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 개인적인 '월드컵' 얘깁니다.
물론 저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봤습니다.
저 역시 한국사람이니까요.
다만, 다 늙은 나이에 너무 흥분하지 말자! 하는 마음 가짐으로요.
그래서 벌어졌던 일이긴 한데요,
어제(12. 2), 연이틀 '한파 주의보'가 발효중이었고, '안전 문자'에서도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권고가 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자전거 산책도 나가지 못했답니다.),
종일, 요즘 개인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그림 작업에 빠져있었답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었는데,
모처럼 '떡라면'을 끓여 저녁으로 때운 뒤 6시 반이 넘어가던데, 날이 짧아 한밤중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림 작업을 이어 하려다,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색깔에 대한 연구를 한 뒤, 확실해질 때 하자. 고 마음 먹었는데, 그러다,
참, 오늘 밤에 축구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걸 봐? 말어...... 하다간,
맨날 하는 것도 아닌데(4년에 한 번), 그리고 거기에 나가려고 얼마나들 애를 썼는데...... 하는 생각에,
기왕에 보려면 맑은 정신으로 보자. 하면서(어차피 저는 다른 일을 한다 해도, 첫잠을 자고 나서 하기 때문에) 그냥 자리에 누웠답니다.
그렇게 첫잠을 자고 깨어났는데(꿈이 뒤숭숭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저를 도와주려고 하더군요.),
그래봤자 10시 반이었습니다.
자정(12시)에 한다고 했던 거 같던데...... 하면서 저는,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글 작업' 한 부분을 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언뜻 컴퓨터 모니터 구석에 나오는 시간을 보니, 12: 11 이었습니다.
어? 벌써 시작했겠네! 하면서, 부랴부랴 인터넷 방송 중계(On Air)를 틀었는데,
축구 중계가 한창이었는데, 그건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가 아닌,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아니었겠습니까?
왜, 이 방송이 나왔다지? 하긴 했지만,
물론 TV 방송사에서 우리나라 중계를 안 해줄 리는 없겠지만, 그건 다른 채널에서 하나 보았고,
그렇지만 역시 중요할 수 있는 같은 조의 다른 나라들 경기도 보내주고 있었던가 보았습니다.
근데요,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저에겐,
그냥, 이 걸 봐?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물론, 당연히 한국 경기를 봐야만 하겠지만,
실컷 잠까지 자고 일어나서, 뭐 힘을 뺄(신경 쓰느라) 일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아무래도 좀 차분하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잠깐 사이에도 그 중계를 하는 중계진에선,
우리 나라가 이른 시간에 한 골을 먹어 1 : 0으로 지고 있다고도 하던데,
벌써 한 골을 먹었다고? 에이, 지는 게임을 애통해 하며 보느니 그냥 이 걸 보자! 하게 되었답니다.
차마 볼 수가 없드라구요.
그렇게 저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엉뚱하게도) 남의 나라 축구를 보게 되었는데요,
이래도 되나? '자학(?)'하는 기분이네...... 할 정도로 저 자신도 제 행동이 납득이 안 되었지만,
그저 시큰둥하게 그 경기를 보았답니다.
물론 그 중계진도 상황상황에 따라 그리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하곤 했기에, 저도 우리나라의 상황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채널을 바꾸지도 않고 계속 그 경기를 보았는데요,
가나가 초반에 패널티 킥을 얻었는데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하게 우루과이 쪽으로 흘렀고 얼마 가지 않아 한 골을 넣자,
중계진은 그 상황은 우리나라에 나쁘지 않다고도 했고,
그 얼마 뒤에,
우리나라가 한 골을 넣어 1 : 1이 됐다며 큰소리를 칠 때도,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거든요. 그렇지만, '잘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 경긴데 죽는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하는 응원의 마음을 갖고 있기는 했답니다.)
'우루과이가 큰 점수 차로 가나를 이겨서는 안 된다'며, '양 팀이 각축을 벌여야 한다면서도, 한 골 정도 더 들어가도 나쁜 건 아니다'고 하더니,
전반전에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어 2 : 0이 되자, 이제는,
'가나도 따라 붙어야 한다'면서 급격하게 가나 쪽으로 돌려 응원하기도 했는데,
그 경기를 보면서도 머릿속은 한국의 경기에 쏠려 있던 저는,
1 : 1로 전반전을 마쳤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나마 다행인데, 제발... 한 골 더 넣을 수 없나? 하는 심정이면서도,
우루과이가 2 : 0 앞서가고 있는(추가 시간이 8분이나 주어져서 우리나라보다 더 늦게 끝났슴) 채널을 그대로 고정하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고,
화장실을 갔다 왔고 물도 한 잔 마셨지만, 저는 여전히 남의 나라 축구만 보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됐는데,
눈으론 남의 축구를 보면서도 온통 신경을 우리나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그 뒤론 잠잠하기만 했습니다.
전반에 가나가 고전을 면치 못해 2골이나 먹었는데, 후반엔 가나도 힘을 내어 좋은 찬스를 만들어 내고도 있었는데, 골은 안 들어가드라구요.
