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과 조계종이 ‘금강산순례길’ 복원을 추진 중이다. 고성군과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이하 민추본)는 지난 14일 고성군청에서 금강산순례길 복원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금강산 옛길을 조사하고 발굴해 금강산순례길을 복원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함명준 고성군수, 민추본 본부장 월우스님과 사무총장 지상스님, 최동훈 고성군 통일정책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협약 내용은 △민통선 내 폐사지 조사·발굴·복원 △금강산권 불교문화재를 잇는 순례길 조사·복원 △금강산권 불교문화재 보수·복원을 비롯한 남북협력사업 지원 등이다.
민추본 본부장 월우 스님은 협약식에서 “분단의 고통 속에 살아온 고성군민들의 아픔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서 치유되는가 했지만, 여전히 단절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함명준 군수는 “고성군은 세계 유일 분단 군으로 그간 동북아 평화거점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이번 사업이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교류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협약식 후에는 양측 관계자 등이 건봉사로 이동한 가운데 조계종 민추본 강원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민추본 강원본부는 지난 2014년 부산경남본부, 금년 5월 인천본부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출범한 지역본부로 건봉사 주지 현담스님이 초대 본부장을 맡게 됐다. 민추본 강원본부는 앞으로 ‘금강산순례길’ 복원 추진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고성군과 민추본이 복원을 추진 중인 ‘금강산순례길’은 건봉사에서 조제암, 북한의 유점사와 신계사로 이어지는 길로 과거 금강산을 찾는 이들이 이용하던 길이다. 민추본은 금강산 옛 순례길 복원사업을 위해 지난 4월부터 고성군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으며, 지난 6월에는 고성군과 건봉사, 불교 문화재 연구자 등이 함께 현재는 폐사돼 흔적만 남아 있는 민통선 내 조제암 터를 찾아 현장답사를 했다.
고성군은 이달 중 불교문화재연구소를 용역기관으로 해서 금강산 순례길 지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1일에는 민추본이 주관하고 고성군, (재)불교문화재연구소,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DMZ연구센터 등이 협력해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그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금강산 옛길 및 조제암의 역사적 가치와 남북교류 활용방안’ 학술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이 학술 세미나는 코로나로 참석자를 최소화해 개최되며 유튜브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공식 채널로 당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중계될 예정이다.
민추본 관계자는 “금강산순례길 복원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순례길 복원을 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추본은 부처님의 자비 정신으로 남북의 대결과 불신을 극복하고 민족의 화합과 평화, 통일을 위해 지난 2000년 6월에 창립된 조계종의 기구로 남북 불교 교류, 인도적 북한 지원, 남북 연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추본은 지난 7월 말부터는 다음달 13일까지 금강산 관광 및 남북대화 재개 촉구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서명 문의-조계종 민추본 02-720-0531)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고성군과 조계종 민추본이 지난 14일 고성군청에서 금강산순례길 복원 업무협약식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