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발 사주, 국기문란·깡패”… 윤석열 “사실 아니면 다 물러나라”
‘고발 의혹’ 총공세 나선 與, “증거를 대라” 정면 반박 尹
한 인터넷 매체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使嗾)’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3일 ‘희대의 국기 문란이자 정치 공작’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에선 윤 전 총장을 “깡패보다 못한 검사”라고 부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내가 고발을 사주했다는 증거를 대라”며 “나의 무관함이 밝혀지면 내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들은 물러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전체의 명예가 걸린 사안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조사되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착수한 대검 감찰 조사와 별도로 법무부 차원의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주민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2021.09.03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의혹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지난해 4·15 총선 직전인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야당에 사주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 매체는 손 검사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고발장과 관련 판결문 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검·언 유착 의혹, 그리고 아내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윤 전 총장이 국면을 타개하려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주문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손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혹이 사실이면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기 문란, 정치 공작 ‘윤석열 게이트’가 발생했다”며 “윤 전 총장은 해명이 안 되면 검찰에 불려가서 피의자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 전 총장이 ‘검찰 하나회’ ‘신검부’의 수장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가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은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라고 했는데, 정작 자신은 깡패만도 못한 검사”라고 했다.
민주당은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 개입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송 대표는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윤 전 총장의 ‘재판부 판사 성향 분석’에도 직접 개입한 ‘윤석열 대리인’”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윤석열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사실이라면 윤석열 검찰의 중대한 헌법 파괴, 국기 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 당 대선 후보들, 민주 개혁 진영의 공동 대응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이미 대선 후보의 자격을 상실했다”며 “예비후보직을 내려놓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도 진상 규명 요구에 가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이 고발 지시를 하거나 이를 묵인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자 정권 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총장 시절에 알고 있었는지, 지시했는지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명쾌하게 밝히면 될 문제”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 측은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무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당무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09.03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은 “내가 사주했으면 고발이 왜 안 됐겠느냐”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야권 지지율 1위 주자인 자신을 겨냥한 역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기독교회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고발을 시켰다는 증거가) 있으면 대라는 것”이라며 “어이없는 일이고, 상식에 비추어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채널A 사건도 검·언 유착이라고 해서 총선 앞두고 여권이 매체들을 동원했는데 결국 권·언(정권·언론) 정치 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거 아니잖나”라고 했다. 그는 “공작을 수사하고 국회 현안질의, 국정조사라도 먼저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의 무관함이 밝혀지면 제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들은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미애, 고발사주 의혹에 “윤석열·한동훈 모의 기획”… 韓 “망상, 법적 조치”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한동훈 검사장/조선일보DB
검찰의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등이 모의 기획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자, 한동훈 검사장이 반박 입장을 내고 “추미애씨가 깃털만큼의 근거도 없이 또다시 스토킹 하듯 허위 사실로 어떻게든 저를 엮어보려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4월 2일은 법무부 장관인 제가 채널A 기자의 협박 사건 보도(3월 31일)와 관련해 대검 감찰부에 진상 확인 지시를 내린 날”이라며 “4월 1일, 윤석열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은 전화 통화를 12회, 그리고 윤 총장의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 권순정, 눈과 귀 역할인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브레인 역할을 한 한동훈 사이에 45회의 단체카톡방 대화가 오갔음이 확인되었다. 연이어 4월 2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한동훈 사이에 17차례의 전화 통화가 있었고, 한동훈-권순정-손준성 사이에 단체 카카오톡 30회의 대화가 오갔다”고 썼다.
