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니힐氏의 하루.3
니힐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은 하루
나는 봄을 향하여 손을 내밀고 꽃을 피울까
잎부터 피울까 말까 가려운 농담을 깔깔거리는데
아뿔싸
늘 세상일이란 1: 100의 법칙이 존재한다
꽃샘추위라는 기막힌 현상 하나로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직역을 하자면 봄은 왔는데 봄은 오지 않았다
이 무슨 황당하고 뜬구름 잡는 말일까
헛헛헛
국어사전을 펼쳐 봄을 찾으니
봄이란 바람이거나 볼견자
날씨를 관찰하는 혹은 날씨를 살핀다는
더 구체적으로는 시인의 본질을 읽다
나를 구체적으로 본다는
만물이 사소한 나의 문제로
100가지 골칫거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발화와 소멸은 다르지만 같은 알리바이를 가져
잘 될 거야라며 막연한 희망사항을 뜬 구름
정체 모를 형용사이거나 관용적인 부사
말해 보면 구름과 안개는 너무 쉽게 자아를
바꾼다
그들은 별다른 주의가 없다
그들은 단지 쓸모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말처럼 가벼운 삶을 산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오래된 기업의 광고
나는 그 순간의 선택을 믿는다
일류가 아니라면 도태된다는 생존의 원리를 존중한다
주의가 없이
사소한 부주의에 대하여
봄이 오듯
소란한 바람이 불듯
꽃이 피거나 형용할 수 없는 말들이 피어날 것이다
삶이 이야기보따리를 푼 어떤 시에는
꽃과 나비에 대한 서사가 필요하고
색다른 바람에 대한 편견이 필요하리
동에서 서로 가는 습관처럼
나는 일목조연 구름을 물고 베란다 문을 나선다
동쪽 하늘 어딘가 떠있을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야를 가린 하늘은 오늘 어떤 사고를 할 것인가
눈이나 비가 올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북두칠성을 점자로 읽는다
나의 지문은 때론 시대를 대표하는
마법을 클릭한다
겨울 끝 봄
봄이여 열려라
아라비안나이트의 주인공처럼 소리를 외치면
오호라 눈이 부시게 화창한 봄날이
적나라한 허벅살을 제시한다
시스루같이 보일 듯 말 듯
진달래 꽃물을 살짝 터뜨리는 산하
구글이거나 네이버
다음도 춘래불사춘이라는
바탕화면에 봄이란 사막 실크로드를 깔았다
화창하다
봄 같지 않은 학명이다
쌀쌀맞다
새초롬하다
매울 신 한국인이라면 신라면
보니까 안 보인다 봄
아 나는 먹고 싶다
지금 그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