蒼軒秋日(창헌추일)
범경문(范慶文:1738~ 1800)
본관은 금성(錦城). 자는 유문(儒文), 호는 검안(儉巖).
가계와 생애는 전하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고 소탈하면서도 배포가 있어서 이름난 시인들과 교류하면서
시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가 남긴 시작품의 다수가 수창(酬唱) 시다.
저서로는 『검안산인시집(儉巖山人詩集)』 2권 1 책이 있다.
구름은 저녁 못에 비치어 돌아가고
歸雲映夕塘 귀운영석당
석양은 나무에 걸려서 더 붉네
落照飜秋木 낙조번추목
지게문을 열면 푸른 산이 마주하고
開戶對靑山 개호대청산
예나 지금이나 옛 모습은 그대로일세
悠然太古色 유연태고색
*
이 시를 읽다가
2행에 필이 꽂혔다.(표현이 적당한 말인지, 의문이지만)
김홍도가 쉰두 살에 그렸다던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가 떠올랐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 차고 맑은 가을날에
은근하면서 둥근 보름달이 나무줄기에 걸려있다
이파리 몇 개 남지 않은 나무들(?)
적막함과 고적함이 묻어 나오는 이 풍경을 이른 봄날에 그렸지만,
화면 가득 늦가을의 고즈녘함이 묻어 나온다
황량하고 척박하고 죽어있는 대상에
둥근달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나무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울물 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다
흘러가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고요함이며 그리움의 대상이다
나무에 걸려 있는 달로 인해
나무는 생명감을 가지고
머지않아 새들도 찾아올 것이다.
이 시의 2행
落照飜秋木 낙조번추목
다시 한번 읊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