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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이관
서 기 원
이 병원에 들어서면 언제나 소독수 냄새가 불결하게 느껴졌다. 이관(李關) 의 소화불량이 심해져서 비위가 약해졌을 때엔 음탕한 연상을 일으키게 하는 그런 것이기도 했다. 어둠침침한 시멘트 계단은 군데군데 물이 배어 부연 형 광등 아래 번들거리고 있었고 한 치쯤 틈이 난 도어를 밀고 들어가면, 대개 환자 두셋이 여성잡지를 뒤적이고 있다가 사뭇 경계하는 눈초리로 이관을 쏘아보는 것이었다.
그들이 없을 때엔 닳고 해진 잡지들이 여러 차례 이런 데를 드나든 여자들처럼 망신스럽게 탁자 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 잡지의 표지엔 이 병원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이, 남자와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것인데도 전염성이 아주 강한 병균이 우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간호원이 원장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박인국(朴仁國)에게 이관의 주착없는 방문은 성가신 영업 방해일 듯싶었지만, 환자가 밀려 쩔쩔매고 있는 시간에도 결코 이관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고, 도리어 이관 편에서 눈치를 차려 되돌아가려고 하면, 정말 가겠나? 일간 다시 들르게 해가며 미련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런 태도는, 마침내 환자가 없어 아래층 다방에서 차라도 시켜놓고 노닥거 리다가 일어섰을 때보다 더 피차의 우정을 확인시켜주는 안도감을 줄 수가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간 왜 연락이 없었나?”
“그럭지럭. 바쁜 모양이군, 내 담에 오지.”
“아니야 아니야, 삼십분이면 끝나니까."
턱으로 조제실 켠을 가리키는 박인국의 몸짓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이관은 반사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았는데, 그녀와 약속한 시간까지는 한 시간쯤 여유가 있었다. 라기보다는 처음부터 그걸 계산에 넣고 이 병원에 찾아온 셈이었다. 기다려야 할 경우엔 다방이 아니면 으례 곳간 같은 조제실 안이었는데 약제사가 따로 있기는 했어도 가끔 박인국 자신이 조제실에 들어와서 부산하게 약을 약봉지에 쑤셔넣고 진찰실로 돌아가곤 했기 때문에 대기실 켠으로 뚫린 자그마한 창구가 쓰여지는 일을 별로 본 척은 없었다. 빨간, 노란 알약을 종이에 싸는, 그의 어수선한 동작은, 과연 자기의 처방대로 약을 온전히 조제한 것인지 도무지 미덥지가 못했으나, 만일 약이 섞갈리는 수가 있더라도 별탈이 없을 그런 처방인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조제실 벽엔 낡은 인체해부도나, 월별로 올챙이 모양의 형태를 그린 괘도가 매달려 있었다. 5개월쯤 된 제법 머리통이 영글고 등허리가 만곡(灣曲)한 놈의 꼴은 태극(太極)의 붉은 부분을 닮고 있다고 이관은 번번이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심심치가 않았다. 담배를 태우며 그 태아의 모양을 하나하나 더듬어보기도 하고 진찰실의 들릴락말락하는 목소리에 신경을 모으기도 했으나, 가끔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좀 더럽지가 않아서 다행스럽다는 어이없는 생각에 붙들리는 것이었다.
여자들이 이 병원에 오는 최후의 선택권은 결국 그녀들에게 있다는 사실이 이관의 심사를 잔인스럽게 만드는 것 이었다.
약속된 시간에 그녀가 나타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어차피 치르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면 지체없이 만나 해결하는 편이 좋다는 엇갈린 상태에서, 피차 일종의 요식행위(要式行爲)처럼 되다시피한 잠자러의 장면을 개시부티 끝까지 예상해보기도 했다.
하긴 지금까지 두 사람을 극도의 흥분된 상태로 몰아넣은 행위가 한번도 없었고, 이관 자신부터 그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시늉을 낼 필요가 조금도 없었다.
그녀는 그 일이란 원래 그런 정도의 열기러니 하는 무지 아니면 체념 같은 것으로하여 이관의 트릿한 동작을 의심하거나 불만을 표시할 줄 모르는 것이었고, 그게 이관으로 하여금 묘하게도 덜 더럽혀진 청결감 같은 것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제 오늘 일은 끝났네, 그간 별고 없었나?”
