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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숨긴 채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피에타상 마구 찍는다 마리아 머리가 깨지고 목이 달아나고 어깨가 으스러지고 젖가슴 무너진다 수 개월 뒤 눈 코 입 목을 붙이고……, 문제는 젖가슴이다 조각조각 가지가지다 곡선의 세모 네모 동그라미 사다리꼴 상현달 초승달 하현달 오목 사각 등등 하나둘 조각에 번호를 매기고 가루까지 쓸어 담는다
떼어내고 맞추고 떼어내고 맞추고 수없이 반복한 끝에 이제 문제는 젖꼭지다 마침내 검고 시들한 시장바닥 아낙의 것과 진배없는, 칠 남매 아니 십 남매 어미의 것과 진배없는, 아니 낙타 개 말 함께 떠돌아다니던 향신료쟁이 아낙의 것과 진배없는, 열두 마리 돼지 새끼가 빨던 그 암퇘지의 것과 진배없는, 그런데 말이다 예수가 빨았던 신이 빨았던,
<시작노트>
조각예술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1475~1564)의 <피에타>를 보는 시인의 시각은 사뭇 의뭉스럽고 정교하며 또 예외적인 감수성을 드러낸다. 이는 예술이 지닌 독창성과 그 예술의 독창적 내용이 지닌 보편성catholicity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름 유머러스하게 터치하고 있다. 이는 예술적 신기神技는 저잣거리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범부凡婦인 “향신료쟁이 아낙의 것”을 그리고 지어내는 무기교無技巧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고매한 예술적 외피外皮도 그 안에 인간적 정서나 감정을 두루 포함하지 않으면 그저 잘 만들어진 복사물copy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의 연장선상인 듯하다. 무엇보다 아이러니하면서 흥미로운 측면은, <피에타상>이 여러 곡절과 이유로 훼손되어서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복원의 과정상의 적정성이나 전문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복원돼 가는 성상聖像이 지닌 고매하고 특별한 위상이 세속의 여인의 “젖꼭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야말로 여느 대상과 “진배없는” 존재의 대상으로 전이돼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생전의 미켈란젤로가 염두해 두었거나 그렇게 용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예술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시대와 역사 속에서 변천하고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갖는다. 그리고 이 불가피한 훼손된 <피에타상>의 수습과 복원과정에서 시인은 그 성스러운 성모상의 “젖꼭지” 부분이 급기야는 “열두 마리 돼지 새끼가 빨던 암퇘지의 것과 진배없는” 것이라는 놀라운 보편성普遍性과 마주한다. 성스러움과 미천함이 격절돼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아우라aura 속에서는 “예수가 빨았던 신이 빨았던” 상관이 없는 생명의 수유부授乳部가 갖는 종요로움은 다르지 않다는 측면이 돋아난다. 이는 박장희의 예술을 보는 또 다른 눈썰미이자 혜안이 아닌가 싶다. 비록 조각품의 훼손과 복원이 갖는 과정에서, 본래 진품과 복원품의 차이와 관계의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시인이 주목한 부서진 조각품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성스러움의 가치는, 그야말로 피에타Pietà 즉 생의 비통함을 넘어 사랑의 지극함을 함의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적인 비유의 구문이자 우언迂言으로 적실하게 다가온다.
박장희
- 대구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에서 태어나 의성 대구를 오가며 자라다.
- 결혼 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근무했으며, 결혼과 동시에 울산 와서 태화강을 산책하며 울산사람으로 살다.
-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문수학당에서 5년간 동양고전을 수학하다.
- 1999년 《문예사조》로 등단했으며, 2017년 《시와시학》 신춘문예에 당선되다.
- 시집으로 『폭포에는 신화가 있네』 『황금주전자』 『그림자 당신』 『파도는 언제 녹스는가』(2024 시산맥사)가 있고, 산문집으로 『디시페이트와 서푼 앓이』가 있다.
- 울산문학상 · J P 샤르트르 문학상 대상 · 울산詩文學賞본상 · 함월문학상 · 울산문학 작품상 · 울산시장상 등을 수상하다.
-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울산광역시 문예진흥기금, 2018년 울산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지원금 공모에 선정되다.
- 울산중구문학회 회장과 《울산문학》 편집주간을 역임했으며, 현재 시목문학회 대표와 문화예술정책위원회 부회장, 산수유문학회 고문, 《울산예술》 편집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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