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를 준비하며
설교를 준비하는 일은 목사에게 늘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일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영의 양식을 교우들에게 공급한다는 면에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편의 설교를 만드는데 있어서, 내용을 쓰는 것 못지않게 지우는 데 시간을 많이 들입니다. 처음 설교를 다 쓰고 나면 너무 양이 많습니다. 저는 설교 시간을 가급적 30분 정도에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서, 설교 초안을 작성한 후에는 그때부터 줄이느라 애를 씁니다. 사실 어떤 부분을 없애려면 아깝습니다.
기껏 힘들게 써놓고 줄인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꼭 다 설교해야만 하는 내용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뺄 것이 없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빼야 합니다. 그래도 줄여야 합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 오늘만 날이냐. 다음에 하면 되지. 말을 많이 한다고 다 들려지는 건 아니니까. 길게 가르친다고 변화되면 하루 종일 가르치지. 사실 설교와 성경공부는 다릅니다. 성경공부가 성경에 대한 지식을 가르친다면 설교는 사실 지식보다는 깨달음을 주어 지식을 스스로 찾도록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감동과 영감을 주어 어떤 선한 의지를 되살리는 것이 설교의 목적입니다. 설교를 통해 자극을 받고 스스로 말씀을 찾고 읽고 순종하도록요. 그런데 설교가 길어지면 성경공부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교를 작성한 후에 줄이느라 시간을 많이 들입니다. 이것도 빼자, 저것도 겹치는 내용이다, 이건 다음에 하면 되지. 그렇습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뭐든지 더 가지려고 하고 더 늘리려는 욕심이 있지만 그것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압니다. 목사는 설교를 오래 하면 행복할 수 있지만(?) 듣는 회중은 괴로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욕심을 줄일 때에 내 주변도 행복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부터 점점 피곤함과 허무함에 매이게 됩니다. 그래서 줄여야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헛된 마음을 줄여야 합니다. 늘리면 더 피곤해지는 겁니다. 늘리면 더 감동이 사라집니다. 줄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감동은 늘어납니다. 모든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자유롭게 됩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또 하나, 잘하려는 마음도 줄이려고 늘 애를 씁니다. 잘하려는 마음이 도리어 설교를 망칩니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서 빡빡한 시간이 되고 설교자도, 청중도 힘듭니다. 내가 힘을 뺄 때 성령님의 힘이 역사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사는 것도 그렇습니다. 뭐든 너무 잘하려고, 뭔가 보여주려고 하면, 도리어 더 잘 안됩니다. 힘만 들고 피곤해집니다. 주님, 잘 줄이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힘을 빼고 부드러운 가운데 강함이 있는 삶이 되게 하소서!☺
(2024년 5월 19일 주일 주보에서)
첫댓글 할렐루야 아~멘!
자비로우신 목사님께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영생의 말씀을
깊고 넓으신 성경연구로 탄생시키시어 믿음의 가족들에게 공급해 주시느라
고심하고 계시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칼럼속의 말씀처럼 하나같이 귀한 말씀들을 설교 시간에 맞춰 수정하셔야 하는
고충 또한 크심을 알게 됐습니다.
매 주일마다 존귀하신 목사님의 명품설교로 믿음이 성장해 가는 은혜의
삶으로 영광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