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강릉을 덮쳤던 큰 산불을 기억하시나요? 이재민들은 차디찬 컨테이너 건물에서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설날 연휴가 다가왔지만 이재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무겁기만 합니다.
“그날따라 바람이 너무 심했어요. 아내의 출근길을 배웅하는 길이었죠. 오늘만 잘 넘기면 산불이 나아질 거라고 아내를 애써 안심시켰어요.
하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고 집은 전소되었습니다.”
강릉 산불이 발생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이재민은 여전히 임시주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산불의 장기적인 피해를 조사하고, 이재민들의 회복을 위해 심리 전문가와 함께 강릉을 찾았습니다.
“컨테이너가 너무 추워서 텐트 치고 자고 있어요.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계속 병원 다니며, 약 먹고 그렇게 살고 있는데... 한번 들어와 보세요.”
산불 직후, 이재민들은 임시 텐트에서 한 달을 지냈습니다. 그 이후로 정부에게서 지원 받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임시 주택은 8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이었습니다. 직접 들어가 보니, 두세 명도 편히 서 있기 힘든 공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아직도 그때 기억이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당시 상황이 떠올라 밖을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된 분도 계셨습니다.
함께 동행한 심리 전문가는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이후에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보상금을 줬는데 그 돈으로는 집을 지을 수 없지. 자잿값이 너무 올랐어. 대출을 받아도 우리 노인들이 갚을 능력이 있어야지.. 그래서 그냥 살고 있어요”
산불로 인해 주택이 불탔을 때, 정부는 피해 정도, 집 평수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원합니다.
그러나 지원 금액만으로 불탄 집을 고치거나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조차도 여러 변수로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강릉은 펜션 사업을 하는 주민이 많은데요. 펜션이 불에 타 생계 기반까지 잃은 사례도 많았습니다.
여전히 산 곳곳에서는 죽은 소나무를 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재난 이후 마을 공동체는 붕괴하고 이재민들의 심리적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보상 이후 일상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없이 법적으로 지원이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은 작년 3월부터 산불 현장을 찾아 기후재난 이재민들의 산불 피해 규모와 심리적 외상을 조사하고, 기후재난 현장을 기록하며 회복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에겐 심리 전문가와 함께 회복을 돕겠습니다. 이재민들과 공론장을 열어 기후재난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재민들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힘을 모으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캠페인 활동도 멈추어서는 안 되겠죠. 근본적인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선을 요구할 것입니다.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그린피스의 여정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재민들의 평온한 일상의 회복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너무 속상하고 맘이 아프네요...
추운겨울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니...
정부도 그렇고, 지자체도..
답답하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