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梨]
춘분날 왕성하게 자라나는 배나무 새 순[筍]을 지팡이 꼴[拐樣]로 잘라낸다. 쇠붙이를 달구어 양쪽 잘린 부분을 진액이 빠지지 않도록 지진 다음 땅을 깊이 파고 두 자 깊이로 뉘어 심는다. 《신은지》에는 “한 자쯤 되게 심는다.” 했다. 춘분 전날이나 다음날 심어도 안 된다. 다만 춘분날 심는 것이 좋다. 위의 꺾꽂이[枝種法]를 참고할 것. 《산거사요》 《거가필용》 《신은지》
배나무가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않는 경우 두꺼운 껍질을 긁어 주면 무성해지고 열매도 많이 맺힌다. 《사시찬요보》
지봉(芝峰) 이수광(李睟光)이 이렇게 말했다.
“시쳇말에 ‘덜 익은 배를 쪄 먹으면 그 배나무가 나쁜 배나무로 변한다.’더니, 우리 집에 좋은 배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그 배가 채 익기 전에 손님이 와서 따 쪄 먹었더니 그 뒤로는 그 배나무의 배들이 익기만 하면 금방 꺼멓게 썩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지봉유설》
북경(北京) 압사사(壓沙寺)는 어원(御園)이라고 하는 곳인데 그곳의 접붙이는[栽接] 관습을 보면, 먼저 아가위 나무[棠梨] 아기배ㆍ아그배라고도 한다. 와 대추나무를 서로 가깝게 심는다. 나무가 자라 접을 붙일 정도가 되면 아가위나무를 접본으로 하여 아리(鵝梨 노란 빛깔의 배가 달리는 나무의 일종)의 가지[接枝]를 접붙인다. 그 접지가 살아나 줄기가 뻗어나면 옆에 있는 대추나무 둥치에 구멍을 뚫고 아리의 줄기를 그 구멍으로 꿰어[度接] 빠지지 않도록 해 준다. 배나무 줄기는 그 구멍을 통해 자라며 1~2년 사이에 그 구멍을 완전히 메우고 두 나무 껍질이 서로 붙어 한 나무처럼 된다. 그렇게 되면 대추나무의 윗동을 잘라 내고 다시 아가위나무의 줄기를 잘라 준다. 곧 배나무를 대추나무에 접붙이는 꼴인 것이다. 열매가 달고 아름답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묵장만록》
뽕나무에 배나무를 접붙이면 결실이 빠르고 맛도 좋다. 《치부》 상사(上巳 3월의 첫 사일(巳日))에 바람이 불면 배나무에 좀벌레가 생긴다. 《치부》
나무(木)가 날카롭게(利) 가시난 '배나무 리(梨)'
돌배나무의 어원
돌배나무는 말 뜻 그대로 돌같이 단단한 배를 말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식물 이름 앞에 붙은 돌이란 진짜 돌(石)과 관련된 경우도 있지만 우리 국어사전에 보면 ‘품질이 떨어지는’ 또는 ‘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풀이되어 있고 그 대표적인 예로 돌배와 돌감을 들고 있다. 그 외에도 식물 목본의 이름으로 돌매화나무와 돌참나무 돌뽕나무 돌가시나무 등이 있다. 이 중 돌매화나무와 돌참나무는 암석지대에 서식하거나 목재가 돌과 같이 단단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만 돌감나무나 돌뽕나무 돌가시나무는 야생이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나무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돌배나무도 국어사전에 풀이되어 있듯이 야생 또는 질이 떨어지는 배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와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조금은 있다. 조선왕조 선조실록 68권에 선조 28년 즉 1595년 10월 2일에 함경도 부령부의 한 돌배나무에서 8월부터 꽃이 다시 만발하고 있다고 함경도 관찰사 홍여순(洪汝諄)이 장계를 올린다. 그 내용을 보면 "부령부(富寧府)의 유생 강익창(姜益昌)의 집앞에 있는 돌배나무 한 그루가 첫 봄에 가지마다 가득히 꽃이 피어 열매가 맺히더니 7월에 비바람이 번갈아 치자 그 열매와 잎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러데 8월 10일부터 다시 꽃과 잎이 피어 봄처럼 만발하였습니다."이다. 원문 일부를 보면 富寧府儒生姜益昌家前石梨一株(부령부 유생 강익창가 전 석리 일주)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 돌배나무가 바로 한자로 석리(石梨)인 것이다. 석리(石梨)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돌배나무가 된다.
이러면 돌배나무의 어원을 야생이라거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풀이하는 설은 힘을 잃는다. 실제로 돌배나무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민가 주변에서만 자라지 깊은 산속에서 야생하는 나무가 아니다. 그래서 한일 자생설에 의문을 표하는 학자도 있다. 위 실록에서도 민가주변에 있었다고 언급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가 현재 식용하는 배나무가 비록 품질이 다소 개량된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이 돌배나무와 같은 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배나무는 돌배나무가 아니면 산돌배와 콩배나무인데 그 중에서 뭐로 봐도 품질이 가장 좋아서 식용하는 것을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조신록에 기록된 석리(石梨)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건 어렵지 않다. 돌배나무의 중국 이름이 사리인데 한자로는 沙梨 또는 砂梨로 쓰며 때로는 석리(石梨)라고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 이름 사리(沙梨)나 석리(石梨)는 모래배와 돌배라는 뜻인데 이는 이 수종의 과육에 석세포(石細胞) 즉 영어로는 sclereid라고 하는 후막 세포(厚膜細胞)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배를 영어로 sand pear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배를 씹을 때 아삭아삭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석세포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