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 휴대폰
오랫만에 번개산행을 했다.
오수환 님, 김양곤 님, 박종철 님,그리고 나.
처음에는 파란풍선 님과 강원도 평창의
봉평 메밀밭 관광과 산행을 하기로 했는 데,
늘사랑 님이 저녁에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창녕 관룡산으로 갔다.
봉평에 가서 메밀밭과 이효석이 지은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를 감상하고자 했는데.....
장돌뱅이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와의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물레방앗간을 보고싶었지만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 중요하여 취소를 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늘사랑 님의 차로 가면서 칠서에서
나그네를 만나 태우고는 계성면 옥천리에 있는
관룡사로 가니 10시 30분이 다 되었다.
관룡사는 밖에서 참배를 하고는 절 왼쪽으로
나있는 용선대로 넷이서 향한다.
20여분만에 용선대에 서니 석가여래좌상이 사바세계를
내려보며 불쌍한 중생들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생각중인 것 같다.
정상의 능선을 바라보면 바위요,
아래를 보면 녹음이라 산이 그냥 좋기만 하다.
환장고개를 지나 정상에 서니 밋밋한 평지다.
누구라도 정상 표지석을 세워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상을 지나 부곡쪽의 능선을 타고 20~30분 가면
헬기장에서 바로 우회전을 하면 하산이다.
헬기장 하면 생각나는 해프닝, 팔공산 산행인 데.....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려 아깝기만 한데.....
아마도 헬기조종사는 산행을 안 하는 사람이겠지.
그러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지않고 조금 밑에
부페를 차려서 휴대폰 분실사고가 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넷이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나그네 님과
파란풍선 님은 오수를 즐기기도 했다.
파란풍선 님은 간밤에 사랑하는 빙모 님 제사라서
반찬도 풍성하게 가져왔지만 배가 불러 다 먹지도 못했다.
즐거운 하산길, 산행에서 오르막만 있으면 누가 산에 가겠는가.
하산 후에 시원하게 한 잔 하는 맛에 험한 산길도 오르는 데.
나그네 님은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갔는 지, 노래가 절로 나온다.
노래가 있는 곳에는 사진작가인 파란풍선 님 디카가 있고.
나그네 가수의 "대니 보이" "사랑이 사랑을" "애정의 조건"
그리고 "슬픈 언약식"이 산바람을 타고 신이 난다.
그러나 여기까지도 휴대폰 분실사건을 모르고 있었다.
나와 늘사랑 님이 먼저 내려가는 데, 파란풍선 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처음에는 안전사고라도 난줄 알았다.
안전사고가 아니라 나그네 님이 휴대폰을
점심먹은 자리에 놔두고 왔다고 한다.
휴.......안전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올라가야 한다.
절반쯤 내려와서 다행이고, 만약에 다 내려가서
내 휴대폰 했다면 어쩔 것인가?
나그네 가수가 멀리 있는 놋단이(노단이)저수지를 보니
경치가 좋아 흥분이 되어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고 한다.
휴대폰은 왜 갑자기 찾았단 말인가?
나그네 왈, 부산의 여산꾼 오정희 양과
손영희 양한테 경치가 좋아 갑자기 전화를 하고싶어
호주머니를 만져보니 할머니젖가슴(?)처럼 홀쭉하여
그래서 점심식사 후 놓아두고 내려온 줄 알았다나.
나그네 님, 내가 보기에는 오양과 손양이
보고싶어서 전화를.....ㅎㅎㅎㅎ
(저녁에 만날 것인 데 그 사이 또 보고싶었다 말이요 ㅎㅎㅎ)
배낭을 벗어놓고 다시 산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 가자. 애인이 사준 휴대폰인 데 애인한테
맞아죽는 것보다는 다시 오르는 게 좋은 것이다.
나그네 님은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아나는 지,
산행이 아니라 산악마라톤이다.
내가 따라 올라간다고 반쯤 죽을 뻔 했다.
25분만에 도착하니 휴대폰이 새색시처럼 얌전하게
주인을 기다리며 소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게 아닌가.
나그네 님이 오수를 즐기면서 나무가지에 걸어두었구나.
다시 하산을 하니 파란풍선 님과 늘사랑 님은
우리 배낭을 가지고 하산을 하고 없다.
휴대폰을 찾고보니 올라간 보람이 있다.
만약에 못 찾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휴.....
팔공산에서는 헬기가 추억거리를 제공하더니,
오늘이 휴대폰이 또 영원한 추억거리를 제공했네.
그러고보니 모두 ㅎ자가 먼저 들어가니
다음에는 ㅎ의 무엇이 제공할까?
하산후 회향이라는 한약을 나그네 님이 4봉지를 사서
한봉지씩 갈라 가지면서 농담을 하며
한바탕 웃어본다( 나그네 님 감사합니다요,
오늘 산행을 두 번하여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겠습니다요)
회향을 넣어 끓인 식수를 먹으면 소변도 잘 나오고,
변비도 없어진다나.또 저녁에 힘도 좋아진다니......ㅎㅎㅎ
혹시 낙동강이 넘치면 누가 소변을 봤는 지 조사를....
아마도 늘사랑 님이 어제와 오늘 다 사랑(?)을
주고받는다고 하니 주인공이 될 것 같은 데....
동동주와 두부로 하산주를 하고는 저녁 약속 때문에
바로 출발하여 나그네 님은 칠서에 내려주고
우리는 온천장으로 와서 녹천탕에서 피로를 풀었다.
땀냄새, 본인은 상관이 없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정말로 맡기 싫은 것이다.
노폐물이니까 좋은 냄새는 아니겠지.
우리몸에서는 이 노폐물을 많이 빼야 건강한 것이다.
목욕을 하고는 고성횟집에서 영양보충을 했다.
영양보충이 끝났어도 그냥 가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아이가.
노래방에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두 소비를
시킨 후에야 하루의 일과가 끝이난 것이다.
나그네 님, 휴대폰을 찾은 소감이 어떻소?
애인이 사준 27만원짜리면 나와 반씩 나눌까요 ㅎㅎㅎ
나도 남의 애인이 사준 휴대폰을 찾으러 가느라
반쯤 죽다가 살아났소ㅎㅎㅎ
다음에는 또 누가 무엇으로 추억거리를 만들어줄까?
번개산행이 이런 재미도 만들어 주니 한층 더 즐거움이 있네.
나그네 님, 덕분에 난 운동을 잘 했소.
다음에 또 한 번 더 오를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주소.
기꺼이 내가 갔다 오리라.
이젠 완전히 하산을 끝낸 후에 이야기를 해야지.
그래야 더 재미가 있지 않겠나, 기절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고.
두 번 산행은 내가 책임을 질테니, 한 번 더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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