관련 의혹에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권 인사 고발장을 건넸다는 날이 4월 3일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연합뉴스
추 전 장관은 “또 한 가지,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범정을 이용한 범행모의를 한 것으로 짐작할 만한 한동훈의 발언이 자세히 드러나 있다. 한동훈이 이동재 기자에게 ‘제보해. 그 내용을 가지고 대검 범정을 접촉해. 필요하면 내가 범정을 연결해 줄 수도 있어. 그러면 000같은 친구는 믿을 만한 친구거든. 그러면 정식 루트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거 하나도 없고’ 등과 같은 한동훈의 발언이 나온다. 당시 범정은 이번 청부고발 사건에 등장하는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이라며 “이에 비추어보면 윤석열 지휘 아래에 한동훈이 범정(수사정보정책관실)을 이용하여 1차로 ‘유시민 엮기 공작’을 벌였으나 제보자X의 제보로 탄로가 나자 다시 범정(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을 이용해 4월 3일, 2차 ‘청부고발 공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등은 모의 기획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 흔적이 뚜렷이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에 대한 ‘징계결정문’에 따르면 한동훈과 김건희와의 통화가 이 무렵 전후로 4개월 동안 9차례, 윤석열 총장과는 397회다. 또 3개월간 한동훈은 김건희와는 332회, 윤석열 총장과는 2330회의 카톡을 주고 받았다”며 “왜 지방 근무 중인 부하가 상관과 한 달 평균 100회의 통화를, 부인과도 수백회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이 사건들의 모의와 연관성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민 간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추미애 전 장관 등이 주도한 소위 ‘검언유착 공작’은 기자들 모두 전부 무죄, 수사팀장 독직폭행 유죄, 허위사실유포 최강욱·유시민 등 기소, 저에 대해서는 수사팀 9회 무혐의 결론 상태”라며 “추미애씨가 자신의 ‘권언유착 공작의 처참한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직도 저런 망상을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씨가 페북글에서 마치 제가 한 말이거나 제 말의 녹음이 있는 것처럼 오해되도록 왜곡하여 주장했는데, 저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만약 제가 한 말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추미애씨가 직접 골라 구성한 수사팀이 9번이나 무혐의 결재를 올리고, 법원이 기자들 모두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겠나.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 범죄”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윤 전 총장과의 통화에 대해서도 “추 전 장관은 이번 페북글에서 법무장관 재직시 알게 된 공무상비밀을 자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법 누설하였다. 명백한 공무상비밀누설 범죄”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씨가 페북에 첨부한 윤 전 총장 징계 관련 자료는 아직 수사 중인 수사자료, 감찰 자료로서 절대 유출하면 안되는 공무상비밀”이라며 “당시 업무 책임자였던 추미애씨 뿐 아니라 이러한 자료를 제공한 공직자 등도 ‘공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준수의무위반 범죄(16조)”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을 방문,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를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검사장은 “저는 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당시 수행한 조국 사건 공판, 전직 대통령 두 분 공판, 법원 관련 사건 공판, 삼성 사건 공판 등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중요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상황보고를 계속하는 것은 저의 당연한 업무였다”며 “제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만, 총장 배우자와의 연락은 총장과 연락이 잘 안될 때 등에 이루어졌던 것이고, 추미애씨가 말하는 카톡 횟수는 한줄 한줄을 한건 한건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 대화의 수를 과장한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저는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고발장 관련 이슈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한다. 시기적으로도 제가 부산고검 근무 때”라며 “추미애 전 장관이 말하는 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어떠한 희미한 단서도 없고 해당 언론조차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 않다. 제가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 사적인 카톡 대화를 한 것이 어떻게 저를 어거지로나마 엮어 넣을 근거가 될 수 있느냐”라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기밀 자료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 징계 관련 자료의 통화 내용 횟수 부분이 올라와 있다(왼쪽). 이후 추 전 장관은 해당 자료를 페이스북에서 삭제했다(오른쪽)/페이스북
한 검사장은 “추미애씨가 이 내용을 페북에 유출한 것도 공무상비밀누설죄,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에 해당한다. 추미애씨가 깃털만큼의 근거도 없이 또다시 ‘스토킹하듯이’ 허위사실로 어떻게든 저를 엮어보려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추미애 전 장관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 추미애씨는 공무상비밀누설죄,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 처벌을 면해보려고 ‘방금’ 페북글에서 해당 첨부자료 사진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보이나, 이미 저질러진 범죄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의 전화통화 횟수 등이 담긴 징계 관련 자료를 애초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추 전 장관이 올린 자료는 그간 대외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다. 징계나 감찰 자료는 누설이 금지되는 기밀 자료로 분리되고, 징계나 감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공무상비밀누설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은 통상 개인정보법 위반 혐의보다 훨씬 중죄로 처벌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