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중편파 레이더' 도입…강수량 추정치 정확도 대폭 개선
지난 10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4시간30분을 달린 끝에 백령도에 다다랐다.
군인을 뺀 인구가 5000여명에 불과해 도로의 신호등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 우리나라 기상예보의 서쪽 최전선을 지키는 백령도기상대가 있다.
선착장에서도 북서쪽으로 차로 15분 가량을 더 이동하자 흰색 돔을 지붕에 얹은 백령도기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중국 대륙에서 이동하는 비구름과 강풍, 황사 등의 기상 요인을 가장 먼저 받아내는 지점.
기상청
백령도의 연중 평균 안개일수(2001~2014년)는 105일, 비가 오는 날은 137일에 이른다. 반면 강수량은 825mm로
서울(1450mm), 인천(1234mm) 등 여타 중부지방에 비해 낮은 편이다.
습기를 머금은 대기가 직접 강수 등의 영향을 미치기 전에 예측해낼 수 있는 지점이라는 뜻.
백령도에서 감지한 기상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공급하느냐에 따라 백령도 주민들은 물론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입을 피해를 막아낼 수 있다.
이러한 기상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지난 2001년 2만3361m² 규모 부지에 백령도기상대가 세워졌다.
현재는 김종성 기상대장을 비롯한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백령도기상대는 백령도 안에서도 북서쪽에 위치하며 해발고도가 160m에 이르러 레이더 관측에 적합한 위치라고
김 대장은 설명했다.
백령도기상대 돔 안에 설치된 이중편파 레이더.
기상청 제공
기상대 건물의 꼭대기에 설치된 흰색 돔은 외관과 기능 모든 면에서 백령도기상대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돔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중편파 레이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다.
기상레이더는 대기 중으로 전파를 발사해 비와 눈, 우박 등에 부딪혀 돌아오는 반사신호로 비구름의 위치와 강도,
이동 방향 등을 분석해 내는 장치다.
1969년 서울 관악산에 처음 설치된 이래 우리나라에 설치된 기상레이더들은 수평 방향으로만 전파를 내보낼 수 있는
기종이었다.
그러나 백령도기상대에 설치된 이중편파 레이더(S-밴드)의 경우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모두 전파를 내보낸다.
한 방향으로 신호가 나갈 경우 대기중 입자의 폭만 알 수 있는 반면, 수직과 수평 신호를 함께 내보내면 너비와 높이를 함께 알 수 있다.
따라서 단일편파 레이더에 비해 효과적으로 비나 우박, 안개 등 대기 중 입자의 형태를 구분해낼 수 있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백령도의 이중편파 레이더는 중심부에서 최대 1초에 1200번의 전파를 내보낸 뒤 안테나로 수신한 반사신호를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상청
올해 전남 진도, 내년에는 서울 관악산과 부산 구덕산을 비롯해 2019년까지 모두 11곳에 이중편파 레이더를 확충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레이더에서 관측한 자료를 연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 사무관
자료분석 기술과 부처 간 레이더 융합 활용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는 항공,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기상정보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2001~2010년 기준) 연 강수량은 1400mm로 1970년대 평균(1242mm)에 비해 약 1.7배가 늘었다.
중부지방의 호우와 단발성 기상현상도 늘어 단기간에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예보 정확도를 높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대당 30여억원에 이르는 설치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대장은 "지난해부터 관측한 결과 눈에 띄는 예보 향상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중편파레이더를 교체한 뒤 레이더 관측자료의 시간 단위가 10분에서 5분으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 "강수량 추정값의 정확도가 이중편파레이더 도입 이전 60%에서 80%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일편파 레이더와 달리 눈과 비, 우박 등 강수 유형별로 나눠진 강수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상정보의 질이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향상된 기상정보로 인해 예방한 인적·물적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설치 비용 이상의 경제적·사회 안전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