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연꽃 에세이】
원로 역사학자의 감동적인 생활 기록 “연꽃이 피었습니다”
― 정구복 원로 역사학자가 정성 기울인 ‘백련(白蓮)’ 감상 記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연꽃이 피었습니다.”
▲ 정구복 원로 역사학자가 집안에서 정성으로 길러 꽃을 피운 흰 연꽃(사진출처= 올사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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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별회원으로 참여하는 ‘올사모(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에서 발견한 반가운 글 제목이다.
존경하는 정구복 교수님(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다.
사정이 있어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뜻하지 않은 ‘연꽃’이 활짝 핀 것이다.
그러니까 카페에서 이 ‘연꽃 이야기’를 처음 읽은 것이 지난 5월 말인데, 2개월 만에 꽃을 활짝 피운 것이다.
정 교수님이 연꽃을 집안에서 재배하기 시작할 때의 첫 기록은 이렇다.
“나는 5월 27일에 연꽃 종근을 한 뿌리 주문해서 큰 플라스틱 통에 심어 키우고 있다.”
▲ 정구복 교수가 집안에서 기르기 시작한 연꽃 씨앗(사진출처= 올사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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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6월 3일에는 연꽃 씨 50개를 주문하여 발아시키고 있다”라고 카페 게시판에 기록하고 있다.
‘연꽃 재배 방법’은 유튜브에서 가르쳐 준 대로 했다고 한다.
“6월 18일 현재, 줄기에서 일곱 잎이 나왔고, 씨앗에서 배양한 연꽃도 일곱 개의 플라스틱 통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라고 기록했다.
▲ 정구복 교수의 정성으로 무럭무럭 자란 연잎(사진출처= 올사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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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연꽃이 공교롭게도 지난 광복절(8월 15일)을 기해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면서 원로 교수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청정함이 신비롭습니다. 이 꽃에 작은 벌이 찾아 왔어요. 그 공덕을 ‘올사모’ 전 회원과 함께 누리고자 사진을 올립니다.”
▲ 정구복 교수의 정성으로 드디어 꽃을 피운 흰 연꽃(사진출처= 올사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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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 교수님이 집안에서 정성을 다해 기르는 ‘연꽃 이야기’를 읽으면서 ‘드디어 그 개화에 이르는 절정’의 순간에 손뼉을 치고 싶을 만큼 큰 감명을 받았다.
나는 누구보다도 원로 역사학자의 깊은 불심(佛心)을 잘 알고 있다. 일찍이 원로 교수의 저서를 통해 ‘불교와의 인연’이 가정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게 됐다.
『한 가족사에 비낀 현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어머님》 (2008. 지식산업사 刊) 제목의 저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336쪽)
▲ 정구복 교수가 펴낸 저서 표지와 프로필(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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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略}== 나는 어머님에게 불교와 인연을 맺도록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1968년부터 불교를 믿게 된 나는 성락훈 선생으로부터 원효의 《대승기승론소》를 한문 원전으로 배우게 되어, 웬만한 불교 경전은 혼자 스스로 읽어도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1972년 결혼식을 육군사관학교 화랑 호국사에서 올렸고, 1973년 전북대학교에 부임하여서는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았다.
1980년 충남대학교로 옮겨서도 사재동 · 이평래 교수와 함께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았으며, 1984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로 옮긴 뒤에는 불교 신자 모임을 조직하고 불교 교리를 10여 년 넘게 강의해 왔다.
나의 신앙은 불교라고 공언하고 있다. 내가 서초동에 살 때는 매주 지광 스님이 계신 능인선원에 나가곤 하였다.
어머님의 병환을 고쳐드릴 수 없게 되자, 부처님의 신앙을 통하여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 드리려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염불하시도록 하였다.
그리고 어머님에게 복잡한 교리보다도 재미있고 쉬운 불교 이야기를 해드리곤 하였다.=={後略}==”
정 교수님이 ‘연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가족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 교수님은 전공인 한국사뿐만 아니라 불경에 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후학에게 전하고 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원로 학자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연꽃 이야기’를 게시판에 꾸준히 연재 기록한다는 사실도 배울 점이다.
