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부부Talk> 연애 감정에 불을 지펴라
우리 부부는 평소 공연과 전시회 가는걸 꽤 즐겨했다. 그런데 최근 아내가 바빠지고 나서부터는 몇달간 공연장엘 가보질 못했다. 당연히 부부간 데이트도 몇 달간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며칠 전에도 아내에게 공연보러갈 시간 좀 내라고 졸랐지만 허사였다. 세상 일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어찌나 바쁘게 사는지. 뮤지컬 보러갈 여유도 없을만큼 바빠서야 어디 사는게 사는거냐고 했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몇 달밖에 안되는 그녀로서는 사는 재미보다 일하는 재미가 더 우선인듯 했다. 회사일에 빠져있는 그녀가 한편으론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론 영 못마땅했다. 연애하는 부부로 살자고 다짐했던 그녀가, 새 직장 때문에 남편과의 데이트에 직무유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좀 해댔다. 뮤지컬 땡기니까 뮤지컬 보러가자고 툴툴거려도 보았다. 역시 잔소리는 약빨이 있다.
뮤지컬 보러가자며 툴툴거린지가 이틀이나 지났을까, 금요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개 그 시간에 오는 아내의 전화는 둘중 하나였다. 늦는다는 전화거나 만나서 밥먹자는 전화다. 요즘이 한달 중 아내가 가장 바쁠때라서 당연히 늦는다는 전화라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근데 오늘 신호는 좀 달랐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R석 초대권이 두장 생겼으니 냉큼 자신을 데리러 회사로 왔다가, 다시 공연장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공연시간은 7시 30분. 하루종일 바빴다며 미리 전화하는걸 잊어먹었다는 산만한 그녀다. 덕분에 난 비오는 퇴근길을 부산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비오는 퇴근 시간에 아내를 데리러 회사로 갔다가, 다시 공연장까지 가는 것을 계산해보니 도저히 저녁먹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저녁은 커녕 공연시작 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도 빠듯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비오는 퇴근길이 수월하게 뚫려있는 것이다. 역시 공짜표를 내려주심도 감사한데, 이렇게 가는 길도 뚫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여간 아내도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라서인지 무척 기분좋아 보였다. 특히나 공짜 티켓이어서 더 기분좋아보였는지 모르겠다. 공짜 마다할 사람 어딨겠냐마는, 아내는 공짜를 꽤 좋아하는 사람이다. 당장 필요없는 물건이라도 공짜로 뭘 끼워준다면 덥석 사두는 사람이니 말이다. 하여간 그날 본 뮤지컬은 탭댄스 위주의 흥겨운 공연인데, 대중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공연이었다. 아내도 이런 흥겨운 분위기가 무척 즐거웠던지, 공연 끝나고 주차장에서 뮤지컬 배우들의 탭댄스 흉내를 내보인다. 이참에 탭댄스나 배워볼까 하는 아내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옆에서 조금만 부추기면 탭댄스 배우러갈 기세다.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라면 저녁시간 내서 공연보러갈 여유가 자주 없다. 서로의 저녁 시간도 잘 안맞는데다가, 직장인 열명 중 예닐곱은 다반사로 한다는 야근 때문이라도 공연보러갈 시간을 낸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으니 한번 시도해볼만한거 아니던가? 연애할때는 그렇게 자주가던 극장이나 공연장을, 막상 결혼하고 나서는 제대로 간적이 없다는 부부들의 얘길 종종 듣는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긴 연애의 또다른 시작이다. 연애할때만 데이트를 즐기지 말고, 결혼하고나서 더욱더 데이트를 많이 즐겨야하지 않을까? 이번 주말엔 부부끼리 뮤지컬이라도 한편 보면서 새로운 연애감정의 불을 지펴봄이 어떨지.
김용섭, 전은경 부부 (부부칼럼니스트, '결혼은 안미친 짓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