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그러지 마시어요(2)

[들꽃마루]

오늘아침
밥하기싫어 누운채
써핑하다 만난 글 올립니다

< '풀꽃' 시인의 인생>

‘풀꽃’이란 시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 중에서 최근에 알게 된
시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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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
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고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숙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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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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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마는...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2016년 공주
풀꽃문학관에 갔을때
제가 찍은사진입니다

[토르]

[들꽃마루]

[생각하는갈대]

[들꽃마루]

[시골바다]

한참 전 시인의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여
나태주 시인님과 처음 뵙고 지금은
연락주고 받지요
심성도 좋으시고
편안하신 분이시죠
고운글 감사 드립니다
비라도 내릴 것 같은 주일이네요
감기조심하시고요

[들꽃마루]

연락을 주고받으실 정도라면 널리 자랑하셔야지요.시에 문외한인 저같은 사람도 시를 좋아하게 하신 공로가 크지요.

[몸부림]

쫌 슬프네요

어떤 여인의 남편이 널두고 못가겠다 같이가자
했더니 여인이 미안하지만 그래는 못하겠다 당신 먼저가라 했다더군요

남편이 설마 진심으로 그랬겠어요?
그래 당신없는 이세상 나도 살아갈 의미가 없어 같이가 지금 옥상으로 가서 손잡고 뛰어내리자
이러면 남편이 기쁜마음으로 죽었을건데
맹추같은 아속한 여자

어떤 남자는 재산은 자식들 골고루 나눠주고
부인보고는 순장을 요구했다가 쑤레빠로 뒤지게 맞았다더군요 ㅋㅋ

[들꽃마루]

그 여인은 너그럽기도 하지 고작 쑤레빠로 때려요?
아이젠 묶은 등산화 빌려주고싶네요.
쫌 심한가요?

[리진]

부인의 답시도 뭉클합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부인의 기도를 들어주셨나봅니다.
아직도 왕성히 활동하시니까요.

이런 부부가 천생연분이죠.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하겠죠.

작년에 광화문 교보 갔을때도 시집 싸인회를 하시더군요.
저는 아이돌가수 BTS의 노래산문집을 나태주시인님이 쓰셔서 사오기도 했습니다.
22년까지 초판 5쇄 발행했으니 그 인세로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좋은시 소개 감사해요.

[들꽃마루]

정녕 부창부수,
순애보,
아름답고 지고지순한 사랑입니다.
존경받는 남편과
그 못지않은 아내이기에 가능하지않을까 싶어요

[천둔산]

잠시머물다 갑니다
수고하셨읍니다

[들꽃마루]

오랫만에 좋은시를 읽고
속된 제 마음에 감동이 일었습니다

[리디아]

눈물이 납니다.
14년전의 저의 간절한 기도가 생각이 나서......

[들꽃마루]

어려운 일이 있으셨던가 봅니다.
갑자기, 남편을 미워할 수있다는것은 그동안 고난은 있어도 치명적인 어려움은 없었단 얘기인가 싶기도합니다

[오종태(김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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