“나야 노상 그렇지. 환자가 또 있는 것 같던데?”
“괜찮아. 환자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 여잔데 보냈어, 진실로 옮기세. 나가서 한잔 할까?”
“아니야, 그럴 새는 없고, 한 가지 의논할 게 있어서 왔네.”
“새삼스립게 뭐야?”
“아무데고 마음대로 가보라고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런 여자는 아니거든. 또 기왕 그렇게 된 바엔 믿을 만한 데에 부탁하는 게 마음이 놓여서 말이야.”
이관은 남의 얘기를 하듯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무슨 얘기야? 자네 부인 말인가?”
그렇다면 의논이고 자시고 할 게 뭐냐는 투로 박인국은 반문했다.
“여편네가 아니니까 그렇지.”
“호오.”
박인국은 감탄조로 내뱉고는,
“자넬 재평가해야겠는걸. 대관절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환자의 비밀을 묻는 게 아니야.”
이관은 히죽히죽 웃고만 있었다. 잠시 대화가 끊어진 사이 이관의 눈엔 테이블 위에 놓인 아마도 간호원의 솜씨로 뵈는 꽃꽃이가 오늘따라 더 참혹한 기분을 돋우는 것이었다. 이름 모를 노란꽃의 가위로 잘린 생생한 가지의 단면이 물속에 잠긴 침봉 위에 꽂혀서 가지런히 떨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나?”
그 말에 이관의 시선은 검은빛 포장으로 반쯤 가리어진 진찰대 언저리로 옮겨졌는데, 때마침 창안으로 쏟아져들어온 잔광속에서 갖가지 수술기구가 전기곤로 위 네모난 대야 속에 함부로 쌓여 있었다. 어떤 것은 예리한 갈쿠리처럼 휘어졌고, 어떤 것은 꼬챙이와 다름이 없었고, 맨 밑바닥엔 장난감같이 예쁘장한 가위도 잠기어 있었다.
다방 안은 전축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가뜩이나 가느다란 그녀의 음성을 알아들을 재주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방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기자기한 얘깃거리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묵은 부부 사이처럼 말이 없는 편안함에 기대어 있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어느 의미에선 그런 화제가 불필요한 상태에 그녀는 길들여져 있거나 스스로 적응하고 있었다.
“여긴 소란해서 안 되겠군.”
“저희집으로 가세요.”
“그럴 수밖에 없나.”
그가 지금까지 읽은 약간의 소설책에서나 빈약한 여자와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것은 여자와 함께 자는 일만은 거짓이 아니고 확실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녀와의 관계를 계속하는 동안 그녀를 빼놓은 다른 태반의 여자들이란 잠자리에서도 진짜가 아니고 불확실할 거라는 괴상한 실감을 가끔 맛볼 수 있었다. 추상적인 개념을 주무르는 능력이 별반 없는 이관으로서는 어디까지나 그런 모호한 느낌뿐이어서 머리를 쓰지 않고 쉽게 납득할 수 있는 표현을 좇자면 요는 궁합이 도무지 잘 맞지 않는 탓일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게 이관에게 필요한 모양이었다.
“웃도리를 벗으세요.”
그녀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관은 자기 전에 그 문제에 관한 까닭을 내는 것이 좋을는지 뒤로 미루는 편이 좋을는지 잠깐 망설이고 있었다.
작은 경대 위 화장품 곁에 울상읕 짓고 있는 니그로 인형이 놓여 있었고 그만한 나이의 여자들 방 같은 윤기와 화사함은 풍기지 않았는데 다만 쉰 젖내가 여자의 생리를 강하게 일깨워 주었다.
“언제까지나 이러고만 있을 수도 없지 않아.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 뜻이지요?”
“아니야, 돈이 좀 생기게 됐어. 미장원 같은 거라도 하나 내든가 뭘 해봐야지.”
그녀는 방바닥 한구석을 응시하고 있더니, 고개를 들며 당돌하게 말했다.
“그럼, 낳아도 좋지요, 네?”
