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옥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면에 내려서 1호선으로 갈아탔다.
- 자기야~ 어디고? 신평쯤 왔을 때 문자보내~ 알았제?
옥희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흘러나왔다.
대략 2시간 여 뒤에, 장림에 내려서 빨간바지입은 옥희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명륜진사갈비식당을 찾아서 점심부터 먹자고 했다.
돼지고기 부위별로 무한 리필이 되는 진사갈비 찐팬 옥희 등장이요~
이것 저것 부속재료를 챙겨와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모처럼 만나면, 마냥 좋은 친구와 둘이서 고기를 실컷 먹고 나와서,
옥희 차를 타고, 다대포 해수욕장을 향해서 달려갔다.
부산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지라 해변 주차장은 만차였다.
차례를 한참 기다린 후에 차를 대놓고, 쉬었다 갈 자리를 찾았다.
소나무 숲이 아닌, 적당히 그늘도 있고, 햇빛도 드는 자리를 잡아서
가지고 간 1인용 텐트를 같이 쳤다. 갈바람 솔솔~ 햇볕 따습은 자리에
소꿉장난 하듯이 텐트밖에 자리를 깔아서 거실도 만들고 가지고 간 악보를 꺼내놓고
둘이서 흥얼거리며 계명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옥희가 단락을 정해놓고 다섯번씩
연습하자고 했다.(누가 어린이집 원장아니랄까봐.. 참내~) 하자는 대로 했다.
어라? 하다보니, 중독성이 있네? 카드를 한장씩 넘겨가며, 연습횟수를 세는 옥희가 귀엽기까지 했다.
- 자기야~ 이거 무시 못한데이~ 내 피아노 연습할 때 이래하면 확살히 다르다. 열심히 하자.
- 알았어~
옥희 신났다.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옥희를 보니, 자꾸 웃음이 났다.
지도 웃고 나도 웃다가, 강냉이를 먹었다가, 커피를 마셨다가, 물을 마셨다가 마침내
- 자기야~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 마프다. 좀 눕자~ 해서
비좁은 1인용 텐트에 나란히 누워서 악보를 손에 들고 또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앙상블 할 때, 1년 반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옥희라는 여자~
마치 죽마고우처럼 할말 안할 말 다해가며, 편하게, 즐겁게 바닷가에서 놀다가
어둑사리 지길래, 불빛 내려앉은 정원축제를 감상하고나니, 때마침 분수쇼를 하기위해
스탭들이 의자를 놓고 있었다.
- 자기야~ 분수쇼 보고 가라~ 그러면, 이래하면 되겠다.. 하더니
길건너 식당에서 해물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오자했다. 와이구야 갈길이 구만린데..
결국 옥희의 얘교에 못 이겨서 저녁까지 먹고, 분수쇼까지 감상하고 꽉찬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이다.
2023년 10월 28일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