단순히 집안에서 재배하는 특이 식물 하나가 꽃을 피웠다는 의미가 아니다.
연꽃 종근(種根)을 한 뿌리 주문해서 큰 플라스틱 통에 심고, 줄기에서 잎이 나오면서 꽃을 피우는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정성.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청정함을 신비롭게 바라보면서 감탄하는 노 교수의 표정을 상상해 본다.
어디 그뿐인가.
“이 꽃에 작은 벌이 찾아 왔어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혼자 기쁨을 누리지 않는다.
“그 공덕을 회원과 함께 누리고자 사진을 올립니다.”
정 교수님의 넉넉한 인품과 자비심이 마치 부처님을 닮았다.
꽃의 생명은 유한(有限)하다. 하지만 원로 학자가 카메라에 담아 카페에 올린 ‘백련(白蓮)’은 그 아름다움이 시들지 않는다.
청정 자태 그대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거기 담긴 ‘불심(佛心)’은 만고불변 진리가 담긴 경전(經典)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빛을 발할 것이다. ■
2026. 8. 19.(음 7월 7일) 七夕에
윤승원, 신비로운 연꽃 감상 記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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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연꽃 감상문을 넘어, 한 송이 백련을 매개로 노학자의 삶과 신앙, 기록 정신,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나눔의 미학을 함께 조명한 작품입니다.
1. ‘연꽃’은 꽃이 아니라 한 원로 학자의 삶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에서 연꽃은 처음부터 단순한 관상용 식물이 아닙니다.
“5월 27일에 연꽃 종근 한 뿌리를 주문해서”
“6월 3일에는 연꽃 씨 50개를 주문하여”
“6월 18일 현재, 줄기에서 일곱 잎이 나왔고…”
이러한 구체적인 날짜와 숫자는 작품에 생활 기록문학의 사실성을 부여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구복 교수의 연꽃이 종근을 심고, 잎을 관찰하고, 씨앗을 발아시키고, 꽃이 피는 과정을 기다린 끝에 얻은 결실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백련의 개화는 단순한 식물의 개화가 아니라, 팔순을 훌쩍 넘긴 노학자가 평생 살아온 인내와 정성, 탐구와 기다림의 정신이 꽃으로 피어난 사건으로 읽힙니다.
윤승원 수필가는 바로 그 점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2.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구조는 ‘연꽃 → 불심 → 인간애’로 확장되는 데 있습니다
작품의 서사적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우연히 발견한 “연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출발합니다.
그다음에는 정구복 교수의 연꽃 재배 기록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님》이라는 저서를 통해 교수의 불교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에는 다시 백련으로 돌아옵니다.
즉, <연꽃의 개화 → 연꽃을 가꾼 사람 → 그 사람의 불심 → 그 불심이 다시 연꽃에 투영됨>이라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작품 후반부의
“정 교수님의 넉넉한 인품과 자비심이 마치 부처님을 닮았다.”라는 문장이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앞에서 축적해 온 이야기의 문학적 결론으로 기능합니다.
3. 특히 뛰어난 부분은 ‘작은 벌 한 마리’를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가장 문학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꽃에 작은 벌이 찾아 왔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그 공덕을 ‘올사모’ 전 회원과 함께 누리고자 사진을 올립니다.”라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작품의 시선이 크게 넓어집니다.
정구복 교수는 자신이 정성껏 키운 연꽃을 혼자 감상하지 않습니다.
꽃을 찾아온 작은 벌까지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겨 회원들과 함께 나눕니다.
이 장면에서 연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고, 벌은 생명의 조화이며,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는 나눔과 자비가 됩니다.
윤승원 수필가가 이 작은 장면을 놓치지 않은 것은 매우 섬세한 관찰입니다.
4. ‘광복절에 핀 백련’이라는 시간적 의미도 의미심장합니다
8월 15일 광복절에 백련이 피었다는 사실을 작품은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가 발생합니다.