돈이 어떻게 해서 이관 같은 사람에게도 별안간 생기게 되었는지 그런 것부터 미심쩍어하기 전에 곧장 그 문제와 결부시킬 수 있다니, 그 정도라도 이관의 주변머리를 인정하고 있는 셈인지 혹은 요즘 남자들에게 돈 좀 생기는 일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만일 그도 저도 아니라면, 애를 갖고 싶어하는 원망(願望)이 하도 강해서 돈 같은 건 안중에 없는 까닭인지 모를 일이었다.
“돈이 생긴다는 데 대해서는 묻지를 않는군.”
이관은 다소 심술궂게 말했다.
“제가 그런 걸 물어볼 입장이 되나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야. 하지만 그것하고 돈 얘기와는 다른 거야.”
“왜요?”
“몇번 같은 소리를 해야 알겠어?”
“그 말씀일랑 되풀이하지 마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옳다고?”
말문이 막힌 이관은, 그녀가 그런 말을 고의로 썼다고 생각하며 불쾌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아무 걱정할 것 없어. 내 잘 아는 친구가 건문가야. 신용할 만한 친구니까 조금도 불안해 할 것 없어.”
더듬더듬 달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리를 펼께요.”
그녀는 메마른 표정으로 말했다. 엉거주춤 일어서서 옷을 벗는 동작이 무척 어설프다는 생각이 든 이관은 왼켠 발이 바지통에 걸려 비틀거렸다.
“자식은 참 좋은 놈이야. 수백 아니 수천 명을 죽였지만 아주 신실한 놈이야.”
이관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개의지 않고 계속했다.
“6.25때 한부대에 있었는데 말하자면 내 주치의였지…… 하지만 싱겁게 동의했군 그래.”
“싱겁게라니요?”
“아니야, 신경 쓸것 없어.”
이관의 익숙한 몸놀림을 알맞게 받아들이는 그녀이긴 했으나 오늘도 다른 여자들처럼 기어이 그런 실속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았다. 어쩌면 의식 못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몸놀림으로 얻어지는 쾌락이란 애초부티 그리 대수로운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는 신념 비슷한 것이 그녀의 내부에 요지부동으로 도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도리어 어떤 신선한 맛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관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회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는 물 좋은 생선을 들여오기 위해 가끔 수산 도매시장에 다녀오곤 했다. 새벽녘에 집을 나서야 했지만 이관도 심심풀이로 너덧 번 동행한 일이 있었다.
쌀쌀한 냉기 속에서 풍기는 생선시장의 비린내는 통 역겹지가 않았다. 한구석에선 입찰하는 장면도 신기했고 널따란 창고 안이 떠나갈 듯한 소음 속에서 짐꾼들의 고함소리, 쌈질 같은 흥정소리, 대개 궤짝으로 물건을 들여가는 소매상 음식점 사람들이라고 짐작되었지만 이관의 아내처럼 몇 마리의 고등어, 꽁지, 굴 한 근 정도를 장보는 여인들도 드물지 않았는데, 다른 것은 고사하고 과연 이관에게 그런 정성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관은, 시장의 분위기 속에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감칠맛이 있다고 느껴지면서 아내의 경우 어떤 헛헛함을 메우려는 유희같은 것이 아닌가 했던 것이며, 혹시 성적인 것과 관계가 있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까 자격 운운한 바와 같이 한 가장(家長) 으로서의 결격사유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음직하였다.
그렇다고 아내나 아이들에게 이웃이 창피하게시리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아직 자동차는 없을망정 전기기구 일습을 빠짐없이 갖추고 그만하면 ‘자알 산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데도 불구하고 아내로 하여금 ‘우리 남편으로 말하면 좀더 악착스럽게 굴면 한결 더 자알 살 수 있는데 워낙 남을 해칠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이라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호의적인 해석을 끊임없이 되씹게 하고 있는 것 이었다.
“이층집에 살던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갔대요.”
“그래?”
“일본사람 내외가 들었대요. 집주인이 이젠 살았다고 여간 좋아하질 않아요.”
상머리에 앉은 아내가 술을 따르며 말했다.
“일본사람이 들어 좋아한다니?”