(만약 우루과이가 한 골을 더 넣으면, 우리가 포르투갈에 역전한다고 해도 우루과이가 골 득실차로 16강이라던데)
가나를 응원해도 안 되고(골이 들어갈 것도 같았는데, 야속하게 안 들어가드라구요.), 우리나라의 역전 소식을 기다렸는데도 감감무소식이던데(시간도 참 더디게 가고 있더라구요.),
시간 상으론 후반전도 끝나야 할 즈음인데,
남의 나라 축구는 중간에 부상 당하는 일 등이 발생해 추가시간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은 것도, 제 애를 태우드라구요.
근데, 그대로 끝난 건가?
도대체 한국 경기 종료 소식은 들리지 않기에,
그대로 끝나면 모든 게 끝인데(우루과이가 16강에 나갈 것)...... 하던 즈음,
어? 우리가 한 골을 더 넣었답니다. 교체 선수로 들어갔던 '황 희찬'이 골을 넣었다는데요... 하는 중계진의 환호성이 터지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왜 아니겠습니까?)
무슨, 이런 일이 있어? 정말이야? 후반전에 얼마나 잘 싸워줬으면, 한 골도 안 먹고... 더구나 역전골까지 넣었다고? 아! 그렇다면, 끝났다는 거야, 시간이 남았다는 거야? 기쁨과 함께 답답함도 엄습하던데,
아, 결국 우리가 이겼답니다! 그 쪽 경기는 종료가 됐다는데요, 하는데,
이쪽 경기는 이제 41분인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몇 분이 더 걸릴 거고, 또 추가시간도 있을 건데......
이쯤 되자, 저는 한국 경기 상황보다, 이쪽 경기의 귀추가 더 절박해져 있었답니다.
그러니 여전히 한국의 상황이나 결과를 보는 것보다는, 보고 있던 경기에 더 신경이 갔는데,
후반전에 잘 싸우면서도 2 : 0으로 지고 있던 가나가, 어차피 지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도 끝까지 추가골을 먹지 않고 최선을 다 해 우루과이를 몰아부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또 우루과이의 역습이 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려서,
나도 참! 우리나라 경기는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남의 나라 경기에 이토록 애를 태우고 있는지...... 하면서도 그 시간의 흐름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참, 시간도 되게 안 갑디다.
그리고 추가시간이 8분 주어졌는데(또 8분씩이나?), 이쪽 게임은 일진 일퇴(우루과이 벤치의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어쩐지 저는, 우루과이가 그대로 떨어질 거 같드라구요.),
4분으로 줄어들었고, 우리나라 중계진들은 흥분과 떨림 속에서,가나의 골 키퍼가 선방을 하자, 해설자가,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골 키퍼! 00000(그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요.)" 하고 극찬을 하면서까지 가나 편을 들었고,(저도 그 순간엔 그 말에 동의했고)8분이 지나,
이제 끝나나 했더니, 또 1분 가까이 지나면서,
아, 가나 골문 앞에서 반칙이 있어서 우루과이의 마지막 '프리킥'이 선언되드라구요.
우루과이 선수들이 그런 건 또 얼마나 잘 하느냐구요......
그 게 골로 연결된다면, (그 순간의)한국은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긴박했던 몇 초가 지나는 과정에서, 가나의 골 기퍼가 선방을 해서 공을 잡았고,
그 뒤로도 몇 초가 더 지나더니...
주심의 긴 호르라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러면서, 화면은(저는 여전히 그 채널을 틀고 있었는데) 한국 선수들이 한국 관중석으로 달려가 뒤집어지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럴 수가......
근데요, 그 순간의 저는,
아, 나도 우리나라의 승리에 일조를(?) 한 것 같다.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말이냐구요?
저도 사실은 채널을 얼마나 돌리고 싶었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혹시 내가 채널을 돌리면, 부정을 타(?) 우리나라가 진다면? 하는 생각에,
나라도 중심을 지키자! 하는 독한 마음으로 그 상태를 유지했던 거거든요.(우리 국민 전체에 비한다면 저 개인의 자제력(남들은 웃겠지만)이야 너무 미미한 것이었겠지만,
그 조그마한 정성이나마 바치고 싶었던 게 제 심정이어서요.)
그렇게 우리는 기적같은 경기로 16강에 올랐고,
저는 또 그 16강 경기도 볼 것이고(담담하게 볼 겁니다.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첫잠을 자고 났던 저라,
뒤늦게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았답니다.
우리나라 내 자신의 방에서 월드컵을(남의 나라들 경기는 본방송으로 보고, 그 짜릿했을 우리나라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다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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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우리나라 경기 재방송을 보면서, TV 모니터를 제가 디카로 찍어둔 이미지로,
그렇게라도 하면서,
저도 그 순간에 직접 보고 싶었던 한(?)을 풀고 싶어서입니다.
첫댓글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가급적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단 눈으로 보면... 그래지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