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에/靑石 전성훈
2023년 새해 계묘癸卯년은 검은색 토끼띠라고 한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토끼띠해 우리나라 역사에서 커다란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니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댈러스에서 암살당했던 1963년이 토끼띠이다.
명리나 역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계묘년부터는 대홍수의 해가 시작되기 때문에 각종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 계묘를 해석하면 큰 배를 띄운다는 의미이며 상상 의외의 큰 배를 볼 수도 있다. 엄청난 돈이 빠져나간다. 그 대신 날아오는 충격을 막아주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세기의 변화가 오는 해이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도 볼 수 있다.”라는 글이 보인다. 좋지 않은 일도 바람직한 일도 일어난다는 뜻 같다. 세상일이 어디 나쁘거나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닐진대,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개인은 마음가짐을 사회나 국가에서는 사전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우리나라는 커다란 선거가 없어서 더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류도 아니고 4류에도 못 미치는 정치권의 모습은 갈수록 상대방과 목숨을 건 진흙탕 격투를 할 게 보지 않아도 뻔하다. 내 편과 네 편으로 편 가르는 짓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맹목적인 ‘팬덤’에 빠져있는 상당히 많은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진다. 자식 세대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살아갈 만한 보람과 의욕이 넘치는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주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풀이하는 듯이 희망이 없고 삭막해지는 불행한 나라, 국력이 쇠약해 망해가는 나라를 만들어서 북쪽 오누이에게만 좋은 일 시키려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과 조직을 가지고, 합리적인 가치와 정당한 법 집행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막무가내로 못된 짓거리를 하는, 대기업 귀족노조의 행태는 더는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는 망국의 ‘한국병’을 치유하여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의 정당한 몫을 인정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가 이 땅에서 꽃 피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옛 어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가 갈수록 몸 상태가 점점 예전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쇠약해지는 육신에 따라 정신도 마음도 약해진다고 가르쳐준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숙명인 것을 어찌 거부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새 칠십대에 들어선 나로서는 이 모든 변화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여긴다. 이제는 세상일에서 한걸음 벗어나서 느긋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고 싶다. 지나간 세월보다 맞이할 시간이 별로 없기에 쓸데없이 이런저런 일에 참견하거나 두리번거릴 여유가 없다. 귀에서 나는 소리와 어지럼증이 나으면 새해 꼭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동안 수없이 꿈꾸던 지리산 둘레길을 조금이라도 걸어보고 싶다. 아울러 2022년 6월에 개통한 서해안 둘레길인 ‘서해랑길’도 걷고 싶다. 어지러움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데 몸이 좋아지면 대여섯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따뜻한 남쪽 나라의 하늘을 쳐다보고 싶다. 남십자성을 올려다보며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며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아니면 와인이라도 한 잔이라도 마시며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몸과 마음이 온전한 순간까지 매주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한 편의 수필로 엮고 싶고 더하여 시 한 수를 짓고 싶다. 세월이 갈수록 차갑고 각박한 세상 모습에 마음조차 얼어붙기도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꿈을 꾸면서 살고 싶다. 언제까지 꿈과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해에는 모든 이에게 용기와 꿈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 많이 지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세요. 계묘년 정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