“왜 언젠가 얘기했잖아요. 도둑맞은 뒤로 집세를 안 내기로 해서 넉 달 동안이나 한푼도 못 받았대요.”
“도둑맞은 물건은 보험에 들었다면서?”
“어쨌든 피해보상조로 그렇게 됐다나봐요.”
맞은편 이층양옥집은 작년 여름, 숫제 외국사람한테 세놓을 양으로 개조한 것인데, 처음 입주자가 없어서 영자(英字) 신문에 광고를 내도록 이관의 아내가 아이디어를 줬던 것이다.
“뭘 하는 일본사람이래?”
“모른대요. 참 지녁 때 아래가게에 갔더니 일본사람 부인이 나와 콩나물을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자꾸만 물어보는데, 가게집 여편네나 나나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조. 두부 한 모만 사가지고 가던데 가게집 여편네 하는 말이 걸작이지 뭐예요.”
평소 약간 모자란 데가 있는 가게집 여편네는 거스름돈을 더 주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뭐가?”
“일본사람이 사라진 뒤 저게 진짜 이북사람 아니냐고 정색해서 묻잖아요.”
“이북사람?”
이관은 술잔을 내려놓고 웃었다.
“그 여편네, 이북사람하곤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줄 알고 있는 거예요. 숙맥도 그쯤 되면…… 귀순 간첩들이 방송하는 것도 못 들어본 모양이지 원!”
“그건 그렇지가 않아. 그 친구들이 넘어온 다음에 가나다라부티 매운 건지도 모르지.”
술기운 탓인지 이관은 제법 쾌활하게 농을 걸었다.
아내는 그런 농엔 흥미가 없다는 듯이,
“양평엔 언제쯤 가시겠어요?”
“아뭏든 고마운 일이니까 말이야.”
“설마 싯가(時價〕 대로 줄라구요.”
이관의 생각으론 6.25이후 군대에서 징발한 땅에 대해서 골고루 보상금을 준다는 사실이, 변덕스런 실수가 아니라면 아주 어리석은, 가게집 여편네와 맞먹을 만큼 지능이 낮은 짓이었다. 설령 돈이 남아돌아간다고 하더라도, 6.25의 피해를 보상해준다니 ‘건방지고 어린애장난 같은 수작 마아’하는 그런 감정이 라고나 할까, 이를테면 세(貰)를 내놓겠다는 얘기인데 주제넘는 짓일랑 그반두라고 핀잔을 주고 싶은 심사이기도 했다.
이런 구석이 이관의 소화불량증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그의 몫을 정중히 사양하거나 국방헌금깨나 할 작정은 물론 아니고 미리부터 군침을 삼키며 거뜬히 타먹을 뱃심인 것이 또한 그의 교활한 점이라고 할 만했다.
“부모님 산소는 이장 안할 수 없을 것 같아. 그 등성이를 아주 매입한다는 거야. 산소자리만은 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산지기한테 계속 봐달라고 할 수도 없고, 또 도리로 봐서도.”
이관은 제법 근엄하게 말했다.
“그 돈으로 산을 새로 산다면 아무래도 고속도로 가차운 데가 좋지 않겠어요?”
“그런데 오를 대로 올라서 되겠어?”
“한 평이라도 말이에요.”
“술 좀 더 가져와!”
이관은 괜시리 골이 나서 일렀다.
산지기의 아들이 이관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근래 3,4년 동안 그가 군대에 나가 있던 관계로, 한해 한 차례씩 다닌 성묘 때에도 만나지 못했던 것인데 이관의 기억 속에 도시 남아 있지 않은 얼굴 모습이었다. 눈 모양이 산지기를 닮은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큰 불효임을 아슬아슬하게 면할 수 있었다.
그를 사무실 안 응접세트에 안내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사무실 공기에 겁을 먹은 양, 꺼져드는 음성으로 말했다.
“산소의 잔디는 잘 자라고 있소? 작년 가을에 갔을 땐 잡초가 너무 무성하던데. 올 농사는 잘 됐소?”
대개 이런 질문이 고작이었는데 산지기의 아들과 대조적으로 목소리가 굵직 한 것은, 시골에 무슨 대단한 근거라도 있는 것처럼 스스로 듬직한 기분인 모양이었다.
