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春雪)
瑞洲 최성용
산골 마을
우수를 지나 경칩으로 가는 길목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 강의 만남
축복처럼 내리는 춘설
벽난로 활활 타는 장작
불 조절 한다며
한 장 한 장 태우는 일기장
먼 추억을 되살리듯
불멍에 빠진다
젊은 날의 어머니의 초상
그 온기에 젖어
밤새 지친마음 달래 주듯
와인향이 코 끝에 부셔진다
아침의 창 밖은
온통 눈꽃 세상
설산이 눈앞에 소리 없이
탐스러운 옷 갈아 입고 맞이 한다
눈길따라 찾은 고향집
밥짓는 연기 모락 모락
추억을 싣고 나라 오르는 모습
간밤 집에서 나온 까치도
눈위에 서성이며
종종 발자국 마중나와
보고픈 마음의 기다림
소리없이 내린 눈처럼 쌓였나 보다.
노지 (露地)
瑞洲 최성용
길섶 노지
추운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예년에도 왔듯이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 많다
추운 날씨에 살아남기 위해
무척 시달렸으리라
노지의 봄동 , 시금치, 겨울호
더욱 파릇파릇
꽃보다 고운자태로
봄기운을 퍼트린다.
자투리 볕에 의지한 수고
진 서리 견뎌낸 노고
매서운 바람이 이겨낸 끈기
생명의 치열함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때맞추어
있는 듯 없는 듯 찾아와
밥상은 푸르고 풍성함
입 안 가득 봄이 톡톡 터진다.
봄의 향기가 풀풀 난다
생명의 힘이 솟구친다
어머니의 산
瑞洲 최성용
인생은 산 오르고 내리는 일
어머니 산을 걸으면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어미는 자식들 다
그 품에 안고 산다
소중한 존재는 그 부재 (不在)를 통해
존재의 의미가 들어난다
푸른 날을 기억하며
못 잊을 간절한 그리움
크나큰 것을 잃은 고아 된 표상
아직은 미온이 남아 있는 시신을 안고
좋은 곳에서 또 만나자는 귓속말
세상이 힘들게 하여도
크고 대단한 사람이 아닌
그저 다정한 사람답게 살라던 유언
어깨 들먹이며 이별 을 하는 자식들
가망 없는 위로의 슬픔을 나눈다
후회 안하고 사는 누가 있으랴
일상 속 밥 먹듯
삶을 그렇게 견디며 사는 것
평생 용서받으며
자책으로 짠 암흑 속을 맴돌고.
어머니의 산은 크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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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春雪)외 2편瑞洲 최성용
미소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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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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