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니힐
봄은 미술시간
산과 들 마을 놀이터
아이들이 미끄럼틀을 탄다
파렛트 가득 유채색 물감이다
양지바른 붓으로
산과 들 푸른 연두색 모자를 쓰자
높낮이를 알 수 없는 바람
나르시스 노란 수선화를 그린 화단
서양에서는 가시를 품은 장미가 여신
동양에서는 모란이 꽃의 여신
내가 쓴 그림 일기장에는 신경통을 앓는 느티나무들뿐이고
오랜 절터는 허물어진 전탑과
문화재를 헐 값에 흥정한 도굴꾼과
시멘트로 목기브스를 한 비로좌나 불상뿐이다
도대체 여백의 미라는 것
두 팔이 잘려나간 비너스일까
산을 그리고 강을 그리고 마을이 나타나는
구도를 따라
조개처럼 입을 벌린 그림 속
당신을 무엇을 보는가
그림은 여백이 필요하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공을 들인 것과
색을 덜을 것들
봄이 시작되었다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의 붓처럼
원래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빛깔 무지개
불행은 어떤 색이 어울릴까
미래는 회색 말고 어떤 색으로 그려갈까
나르시스란 자아도취
벌과 나비가 깔깔거린다
산수유, 목련화, 진달래꽃... ...
아는 이름을 불렀더니
불쑥 고개를 내미는 봄의 야생화들
애기똥풀, 할미꽃,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깔깔 웃는 봄
낄낄 배꼽을 잡는 봄
봄은 미술 봄은 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