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소설가는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출생,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하였다.
이후 1970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중편집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조정래 전반기 문학은 『조정래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또한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은
1980년대 이후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주요 상으로는 <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성옥문화상> <동국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시문화예술상> <자랑스런 보성(普成)인상>을 수상했다.
작가 조정래의 필생의 업으로 알려진
대하소설 「한강」은
4.19와 5.16, 10월 유신과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6항쟁 등 격
동의 현대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독재의 군홧발과 민주화의 돌팔매가 맞서고,
급속한 경제 성장이 불공정 분배라는 그늘을 거느렸으며,
기득권 세력이 분단 구조를 온존시키려 획책하는 가운데
민중 차원의 통일 열기가 봇물처럼 솟구쳐 올랐던
1959년부터의 분단된 우리 민족 현대사를 장대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다수의 전형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분단의 고통에 신음하는 월북자의 아들 유일민,
출세 지향의 정치인 강기수,
가난을 등에 지고 입신양명을 쫓는 법조인 이규백과 김선오,
주먹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서동철,
몰락한 독립투사 집안의 허진 등이 그들이다.
이 소설의 1부인 격랑시대에서는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월북자의 아들 유일민,
조변석개하는 출세 지향의 정치인 강기수,
가난을 등에 지고 입신 양명을 꿈꾸는 젊은 법조인 이규백과 김선오,
주먹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서동철,
무너져가는 독립투사 집안의 참담한 전형을 보이는 허진,
그리고 집안 내력과 이념이라는 장애에 걸려 엇갈리는 사랑을 나누는 불행한 남녀들.
이들이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데타, 박정희-윤보선의 대결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헤쳐나가며 겪는 고난과 격정,
사랑과 야망이 치밀한 구성과 민중 중심의 역사 의식, 토속 방언의 구사 속에서 펼쳐진다.
2부인 유형시대에서는
경제성장 논리를 앞세운 박정희정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4.19세대의 변질'이라는 친구들의 충고와 야유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야심찬 인물로 변신한 박영자의 오빠 박준서는
아버지 박부길 사장의 경영수업을 받으며,
형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제대한 일민과의 사랑을 남몰래 키워가던 채옥은
연애사실이 발각되면서 부모로부터 헤어질 것을 강요당한다.
채옥의 아버지인 임상천 사장이 고용한 패거리들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유일민은
다시금 현실의 큰 벽을 느끼며, 채옥의 마음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던 나약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선배인 배상집과 함께 노동인력 수출의 일환으로 행해지던
독일행 광부의 길로 마음을 정한 유일민.
그러나 그것마저도 연좌제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유일민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한편 안경자의 아버지로부터 딸과의 결혼을 제의받은 김선오는
오래 사귀어온 연인 박영자에게서 등돌리고 안경자를 선택하게 된다.
곧 그의 배신 행위가 드러나 결혼은 무산되지만,
그는 안경자에게 보복이라도 하듯 재력가 집안의 여의사와 결혼을 한다.
강숙자는 강기수 의원의 탐탁잖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남천장학사 출신의 홍석주와 결혼한다.
이후 강기수 의원은 딸 숙자와 사위 홍석주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공약으로 독일행 티켓을 내걸어
엄청난 득표 차로 득의만만하게 국회의원에 거듭 당선된다.
그러나 야당정치를 하는 한인곤 의원의 아버지 한무규는
아들이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나선 것으로 꼬투리가 잡혀
탈세혐의로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사업상의 난관에 부딪힌다.
미군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피납되자
국방부에서는 비상태세령을 발동시킨다.
그 덕에 카투사인 최주한과 군법무관에 소속된 이상재를 비롯한 현역 군인들의 복무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다.
그러던 중 통일혁명단 간첩사건에 연루된 이상재는
연인으로 발전한 허진의 동생 허미경을 고국에 남겨둔 채
충격 속에서 월남의 전쟁터로 몸을 피하게 된다.
그 후 월남에서 제대한 이상재는
임신한 채 박부길 사장의 첩이 되어 있는 허미경의 모습에 망연자실한다.
한편 유일민은 형벌과 같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에게 모질게 각인시키며
임채옥을 떠나보낸다.
학교 선배인 손진권 사장이 창업한 대진기업에서
삶을 일으킬 작은 희망을 키워가던 일민은 언제나 따라붙는 신원조회라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때 부모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채옥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가 유일민의 앞으로 도착하고,
채옥의 임신과 유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민은
그녀가 생명처럼 모아온 거금의 송금환을 받고,
서동철의 제안에 따라 작은 술 도매상을 시작하게 된다.
제6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한 박정희는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미군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으로 조성된
반공정세를 이용하여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이후 '군대식 날림'이 원인인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박정희정권은 점점 민심을 잃기 시작한다. 박숙자의 남편 원병균 기자는 군인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군 출신들이 국가와 사회의 거의 모든 조직을 장악한 현실과, 전시행정을 노리는 박정희정권의 적당주의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경제발전의 물결을 타고 번창일로에 있는 일류회사에 입사한 허진,
고등고시를 포기하고 햇병아리 기자가 된 이상재,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최주한.
그러나 유일표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재건대에서 생활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사회진출이 막힌 채 일찌감치 꿈을 접어버린 청춘의 좌절과 체념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오른손을 다친 나복남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와 아무런 보상이 없는 무자비함에 분노한다.
복수의 기회만을 엿보던 중 그는 여동생 나윤자로부터
'노동자의 예수' 전태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내 목숨을 헛되이 말라'는 말을 남기며 분신자살한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
나복남은 자신과 같은 일개 노동자의 삶과 생각이 그토록 다를 수 있다는 데에
크나큰 충격을 받게 된다.
제7대 대통령선거가 시작되고,
전라도 민심은 박정희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더구나 김대중 후보가
'박 정권이 영구집권을 위한 총통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터뜨리면서
그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개표 결과 경상도와 전라도의 표가 두 후보를 따라 칼로 무치듯이 갈라진 것이다.
그리고 잇따라 서울대생들이 부정선거 규탄데모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서울대 교수이자 문학 평론가인 권영민씨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강(漢江)』은 작가 조정래가 이루어낸 세 번째의 대작이다.
이 소설은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앞세운 조정래 문학의 거대한 산맥과 이어지며
그 절정에 해당한다.
『태백산맥』이
우리 민족의 이념적 갈등과 분열과 대립을 그려냈다면,
『한강』은
우리 민족의 현실과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리랑』이
민족사의 고통과 그 극복을 그려냈다면,
『한강』은
민족적 삶의 진정한 모습을 전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욕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대하소설 『한강』은 민족의 삶의 현실을 떠나서는
그 소설적 주제와 인물의 형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작가 조정래는 이제 『태백산맥』의 이념과 『아리랑』의 역사를 넘어서서
『한강』을 통해 민족적 현실의 한복판에 들어서 있다.
우리는 이 거장의 언어 속에서 민족의 현실이 어떠한 소설적 구도를 통해
총체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된다.
『한강』은
도도한 흐름 속에서 민족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비춰준다.
그리고 통일 시대를 향한 민족의 비전을 그 폭과 깊이만큼 무게 있게 제시한다.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진정한 문학정신을
이같이 감격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사이버 문학광장 자료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