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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1979년에서 1997년에 이르는 보수당 정부(The Conservative Government)의 집권기간은 혁신적인 민영화와 규제완화의 시기로 특징 지워질 수 있다. 1979년 정권을 잡은 대처(Mrs Thatcher)의 보수당 정부는 자유시장만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신념아래 경쟁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고 자유시장을 육성하는데 주력하였다. 영국 경제 전반에 걸쳐 과거 공공부문의 일부였던 산업 및 서비스들이 민간부문에 매각되었다. 이들 공기업들은 이전의 공기업 종사자들에 의해 매입(Management Buy Out)되거나 주식시장을 통해 사회전반(the public at large)에 의해 매입되는 동시에 일부 공공서비스는 민간부문에 용역으로 발주되었고 나머지는 보다 상업적 체제로 전환되었다.
1979년 입법된 장거리 노선버스 규제완화법안을 필두로 하는 이러한 일련의 규제완화조치는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와 동시에 1980년대 초 공영주택(Council Houses) 및 중소 국영기업의 매각으로 시작된 민영화는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 적자를 해소하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특히 1980년대 말 이루어진 British Telecom의 매각은 영국 정부에 370억 파운드라는 막대한 세외 수입을 제공하여 민영화의 충분한 동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따른 막대한 수입금은 급속하게 증대하는 사회보장지출 압력에 정부가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대처할 수 있는 대체수입원으로 활용되었다.
교통부문의 경우 영국정부는 1982-1984년 기간 중 이루어진 National Freight, British Rail Hotels and Sea Link 및 British Ports and Jaguar의 매각으로 500만 파운드를, 그리고 1987-1988년 기간 중 이루어진 British Airways, Rolls Royce Aero Engines, British Airports 및 National Bus Company의 민영화로 40억 파운드를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1979년에서 1997년 기간 중 보수당 정부의 교통 정책 기조는 공공부문의 통제 및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힘을 이용하여 요금, 비용, 사용료 및 정부 보조금의 인하를 도모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을 활용하여 교통투자의 양과 질을 향상시켜 교통서비스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즉 기업체의 동기 유발은 경쟁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러한 동기 유발은 효율적인 자원의 배분과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논리가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의 기본 개념이었다. 동시에 사회보장부문에서의 만성적인 정부 재정 적자를 공기업 매각 수익으로 해소하는 한편 공기업 노조 문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고려되었다. 따라서 영국 국철의 민영화 또한 이러한 의도 하에서 추진된 가스, 통신, 전기, 철강, 항공 등 일련의 독점 국영사업의 자유화-분할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영국 국철 민영화의 근본적 동기는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이 직면하였던 철도회사의 재정 문제 등 철도자체의 문제 해결보다는 일련의 공기업 민영화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2년의 백서에는 철도 민영화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철도 이용 수요의 증대
-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
- 철도 운영 수입의 증대
실제로 영국에서 철도는 민영화되어야 할 마지막 국영독점사업이었으며, 철도민영화가 타 부문에 비해 가장 늦어지게 된 사유는 수익성이 없는 일부 여객서비스를 정부보조형식으로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철도 민영화의 추진 과정
1988년 마가렛 대처의 보수당 정부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다음의 5개 민영화 대안과 동시에 여섯 번째 대안으로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다수의 야당 의원들이 지지하던 국영체제의 현상 유지대안을 함께 제시하였다.
① 일괄민영화 대안
② 지역별 분할 민영화안
③ 사업별 분할 민영화안
④ 기반시설과 운영의 분할 민영화안
⑤ 여객서비스의 프랜차이즈안
⑥ 현상 유지안
당시 영국 정부는 최적안의 즉각적인 합의에 실패하였으나 죤 메이져(John Major)의 보수당정부가 1992년도 대선 공약으로 철도민영화를 제시함에 따라 철도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었다. 당시 철도 민영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교통부장관 죤 맥그리거(John McGregor)는 “일개 조직으로서의 영국 국철은 전통적인 국영기업의 고전적 단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즉 독점이라는 요새에 둘러싸여 있어 여객이건 화물이건간에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진정한 경쟁도 없으며 다양성과 혁신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라고 영국 국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1992년 7월 의회의 하계 휴원을 이틀 앞두고 ‘④ 기반시설과 운영의 분할 민영화안’과 ‘⑤ 여객서비스의 프랜차이즈안’을 조합한 방식의 철도 민영화 안이 백서(White Paper), “철도의 새로운 기회(New Opportunities for the Railways)",를 통하여 공표 되었다. 철도 민영화 법안은 다음 회기 중 통과 될 예정이었으며 첫 번째 프랜차이즈는 1994년에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백서 이전 단계인 녹서(Green Paper)의 발표라든지, 또는 공식적인 자문과정도 없었다는 점과 선택된 민영화방안 이외의 여타 대안들이 여하한 이유로 배제되었는지에 대한 하등의 설명도 없었다. 따라서 하원의 교통분과 위원회(The Commons Transport Select Committee)는 정부가 검토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 및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하였으나 이에도 불구하고 1993년 1월에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철도법(Railway Act)은 정부의 계획대로 통과되었다.
