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땅콩껍데기.
"십장생이 뭔지 아냐?"
"그것도 수수께끼냐?"
"십대에 장래의 꿈을 정하지 않으면 생애를 망친다는 뜻이다.
우리 아빠의 교육 신조다."
"그래서 너희 아빠는 너의 교육을 위해 뭘 하시는데?"
"내 책상 앞에 무수한 캐치프레이즈를 갖다 붙인다.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렵나니 아주 짧은 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가 요즘 내 눈앞에 붙어 있는 표어다."
"압박이 탈레반 수준이네."
"그래봤자 아빠도 나처럼 엄마 밥이긴 마찬가지다.
어제는 엄마가 갖다 버리라는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숨겨뒀다가 천둥 벼락을 맞았다."
"우리 아빠는 땅콩껍데기를 마룻바닥에 흘리고 다닌다고 다섯 살 어린애처럼 혼이 난다.
18대 종손의 21세기가 여간 청승맞은 게 아니다."
"엄마는 우리 할머니가 아빠 교육을 잘못해서 저렇게 됐다고 하더라."
"너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갈수록 여자들이 사나워져서 미국에선 남자들끼리 결혼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우리 반 여자애들이 무섭다."
뇌가 상하는 이유
"비 오는 날 놀이터엔 어쩐 일이냐."
"미끄럼틀 지붕 밑이 내 아지트다.
학원 땡땡이 치고 숨어서 만화책 보는 비밀의 방이다."
"자기주도학습 하는 애들도 땡땡이 치냐."
"공부만 하면 뇌가 상한다."
"우리 엄마는 공부 안 하면 뇌가 마비된다던데."
"커피 마시면 난쟁이 된다고는 안 하대?
엄마를 믿느니 차라리 피카추를 믿어라."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빈둥거린다고 등짝을 맞았다."
"눈이 튀어나오도록 게임을 한 모양이지."
"개콘 재방 보고, 최신 유머랑 수수께끼 수집했다.
내 꿈이 개그맨이다."
"엄마들은 창의성이 책에서만 나오는 줄 안다."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창의성이 없냐면, 식당 가면 무조건 '이 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걸로 주세요' 한다."
"우리 엄마는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그대로 벗겨서 가져온다."
"DNA에도 없는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내가 세 살 때부터 영재학교에 끌려다녔다면 믿겠냐?"
"그래서 네 머리가 한여름 쉰밥처럼 상한 거다."
엄마는 '탈레반'
"아주 무서운 영화를 봤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못 풀고 쩔쩔매니까 엄마가 그 애 머리에 총을 겨눈다."
"탈레반. 총만 안 들었다뿐이지, 우리 반에도 '탈레반 마더' 둔 아이가 수두룩하다더라."
"우리 엄마도 예외가 아니지.
틀린 문제 또 틀린 죄가 우리 집에선 최고 형량을 받는다."
"요즘은 정보력 앞세운 'FBI 마더'를 만나야 대학 갈 수 있다더라."
"그래서 우리 엄마가 얼마 전부터 교회 다니기 시작했다.
알짜 사교육 정보가 성경 모임 뒤풀이에서 쏟아져 나온다더라."
"인생이 원래 그렇게 씁쓸한 거다.
아이러니한 거다."
"우리 옆집 살던 아저씨는 대한민국 교육이 미쳤다며 틈만 나면 욕하는 교수님인데 얼마 전 강남으로 이사 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대학은 보내야 하지 않겠냐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강남 갔다."
"우리 이모는 엄마 아빠 성(姓) 다 쓰는 페미니스트인데 딸이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회 회장을 놓친 적이 없다.
선생님 얼굴만 봐도 뭘 좋아하는지 리스트가 쫙 나온다고 우리 엄마한테 만날 자랑한다."
"그런 분들을 강남좌파라고 하지."
울고 싶어라
내 나이 36살! 법적 처녀임은 물론이고 생물학적으로도 처녀다.
학교도 S대 나왔고 직장도 좋은 곳으로 잡아서 무척 안정적이지만 키 작고 뚱뚱해서 남자가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난 결혼하고 싶은데 30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선을 봤고 모두 한 시간짜리 남자들이었다.
차도 마시는 둥 마는 둥 시계만 그리고 휴대전화기만 보다가 그냥 가는 남자들이 대부분 어제도 선을 봤는데
남자가 한 시간이나 늦게 나왔다.
그런데 이 남자 예의와 교양은 전당포에 저당 잡힌 것 같았다.
최소한 선 자리엔 정장차림 아니 최소 깔끔하게 와야 하는데 찢어진 청바지에 청재킷 그래도 36살이란 내 나이 때문에
굽히고 들어갔다.
이 남자 다른 남자와는 달랐다.
오자마자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밥 먹으러 가서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예의 교양뿐만 아니라 상식도 없고 한마디로 무식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36살 노처녀 이 남자는 그나마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주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러 갔다.
가장 오래 만난 남자고 같이 단둘이 술을 마신 첫 남자다.
취기가 조금 올랐을 때 이 남자 "전문대도 괜찮겠냐?" 이러는 거다.
전문대라 학벌이 결혼과 무슨 상관이랴..
"네 괜찮아요."
그 남자 다시 한번 "진짜 진짜 전문대도 괜찮겠어?"
난 웃으면서 "괜찮아요. 전문대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그러자 그 남자 내 젖을 마구 문대는 것이다.
'젖 문대도 괜찮겠느냐'를 난 '전문대로 괜찮겠냐?' 라고 들은 것이다.
개새끼!
울고 싶어라.
네티즌본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