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에서 찾은 ‘돌봄’의 의미
돌봄이 필요한 오늘6·25 전쟁 이후 희망이 없어보였던 이 땅에 교회는 물적 지원의 토대처럼 보였다. 서구사회의 NGO단체, 선교단체 등이 한국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보낸 구호물품과 선교비용 등이 교회를 통해 많이 나누어졌다. 그래서 당시 교회는 ‘존재 자체’로 사회적 돌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그 후 경제적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우리 사회는 ‘가난’과 ‘고통’을 새롭고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할 때를 맞이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못 먹는 것이 고통이었다면, 요즘은 차별, 소외, 배제, 우울증 등 새로운 고통의 원인들이 발생했다. 보릿고개를 지나온 세대는 요즘을 ‘좋은 시대’로 평가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구약성경학자 강성열 교수(사진·호남신학대학교)는 이러한 시대에 ‘돌봄’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특히 교회가 적극적인 돌봄으로 체제를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교회는 세상을 돌볼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개발시대에는 교회 건축을 하면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이제는 ‘기다리는’ 형식으로는 돌봄의 역할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교회가 바깥세상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약한 자들을 섬기고, 보살피고, 돌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강 교수는 공관복음서의 ‘변화산 사건’을 예로 든다. 어느 날 예수께서 제자 셋을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셨고 그곳에서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하시자 베드로는 “선생님, 여기에 초막을 짓고 선생님과 모세, 엘리야를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곧장 ‘마을’로 향하는데, 그곳은 사람들의 ‘고통’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산 아래로 내려가신 예수는 힘든 상황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돌보시고, 고치셨다. 이 대목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상에는 고통이 있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그곳으로 가서, 교회는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 십계명 다시 보기강 교수는 구약성경의 율법들이 대부분 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언급한다.“구약성경을 보면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규정들이 주어지는데, 이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내산 언약법의 핵심을 많은 학자들이 ‘약자보호법’으로 부릅니다. 특히 신명기에서는 ‘3대 약자’가 자주 언급이 되는데, ‘고아’, ‘과부’, ‘나그네’입니다. 이들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학대하지 말고 돌봐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율법뿐만 아니라 예언자들의 메시지에도 이런 정신은 상당히 많이 발견됩니다.”나아가 십계명에 나타난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이야기한다.“보통 십계명의 1-4계명은 하나님에 관한 법, 5-10계명은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법으로 나누어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돌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4계명 안식일법은 대표적인 약자보호법입니다. 아들, 딸, 남종, 여종, 가축, 그리고 ‘객’을 쉬게 하라고 하는데, ‘객’은 쉽게 말해 나그네입니다. 원어로는 ‘게르’이지요. 객도 엄연한 사람인데 배열 상 가축 뒤에 있습니다. 가축은 주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와 돌봄을 제공받지만, 당시에 나그네는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그 사람의 ‘안식’에 관심을 가지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부모 공경 계명도 추상적이어 보이지만,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성년이 된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 역시 ‘돌봄’으로 해석이 됩니다. 다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부정계명’인데, 단순히 죽이지 말라는 의미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라는 뜻, 약자들의 생명을 업신여기지 말고, 학대하지 말라는 의미가 감추어져 있지요.”“도둑질에 대한 계명은 어떻습니까? 남이 수고한 열매를 갈취하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의 신성함을 일깨워 주는 것인데, 땀 흘리고 있는 인간의 삶을 보호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땀 흘리지 않는 자가 땀 흘리는 자, 그러니까 힘들게 노동하는 사람의 열매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음에 관한 계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윗이 밧세바를 범했을 때, 선지자 나단은 그 사건이 양을 많이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의 것을 빼앗은 것에 비유했습니다.”부동산 투기, 코인, 주식 열풍이 불고 있는 오늘날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다. 강 교수는 “땀 흘리지 않고 재산이 불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노동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약자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면서 한자어 불한당(不汗黨)을 소개하는데,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바로 불한당이라는 것이다.강 교수는 거짓증언이나 탐심에 대해서도 “법, 도덕,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폭력과 권력, 돈이 지배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 탐심과 잘못된 재판이며,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 힘 있는 자들이 약자들의 것을 함부로 빼앗는다.”