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득 흐린 토요일, 딸내미는 진작에 동창이 밝았는지도 모르고 여태 꿈나라를 헤매고 있습니다. 그런 딸을 두고 마누라와 둘이 집을 나섰습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구기동 한우향기나 양평동 또순이네를 갈까하다 토요일 점심이기에 갈 수 있는 음식점과 메뉴를 궁리하여 장호왕곱창의 '짤라+김치찌개'로 정했습니다. 대개는 일요일에 찾아뵙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에 일요일에 쉬는 음식점들과 점심한정 메뉴는 아예 선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장호왕곱창의 짤라가 딱 그런 메뉴입니다.
짤라(점심한정메뉴)/장호왕곱창 서소문 본점
서소문 본점보다 주차하기도 편하고, 식사를 마친 후에 같은 빌딩에 있는 청진옥에서 해장국도 포장을 해 올 요량으로 장호왕곱창 종로점으로 갔는데 문을 안 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해장국만 두 봉다리 포장을 하고는 바로 서소문 본점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본점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로 붐볐습니다만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을 했습니다. 게다가 가게 옆 마당(골목)에 안전하게 주차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치찌개 3인분+라면사리 1개/장호왕곱창 서소문 본점
입장한 인원수대로 김치찌개를 주문해야 하는 것은 장호왕곱창의 오래 된 불문율입니다. 셋이 가서 찌개 2인분에 공기밥 추가는 씨도 안 먹힐 뿐더러 갑판장도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다보니 그 고충을 십분 이해를 합니다.
점심 때 장호왕곱창을 찾은 손님들이라면 대개 김치찌개와 더불어 짤라도 주문을 합니다. 짤라는 소의 내장을 푹 삶아낸 수육을 이 집에서 고유하게 부르는 메뉴명입니다. 아마도 푹 삶은 내장을 가위로 숭덩숭덩 짤라냈다고 그리 부르는 것 같습니다. 요게 또 요물이라 소주를 부릅니다. 작은 그릇에 소복히 담아주고 8천원(2014년 3월 기준)을 받으니 손님의 입장에선 맛난 안주를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식당의 입장에선 객단가를 높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손님 좋고 쥔장도 좋은 효자메뉴입니다. 만일 짤라가 없었다거나 (소)내장수육이란 흔한 메뉴명으로 불리웠다면 과연 오늘날의 장호왕곱창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짤라에 김치찌개까지 한 냄비 먹고나면 식당을 나서며 볼록해진 배를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끼 잘먹었으니 소화도 시키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부부, 모자, 고부간의 정담도 나눌 겸 해서 성곡미술관 맞은편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인 커피스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곳은 경희궁터 위로 지어진 건물인데 1층 화장실로 가는 복도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혹은 아크릴판)로 되어 있어 발밑으로 경희궁터 발굴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 마다 허공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함에 발바닥이 찌르르르합니다. 요 재미난 복도가 커피스트가 유명세를 떨치는데 한 몫 단단히 했습니다.
삼각관계
"난 카푸치노를 마실련다"
예상치 못 했던 어머님의 주문에 아들과 며느리는 동시에 웃음꽃을 터트렸습니다. 둘째아들내외와의 잦은 카페출입에 이젠 어머니도 한결 자연스럽게 한 모금의 여유를 누리시는 것 같아서 터진 기쁨의 웃음꽃입니다. 카푸치노 말고도 카페오레나 캬라멜마키야또 따위의 달다구리한 메뉴 쯤은 이미 통달을 하셨습니다.
카푸치노/커프스트
비오는 날엔 카푸치노를 마실 줄 아는 할마이..
'엄마, 멋져부러요.'
<甲판장.
& 덧붙이는 말씀 : 포장해 온 청진옥 해장국은 카푸치노할마이와 갑판장이 사이좋게 한 봉다리씩 나눴다는 소문입니다.
첫댓글 꽃보다할마이 군요.
짱짱맘 이십니다.
둘째아들 덕일까
이시간 회사에서 일하는 놈도 있다는...ㅠ.ㅜ
이 시간에도 놀고 먹는 분도 계시다는..
점심메뉴 결정! 양평해장국에서 내장탕으로...고고
난 짬뽕이 아니라 삼겹살, 가게에서..
아직 짤라를 파는구먼~
바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