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프트의 풍경(View of Delft), 1659-60, Oil on canvas, 98,5 x 117,5 cm, Mauritshuis, The Hague
위 그림의 작가 베르메르는 앞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대중적인 화가는 아니지만 애호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으며, 17세기 북구 유럽화단을 대표하는 네덜란드의 사실주의 화가입니다. 빛으로 그려낸 일상이 영혼을 그려낸 것처럼 평화롭다하여 빛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베르메르의 자화상(1656)
베르메르는 네덜란드의 델프트(Delft)에서 1632년에서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165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직업을 계승하였습니다. 1653년에 델프트의 화가협회에도 등록하여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애를 델프트에서 보내면서 마을 여인숙의 주인이자 미술상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으므로 그리 많은 그림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현존하는 작품은 많지 않으며 겨우 40점 정도인데, 거의 소품들로서 한 두 사람의 가정생활과 일상의 실내풍경을 주제로 한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오늘의 그림을 포함하여 2점의 풍경화도 볼 수 있으며, 종교를 제재로 한 초기 작품과 매우 정교하며 생생하게 담아낸 초상화, 정물화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델프트의 풍경그림은 베르메르의 많은 실내 그림들보다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의 고향을 그린 이 풍경그림이 계기가 되어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역사적 중심지였던 이 델프트 풍경은 성벽 밖, 운하 건너편에서 그린 것입니다. 실제 건축물 가운데 몇몇 건물만을 기록하였으며, 배경의 2/3를 하늘로 넓고 시원하게 배치하여 현실과 과거에 대한 환상, 델프트에 대한 애정과 자유로운 기억을 뒤섞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래에 밝게 채색한 강가와 그 위에 서서 몇 척의 배와 운하, 고풍스러운 건물과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하늘, 그리고 얘기 나누고 있는 두 명과 네 명으로 무리진 사람들의 모습이 시적인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그의 그림 대부분이 빛을 주제로 한 양식화된 실내그림인 것에 비하면 객관적이고 정확한 풍경화라 할 수 있으나,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더 많은 이야기와 자유로운 추억까지 떠오릅니다.
▲ 폭풍우 몰아치는 풍경(Stormy Landscape), 1638, Oil on wood, 52 x 72 cm, Herzog Anton-Ulrich-Museum, Braunschweig
위 그림을 그린 작가 렘브란트도 '돌아온 탕자'란 제목의 작품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그림과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에는 렘브란트의 인생역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초기의 이 자화상 작품은 빛을 빨아들이는 두껍고 무거운 후기의 붓질에 비해 반사된 빛을 놀랍도록 작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 렘브란트의 젊은 날의 자화상, 1634, Galleria degli Uffizi, Florence
렘브란트는 바로크 시대와 17세기 유럽 회화사상을 대표하는 화가로, 1606년 7월 15일 조이트홀라드주 레이덴에서 제분업자(방앗간)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으며 1632년 암스테르담에 정착하면서 명성이 점차 높아졌습니다. 더불어 경제력도 갖게 되었으며 아내와의 결혼생활도 가장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사망과 파산선고의 위기를 겪었는데, 1668년 사랑하는 아들 디도(Titus)가 죽음과 더불어 그의 말년으로 접어든 작품들은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심오한 감정을 담아내게 됩니다. 그의 모든 작품의 특징은 색이나 모양이 모두 빛으로 표현되었으며, 명암이야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흐름입니다.
