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제목도 특이한 이 책은 내용도 너무나 특별하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을 고민하다가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이라는 제목에 꽂혀 앞부분을 살짝 읽었는데,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책을 빌려 읽었다.
내용의 배경부터 참 신선하다. 신체가 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결국 온몸이 반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플라스틱병. 미세 플라스틱이 신체에 쌓이다가 변이를 일으켜 온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플라스틱병으로 죽은 시체는 매장도 화장도 불가능했다. 그저 처치 곤란한 거대한 환경오염 쓰레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장례 업체에서도 플라스틱병 시신을 받지 않았다.
책에서는 총 4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스틱병을 연구하다가 플라스틱이 되어버린 연인의 과제를 쫓는 나영의 이야기, 플라스틱이 된 시어머니의 시체를 떠맡게 된 수진의 이야기, 식물인간 딸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달라는 연의 의뢰를 받은 수현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재활용 센터의 비밀을 모른 척하고는, 사라진 동생을 찾아다니는 태주의 이야기. 플라스틱병이 닥친 현실에서 앞에 네 명의 사람들은 인간의 민낯을 보게 된다. 자신의 가족이, 연인이, 직장 상사가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지만, 결국 처리할 수 없는 시체로 변하니 쓰레기로 취급하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이 책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을 보며 플라스틱으로 변해 처리할 수 없는 시체도 ‘인간쓰레기’지만, 그 시체를 진짜 쓰레기로 취급하며, 죽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는 없는 채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인간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 차인데, 사고 때문에 어머니 몸을 잃어버렸어.”
“뭐?”
....
“부딪치면서 차 문이 열렸나봐. 정신 차리니까 없던데......”
...
수진 자신이 들어도 조악한 변명이다. 등 뒤에서 남편의 시선이 닿는게 느껴졌다. ... 기묘한 친묵이 몇 초 이어지다가 남편이 양말을 빨래 바구니에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남편은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숨도 쉬지 못하고 있던 수진은 그제야 간신히 호흡을 터트렸다. 이제야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남편은 이제 회사에서 밤을 새우지 않을 것이고, 딸은 친구 집에서 자겠다며 나가버리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모든 게...
플라스틱이 된 시어머니의 시체를 떠맡게 된 수진의 이야기 중 마지막 부분이다. 처리할 수 없던 시체를 남편이 큰소리치며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시체를 들고 집에 온 남편은 아무 대책이 없었고, 며느리 수진은 고민하다 결국 시체를 안방에 놓기로 했다. 수험생인 딸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시체가 집에 사실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딸은 여러 핑계를 대며 친구 집에서 자고, 남편도 안방에서 자는 것을 포기하고 거실에서 잠을 잤다. 그렇게 모두에게 불편함밖에 주지 않았던 시체는, 결국 차 사고를 핑계로 도로에 굴려 떨어트렸다.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허무할 수 있나 싶었다. 이 부분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의 현실도 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만 봐도,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는 언론에서 그저 숫자로만 언급될 뿐이었고, 그들의 가족들은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사망자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자, 화장이 미뤄지며 시신은 쌓여갔다. 그것이 우리가 마주했던 현실이었다. 인간의 죽음은 어떤 것일까? 충분히 애도하며 추모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에 집중하여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완벽히 발견했다고 할 순 없다. 이 책을 읽고 어떤 부분에 주제를 잡아야 할까, 한참 고민할 뿐이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나에게 남은 것은 그저 허무함과 비참함이었다.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허무할 수 있구나,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내가 죽은 뒤에 그저 나를 ‘인간쓰레기’로만 취급한다면 그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죽음에 메여있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겠지만, 인간의 죽음에 무감각하여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나는 부모님의 부모님,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네 분 모두 돌아가셨다. 그 당시에는 정말 슬퍼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도 반성이 되었다. 납골당이 경기도 쪽에 있어서, 너무 멀어 갈 수 없다는 핑계로 그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죽음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고민이 된다.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 있다면 한 번쯤 읽어도 될 것 같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던 인간의 죽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인간의 죽음을 그저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많은 사람의 죽음이, 그 죽음이 어떻든 간에, 서서히 잊혀가는 무언가로 남지 않길 바란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것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