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3일, 예비군 훈련보다 빡셌지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길고도 짧았던 시간 여행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유풍님, 바다님, 쉼표님!!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했고
김코치님, 벳호븐님, 산타코치님, 점프님, 미키님, 성장님, 상상님, 가람님, 지유님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금 길지만 내용은 재밌을 거예요^^
일은 잘(?)하지만 감수성이 부족한 "나"에게
회사 대표이사님께서 감수성 훈련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교육을 추천해 주셨다.
"나 잘하고 있는데?"라는 마음이었지만 "감수성이 부족한 나"임을 알기에 교육훈련에 참가하기로 했다.
==3줄 요약==
- 뭐 이따위 교육훈련이 다 있어? 환불해 주세요!
- 의심이 확신으로...
- 갓난아기가 되어 울었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22.02.17(목) Day 1/3
평소 10:00AM 출근 시간임에도 09시 까지 신설동까지(일산에서) 가는 것은 정말 큰 스트레스 였다.
코로나 10만 시대에 다행(?)히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었다.(그러나 이게 더 힘들었다는...)
ZOOM에 접속해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47기 동기분들이 계셨고 그 중 한 명이 "나"였다.
"감정을 알아차리란다"
그리고 서로 꼬리물기 대화를 한다.
뻔한 감정을 읽어보려고 애써본다. 사회생활 20여년 하면서 감정을 읽어본 적이 없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속으로 이게 뭔 뻘짓인가 싶다.
코치라는 세 분이 가르쳐 주는게 없다. 교육 커리큘럼도 없다. 힘들다.
'왜 대표님은 거금을 들여서 나를 여기 보냈지? 라는 원망이 느껴진다'
소그룹 미팅 때, 여러번 참여하신 산타코치님과 성장님께서 "원래 그런거예요" "참 불친절하죠?" "이게 최선이래요"
참가 동기님들 말씀마다 집중하니 눈이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케이스 마다 동기님들이 강사님들께 혼(?)난다.
6시간이 지났다 ("이걸 앞으로 16시간 더 한다고?")
수많은 교육을 받아봤지만 처음이다. 이런 오픈 수업은... 강사도, 수강생도 따로 없는 듯 하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손을 들었다. "저는 감수성훈련이 독심술 연구인지, 듣기평가 시간인지,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앵무새 소리만 반복되는 것이 도저히 이해 되지 않고 세션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불평했다.
바로 이 때,
- 감정을 알아주는 것은 "나"를 알아주는 것입니다.
-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면 상대 존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라는 강사님의 팁을 들었다.
첫 번째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나는 "나"도 아닌 "너"도 아닌 그냥 fact만을 소통했다. 43년간 나는 로봇이었다.
훈련이 너무 재밌어진다.
감정 꼬리물기는 문제해결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상대방을 알기위한 훈련이었다.
내일이 기대되고 흥분된다.
훈련이 종료되고 저녁 운동할 때 와이프랑 연습해 본다.
22.02.18(금) Day 2/3
한결 가벼운 마음에 따뜻한 커피 한잔과 시원한 물 한컵을 곁에 두고 웹캠을 켜 본다.
오늘은 머리에 힘도 주고 좀 더 댄디하게 ZOOM으로 입장해 본다.
오늘의 목표는
"솔루션 제시의 대화가 아닌 상대방 감정에 대한 공감적 피드백만 해보자"
"감정 표현의 다양한 단어를 써보자"
START!
첫 번째 세션은.. 어제 깨달음 전과 같이 아직 분위기 적응히 힘들긴 하다.
그래도 노력해 본다.
강사님의 두번째 팁을 들었다.
- 듣는 것은 입으로 들으라
- 표현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이다
'입으로 들으라고?' '이건 또 무슨 dog sound?'
유풍님께서 내 얼굴의 다양한 표정을 읽으시고 감정을 말해보라고 하신다.
Bla bla bla bla 뭐라고 떠들었다.
두 번째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고개만 끄덕이는 것은 듣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감정을 말로 되 받아 주는 것이 "입으로 듣는 것이었다"
너의 감정에 내가 설명을 하면 그것은 내 욕구를 푸는 것이지 대화를 하는게 아니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지만
나는 정말 지독한 이기주의자였다. 남들이 보면 얼마나 개XX였을까? ㅠ.ㅠ
대화 하자는 사람한테는 '멍멍멍'으로 들렸을 것이다.
소그룹 미팅 때 몇 몇 동기님들께서 내 표정에 대해 언급해 주신다
"미겔은 화나 있는 것 같아요,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요"
사실 이건 내 컴플렉스였다.
'노력은 하는데... 여기서도 지적받다니...'
ZOOM 수업의 장점은 내가 나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전 까지 나는 다른 사람의 얼굴만 봤지 정작 내 얼굴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 때 부터 의식적으로 미소지으려 한다.