이후 철도의 구조개혁 과정은 Railtrack의 매각을 필두로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예상보다 훨씬 스무드하고 즉각적으로 추진되어 철도법이 발효되기 시작한 1994년 4월 1일부터 영국국철(BR)의 조직개편이 실시되어 약 100여 개의 단위사업별로 분할되었다. 1995년 1월부터는 이들 단위사업들을 독립된 자회사로 전환한 후 3월부터 민간에 매각을 시작하였다. 한편, 철도민영화를 통해 영국 국철(BR)을 선로, 차량, 운영, 신호 등 100개 이상의 회사로 분할 민영화한 배경에는 국영가스회사 등 앞서 시행된 민영화경험을 통해 서비스 제공부문과 하부구조 소유부문을 일괄 민영화할 경우 경쟁여건의 조성이 용이하지 않으며, 따라서 하부구조와 운영의 분리가 경제적 효율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철도 구조개혁의 주요 내용
민영화에 따라 영국 국철은 선로 등 철도기반시설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Railtrack( 1994년 4월 1일부로 정부소유 주식회사로 신설)과 유로스타를 운행하는 EPS사 및 지역별로 분할된 25개 여객 철도운영회사(Train Operating Company: TOC) 로 나누어졌다. 면허를 부여받은 여객 철도운영회사(TOC)들은 열차 차량 임대회사(Rolling Stock Companies, ROSCO)와 임대 계약에 의해 차량을 운영한다. 필요시 여객운영회사가 자체적으로 직접 차량 제작사에 의뢰 열차 차량을 구매할 수 도 있으나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면허기간을 고려할 때 차량의 직접제작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었다.
화물의 경우 기존 영국국철의 벌크 화물을 취급하는 Train Load Freight 사업부를 3개 지역별 회사로 분할 민간에 매각하였는데 3개 회사 모두 미국계 회사인 Wisconsin사에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철도화물회사들은 여객회사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기관차 및 화차 등 차량을 보유 운영하는데 자유로운 선로 진입 원칙에 따라 발전회사인 National Power와 핵 발전 산업 부문의 Direct Rail Services 등은 자체 차량과 직원으로 자체 화물을 운송토록 하였다.
이러한 구조개혁 과정에서 영국정부는 민간부문 운영회사에 의한 서비스 단축 및 삭감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철도 조정관(Rail Regulator) 및 영업면허감독관(Office of Passenger Rail Franchising : OPRAF)등 2개의 공공기구를 신설하였다. 철도 조정관은 민영화된 신 철도 체계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로 승객, 여객 및 화물회사, 기타 관련자 등 철도시스템의 모든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정부의 통제 밖에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다음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 철도노선의 이용과 개발의 촉진
-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 경쟁 조성 및 통행요금 체계의 보장
- Railtrcack과 여객 및 화물운영회사간에 맺은 선로사용료에 대한 허가업무
- 모든 면허요청에 대한 검토
- 철도노선의 운행중지
- 모든 종류의 요금이나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 이용자와 운영자간의 문제 조정
영업면허감독관(Office of Passenger Rail Franchising : OPRAF)의 주임무는 영업면허(franschise)의 경쟁 입찰에 의한 계약을 통해 보다 향상된 여객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적정 서비스 수준 및 최소한의 운행 능력 등을 결정하며, 또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서비스의 경우 적자노선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도 협의 결정해야 한다. 그밖에도 새로운 운영자가 주어진 운영 시방 서에 따라 맡은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감독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철도 민영화의 성과
철도구조개혁이 이루어진지 채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민영화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당초 철도 구조개혁이 지향하였던 경쟁여건의 조성, 운영의 효율성 및 경제성의 증진 그리고 보조금 삭감을 통한 정부재정지원의 감소 등 구조개혁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보는 시각에 따라 이론이 분분하다.
1998년 발표된 백서(A New Deal for Transport ; Better for Everyone)는 철도하부구조 제공의 독점적 공급에 대한 부적절한 규제장치와 이용자의 선택 및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통합교통망(Integrated Transport Network)을 고려하지 않은 수익노선으로의 서비스 집중 현상 등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제기하였다.