유화 약 600점, 에칭 300여 점, 소묘 천여 점 등 많은 작품을 제작하였으며, 종교화, 신화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 등 모든 종류를 포함하는 다양한 작품이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감상하는 위의 작품처럼 빛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종교적 정감과 인간심리의 깊이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1930년 중반 후부터 풍경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현존하는 그의 풍경화는 넓은 계곡이나 산맥, 거대한 나무, 환상적인 건물이나 폐허가 된 옛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특징을 바로 이 폭풍이 몰아치는 풍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넓은 계곡이 있는 어느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고 그린 그림이며 몰려오는 폭풍 구름과 계곡의 주변이 하나가 된 듯한 풍경입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밝은 언덕을 제외하고는 폭풍을 몰고 오는 검은 구름으로 온통 휩싸여 있으며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인상적입니다. 따뜻한 빛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고 있으며 암흑이 땅에 가득 차 있습니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어느 특정 대상이나 사물이 하나의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으며, 구름이나 계곡의 흐름 등 무엇 하나 정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명암을 배합한 극적인 효과는 기상상태를 표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절제된 색채를 사용하였으며 황금빛 노란색과 갈색을 대비시켜 하늘과 땅의 신비한 힘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 폭풍우 몰려오는 풍경(Landscape With Thunderstorm),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인상주의 화가인 모네는 순간 순간 변화하는 빛의 흐름을 일순간에 포착해 캔버스 위로 옮기고자 노력했던 화가입니다. 희뿌연 아침 안개와 빛으로 물드는 일출의 바다, 은비늘처럼 빛에 반짝이는 포플러나무, 정원에 있는 연못의 수련 등, 야외에 펼쳐진 풍경의 빛, 색채, 대기를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를 '인상주의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합니다.
▲ 모네의 베레모를 쓴 자화상(1886)
모네는 1840년, 파리의 류라피테(rue Laffitte)에서 태어나 소년시절을 르아브르(Le Havre)에서 보냈으며, 그곳에서 화가 부댕을 만나, 외광(外光)묘사에 대한 초보적인 화법을 배웠습니다. 초기에는 쿠르베(Gustave Courbet, 프랑스, 1819-1877)와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의 영향을 받아 인물화를 그렸으나 점차 밝은 야외에서 넓은 풍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됩니다.
1870~1871년에 런던에 머물렀으며 그 이후에는 파리 북부 아르장퇴유(Argenteuil)와 베퇴유(Vetheuil)에서 살았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해체되자 1883년에 고향인 노르망디의 지베르니(Geverny)에 정착했으며, 만년에는 눈병을 앓다가 1926년 86세의 나이로 이 곳 지르베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네의 작품은 대부분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외광을 받은 자연의 표정을 어두운 색감 위에 밝은 색채를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팔레트 위에서 물감을 섞지 않는 대신 '색조의 분할'이나 '원색의 배열'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상파의 전형적인 기법은 모네가 새로 개척한 것으로써, 색채의 효과와 빛의 굴절에 주목하여 윤곽선이 점차 사라졌음을 위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동하는 느낌을 화폭 전체에 풍부하게 표현했으며 폭풍을 동반한 빗방울이 지금 막 떨어지기 시작한 풍경과 그 느낌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자연을 감싸고 있는 대기의 미묘함이나 빛을 받고 변화하는 풍경의 순간적인 분위기와 그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묘사되었습니다. 폭풍에 흔들리는 나무나 출렁이는 물결, 그 물에 비친 검푸른 구름이 지금도 매우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듯 다음 순간과 느낌이 상상되며 높은 교회나 집 벽의 흰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푸른 채색이어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상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폭풍우가 몰아치는 비오기 직전의 풍경을 유명화가들의 세 그림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사실적이면서도 드넓고 환상적인 느낌의 베르메르의 하늘과 빛과 명암으로 주물러진 듯 경건하고 고요한 느낌의 렘브란트의 하늘,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 요동치고 있는 모네의 하늘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였습니다.
이렇듯 비오기 직전 자연의 다양한 표정과 정취를 베르메르와 렘브란트, 그리고 모네를 통해 실감나게 느낀 후에,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치 살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그림으로 비를 맞은 것처럼 생생하고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비 내리기 직전의 구름도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음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베르메르의 구름처럼 시원하고 풍요롭게 느껴지기도 하며, 렘브란트의 구름처럼 부드럽고 경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모네의 구름은 화면 가득 생동하는 것처럼 인상적으로 표현되어 어두우면서도 밝은 자연의 양면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 오마이뉴스 고지혜 기자
첫댓글 감사합니다 램프란트 그림
참 인상깊게 봤던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