다른 분들의 감정 표현때, 나도 그 감정을 읽으며 그 감정대로 내 얼굴에 표현해 본다.
뿌듯한 하루가 지나간다.
22.02.19(토) Day 3/3
마지막날이다. 솔직히 모니터를 집중하고 있으니 몸의 피로도가 상당히 쌓였다.
그래도 피날레를 장식해야지.
오늘은 시작부터 세번 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동감과 공감에 대해
- 상대방 감정에 내 경험위주로 얘기하면 동감이 되고
- 오롯이 상대방 입장에서 함께하고 싶은마음을 표현하면 공감이 된다
그 동안의 나는 그저 동감하려고 노렸했을 뿐이다.
내 판단에 따라 상대를 조롱하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고, 반론만 내 새우거나 그나마 공감정도?만 표현했다.
내 주관에 따라 문제 해결만 하려고 했다.
대화는 둘이 하지만 결국은 "나"혼자 대화했다.
"너"라는 존재는 내 대화에 없었다.
아무리 내 말빨이 끝내줘도, 아무리 내 논리가 완벽해도
상대방은 진심으로 나를 인정하지 않았을게다.
내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을테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우리" 둘이 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일 저녁에 초5, 초3 딸램이들에게 배운것을 테스트 해 봤다.
"아빠 이상해" "우리 아빠 아닌 것 같아" "그냥 예전처럼 해~"
'어라?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내가 깨달은 것이 효과가 없다고 잠깐 오해했다.
그런데 다시금 깨달았다. '감수성훈련'은 대성공이었다고..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분명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없던 제로베이스에서 나는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변화가 된 것이다.
이제 1이 생겼기 때문에 성장하면 된다.
로봇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나"혼자의 대화에서 "우리"의 대화로...
나는 새로 태어났다.
이제 마지막 세션이다.
수강생끼리 1:1로 서로를 칭찬하란다.
무박3일간 느꼈던 감정을 총 동원해서 동기생들을 칭찬해 본다.
동기생들도 나를 칭찬해 준다. - 감사합니다 동기님들^^
"감정 표현을 잘한다" "잘 웃는다" "인내심이 강하다" "논리적이다" "유머가 있다" "감정을 잘 읽는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어땠는지 감정을 표현해 보라신다.
내 차례에.. 눈물이 울컥 났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끌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칭찬이 후한 사람이다.
팀플레이에서 채찍보다 당근을 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기 때문이라는 신념이 있다.
그런데, 자리가 자리다 보니 항상 칭찬만 했지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사회에서 하급자가 상급자를 칭찬하는 일은...)
보통 대표이사들은 나를 싫어한다.
나는 직원들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들은 더 많은 성과를 위해 직원을 굴리기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이
"나"를 너무 잘 알아주고 "나"를 칭찬해 준다.
"내가 인정 받고 있다는 생각"에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이 느껴지니
온천수 같은 내 눈물을 컨트롤 할 수 없었다.
뻘스러운 타이밍에 울게 된 것이 창피했고,
나를 인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했고,
다시 태어난 것에 감동했다.
에필로그
감수성훈련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감정을 눌러야 하는 사람" "문제해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변화를 기대하느냐?라는 질문에
삼국지 유비 처럼 "내가 관계하고 싶은 사람을 내 편으로, 나와 관계하고 싶은 사람이 나를 자기 편으로"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훈련이 종료되고, 이제는 그 변화의 결과를 만들어낼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번 훈련 스승님, 동기님들과 또다른 관계와 인연이 맺어지길 희망하며,
다시 태어난 인생 제대로 살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첫댓글 감동적인 3일간의 인간극장 스토리이네요 재밌어요 글도 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3줄요약. 멋쟁이. ㅎㅎ 역시 잠재된 능력이 터져 나오듯 표현 자체가 세밀하시고 다정하십니다. 기억력도 정말 좋으시네요 더 놀라운건 핵심을 콕콕 정말 잘 파악하셨네요 와~~~~우 대~~~단 하십니다.
로봇에서 사람으로 ㅎㅎ 신세계에 눈뜨심을 감축드려요.
그 값진 미겔님의 온천수 눈물. 그 뜨거움을 함께 공명하며 운 저도 무척 감사드려요. 저를 울게 해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감수성의 힘을 더 많이 발견했거든요!
미겔님 깨알 필력에 스며들다!!
미겔님의 마지막날 변화가 제 마음을 크게 두드렸습니다. 진한 울림을 주시어 감사합니다.
감수성 훈련의 깨달음을 삶에서 평생 동행으로 음미하시는 미겔님이 되길 소망합니다.
미겔님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점점 빠져드는 마성의 미겔님. 흡입력있게 읽히는 글솜씨까지 매력맛집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