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초당 글밭] 7/23(목) 죽도봉과 씨마크 호텔
■ 글밭 일꾼/전순표, 만든이/김형대 프로듀서
사흘 전인 지난 21일, 아슬라의 경포팔경이라는 제목의 초당 글밭을 일구었읍니다.
아름다운 경포호수에 얽힌 풍광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맘에서 드린 말씀이지요.
제1경인 녹두일출에서 녹음이 끊겨 ‘한송정에서 해뜰 때’가 먹히고 말았읍니다.
아쉬운 대목이지만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두었지요.
그런데 아쉬움은 그것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2경의 죽도명월에도 아쉬움이 서려 있어
오늘은 이 죽도봉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릴 참입니다.
그러니까 죽도명월은 산죽으로 덮힌 죽도봉 너머로 뜨는 보름달의 달빛이 경포 호수를 적시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풍광의 모습을 담고 있읍니다.
이 죽도봉은 다음과 같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네요.
옛날, 어느 해에 지금 오죽헌이 있는 뒷산이 심한 폭풍우로 떠내려 왔다는 것입니다.
그 때 궤짝 한 개도 함께 떠내려 왔는데
마침 강문에 사는 어떤 노인의 꿈에 한 여인이 나타나
“여기가 바로 내가 앉은 자리이니 집을 한 채 지어 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 노인은 곧바로 바닷가에 나갔고
떠내려 온 죽도봉 언저리에 궤짝 한 개가 걸려 있었다고 하네요.
뚜껑을 열어보니 청·홍·황 3색의 천과 글씨를 쓴 위패가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어민들은 곧바로 돈을 거두어 작은 사당을 짓고,
노인의 꿈에 나타났던 모습대로 족두리를 쓴 여인의 영정을 그려 모셔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출어 때마다 이곳에서 풍어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굿을 하였다고 하네요.
여서낭당 그리고 남서낭당이 있었으며 세 마리의 오리를 하늘의 뜻을 전하는
강문 진또배기가 자리를 잡고 있읍니다.
지금도 3년에 한번씩 풍어제를 지낸다고 하네요.
이처럼 전설이 서려있는 죽도봉은 이 마을 어민들에게는
신비와 영험한 대상으로 가슴에 깊이 자리하고 있읍니다.
또한 그 옛날, 아슬라 군주인 이사부의 수군이 진을 치고 출정을 서두르며 해람했던,
이사부의 맥박과 혼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 죽도봉에 씨마크 호텔(SEAMARQ Hotel)이
죽도봉의 봉우리를 깎아 없애고 지하 3층, 지상 15층 그러니까 18층의 건물을 세웠읍니다.
1박을 하는데 제일 싼 값이 58만 7,400원이라고 하네요.
이제 죽도봉의 전설은 전설 속에만 자리하게 되었네요.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 문화가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죽도봉 봉우리를 깎도록 허락한 강릉시의 정책이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새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