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11. 1. 금요일.
저녁밥을 먹으면서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보았다.
11. 1 한우데이.
'소고기 먹는 날'이라는 기사에 나는 놀래서 눈을 똥그랗게 떴다.
'한우(韓牛)데이'에 대해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한우데이는 지난 2008년 한우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한우데이가 11월 1일로 정해진 이유는 한자 '소 우(牛)'에 숨겨져 있다.
한우(韓牛) . 한자 '牛'를 파자해보면 3개의 1이 나오는 사실에 착안해 한우데이 날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축·수산물 기념일 중 가장 대중 인지도가 높은 것은 3월 3일 '삼겹살데이'다.
삼겹살데이는 2000년대 초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되자 파주연천축협이 처음 제안했다.
5월 2일은 숫자 5, 2와 발음이 유사해 정해진 '오리데이',
9월 9일은 닭의 울음소리에서 착안한 닭고기의 날 '구구데이'다.
각각 오리고기, 계란과 닭고기 소비를 촉진하는 행사가 열린다.
'참치데이'도 있다. 2006년 해양수산부와 원양어업협회가 참치와 발음이 유사한 3월 7일을 참치 소비 촉진을 위한 참치데이로 지정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싶다.
나는 1950년대~ 70년 초까지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 화망마을에서 학교 방학을 보내면서 살았다.
내 시골집에는 머슴(일꾼아저씨)가 바깥사랑 방에서 살면서 사랑방 부엌짝에 내건 큰 무쇠가마솥에 쇠죽을 익혔다. 쇠죽재료는 보릿대 벼 지푸라기를 작두로 잘게 썰어서 여물용으로 만들었다. 여물을 쇠죽솥 안에 넣고는 겨(쌀겨. 보리겨 등)물 부어 낳고는 오랫동안 불 때서 쇠죽을 익혔다.
바깥사랑방 곁에 붙어있는 외양간에서 사는 어미인 소 암소한테 뜨거운 쇠죽을 퍼서 주었다.
커다란 암소는 일소였다. 소 목등걸이에 멍에를 채운 쟁기를 끌면서 논밭의 흙을 갈았고, 5일 장날에는 구루마를 끌어서 십리길도 더 넘는 장터에 나갔다.
일꾼아저씨는 동네사람들의 무거운 짐을 구루마에 싣고서 장터에 오고가면서 구루마 싻을 받았다.
또한 암소는 송아지를 낳고 젖을 물려서 키웠다. 어지간하게 큰 송아지는 면내 5일 장날에 끌고 가서 팔았다. 송아지는 농가에서는 제법 든든한 돈벌이가 되었다.
이처럼 당시에 아끼던 소는 농가의 소중한 재산이었다.
때문에 무척이나 아끼고, 보살폈다.
그런데 2024년 지금은 소를 어떻게 대접하는가?
소를 때려잡아 죽여서 살고기를 칼로 썰어서 판다. 이 살덩어리를 뜨거운 불과 물로 끓여서 먹고 마신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소를 키우는가 ?!
나는 1960년 대전으로 전학가서 학교에 다니다가 여름방학이면 고향인 시골집에 왔고, 바쁜 일꾼아저씨 대신에 암소를 이끌고 풀이 많은 논두렁으로 나가서 소가 논두렁 풀을 뜯어먹게 하였고, 때로는 마을 뒷산에 소를 이끌고 올라가서 산에서 나오는 풀을 뜯어먹게 했다. 소가 칡넝쿨 등을 뜯어먹을 때 나는 하모니카를 불면서 산 아래에 펼쳐지는 서해바다(무창포해수욕장, 남포 용머리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더 멀리는 섬)를 멀리서 내려다보았다.
풀을 많이 뜯어먹은 소는 이따금 '음메 ~ ' 하면서 소리를 길게 내빼고, 자꾸만 어둬지는 저녁 무렵에는 소와 함께 산 아래 마을로 내려와 쇠외양간으로 소를 몰아넣었다. 소가 쉬면서 잠자게 했다.
당시의 소는 마치 집안 식구처럼 소중하게 다뤘다.
쇠죽 쑤는 할머니
1970년대 초.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 화망마을, 동네에서는 머슴들이 떠나갔고, 가난한 시골사람들도 객지인 도시로 떠나는 이농시절이었다.
우리집에서도 일꾼이 떠나갔기에 더 이상 일소를 먹일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소가 사라지고, 대신에 경운기 등 농기계가 논밭 흙을 갈았고, 보리바슴 벼바슴을 했다.
얼마 뒤에는 대형트랙터가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소도 사라졌고, 동네일꾼도 사라졌다.
논밭에는 고작 농기계 한두 대가 들어서 흙을 갈았다.
* 또한 산 고랑당 아래의 논밭은 농공단지, 산업단지, 고속도로 무창포 진입로, 606 지방도로 확장공사 등으로 토지수용되어서 농토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데.... 그래서일까?
2020년대인 지금은?
나는 오늘에서야 우연히 신문을 보고는 '한우데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한테는 끔찍한 '한우데이'이다!
11월 1일은 인간이 가축인 소를 잡아 죽여서, 배불리 먹는 끔찍한 날이다!
사진은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용서해 주실 게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인다.
나중에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