어둠과 억압을 지나 맞이한 광복의 날에 흰 연꽃이 피었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꽃잎은 깨끗합니다. 따라서 불교적 상징을 넘어 문학적으로도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청정성과 희망을 상징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작품의 주인공이 평생 한국사를 연구해 온 원로 역사학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광복절에 핀 백련은 자연스럽게 역사와 삶, 청정과 희망을 연결하는 상징으로 읽힙니다.
이 대목은 작품을 단순한 식물 에세이보다 한 단계 높은 의미의 세계로 끌어올립니다.
5. 《우리 어머님》을 인용한 것은 ‘연꽃의 뿌리’를 찾는 작업입니다
작품 중간에 정구복 교수의 저서 《우리 어머님》을 상당히 길게 인용한 것은 자칫하면 본문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작품의 구조에서 보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윤승원 수필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셈입니다.
“이 원로 학자는 왜 연꽃을 이렇게 사랑하는가?”
그 답을 단순히 추측하지 않고, 교수 자신의 저서에서 찾아냅니다.
1968년부터 이어진 불교 신앙, 불교 경전 공부, 불교학생회 지도, 불교 교리 강의, 어머니에게 염불을 권했던 이야기 등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연꽃을 바라보는 정구복 교수의 마음속에 오랜 불교적 삶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인용은 연꽃의 ‘뿌리’를 찾는 문학적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연꽃이 피었다’는 말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 피었다’는 뜻입니다
이 작품의 핵심 주제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연꽃은 물에서 피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한 노학자의 마음에서 다시 피어났다.”
정구복 교수는 연꽃을 심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관찰했습니다.
기록했습니다.
꽃이 피자 감탄했습니다.
벌이 찾아오자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인생 수행입니다.
그래서 윤승원 수필가가 마지막에
“거기 담긴 ‘불심(佛心)’은 만고불변 진리가 담긴 경전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빛을 발할 것이다.”
라고 표현한 것은 작품 전체의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7. ‘꽃은 지지만 기록은 남는다’는 결말도 좋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시간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꽃의 생명은 유한합니다.
그러나 사진과 글로 기록된 연꽃은 오래 남습니다.
여기서 윤승원 수필가 자신의 문학관까지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정구복 교수는 연꽃을 기록했고, 윤승원 수필가는 그 기록을 다시 글로 기록했습니다.
즉,
연꽃 → 사진 → 카페 기록 → 수필 → 독자의 감상
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학적 의미를 갖습니다.
꽃은 시들어도 기억은 시들지 않고, 기록은 기억을 보존하며, 문학은 그 기억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 문학평론가의 총평
윤승원 수필가의 「원로 역사학자의 감동적인 생활 기록 ‘연꽃이 피었습니다’」는 백련 한 송이에서 한 인간의 평생을 읽어내는 ‘확장형 수필’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자연수필·인물수필·기록수필·신앙수필의 성격이 한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작가가 정구복 교수를 일방적으로 찬양하지 않고, 교수의 작은 생활 기록과 직접 쓴 저서의 문장을 근거로 인물의 내면을 천천히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연꽃을 다시 문학으로 돌려놓습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백련은 한 철 피었다가 지지만, 그 꽃을 바라본 노학자의 마음과 그것을 기록한 수필가의 감동은 글 속에서 다시 피어납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진정으로 피어난 것은 연꽃 한 송이만이 아닙니다.
정구복 교수의 불심이 피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피었으며,
사람과 기쁨을 나누는 자비심이 피었고,
그 모습을 아름답게 받아 적은 윤승원 수필가의 문학적 감동까지 함께 피어났습니다.
특히 2026년 8월 15일 광복절에 피어난 백련과 8월 19일 칠석에 이를 글로 기록한 시간적 배치까지 생각하면,
이 작품은 한여름의 연꽃을 기록한 글인 동시에 한 원로 학자의 삶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헌사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저라면 이 작품의 문학적 성격을 다음 한 문장으로 평하고 싶습니다.
“진흙에서 피어난 백련을 바라보며, 한 노학자의 평생에 걸친 공부와 신앙과 자비가 어떻게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는지를 기록한 따뜻한 헌사(獻詞)의 수필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인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빛을 발할 것이다”는 이 작품 전체의 정서적 여운을 오래 남기는 좋은 결구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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