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개들과의 산책(봉제산/ 鳳啼山)
이즈음, 가끔 개들을 데리고 집 가까이에 있는 봉제산에 산책을 다니곤 한다. 봉제산(鳳啼山)은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높이 105m의 나지막한 산으로 산등성이가 화곡동에서 등촌동까지 남북으로 길게 이어졌다. 봉제산은 높은 곳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래담을 보건대 봉황 봉(鳳)자를 쓴 것은 그렇다 치고 어째서 울 제(啼)자를 썼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봉제산은1760년대 해동지도 채색 필사본에는 능동산으로 표기되었으며, 제일 높은 봉우리를 매봉이라 부르는데서 매봉산이라고도 불렸다. 또한 예전에 이곳 산기슭에 있던 서낭당에서 해마다 이곳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고도 하여 주당산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산에 흰 돌이 많아 한때 백석산이라 불리다가 1967년 이후에는 화곡산이라고도 불렸으니 산치고는 이름이 꽤나 많은 편이다.
봉제산 능선 중간쯤에 백제시대 때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봉수대터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산기슭에는 법성사와 용문사 등 사찰이 있으며, 조선조에 이곳을 왕실의 왕릉 후보지로 정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곳에 무덤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여느 산과는 달리 산기슭에서 무덤 한 기도 볼 수 없었다. 산에는 오리나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봉제산에는 산등성이를 길게 이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산기슭에 봉제산근린공원이 있어 인근 주민들이 산책 삼아 자주 찾는 곳이다. 우리 집 개 ‘치즈와 ‘츠요’를 데리고 집에서 1.5km 떨어진 등촌중학교 뒤편에서 길을 잡아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색의 숲~무궁화공원~봉수대터~철쭉공원~산마루공원~국기봉을 거쳐 대일고등학교까지 갔다가 갔던 길을 되밟아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