- 공공의 이익에 대한 적절한 보장방안이 없는 철도운영의 진입규제 철폐 및 경쟁체제의 도입은 발권(Ticketing)이나 운행시간표 작성(Timetabling)같은 부문에서 네트워크 편익(Network Benefit)을 잃게 함
- 수익 노선에의 경쟁적인 집중으로 인한 지방부 비수익 노선의 서비스 악화 초래
- 공익에 대한 배려는 전무한 채 철도 민영화 이후에도 막대한 금액의 정부보조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됨
- 운행 회수 축소 및 정시성 악화문제 : 1988년 3월말 기준 절반이 넘는 철도운영회사(TOCs)가 정시성 악화를 기록
- 소비자 불만의 급증 :1998년도 1/4분기 철도이용자 불만신고 건수는 전년도 동기 대비 200%, 1997/8년 기간중 총 신고 건수는 거의 백만 건에 달함
명확하고 합리적인 철도 요금체계 부재 : 몇몇 주요 구간의 요금은 영업면허감독관(OPRAF)에 의해 도매 물가 지수 마이너스 1% 수준으로, 즉 실질 가격대비 인하 되도록 규제되었으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값싼 요금들, 즉 당일 편도 및 왕복권등의 가격은 전적으로 개별 사업자에게 가격 결정이 위임되어 전반적인 요금 인상효과를 초래 함, 동시에 유사 서비스에 대해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들을 부가하고, 일례로 예약 시 예약료 부과, 잦은 요금 변동등의 부작용 발생
- 철도 조정관(Rail Regulator)과 영업면허감독관(OPRAF)간의 업무 분장 및 책임 한계가 불면확 또는 중복되는 문제
- 통합 교통체계의 달성을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익을 보장할 수 있는 장기적 정책의 부재
같은 해 9월 영국 정부는 ‘전략 철도 기구(SRA) 및 철도 규제 제안 보고서’를 의회의 ‘환경, 교통 및 지역정책 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철도 민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백서가 지적한 내용과 유사한 문제점들을 거론하였다.
- 민영화 이후 여객수송 서비스 질의 저하
- 정부보조금의 증가
- 소비자의 불만 증가
- 정시성 악화 및 서비스 수준 저하
- 통합적 정보 및 네트워크 편익 감소
- 철도 하부구조 투자 미진
- 화물 수송체계 개선 노력 전무
영국 정부는 철도민영화 이후 드러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동시에 21세기 영국 교통정책의 목표인 '지속 가능한 통합교통정책(sustainable integrated transport policy)'의 일환으로 ‘전략 철도 기구(Strategic Rail Authority)’의 설립을 추진하고 2000년 2월 ‘교통법 2000(Transport Act 2000)’이 통과되면서 ‘전략 철도 기구(SRA)’가 공식적으로 설립되어 운영을 개시하였다.
‘전략 철도 기구(SRA)’는 철도 조정관(Rail Regulator) 및 영업면허감독관(OPRAF)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여 철도 여객, 화물 및 하부구조의 3개 부문에 대해 책임을 진다. ‘전략 철도 기구(SRA)’의 주 역할은 '철도 네트워크의 개발 및 통합(Development and Integration)'으로 영국 철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소비자 보호, 화물수송 보조금지급 및 병목구간의 정비와 네트워크 용량 증대를 취한 투자계획을 추진한다. 동시에 기존에 OPRAF이 담당하였던 여객 철도 프랜차이징업무도 ‘전략 철도 기구(SRA)’가 담당하도록 하였다. 여객철도의 겨우 올 10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Island Line Ltd사를 필두로 거의 대부분의 여객 철도 운영회사들이 향후 2004년도에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전략 철도 기구(SRA)’는 현재 이들 영업기간 만료 철도운영회사(TOCs)들의 대체 계약을 추진중인데 과거 첫 번째 프랜차이징때와는 달리 최장 20년간의 영업기간을 허용해 줌으로써 철도운영회사(TOCs)들에게 하부구조 투자에 대한 동기부여를 도모하고자 한다. 동시에 ‘전략 철도 기구(SRA)’는 향후 10년간 철도 부문 투자에 필요한 600억 파운드에 달하는 투자자본의 민자유치에도 노력하고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 시장 경제의 도입을 통한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기업체의 동기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민영화의 논리가 철도 산업에 실제로 적용된 영국의 사례를 검토해 보았다. 많은 분야에서 당초 예상하였던 민영화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들이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민영화와 함께 적절한 통제 장치 또는 기구의 설립 운영과 이를 통한 서비스 수준 저하 방지 및 공익성의 보장이 중요함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동시에 당초 기대하였던 민영화된 기업의 효율성 증대는 인력 삭감등 단기적 방안이 아닌 철도의 기술 혁신, 하부구조의 지속적 투자 개선, 네트워크 차원의 통합 서비스 제공 및 정시성 확보 등 서비스 개선 과 원가 절감 노력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운영혁신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윤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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