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기피시설이었던 송파구 가락동 성동구치소 이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치소 부지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올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7만8700여㎡에 달하는 네모 반듯한 땅인 데다 지하철 역과도 가까워 이 부지가 어떻게 개발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장기전세주택(SHIFT)ㆍ방송통신대학ㆍ공공청사ㆍ특목고 등이 구치소가 떠난 자리를 채울 시설로 거론된다.
4~5월 서울시와 법무부 간 ‘맞교환’ 매듭
현재 성동구치소 땅 주인은 법무부다. 법무부와 서울시는 성동구치소를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짓고 있는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 내로 옮기기로 2005년 6월 결정했다. 이 후 구체적인 진척사항이 없었으나 최근 서울시와 법무부 실무진들이 성동구치소와 법조타운 내 구치소 시설을 맞교환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두 부동산을 맞바꾼다는 전제 하에 성동구치소 부지와 법조타운 내 구치소시설을 각각 감정평가해 차액은 정산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법무부와 정식 계약서를 쓴 건 아니지만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맞교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맞교환이 확정될 경우 성동구치소는 법조타운이 지어지는 대로 옮겨간다. 애초 2012년 완공 계획이었지만 법조타운 예정지 내 땅 소유주들과 SH공사 간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계획보다는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성동구치소 땅주인이 곧 SH공사로 바뀔 것으로 보고 조만간 부지 활용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워낙 요지의 땅이라 서울시 내에서도 각 부서별로 이 땅에 욕심이 많다.
주택국에서는 무주택자들에게 주변 전세 시세의 60~80% 선에 최장 20년 동안 전셋집을 임대해주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ㆍshift) 단지로 이 땅을 개발하고 싶어한다. 문화국에서는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방송통신대학교를 성동구치소 부지로 옮겼으면 한다. 대학로에 문화공연시설을 더 만들기 위해서다.
성동구치소 주변 주민들은 특목고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이와 함께 공원과 문화시설이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송파구청은 송파구청대로 이 땅에 행정타운을 만들길 원한다. 송파구청 등을 그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및 지자체가 원하는 것과 서울시가 필요한 것을 잘 절충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는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시설 짓느냐에 주변 영향 달라져
개발과 관련한 밑그림이 나오면 일단 주변 부동산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성동구치소 주변은 현대5차ㆍ쌍용1차ㆍ극동ㆍ프라자ㆍ상아ㆍ미륭ㆍ가락래미안ㆍ문정래미안 등 대규모 아파트촌이다.
가락동 윤정희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성동구치소가 집값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며 “성동구치소가 옮겨가면 이 일대 아파트들이 재평가를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일대 110㎡형 아파트값은 6억5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잠실동에 있는 같은 면적 아파트에 비해 1억원 이상 낮다.
그러나 어떤 시설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약발’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특목고나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면 집값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책 사업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장기전세단지가 들어오면 교도소 이전에 따른 수혜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가락동 S공인 관계자는 “장기전세라는 게 따지고 보면 임대주택 아니냐”며 “임대 단지를 반가워할 집주인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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