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의사로 취직한 팽이채, 미용사가 된 바람
가볍지만 깊은 비유의 세계
조수옥 시인의 『씽씽카 타는 참새들』에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간결한 어조의 동시들이 많다. 물론 간단하다고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하나의 대상을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 내지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하기도 한다. 생각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이번 동시집의 큰 매력이다.
비유를 잘 활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상으로부터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내는 데 능숙한 조수옥 시인의 동시들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다. 특히 말을 가볍고 간단하게 구사하면서 유쾌하게 느낄 수 있는 동시들이 많아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목차
1부 졸음 리모컨
씽씽카 타는 참새들/ 졸음 리모컨/ 눈꺼풀/ 기차와 레일/
여름 방학/ 가장 힘이 센 숫자는/ 응가/ 꽁무니에 붙어라/
앵무새/ 담쟁이 노래/ 겨울 폭포/ 첫눈/ 콩
2부 겨울 판화
민들레꽃/ 새/ 흔들의자/ 허공 저울/ 겨울 판화/
거미/ 나는 누구게/ 참새가 요렇게 대답하다 걸리면/
까치와 지렁이/ 봄 화가/ 봄비/ 바람 미장원/ 별똥별
3부 보글보글이와 부글부글이
골목/ 응급 처방/ 계단 1/ 계단 2/ 보글보글이와 부글부글이/
홍시/ 가을/ 상수리나무 할아버지와 다람쥐/
약속/ 징검다리/ 겨울나기/ 누가 먼저
4부 사그락사그락
돌과 말/ 농기구/ 사그락사그락/ 상사화/
까치수염/ 비행운/ 초승달 1/ 초승달 2/
뻥튀기 기계/ 호루라기 새/ 오리/ ㅎ
해설 | 은유의 세계로 떠나는 동시 열차 _박승우
출판사 리뷰
짧지만 깊이 있는 동시
조수옥 시인의 『씽씽카 타는 참새들』에 수록된 동시들은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간결하고 유쾌한 어조로 쓰인 동시가 많다. 구조나 정황도 되도록 간단하고 분명하게 서술해 누구나 단번에 동시의 내용과 의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짧고 간결하다고 해서 내용에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떨어져야 부를 수 있는
빛나는 이름
별똥별
_「별똥별」 전문
「별똥별」은 아주 짧은 동시지만, 그 안에는 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 녹아 있다. 일반적으로 ‘별똥별’이라고 하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모습만 생각나지만, 사실 별똥별은 별이 떨어지면서 타들어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떨어져야 부를 수 있는” 이름이라는 말에는, 별똥별이 된 별은 반드시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하지만 시인은 별똥별을 “빛나는 이름”이라고 부른다.
추락하며 불타는 별은 소멸하는 것이기에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밤하늘에 남기는 궤적이 아름답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인은 대상의 좋은 면만 기계적으로 부각하지 않는다. 대상의 본질을 분명히 마주하면서도 그것이 가진 긍정적 가치들을 놓치지 않는다. 죽어가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시인의 특별한 능력일 것이다.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별똥별은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긍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별똥별」에서 조수옥 시인은 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짚어 내면서, 독자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동시를 마무리한다. 이처럼 『씽씽카 타는 참새들』의 동시는 짧지만, 생각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
가볍고 유쾌한 동시의 발걸음
박승우 시인은 해설에서 “조수옥 동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유를 잘 활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정서적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동시집 속에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참새가 되거나(「씽씽카 타는 참새들」), 문장 부호를 발자국과 연결하거나(「겨울 판화」), 팽이채를 의사라고 말하는 등(「응급 처방」) 비유를 활용한 시들이 많다. 비유에 의해 대상이 익숙한 느낌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때, 조수옥 시인의 동시가 가진 유쾌함이 드러난다.
기차와 레일이 만담을 주고받는 「기차와 레일」, ‘하나, 둘, 셋’하는 구호가 인물이 되는 「가장 힘이 센 숫자는」, 다람쥐와 상수리나무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상수리나무 할아버지와 다람쥐」 같은 동시들은 아주 쉬운 말과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유쾌하게 읽히는 맛이 있다. 누구나 가볍게 읽으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느낄 만한 동시가 많다는 것이 『씽씽카 타는 참새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추천평
조수옥 시인은 동시 열차의 기관사가 되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다. 동시가 될 만한 것을 만나면 잽싸게 태워 비유의 옷을 입히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 주고 동심의 숨결을 불어넣어 새로운 승객으로 변신시킨다.
- 박승우 (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