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생각을 누르고 있어요
Q: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입니다. 제가 오늘 아빠를 죽이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해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우선 저희 아빠는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하지만 발화점이 낮아서 저희가 항상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빠 제외 여자 셋인 가정에서, 한번 크게 터지면 저희의 목숨이 위협받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집안환경에서 저는 되려 아빠와 닮은 모습으로 성장한 듯 싶습니다. 기계를 가위로 마구 내려찍거나 핸드폰을 벽에 쿵쿵 내리쳐 깨뜨리기도 하고... 과격한 내용의 글을 비공개 SNS계정에 적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엄마와 조금 티격태격하다가 중간에 아빠가 갑자기 화를 내셔서, 저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강경하게 나가보았습니다. "이건 아빠가 화낼 일이 아니잖아요" 라고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는 제가 버릇없다며 얼굴이 시뻘개져서 저에게 공격적인 말과 욕설을 마구 퍼부으며 소리를 질렀고 저는 제 방으로 도망쳐 비공개 SNS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배를 칼로 헤집을거다, 집에 불을 내겠다, 장기를 파내서 한입 베어물거다, 나는 미친년인거같고 정신병원 가봐야될것같다 나는 잠재적 범죄자인데 기술 발달이 아직 덜 돼서 아무도 내가 미친년인지 모르는 병신들, 그리고 구체적인 살인계획같은 것을 기분 가는 대로 늘어놓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욕들을 어렸을때부터 서슴없이 생각했기때문에, 나쁜 말을 할 때에 대한 죄책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무뎌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진짜로 죽일 것 마냥, 아빠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경찰은 이 SNS를 발견하면 꼭 뉴스에 퍼뜨리라는 혼잣말들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결사코 실제로 실행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 말들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이었고 '기분'을 '글'로 바꿔 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였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를 죽이는 행동은 비정상적이고 패륜을 저지르는 일이니까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실행할 용기도 당연히 없었고요.
오늘 일로 저는 어떠한 선을 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간 SNS에 글을 쓰면서도 내가 이렇게 험한 말을,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게 된 시점에서 나는 정말 많이 망가졌구나, 하고 자책했는데, 오늘 그런 행동을 함으로서 이 이상 한발자국 더 내딛으면 정말로 범죄자가 될 것만 같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가로막고 있던 아주 큰 이성의 벽이 약간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희 집은 아빠가 가끔 난리를 치는 것 빼면 그냥 적당히 화목합니다. 저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도 많을 텐데 제가 그에 비해 어린 생각에 철없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괴롭습니다. 만약 이것이 아빠와 같은 분노조절장애 증상이라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고치고 싶습니다.
A: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입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군요.상세하게 써주신 내용 잘 읽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러한 파괴적인 환상이 있다는 것을 지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큰 죄책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곤 하는데요. 지금 학생이 아주 잘 정리해주신 것처럼 우리의 마음 속 환상과 실제 행위가 꼭 일치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도 침범적이고 파괴적인 아버지를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은 학생의 환상일 뿐, 실제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로부터 여러 좋지 않은 경험을 했을 것 같고 이러한 경험들이 잘 해소되고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내면에 환상을 형성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이러한 환상은 학생이 자신과 아버지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서 형성한 타협점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마음은 얼마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을지 제가 다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버지를 정말 죽일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나봅니다. 지금까지 환상으로만 존재했을 뿐 실제 어떠한 행위를 한 적 없었는데 오늘 아버지와 충돌했던 것이 크나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나 짐작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큰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하게 되면 우지학생이 이야기한 이성의 벽이, 즉 자아의 힘이 크게 떨어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충동적으로 어떤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지요. 하지만 학생은 오늘도 위험한 행동을 즉시 잘 멈추었습니다. 이성의 벽이 약간 흔들리는 경험을 했지만 여전히 그 벽은 건재합니다. 지금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별안간 그렇게 화내고 욕하고 침범해 들어오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나를 죽이고 환상을 형성하며 지금까지 버텨왔을 거예요. 하지만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크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게 용이했을지 모르지만 성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에는 내적 거부감이 더 커지고 학생의 내적 갈등도 심할 거예요. 사람의 본능은 그 누르는 힘의 세기만큼 튀어나오려는 힘의 세기도 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을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나오려는 힘도 세어지고 오늘처럼 뜻밖의 일로 곤란함을 겪을 때가 있을 거예요. 혹 어머님과 상의가 가능하다면 어머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내면의 분노와 불안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그 혼란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환상일 뿐 행동화되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크게 위태로움을 느끼는 상태여서 심리치료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로 판단됩니다. 고등학생이면 학업에도 열중해야 할 시기일텐데 마음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은 학교생활이나 다른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꼭 심리치료를 통해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분노로 가득찬 자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있을까요?
1. 차분하게 대처해 주세요.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합니다. 자녀와의 열린 대화를 하며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자녀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할 때 이러한 감정을 이해해 주시고 수용해 주세요. 이러한 과정 속에 자녀의 분노는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2. 대안적이 표현 수단을 함께 생각해 주세요
자신의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자녀의 기질에 맞는 미술, 음악, 운동....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부정적인 흥분과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자녀는 지금까지 겪어왔던 경험들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혀 왜곡된 생각을 할 수 있어요. 다른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다른 면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4. 전문가와 상담합니다.
부모님도 어린 시절이 있었어요.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힘들 일을 겪게 됩니다. 삶이 마음처럼되질 않아요. 또한 부모님도 자녀를 키우며 힘들 점들이 많습니다. 전문가와 상담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나의 갈등과 아픔들을 풀어갈 수 있어요. 또한 자녀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에게 상담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가족 행복학 개론 "부모의 '대화습관'이 자녀의 인격을 형성한다“
[상담 후기] >> 개별 및 공감능력과 도덕성이 떨어진 중등여자의 집단상담 후기
[온라인 상담하러 가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박인구외, 청소년이 지각한 아동기의 정서적 외상과 공격성의 관계: 분노와 공감의 매개효과
Relationship Between Childhood Emotional Trauma and Adolescent Aggression: Mediating Effect of Anger and Empathy, 청소년학연구 / Korean Journal of Youth Studies. Feb 28, 2014 21(2):375
장현석,부모의 학대가 청소년 학교폭력(왕따) 피해에 미치는 영향: 종단자료를 이용한 피해·가해 중첩 맥락의 이해 The influence of parental abuse on the school bullying-victimization: Understanding the process of school bully-victimization and bully-assault using longitudinal data,한국범죄심리연구, 13(1), 32, pp.227-254 Mar, 2017
*사진첨부: pixabay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김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