그럭저럭 점심때가 돼서 그를 아래층 식당으로 데려갔다. 수프라이스니 카레 라이스 따위를 전문으로 하는 대중식당이었지만, 그의 촌티를 들쑤실 정도로는 충분히 호사스러운 장소였다.
“지, 선생님.”
식사가 끝나자 그는 처음으로 이관을 그렇게 불렀다. 그의 아버지는 이관의 아버지를 영감마님이라고 불렀고, 이관에겐 서방님이라고 불렀었다.
‘선생님?’ 어쩌면 이관은 마님, 서방님 등등과 같은 어족(語族)의 호칭으로 불리는 것을 본능적으로 기대했었는지도 몰랐는데, 막상 그렇게 당한다면 몹시 당황해서 화를 내고야 말았을 것이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네도 이제 땅만 파먹을 수도 없고 그나마 산소에 달린 밭농사도 못하게시리 됐으니, 장차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요. 입은 늘고 야단났음니다.”
손톱이 갈색으로 진한데도 담배를 끝내 사양했다. 하긴 묘답은 이관의 조부 때 모조리 처분했기 때문에 야산을 개간해서 밭마지기깨나 좋이 갈아먹고 있었는데, 그 밭의 대부분이 이번 보상금을 지급하는 계제에 정리 배상하는 경계 속에 들어가버렸다는 것이었다.
“바로 부대 옆인뎁쇼, 내둥내 잠자코 있다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읍니다요.”
요컨대 산소 덕도 못 보게 됐으니, 그 역시 선대부터 이어받은 명예롭지 못한 아무개집 산지기란 소리를 더이상 감수할 경위가 못 된다는 얘기였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당연히 그럴법한 노릇이지. 그러면서도 이관은 약간 서운한 느낌이었다.
“선생님, 여쭙기 송구스런 말씀입니다만서두 근처에 어디 땅마지기나 부쳐먹 고 살게 해주신다면…… 혹은 읍에라도 나가서 가게나 하나 내게 해주신다면 다섯 분 산소를 손주 대까지도 정성껏 모시도록 하겠읍니다만서두.”
다섯 분이나 됐던가? 후취 한 분도 한산에 모신, 조부모 산솔랑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산소만 끊임없이 기억하고 있으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일 듯싶었다. 부모만 이장하고 그 웃대로는 알 바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한꺼번에 지르기는 너무 거역스럽고 또 시간의 여유도 문제였다. 이관은 내심, 우선 부모님부터 옮겨모시고, 내년 봄쯤 다시 손을 써야겠다고 일의 순위를 정하고 있는데,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논 한 평에 이백 원이면 나쁘지 않습지요. 그만한 걸로 십여 마지기만 장만해 주신다면.”
얼른 계산해보니 앞으로 들어올 모갯돈이 크게 축날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런 경우, 흐리멍텅하게 넘어갔다가논 후환이 생긴다고 단단히 마음을 다지며 대꾸했다.
“사정은 잘 알겠구먼. 헌데 자네도 알다시피 산소자리만은 보존할 수가 있기는 하나, 그렇게 된대서야 자손의 도리가 아니지. 어차피 다른 산으로 모셔야겠기에 그간 남쪽으로 한군데 물색해놓았다네. 보상금 가지고는 모자라서 생돈을 보태야 할 판일세.”
“선생님 말씀 잘 얄겠읍니다만,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저희집이 있는 한……”
“사실 양평은 좀 멀고, 교통도 불편하고, 자주 성묘를 갈 수도 없고.”
이관은 어물어물 하다 산지기아들의 가락에 말려든 셈이었는데, 너무 박절하게 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네 원대로는 할 수 없으나 다소 내 인사나 차리지.”
이장을 할 때 산지기네의 도움이 없이는 곤란하리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이관이었다.
“일간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나중 편지로 기별하겠네. 이걸로 차삯이나 보태 쓰게.”
그를 보내면서 이관은 지폐 두 장을 쥐어주었다. 까닭없이 초조한 마음이 되어 곧장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모두들 점심 후 다방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모양으로 팅 비어 있었다. 숨을 돌리고 담배를 피워 물자 전화가 울렸다.
