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영주] 지난해까지 미분양 때문에 고전하던 업체들이 오랜만에 불어온 순풍에 서둘러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서울 강북 재개발이나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하반기 눈여겨볼 주요 분양시장과 시장 변수에 대해 살펴봤다.
◆입지 좋고 분양가 싸야 인기=올 하반기 분양시장은 상반기에 못지않은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곳에서 분양 물량이 추가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분양단지가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입지가 좋은 유망 지역이나 분양가가 확실히 싼 곳에만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말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싼 단지가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송도는 주변 시세(3.3㎡당 1300만~1400만원)보다 싼 3.3㎡당 1200만원, 청라는 3.3㎡당 1000만~1100만원 선에 분양됐다.
게다가 공공택지 내 전매제한 기간도 기존 5~7년에서 1~5년으로 줄어들었고 서울 재개발 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은 계약 후 바로 전매 할 수 있어 투자환경도 좋아졌다. 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지 않아도 돼서다.
서울·수도권에선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주요 지역에서 재개발 물량을 선보이는 만큼 민간택지 물량도 인기몰이를 할 것 같다. 지난 5월 삼성물산이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선보인 신당래미안 2차의 평균 경쟁률은 9.6대1에 이르러 청약가점 평균이 58~68점이었고 커트라인은 50점이 넘어야 했다. 하반기에도 인기지역 중소형 청약 가점 커트라인은 50점 이상, 중대형은 40점 이상 돼야 내 집 장만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분양하는 아파트의 계약자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미분양 및 신규 주택 취득에 대해 5년간 양도세가 감면(과밀억제권역 60%, 비과밀억제권역 100%)된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청약시장에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유망 입지, 가격 등 경쟁력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철저히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청약열기에 휩쓸려 그간 가입해온 청약통장을 계획 없이 쓰기보다 투자가치, 실거주 여부 등을 고려해 청약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은 재개발, 수도권은 택지지구 관심=신규 주택 구입 여건이 좋아져 하반기 분양 예정 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지역에서 분양이 봇물을 이룬다. 강동구에선 현대산업개발이 고덕주공1단지를 재건축해 1142가구(일반분양 106가구)를 선보인다. 동작구에선 래미안·센트레빌 등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재개발 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주상복합 공급도 눈에 띈다. 동부건설은 용산에서 국제빌딩3구역과 동자4구역에서 중대형 평형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보인다.
수도권에서는 김포한강신도시를 시작으로 수원 광교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등에서 분양이 줄을 잇는다. 한강신도시는 이달 우미건설이 첫 분양테이프를 끊었다. 3.3㎡당 1041만원대다. KCC건설·성우종합건설·화성산업 등은 하반기 중 분양에 나선다. 성남 판교신도시에선 연립주택이 나와 고급 주택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다.
올 상반기 분양시장의 핵이었던 청라지구에서도 6개 단지에서 3만697가구가 쏟아진다. 분양가는 앞서 분양된 단지와 비슷한 3.3㎡당 1000만원 안팎이 될 것 같다.
◆지방에선 브랜드·대단지 분양=지방에서도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이어진다. 롯데건설은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서 화명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5239가구 중 1581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부산지하철2호선 수정역이 가까운 역세권 단지다. 충남 천안 청당동에선 롯데캐슬 1012가구가 선보인다. 고속철도(KTX) 천안아산역이 차량으로 10분 거리다. 북쪽에 행정타운인 청수지구가 있어 앞으로 생활편의시설이 확충된다. 부산에선 벽산건설이 장전1-2구역을 재개발해 벽산블루밍 아파트 1669가구 중 109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