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와 월드비전 강원지부는 도내 위기가정 아동과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올해 도내 전 지역을 순회하는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캠페인’을 펼쳤다. 또 캠페인의 하나로 ‘사랑의 빵’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정성은 도민의 이름으로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에 전해진다. 특히 올해에는 에티오피아 자비테흐나네지역의 교육·식수사업에 집중 지원된다. 본지는 월드비전 강원지부를 비롯해 기관·사회단체 등 후원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과 함께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에티오피아 자비테흐나네 사업장을 둘러봤다. 열악한 환경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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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교육지원사업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는 리딩학교(토요학교)에서 현지 자원봉사자의 지도로 학생들이 부족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
한국에서 1만1000km를 날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 모니터링단은 차량을 이용해 9시간을 더 달린 뒤에야 최종 목적지인 자비테흐나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비테흐나네 지역개발사업장(AP)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첫 방문지인 가타곤 초교로 향했다.
우기로 접어들면서 푸른 초원을 이룬 들판은 흔히 알고 있던 흙먼지가 날리는 메마른 땅의 아프리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4륜구동 지프차도 운행이 어려울 정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웅덩이에 차량이 빠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현지 주민들의 도움으로 겨우 도착한 학교는 오는 길보다 더 열악해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책 읽는 소리로 여기가 학교라는 걸 짐작할 뿐이었다.
나무틀에 흙을 발라 지은 학교건물은 금세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조명시설은 커녕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어린 학생들의 커다란 눈동자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전을 위해 교실 내부 벽면을 커다란 천으로 둘렀다고는 하지만 천장 등 건물 곳곳에 앙상한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실제로 우기 때마다 건물이 붕괴돼 매년 보수를 하고 있다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에 모니터링단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눈치 챈 아스찰로 교장은 “그동안 아이들이 진흙바닥에서 공부를 했는데 월드비전에서 책상과 의자를 지원해 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한 뒤 건물 뒤편으로 방문단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건축 재료도 흙이 아닌 시멘트가 사용됐다.
월드비전 지원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건물이 완공되면 현재 1~4학년 260명에서 우리나라 중학교에 해당하는 5~8학년까지 40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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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찰로 교장은 “학생들이 5학년이 되면 여기서 수십km 떨어진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 같은 학교에서 계속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 중 한곳인 자비테흐나네에서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으로 교실을 신축한 학교는 지금까지 13곳에 이른다. 책상과 의자를 비롯해 교육기자재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 같은 교육 여건 개선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1~8학년까지 19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티쿠우하 학교. 방문단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이 학교에는 지난 2013년 교실건물이 신축돼 800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비좁은 교실에서 8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현재 교실당 40명으로 과밀도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만큼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래의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아이루(10) 군은 “진흙 바닥에서 공부하다가 이제는 깨끗한 교실과 의자, 새 책으로 배우고 있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한 백한진 속초청대초 교장은 “책을 읽는 여러분이 희망”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지역에서의 교육지원사업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여건 조성과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한 리딩학교(토요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추진, 운영되고 있다.
데살린 자비테흐나네 AP 매니저는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사업 중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하지만 교육지원사업이야 말로 가장 효과적이며 성과도 높다”고 강조했다.
에티오피아/최원명 wonmc@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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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월드비전 강원지부 모니터링단과 에티오피아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에티오피아 인구 절반 빈곤·영양실조 상태
월드비전 사업장 70곳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최정예 황제근위부대 등 6000여명의 군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한국과는 1963년 외교 관계가 수립됐으며, 춘천에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이 건립되는 등 도민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인구의 절반이 절대빈곤 상태이고 많은 아동들이 영양실조를 겪는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구 20만명이 살고 있는 자비테흐나네 지역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서쪽으로 380km 떨어진 암하라 주의 11개 지역 중 한곳으로,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주민들의 삶이 열악하다.
월드비전 강원지부가 올해 ‘사랑의 점심나누기 모금캠페인’의 후원금을 이 지역에 집중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에티오피아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12개국 월드비전이 참여해 70곳의 지역개발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한국 월드비전은 9곳의 사업장을 운영,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최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