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ctures of execution of approximately 1,800 political prisoners in TAEJON
대전지역 정치범 약 1,800여명의 사형 집행사진 18장
<시작 노트>
지난 겨울에 시집『요하의 여신』을 준비하면서,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며 자연스럽게 4ㆍ3시집을 같이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서 4ㆍ3에 대한 부채의식이 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편적으로 몇 편씩 시집에 끼워 넣는 것은 간이 차지 않았습니다. 단독 4.3시집을 만들고자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들었던 기억들을 떠 올려 보았으나 딱히 잡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제주도의 각종 언론 매체들이 몇 년 사이에 4ㆍ3에 대한 증언들을 많이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온갖 기막힌 사연들이 봇물이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40여 년 전에 소설을 써보려고 주변 친지들을 찾아다니며 4ㆍ3에 대한 증언 채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달라져 가는구나!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새 시집을 낼 때마다, 4ㆍ3시집을 한 권씩 동시에 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2만5천에서 3만여 명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각각의 2만 5천 권의 시집을 써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민간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해 동시에 규명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는 반대 목소리에 짓눌린 채, 서둘러 4ㆍ3 특별법을 통과시키느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에 한정되고, 가해자에 대한 진상 규명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4ㆍ3 특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문명 사회에서 2만5천여 명에서 3만여 명에 가까운 민간인들이 적법한 절차도 없이 학살을 당했는데, 가해자들은 징계나 처벌은 고사하고, 훈장을 받고 출세하고 후손 대대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권력의 횡포에 대한 사과 말 한 마디로 다 해결이 된 것입니까. 어떻게 가해자에 대한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단 한 건도 하지 않고 말 한 마디, 립서비스로 다 해결되었다는 것입니까? 4ㆍ3평화 공원을 만들고, 보상금 얼마를 주면 다 해결된 것입니까?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국제법에서도 공소 시효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금이라도 민간인 학살에 대한 가해자 진실을 규명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지우고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입니까? 후세에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도 가해자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ㆍ3특별법을 속히 개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치 히틀러 때 민간인 학살의 부역자들은 지금도 끌려가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 4ㆍ3 사건이 무엇이 다릅니까?
강상윤
강상윤 시인은 1958년 제주에서 출생했고,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했다(추천작 「수평띠톱기계」, 「푸른 세상」,「자기 생을 흔들다」 등) 2004년 첫 시집 『속껍질이 따뜻하다』를 간행한 이후『만주를 먹다』, 『요하의 여신』,『너무나 선한 눈빛』등을 출간했다. 2004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고,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