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만으로 치매 조기 진단...정상인 치매 예측 길 열었다 김민수 기자
입력 : 2017.10.23 12:00 | 기사원문
서울대 의과대학 묵인희·이동영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혈액 검사만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소량의 혈액만으로 조기에 검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치매국가책임제’ 시대에 의료 비용 절감과 사전 예방 가능성이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묵인희 교수(사진)는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장, 이동영 교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치매예측기술 국책연구단장이다. 연구 결과는 치매 분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리서치 & 테라피(Alzheimer Research & Therapy)’ 등 다수 학술지에 발표됐다.
알츠하이머는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뇌신경 세포가 손상되기 전에 조기 진단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확진을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단층촬영)라는 고가의 뇌영상 검사를 해야 했고 이마저도 어느 정도 증상이 나타난 뒤에 이뤄져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웠다.
학계는 혈액 검사로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확인하면 효과적으로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신뢰할 수 있는 혈액 검사 방법은 없다. 혈액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혈액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다양한 분해효소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혈중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새로운 전처리 물질인 ‘MPP’를 개발, 혈중 베타아밀로이드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새롭게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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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진이 개발한 혈액 검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개요./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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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먼저 전처리 물질 MPP를 이용해 혈중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측정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정도를 80%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혈중 베타아밀로이드 측정만으로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정도를 예측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단백질 분석 및 검증 과정을 통해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과 관련 있는 혈액 단백질 바이오마커 4종과 혈액인자 4종을 추가로 찾아냈다.
혈액 MPP 전처리를 이용한 베타아밀로이드 측정, 혈액 단백질 바이오마커 4종 및 혈액인자 4종을 조합해 알츠하이머 증상이 없는 정상 노인의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약 90% 수준의 정확도로 조기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등록을 완료하고 해외 각국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치매 전문 벤처기업에 3건의 기술 이전을 완료했으며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진단키트와 알고리즘 개발도 진행중이다.
묵인희 교수는 “대부분 치매 진단 기술들이 증상이 뚜렷한 환자를 구분하는 방법인 데 비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증상이 없는 정상 단계부터 알츠하이머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동영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토대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임상시험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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