라고 설명한다.돌봄, 우상숭배를 멈추는 일앞서 1-4계명 역시 돌봄과 관련된 법이라는 이야기를 언급했다. 강 교수는 1-3계명의 핵심은 ‘우상숭배’와 관련된 것인데, 하나님을 잘 섬기고, 우상을 따르지 않는 삶이 4-10계명 준수로부터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즉, 약자를 보호하고 돌보는 실천적 삶을 통해서 1-3계명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반대로 생각해보면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 꺼져가는 생명을 방치하는 사회, 어려운 이웃을 돌보지 않는 교회와 성도들은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있으며, 우상숭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십계명은 기본적으로 힘 있는 사람, 부자들에게 주는 계명입니다. 집 안에 남녀종을 둘 수 있고 유하는 객을 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계명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입니다.”모세가 율법을 받을 때에도, 예수께서 이 땅에 계셨을 때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함을 깨닫는다.민대홍 기자
십계명 다시 보기에서, 강성열 교수는 구약성경의 율법들이 대부분 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언급한다. “구약성경을 보면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규정들이 주어지는데, 이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약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시내산 언약법의 핵심을 많은 학자들이 ‘약자보호법’으로 부릅니다. 특히 신명기에서는 ‘3대 약자’가 자주 언급이 되는데, ‘고아’, ‘과부’, ‘나그네’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학대하지 말고 돌봐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율법뿐만 아니라 예언자들의 메시지에도 이런 정신은 상당히 많이 발견됩니다.” 나아가 십계명에 나타난 돌봄의 의미를 새롭게 이야기한다.“보통 십계명의 1-4계명은 하나님에 관한 법, 5-10계명은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법으로 나누어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돌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4계명 안식일 법은 대표적인 약자보호법입니다. 아들, 딸, 남종, 여종, 가축, 그리고 ‘객’을 쉬게 하라고 하는데, ‘객’은 쉽게 말해 나그네입니다. 원어로는 ‘게르’이지요. 객도 엄연한 사람인데 배열상 가축 뒤에 있습니다. 가축은 주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와 돌봄을 제공받지만, 당시에 나그네는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 그 사람의 ‘안식’에 관심을 가지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부모 공경 계명도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성년이 된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 역시 ‘돌봄’으로 해석이 됩니다. 다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부정계명’인데, 단순히 죽이지 말라는 의미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라는 뜻, 약자들의 생명을 업신여기지 말고, 학대하지 말라는 의미가 감추어져 있지요.”“도둑질에 대한 계명은 어떻습니까? 남이 수고한 열매를 갈취하는 것입니다. 이는 노동의 신성함을 일깨워 주는 것인데, 땀 흘리고 있는 인간의 삶을 보호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땀 흘리지 않는 자가 땀 흘리는 자, 그러니까 힘들게 노동하는 사람의 열매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음에 관한 계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윗이 밧세바를 범했을 때, 선지자 나단은 그 사건이 양을 많이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의 것을 빼앗은 것에 비유했습니다.”부동산 투기, 코인, 주식 열풍이 불고 있는 오늘날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다. 강 교수는 “땀 흘리지 않고 재산이 불리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노동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약자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면서 한자어 불한당(不汗黨)을 소개하는데,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바로 불한당이라는 것이다.강 교수는 거짓증언이나 탐심에 대해서도 “법, 도덕,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폭력과 권력, 돈이 지배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 탐심과 잘못된 재판이며,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 힘 있는 자들이 약자들의 것을 함부로 빼앗는다.”라고 설명한다.돌봄, 우상숭배를 멈추는 일앞서 1-4계명 역시 돌봄과 관련된 법이라는 이야기를 언급했다. 강 교수는 1-3계명의 핵심은 ‘우상숭배’와 관련된 것인데, 하나님을 잘 섬기고, 우상을 따르지 않는 삶이 4-10계명 준수로부터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즉, 약자를 보호하고 돌보는 실천적 삶을 통해서 1-3계명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반대로 생각해보면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 꺼져가는 생명을 방치하는 사회, 어려운 이웃을 돌보지 않는 교회와 성도들은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있으며, 우상숭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십계명은 기본적으로 힘 있는 사람, 부자들에게 주는 계명입니다. 집 안에 남녀종을 둘 수 있고 유하는 객을 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계명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입니다.”모세가 율법을 받을 때에도, 예수께서 이 땅에 계셨을 때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강성열 교수/ 호남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