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함은 항모전대를 호위하는 함대방공함입니다.
따라서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과거의 구축함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이지스 함이 격침시키기가
대단히 어려움 함종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그 임무는 미 해군의 항모전대에 배속되어 적의 공군기나 함정에서 발사 된 대함미사일로부터
함대를 지키는 것이 1차적인 임무입니다.
항공모함이 하나 격침되면 5천명 이상의 인명이 손상되는, 군사문제를 떠나 미 국민들에게 9.11 테러에
버금가는 심리적 공황을 가져다 줄 것이며 미국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이 정치적 곤경에 빠져 전쟁
수행의지가 꺾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미군 입장에선 절대로 격침되어서는 안 되고, 반면 적의 입장에선 전 해, 공군력을 동원하더라도
반드시 격침시키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타겟이 될 겁니다.
현재 미 해군 항모 전대의 방공망은 3중망으로 구성되는데 반경 500킬로의 광역 방공(outer defense)은
초계하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가, 100킬로 내외의 지역방공(regional defense)은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대공 미사일로 방어합니다. 여기까지는 함대 차원의 방공작전입니다.
이를 뚫고 돌입하는 최종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함대가 아니라 개별 함 차원에서 막아야 합니다.
함대는 둘째 치고 일단 자기 배가 살아야 하니까요. 개별 함 차원의 최종방어(point defense)는 시 스패로
혹은 RAM 미사일과 팰링스 근접방어 시스템(CIWS)이 담당합니다.
항모전대에서 램이나 팰링스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은 아주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상황이고,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아마 지휘관들이 고단해질 겁니다.
실제로 중동전에서 시리아 해군의 스틱스 미사일로 이스라엘 구축함 엘리어트호 격침,
이라크 공군의 엑조세 오인발사로 미 구축함 스타크호 대파,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 공군의 엑조세로 영국 허미즈호, 어틀랜틱 컨베이어호 피격 등등...
비싼 함정이 대함 미사일로부터 의외로 취약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대함 미사일은 값싼 구형 전투기나 조그만 고속정을 그 발사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별로 시덥잖은 나라나 심지어 테러 집단도 막강 미 항모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미사일 한 발이 명중하더라도 항공모함 같이 큰 배가 침몰까지 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 상징적인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위협은 항상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군산 복합체의 야합은 유명하니까요.
과거 미그 25가 최대 마하 3.2의 속도를 기록했을 때 군산복합체에서 흘린 엉터리 정보로 전 미국 조야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막상 벨링코 중위의 망명으로 미그 25가 좌향 좌, 우향 우도 못하는 엉터리 물건임이
밝혀진 적도 있지요. 괜히 놀랐잖아, 새끼들….
어쨌든 이 위협으로부터 항모를 지키는 방공전용함으로 개발된 것이 이지스함입니다.
제우스의 방패라는 뜻을 가진 이지스(Aegis)는 함의 명칭이 아니라 시스템의 명칭이고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을 이지스함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이지스함 도입을 검토할 때 보호해야 할 항모도 없는데
대체 뭘 하려고 하느냐는 논란에 시달린 적도 있습니다.
미 해군의 이지스함은 9천 톤급 타이콘데로가급이 플라이트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최대 19개의 목표를
동시대응할 수 있고 탑재 미사일은 122 발입니다. 이전의 함은 한 발, 혹은 두 발을 발사해서 끝까지
추적해서 격추시킨 후 다음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비해 19발을 연속 발사해서 개별목표에 각각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미사일을 기관포처럼 쏜다는 것이죠.
갑판 아래의 공간에 수직으로 빽빽이 수납된 미사일이 연속 발사되어 벌떼처럼 날아드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합니다. 스탠다드 미사일 한 발의 가격이 20억 원이 넘는데 1회 장탄 수량이 122발이라면…
완전히 돈 먹는 하마 같은 겁니다.
그래도 패트리어트 미사일 1개 대대분 768발 도입가가 2조3천억원인 것 보다는 봐 줄 만 합니다.
그보다 좀 작은, 염가판으로 건조된 알레이 버크급은 역시 플라이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12개의
동시대응 능력에 탑재 미사일은 96발입니다. 타이콘데로가급이든 알레이 버크급이든 탑재 미사일의 80%
이상이 대공미사일인 것만 보더라도 이 함이 방공함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다만 토마호크, 하푼 미사일, 어뢰 등도 같이 탑재되므로 원거리 타격, 대잠전도 임무에 포함되긴 합니다.
이러한 이지스함이 과연 날아 오는 대함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100%는 아니지만 방어할 수 있습니다. 탄도미사일 (Ballistic missile) 과는 달리 대함 미사일은
모두 유도미사일 (Guided missile) 입니다.
대개 마하 0.7 –1 정도의 아음속 (여객기 정도의 속도)으로 날아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격이 쉬워
한국군이 훈련에서 3인치 포탄 단 1발로 잡은 적도 있습니다.
또 특히 유도미사일은 항상 외부와 교신해야 하므로 교란이 가능합니다.
그 방식이 액티브든 패시브든 세미 액티브든, 혹은 그 수단이 전파이든 레이저든 적외선이든, 외부와 교신하는
미사일은 대개 교란이 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에 반해 탄도미사일은 명중 정밀도는 떨어지나
자체 내장된 탄도 계산으로 비행하므로 절대로 교란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하 5 이상의 고속으로 돌입하므로 못잡습니다.
전자 방해(ECM)나 채프(chaff)를 살포하는 등 외부교란을 통해 미사일을 엉뚱한 곳으로 꼬셔 내거나
회피하는 것을 소프트 킬 (Soft kill) 이라 하고 미사일에 미사일 또는 근접방어 시스템의 기관포로
직접적인 타격을 가해 아예 격추해 버리는 것을 하드 킬 (Hard kill) 이라고 합니다.
이지스 함은 스탠더드 미사일에 의한 하드 킬을 특징으로 합니다.
미 해군 항모전대의 3중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집니다.
오히려 잠수함이 낮은 가능성이지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죠.
림 팩 훈련에서 우리나라 209급 밧데리 잠수함이 미 항모를 가상격침에 성공한 적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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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이지스함이 엉뚱하게도 미사일방어망(NMD) 계획의 일환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일본의 공고급 이지스함이 추적에 성공하자 이걸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한국 해군도 이지스함 3척을 건조했습니다.
항공모함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이지스함을 탄도 미사일 요격목적으로 쓴다는 것인데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요격은 고사하고 추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