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천 읍성에서
근래 자연학교 동선이 북면 텃밭 돌보기와 평생학습센터와 나눔문화센터 강좌 수강으로 대산 강가로 나간 경우가 잦았다. 어제는 아침부터 텃밭을 찾아 가을 가뭄을 타는 채소에 물을 주고 배추를 솎았다. 무 이랑에 북을 돋우면서 잡초를 뽑았다. 고구마 이랑을 뒤져 대단했던 여름 가뭄에도 생겨난 덩이뿌리를 캐 귀로에 솎음배추는 온천장 콩나물국밥집에 나누니 짐이 가벼웠다.
전날 추분이 지난 추석으로 이어지는 연휴 첫날 목요일이다. 날이 점차 늦게 밝아오고 일교차가 커진 날씨로 아침 기온은 서늘하고 한낮은 아직 더위를 느끼는 때다. 강가로만 나다닌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산책 동선을 바닷가로 정해 길을 나섰다. 날이 덜 밝은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걸어 창원천 수변 산책로 운동 기구에 매달려 한동안 몸을 풀었다.
창원천 퇴촌교에서 아침나절 나선 산책 기점을 진해 웅천으로 정해 창원대학을 출발 용원으로 가는 3006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내를 관통 남산동 터미널에서 안민동으로 건너가 터널을 지나 진해였다. 동진해로 나가 대발령 만남의 광장에서 K조선소를 거쳐 웅천 읍성에서 내렸다. 복원한 성곽 담장은 담쟁이가 타고 오르고 군역에 참여한 인부 출신지와 이름을 새긴 명문석도 봤다.
웅천 읍성에서 진해 남문지구 아파트단지로 향해 세스페데스공원으로 갔다. 우리나라 공식 기록에 남은 최초 서양인이 세스페데스다. 그는 스페인에서 일본에 와 머물던 신부로 임진왜란 때 왜군과 같이 조선에 입국한 이였다. 동인도 무역선이 제주도 근해 표류하다 억류된 네덜란드인 하멜보다 앞선 시기였다. 사도마을 기념 공원이 남문지구 아파트촌으로 바뀌면서 장소를 옮겼다.
세스페데스공원 스페인 광장에서 제덕만으로 가는 고갯길로 오르자 길섶에 쌍효각 정려가 보여 다가가 봤다. 한옥 맞배지붕에 기둥은 개보수하면서 시멘트로 바뀌어도 유지 관리가 잘 되었다. 효열비에서 ‘쌍(雙)’이라면 부자이거나 형제인 경우가 흔한데 특이하게도 부부 효행을 기린 정려였다. 호조 참판을 지낸 서지순과 그의 아내로 정부인 경주 이씨 효행이 빛났던 모양이다.
쌍효각에서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간 제덕만 매립지는 신축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촌락 풍경이 달라졌다. 괴정마을에서 가까운 바다는 신항만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매립지가 되어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한적한 어촌이었을 해수면은 거의 매립이 되어 물길만 남긴 제덕만이었다. 진해만에서 가덕도와 거제섬 사이 유인도와 무인도는 낚시터로 유명해 낚싯배들이 수십 척 묶여 있었다.
제덕만에서 갯가 포장도로 갓길은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자라 봄날 벚꽃길이 좋을 듯했다. 부산 오륙도 기점 해남 땅끝에 이르는 남파랑길이며 진해 바다 70리 길과도 겹치는 구간이다. 벚나무는 낙엽이 일찍 져 거의 나목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사화랑산 봉수대로 오로는 길에서 고개 너머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나왔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배경과 무관한 포구였다.
삼포에서 해안선 모롱이를 돌아가자 진해 해양공원이 드러났다. 음지도에 세워진 솔라타워는 높기도 하고 외관이 특이해 멀리서도 조망이 되었다. 명동 선착장 곁에는 최근 규모가 큰 요트장이 완공되어 해양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있을 듯했다. 진해는 군사 항구답게 퇴역한 군함을 정박시키고 해양 어류 생태계를 살피는 전시관이 있어 추석 연휴에 나들이하는 이들이 찾지 싶다.
두어 시간 산책에서 낮이 되니 기온이 높아져 더위를 느낄 정도였다. 명동 포구는 죽전마을을 거쳐 K조선소로 이어졌다. 인도가 확보되긴 해도 공장 지대라 용원을 출발해 온 305번 버스로 조선소와 수치마을을 거쳐 행암에서 경화시장으로 가니 장터는 무싯날이라 썰렁했다. 창원을 가는 151번 버스를 타고 안민터널을 지나니 곳곳에 해군사관학교 이전을 반대한 펼침막이 걸렸다. 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