맹하게 구는 태도가 그랬고,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태도가 그랬다. 정상 같아 보이는 듯, 그러나 정신 나간 것 같은 태도.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가를 돌며 춤을 추는 장면 탓인지, 그들의 행동에서 묘하게 ‘마녀’ 혹은 ‘위카’를 연상했다. 소설 쓴다고 자료 수집하면서 모은 정보와 미묘하게 일치되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J가 죽었대》에서 느껴진 것은 결코 동화적이거나 자연 친화적, 또는 어떤 문화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컬트’의 인상이 강했다. 특히 자신들의 주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저없이 구성원 아이리스를 배제시키는 게 그랬다.
아이리스는 클로이 혹은 줄리처럼 유색 인종이다. 백인이 아니다. 그래서 벨라마리 무리에 완전히 융합되지 못한 것일까?
아니, 차이는 광신인가 아닌가 하는 데서 왔을 것이다.
그렇다. 외부와 격리된 구조, 집단적인 행사, 조직의 결속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규율 등 그런 요소는 ‘컬트’에도 해당했다. 즉, 어떤 폐쇄성 짙은 종교 행사와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 단체가 폐쇄성을 지니는 경우, 반드시 ‘사이비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벨라마리를 위시한 벨라도나들은 어떤 신을 광신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인플루언서로서 성공할 수 있게 이끌고, 팔로우와 조회수, 그 모든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존재, 그 신은 이른바 ‘에토’라고 했다. 그들이 에토에게 헌신하는 한, 두려움을 지우고 잠시 도덕을 내려놓고, 에토에게 자신을 바치는 한, 그러니까, 그들이 에토를 사랑하는 한, 에토도 자기네들을 사랑할 거란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지? ‘사랑’이 도덕성을 내려놓고 하는 거였어?
또한 그들은 클로이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다. 줄리의 정체 역시 다 알고 있었다. 즉, 줄리가 그 사이비 냄새 풀풀 나는 조직의 도구이자 희생양이 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소설을 3단계로 정리하자면 ‘클로이의 죽음 → 줄리의 가장 → 비밀 조직의 그림자’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처럼 흥미로운 전개를 가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J가 죽었대》는 아쉬움을 남긴다. 벨라도나들의 그 기이한 침목 도모 의식이 살아 있는 생쥐를 먹는 등 점점 자극적으로만 변해갈 뿐, 그 뒤가 좀 부족하다는 인상이 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이비 종교 조직의 성격과 동기가 다소 부실한 감이 있다. 원래 광신이나 종교가 논리적인 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가문 대대로 믿어온 종교라 해도 그것이 어떻게 그토록 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집단 구성원들이 왜 복종했는지, 조직 내부의 이념과 구조가 어떠했는지, 얼핏 사회 지도층도 그 사이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그런 엘리트 인사들에게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 그래서 긴장감에 조마조마하며 책장을 넘기다가도 불현듯 드는 ‘왜?’ 하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덕분에 긴장감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좀 허무하게 흩어져 버린다. 해소되는 게 아니라 그냥 푸시식 꺼져 버린달까?
인종에 관한 사회 통념, 인플루언서와 SNS의 불건전한 활용 문화 등을 풍자하려 한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로 융합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다 제대로 섞이지 못한 비빔밥 느낌이랄까?
잠깐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가 금방 시들해지는 언론이나 SNS의 자극을 소설로 옮긴 듯한 인상도 들었다. 만약 작가가 의도하고 이렇게 쓴 거라면, 매우 성공적이라고 하겠다.
무엇보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아쉽게 여기는 대목은 결말이다. 모든 사건이 끝에서 줄리의 정체는 세상만방에 밝혀진다. 벨라마리의 가문이 저질러온 악행, 벨라도나들의 윤리 문제도 드러난다. 그러나 줄리는 그 틈에서 이미지 전환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으스스하면서도 찜찜한 마무리를 마지한다.
나름 열린 결말이겠으나, 내 취향은 결단코 아니었다. 미묘한 지점에서 흐지부지된다. 무엇보다 줄리 챈 인성과 가치관과 사고 방식 완전 쓰레기!
소설 보면서 주인공을 이렇게 혐오하는 것도 처음이지 싶다.
덧붙여 스토리 전개를 위해 눈감은 부분이겠지만 설정상의 오류나 이해가 안 되는 대목도 있다.
첫째, 쌍둥이 관련 의문이다. 외모가 아무리 똑같다 해도 목소리마저 그럴까? 음성 갖고 누군가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게 정상일까?
소설 속에서 클로이의 매니저 비슷한 피오나도 줄리의 목소리를 의심했다. 초반에는 피로해서, 아파서 등 핑계를 댈 수 있었다. 하지만 초반 그 핑계가 계속 먹힌다는 건 좀 이상하다.
둘째, 줄리의 대우 문제가 좀 의문이다. 줄리와 클로이는 분간이 어려울 만큼 외모가 동일하다는 설정이다. 클로이가 예쁘면 줄리도 예쁘다. 그런데 보통 예쁘면 어느 정도 사회 생활상 인센티브 먹고 들어가지 않던가? 그럼에도 줄리의 대우가 그 꼴이라는 건 좀...?
셋째, 경찰과 구급대원 등의 업무 처리가 그랬다. 왜 이렇게 일을 허술하게 하지? 고작 증언만으로 조사나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대충 덮는단 말이야? 혹시 국가 공권력도 벨라마리라든가 사이비 종교의 사주라도 받았던 걸까?
🌠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어요. 저는 제 쌍둥이 자매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
좌우간 수미쌍관의 법칙을 따른 건지, 소설의 시작과 첫 문장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느낌은 매우 판이할 것이다.
첫 문장은 흥미와 기대감, 미스터리가 시작된다는 긴장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글쎄... 나의 경우, 답답함과 질린다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책을 완독하고 서평을 마무리하며 이 이야기를 그만 놓으려 한다. J, 우리 거리 좀 두자.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