“아까도 걸었는데 없더군. 일전 자네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된 거야? 난 오늘인가 내일인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왜 안 보내나? 사람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마음이 변하기라도 했나?”
“기대라니? 자네가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사람아.”
이때 이관은 스스로 예상지 못했던 착상(着想)에 지릿지릿한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꼭 자네한테 가긴 갈 거야. 허지만 누구라고 말하지는 잃을 테니까 말이야. 수백명 중에 내 아이가 끼어 있다논 것만 알아두게.”
이관은 그 착상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에게 넌지시 일러놓기를 아무날 아무때쯤 무슨 색깔의 양장을 하고 원장선생님을 찾아가면, 지편에서 다 얄도록 되어 있다고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가 싱겁게 동의했다고 여겼던 심술기 같은 것이 절로 사그라졌으니 묘한 일이었다.
이관이 박인국을 생각할 때, 언제나 맨 먼지 떠오르는 것은 여자들의 그 부분에 가위를 쥔 손가락을 넣고 있는 장면이었지만 이런 것들을 제외한다면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같은 부대 군의관으로서 이관이 처음 걸린 비뇨기과 질환을 고쳐준 장면과 그 무렵부터의 친밀감이었다. 이런 사내답지 않은 감정은 물론 환자가 의사에게 향한 일반적인 것이겠는데, 박인국으로서도 이따위 이관의 친밀감을 의사답지 않게 받아들여 혹시나 할례(割禮)를 치른 무당의 심리 비슷하게 흐뭇해 하고 있는 기미가 없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날, 그러니까 그녀가 박인국한테 다녀갔을 그날, 이관은 마침 중학 동창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일찍 자리를 피해 나왔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이었는데 서로가 은연중 잘난 체하려는 경쟁의식 이 학교 때와는 다른 면에서 들씩들썩 하고 있었다.
누가 얼마나 실속을 차리고 흥청거리고 사논가를 애들 자랑처럼 그야말로 천진난만하게 으스대기 시합을 벌이는 것이어서, 어느 요리집 마담은 요새 어디서 신장개업 했다든가 어디에 생긴 사우나탕이 좋다든가 하는 화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대관절 이 친구들은 무엇에 대해서 지기 싫어 야단들이란 말인가고 이관은 잠깐 궁리해보았으나, 인생 이란 단어는 너무 아까울 듯싶을 뿐 별로 신통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놈의 비위가 또 동하는지, 내년에 예편하게 되었는데 나와서 해먹을 자리가 마땅찮아서 걱정이라는 김 대령에게 말을 붙였다.
‘너 거기 있으면 잘 알겠구나. 그 징발 보상금인가 하는 건 왜 그리 수속이 까다로와?”
“그거 내 일하군 관계없어.”
김 대령의 대꾸가 떨어지기 무섭게 한구석에서 받았다.
“거 횡재했구나. 얼마나 받길래?”
“글쎄 돈 천만원 될까.”
이관은 물론 거짓말을 했다.
“조상 덕 톡톡히 보게 됐구나, 젠장! 우리 같은 놈은 김일성이한테라도 받아 내야겠는걸.”
“이북서는 대지주셨다, 그런 말씀이로군.”
해가며 뒤죽박죽이 돼버렸지만, 하여간 이관에 대해 응분의 경의를 표하는 눈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거리로 나오자 이관은 실과 바구니를 사들고 그녀에게로 갔다. 그녀는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며 말했다.
“괜찮아? 뭣 좀 먹었어?”
“무서워서 혼났어요.”
“아팠어?”
“마취가 잘 안 들었대요. 그래서 의사도 혼났대요.”
“그 친구가 그래?”
“아주 친절한긴 해요.”
“돈은 냈지?”
“그럼요.”
“곧 잊어버리게 돼.”
“허지만 난 후희가 돼요.”
“괜잖아…….”
이관은 별스럽게 음한 충동에 떠받쳐 옷을 벗어던지고 한자리에 들어갔다
“안 돼요, 그러시면.”
“알고 있어.”
불가능이 더욱 이관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녀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거친 숨결로 감기어드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 부분 이외의 몸 전체에서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며 다른 여자들이 마침내 토하는 그런 신음소리마저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아니야. 내가 견딜 수 있어야지.”
