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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속에 더욱 붉게 타는 가을 지리산.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에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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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葉(풍엽)은 '단풍나무 잎'이란 뜻. 丹楓(단풍)과 같은 뜻의 말이다. 그렇다고 楓葉이나 丹楓이 꼭 단풍나무의 붉은 잎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온갖 빛깔로 변한 잎을 널리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丹楓이 드는 원리는 과학시간에 배운 대로이다. 평소 잎은 葉綠素(엽록소) 때문에 푸른 빛이다가 추위가 닥치면 葉綠素가 죽는다. 그러면 본래 葉綠素랑 같이 잎에 들어 있던 다른 色素體(색소체)가 드러나게 된다. 노랑이 들었으면 노래지고 빨강이 들었으면 붉어지는 이치이다.
霜葉(상엽)은 서리를 맞아 丹楓 든 잎사귀를 가리키는 말. 중국 唐(당)나라 시인 杜牧(두목)의 山行(산행) 시구로 유명하다. '수레를 세우고 앉아 단풍나무 숲의 오후를 아끼노니/서리 맞은 단풍잎은 봄꽃보다 붉구나(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滿山紅葉(만산홍엽)은 온 산의 나무에 丹楓이 들어 온통 붉은 모습을 가리키는 말. 붉은 잎이란 뜻의 紅葉은 丹楓과 같은 뜻이다. 세계적으로 우리 산처럼 여러 가지 나무가 자라는 곳은 흔치 않다. 대부분 한 가지만 자라고 丹楓 빛깔도 자연 單色(단색)인 경우가 많다. 滿山紅葉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온갖 빛깔로 한껏 치장한 우리 산은 錦繡江山(금수강산)이다.
三紅(삼홍)은 세 가지 붉은 빛이란 뜻. 丹楓 때문에 산이 붉게 타는 듯하여 山紅(산홍), 그 산이 계곡을 물들여 水紅(수홍), 그런 山水(산수)에 들어간 사람도 붉어 人紅(인홍)이다. 봄이 꽃놀이라면 가을은 단풍놀이. 三紅을 찾아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으려는 분들이 이번 주말에도 줄을 이을 게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