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들녘으로
합천 옥전 고분군을 답사 다녀온 구월 중순 수요일이다. 어제 귀로에 대구 서부터미널 주변 노점 풍경으로 ‘조홍감 앞에서’를 한 수 남겼다. “고분군 답사 나서 대구를 거쳐 오다 / 터미널 주변 노점 할머니 펼친 과일 / 철 이른 청도 반시가 아른아른 쌓였네 // 사 가고 싶긴 하나 간수가 수월찮아 / 양해를 먼저 구해 사진만 앵글 담아 / 빈손에 돌아서려니 귀로 발길 무겁네”
날이 밝아온 새벽 전날 동선과 홍시로 생활 속 글을 남기고 이른 아침 일과를 시작했다. 여름 끝자락 오랜 가뭄을 끝낸 단비가 내린 이후 또 가을 가뭄이 이어진다. 텃밭에 심어둔 배추와 무는 싹을 가까스로 틔우긴 했으나 초기 생육기 물이 한창 필요할 때인데 그렇지 못해 보기 안쓰럽다. 싱그럽게 자라야 할 채소가 물 부족으로 시듦을 지켜볼 수 없어 연일 물을 주느라 일이다.
수요일은 오후에 대산 나눔문화센터에서 마을 해설사 과정 공부를 하는 날이다. 텃밭에 물을 주려 새벽에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운동 기구에 잠시 매달린 몸을 단련하며 안민동을 출발해 온 102번 첫차를 기다렸다. 정한 시간에 다가온 버스로 명곡 교차로로 나가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13번 버스로 바꿔 탔다. 소답동에서 굴현고개를 넘어 화천리에서 동전 산업단지를 지났다.
신동리 텃밭에 닿으니 이웃 농장주가 먼저 나와 텃밭을 돌봤다. 거기도 채소에 물을 주는 일거리가 기다렸다. 들통과 물뿌리개를 양손에 들고 개울로 가서 물을 퍼 날랐다. 무와 배추 이랑에 물을 줬더니 작물을 금세 싱그러워지고 땅을 젖어 일시적 가뭄 해소는 땜질했다. 낮이면 기온이 높아지고 뙤약볕에 작물을 시들어 내일 아침 또 들러 물을 반복해서 줘야 할 일이 기다린다.
텃밭 물주기를 마치고 서둘러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창원역으로 나가 건너편에서 들녘과 강가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근교 생업 현장으로 가는 승객들과 함께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으로 갔다. 기사도 반나절 근무일에는 운전대를 놓으면 텃밭으로 달려가 물을 주느라 고생한다고 했다. 어린 배추 모종이 시들고 벌레가 갉아 먹어 다시 심었다 했다.
내가 타고 간 버스로 가술에 내리지 않고 유등 종점에서 되돌아 나와 용등을 거친 덕현에서 내렸다. 거기는 추석 앞둔 가을에 출하하는 멜론 산지로 알려졌다. 다람산 농장에서 키운 당도 높은 멜론을 지인 둘에게 택배 배송을 의뢰할 일이 있다. 농장주에게 배송지 주소를 남기고 대금은 계좌 이체 시키고 들녘을 걸어 가술로 갔다.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찾았다.
열람자가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배낭에 넣어간 ‘뇌는 어떻게 노화를 늦추는가’를 펼쳐 읽엇다, 저자는 미국에서 노화 관련 뇌 질환 연구에 평생 헌신한 인지신경학 전문의 로버트 프리들랜드다. ‘40부터 늙지 않는 역노화의 뇌과학’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여러 임상 경험과 새로운 의학 지식을 접했다. 오후 일과를 기다리면서 열람실에 머물다 때가 되어 프로그램실로 건너갔다.
마을 해설사 과정 젊은 강사는 매시간 충실한 자료 준비와 열정적이고 의욕에 넘친 강의를 진행했다. 이번 시간은 ‘내가 아는 창원, 다시 보기’였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살아간 사람과 도시 이야기 편이었다. 내가 사는 의창구에서 주남 돌다리와 창원 읍성도 다뤘다. 창원 향교와 신방리 천연기념물 음나무도 언급했다. 마금산에 위치한 온천도 빼놓을 수 없는 수업 자료였다.
진해구에서는 근대 건축뿐 아니라, 여러 삶이 겹친 도시로 소개했다. 제포와 웅천 읍성에서 임진란 이순신과 왜구 침탈이 언급되었다. 기록에 남은 최초 서양인 세스페데스 신부와 웅천 도요지와 소사마을 김달진 문학관도 다뤘다. 마진터널에서는 1979년 태풍으로 안타깝게 순직한 병사도 있었다. 나는 숙제로 나왔던 우리 지역 사람 소개는 향토자료관 양해광 관장을 다루었다. 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