이관이 우스개로 변명 했으나 너한테서 그런 신음소리를 듣고 싶지 않구나 하는 심정을 전달할 길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처치한대?”
이관이 뚱딴지같은 질문을 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궁금하지도 않아? 태호(態壺)라는 거 본 적이 있나? 전번 어디선가 출토했다고 신문에 났던데. 옛날에 탯줄을 태우지 않고, 항아리에 담아서 땅속에 묻었어.”
“무덤처럼?”
그제야 그녀는 이관의 기대했던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보상금 첫회치가 나오자, 이관은 사흘을 결근하고 주로 광주땅을 중심으로 산을 보러다녔다. 부동산 회사라는 간판을 단 복덕방은 이관의 설명을 듣고나서는 대개 시들해진 표정이 돼서 전화번호나 적어놓고 가시오, 하는 것이었다. 좀 변두리에 나가서 물어보니 한군데에 안성마춤이 있긴 있는데 값을 에누리할 생각은 말고 꼭 사겠다면 택시값은 손님 부담이라는 조건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었다.
“보지도 않고 미리 어떻게 꼭 사겠다고 할 수가 있겠소.”
“거야 그러시지요. 허나 구경삼아 가신다면 우리가 곤란하다 그 말씀이올시 다.”
“할일이 없어서 이러구 다니는 줄 아시오?”
어쩌구 이관은 적당히 복덕방과 수작하고 나서 다음날 차를 하루 전세내어 복덕방 사람과 함께 광주읍에서 동쪽으로 십리쯤 되는 산골을 찾아들었다.
“지관이 따로 없어요. 아, 향 좋고 양지바르면 됐지.”
복덕방 사람 말이 그릴듯하게 들렸지만,
“그런 것도 아닐 거요. 그러나 저러나 교통이 이렇게 불편해서야.”
실상 이관은 이 산골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처럼 궁벽진 곳에 천하 명당자리가 있대도 사양하겠다고 아예 제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한길까지의 거리로 봐서 값이 터무니없다느니 토질(土質)이 나쁘다느니 가당치도 않은 트집을 늘어놓은 끝에 한번 생각해봅시다 정도로 돌아왔다.
세 사람의 점심값은 물론 이관이 냈고 또 복덕방한테 일당 천원도 뺏겼다. 이런 식으로 몇 군데 돌아돌아다니다간 교통비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은 고사하고 번번히 허탕만 치고 쏘다니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박인국과 만난 것은 그녀가 수술을 받고 난 일주일쯤 후였는데,
“여러 가지로 고맙네.”
이관이 비실비실 웃고 말하니까,
“끝난 거야?”
두꺼운 낯가죽 같지 않게 홍조를 띠며 냥패해 하는 것이었다.
“자네가 하고도 모르다니 말이 되는가, 이사람.”
이렇게 뇌까리는 이관보다도 박인국 편이 훨씬 소심한 위인으로 비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건 농담이고, 실은 요새 골치를 앓고 있네.”
“또 뭐야?”
이관은, 산 보러 간 얘기를 의논조로 늘어놓았다.
“우리 차를 쓰게나.”
“자네 차라니 망가진 앰블런스밖에 더 있나.”
“그거 쓰란 말이야.”
그러자 이관은 좀 황당하게 보일 만큼 소리내어 웃었다.
“병원차 몰고 산소자리 보러 다닌다? 나야 갑지덕지할 판이지만 그럼 그동안 자네 어떡하나.”
“출퇴근이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겠고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벙 원엔 위급 환자란 거의 없으니까, 염려말고 부리게. 기름값만 대구 말이야.”
“위급한 환자가 없나?”
“허허허. 우리네 여자들 모두 끄떡없더라니까.”
“그런가.”
이관의 대꾸는 박인국의 쉽지 않은 호의에 보답하는 것으로는 좀 교만해 보였는데, 아뭏든 이런 다행스런 일로 해서 흰 바탕에 녹십자를 그린 고물차의 신세를 단단히 지게 됐던 것이다.
이장 준비를 의논하기 위해 이관은 일요일을 택해서 양평으로 향했다. 언제나 서울을 멀리 벗어난다는 것은 용건이 무엇이든간에 일단은 비상(飛翔)이란 낱말 이 꼭 들어맞는 그런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번에도 박인국 병원의 녹십자차를 빌어쓰게 된 것은, 나중 형해(形骸)도 찾을 수 없이 곰삭은 유해를 운반하는 일까지 포함하여 차라리 차를 빌어쓰지 않는다면 적이 섭섭해할 지경으로 자연스럽게 된 일이었다.
덕소에 가까와지자 오른켠으로 활짝 시계(視界)가 트이고 평소 이관의 상상 속의 한강에 댈 것 아닌 수량이 풍부하고 맑은 흐름이 맍은편 산그림자를 띄우고 있었다. 한강. 전쟁때 마포강변의 규칙 적으로 밀어닥치는 물결 속에 고무풍선처럼 팅팅 부어오른 황갈색 송장들이 이관의 눈앞에서 곧잘 흐느적거 리는 것이지만, 지금 덕소에서 팔당에 이르는 가파른 벼랑 밑을 굽이쳐흐르는 한강수는, 그놈의 강물이 저렇게 맑았던가 싶으면서도 고기를 낚는 쪽배 서너 척, 백양나무 사이로 멀어지는 백사장과 마을 풍경, 하늘에 뜬 몇겹 흰구름조차도 통틀어 뭣인가 생소하고 어색한 이질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완전히 닫혀지지 않는 방문의 틈바구니에 신경을 쓰듯이, 그런 어긋난 느낌 이, 차가 양수리의 철교를 통과하기 까지 끈적끈적 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러면서 그저께 밤 그녀와 교환한 대화의 한토막이 추근추근하게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돈이 생기게 됐는지 알고 있을 턱이 없는 그녀에게 모처럼만에 선산에 간다고 알리면서 병원의 앰블런스를 이용한다고 하니까,
“매장하러요?”
“뭘 말이야.”
“그때 그러시지 않았어요? 그걸 어떻게 처지하는지 알고 있느냐고?”
“아아.”
숨이 막히던 그 순간의 당혹이 상기도 가셔지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런 소리를 시킨 죄야 마땅히 이관의 차지가 돼야 할 것이었다. 잔잔한 물위에 자꾸만 돌팔매질을 한 죄를 말이다.
읍에서 시간 남짓 산지기의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방학 때도 아닌데 애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다. 서행하는 치를 앞질러 뛰는 놈, 겉으로 경주를 하는 놈, 꽁무니엔 한덩이가 되어 매달렸다. 어른들도 모여들어 구경판이 났다.
“김 아무개 댁을 찾아왔는대요.”
“아니, 그 집에 우환이 났는가요?”
“아니오. 서울서 성묘하러 왔소.”
그리고 있는데 산지기아들이 낱나서 이관 앞으로 마주서며 거의 땅에 손이 닿을 지경으로 절을 하는 것이었다.
“마침 가친께서 읍내 장보러 가셨옵지요. 먼저 저희집에서 쉬셨다가 올라가시도록 하시지요.”
“그럴까.
산지기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잠간 쉬었다가, 술병과 잔 그리고 돗자리를 한아름 안은 산지기아들을 앞세우며 성묘길에 나섰다. 운전사도 경의를 표해서 해롭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모호한 웃음을 띠며 따라왔다.
“저기 보십시오. 저게 부대 막사라구요, 아래켠으로 철조망을 치기 시작했읍니다요.”
“저 높은 산은 무슨 산이지?”
“용문산이 아닙니까.”
“참 그렇군. 이장을 하게 되면 일꾼깨나 동원해야 할 테지.”
“저희한테 맡겨두시 라니까요.”
부모님 산소 앞에 엎드리는 이관의 동작은 비록 도포자락과 갓바람은 아닐망정 이 만큼 큰 산소와 자손에게 어울리는 품격조차 풍겨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관은 잔금을 치르고 남은 것을 그녀에게 돌릴까 아니면 눈 딱감고 산지기에게 떼어줄까 하여 고민거리가 생겼구나 싶은 중이었다. 풀잎의 향기와 술냄새가 허기진 이관의 뱃속에 쓰리게 스며드는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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