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議)과 논(論)의 차이 ◑
우리가 중국 고전 공부를 하다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 중 하나가
의(議)와 논(論)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지요
그런데도 국내 번역서들을 보면 의(議)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논(論)도 '의논하다'로 번역하고 있어요
우리는 흔히 “의논(議論)하다” “논의(論議)하다”는 말을 쓰지만
의(議)와 논(論)은 엄격히 다르지요
의는 의논할 의(議)자이고 논은 말할 논(論)자 인데
간단히 말하면 의(議)란 책임 있는 의견이고
논(論)이란 책임에서 벗어난 의견 개진이지요
그래서 의(議)란 책임 있는 조직원의 발언권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의(議)는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을 낸다는 말이고
논(論)은 그저 어떤 일에 대해 평한다는 말이지요
무엇보다 결정적 차이는 의(議)는 자격과 책임이 기반이 되지만
논(論)은 자격과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 때 관리가 올리는 상소는 의(議)가 되지만
일반 선비가 올리는 상소는 논(論)일 뿐이지요
조선시대때 육조에는 판서(判書), 참판(參判) 아래에
정3품 당상관 참의(參議)라는 관직이 있었어요
정3품 당상관이라야 비로소 당(堂)에 올라 국정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지요
참의(參議)라는 명칭 자체가 의견을 내는 데 참여할수 있다는 뜻이지요
다만 그 사안이나 인물에 대해 호오(好惡)를 말할 권한은 없어요
그것은 위에 있는 참판(參判)이 할 일이지요
판단하는 데 참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판서(判書)는 말 그대로 판단을 내려 서명함으로써
총괄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처럼 장관(長官), 차관(次官), 차관보(次官補)라고 하면
1, 2, 2-1의 서열만 있을 뿐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오늘날에도 우리는 이 둘을 엄격히 분리해 사용하고 있지요
국회 의사당(議事堂)이라 하지 논사당(論事堂)이라 하지 않고
의원(議員)이라 하지 논원(論員)이라 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의원(議員)이란 임무는 막중하고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지요
반대로 논(論)은 개인 의견보다도
륜(侖) 자가 포함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의 조리가 중요하지요
그래서 언론(言論)이라 하지 언의(言議)라고 하지 않고
논객(論客)이라 하지 의객(議客)이라 하지 않아요
또 여론조사(輿論調査)라고 하지 의론조사(議論調査)라고 하지 않지요
또한 정치평론가는 있어도 정치평의가는 없어요
이런 것들을 보면 일차적으로 의(議)는 자격과 책임이 중요하고
논(論)은 자격과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이지요
따라서 입법부나 행정부는 이처럼 의(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요
그런데 의(議)보다 논(論)이 중요한 분야가 있어요
그것이 바로 법조계 이지요
검사나 변호사나 판사가 하는 말은 모두 의(議)가 아니라 논(論)이지요
검사의 논고(論告)나 변호사의 변론(辯論), 그리고 판사의 판결(判決)은
모두 의(議)가 아니라 논(論)이지요
의(議)는 때로는 논리나 근거가 없어도 가능하지요
그러나 논(論)은 반드시 논거(論據)가 있어야 하지요
간혹 논리가 취약한 판사의 판결이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참고로 학계도 마찬가지이지요
논문(論文)이라 하지 의문(議文)이라 하지 않아요
얼마전 한 판사가 정치인에게 내린 판결이 큰 논란이 되었지요
전직 대통령을 공인이 아니라 한 것은
명백히 의(議)이지 논(論)의 근거가 될 수 없어요
여러모로 봐도 이 판사는 논(論)보다 의(議)가 앞서는 사람이지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이런 사람은 ‘판사’라는 논(論)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정파 쪽으로 가서 의견 내는 일이나 하면 될 듯하지요
그런데 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소간(小姦)이고
세상을 속이는 것은 대간(大姦)이라 하지요
소간은 피해가 한 사람에게 한정되지만
대간은 온세상에 두고두고 깊은 악영향을 남기게 되지요
그런데 대간은 자기를 꾸미는 데 능해 일반인들이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아요
송나라 신종 때 재상 왕안석(王安石)은 신법을 들고 나왔지요
오늘날로 보자면 개혁 노선이라 할 수 있어요
이로 인해 신법당과 구법당 간 당쟁이 격화되었지요
그러나 왕안석은 계속 신법을 발표하자
어사중승(御史中丞) 여회(呂誨)가 그를 탄핵하는 소(疏)를 올렸어요
그는 ‘대간사충(大姦似忠) 대사사신(大詐似信)’,
즉 크게 간사한 자는 얼핏 충성스러워 보이고
크게 속이는 자는 얼핏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는 말로 소를 시작했지요
이어 왕안석에 대해 “겉으로는 질박해보이지만
속에는 간사한 음모가 있으며 실은 황실을 업신여기고
남을 해치려는 간사하기 그지없는 자”라고 비판했어요
마치 검사의 논고(論告)와도 같았지요
우리나라에도 왕안석(王安石) 같은 거약(巨惡)이 있어요
실로 불행한 일이지요
일반 국민들 인식과 달리 각종비리가 넘처나고 있는데도
혹세무민(惑世誣民) 하며 정치권을 어지럽히고 있지요
그런데도 광적인 지지자들은 여전히 열광하고 있어요
이들은 여회 말을 빌자면 크게 간사함을 간파하지 못한 자들이고
크게 속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자들일 뿐이지요
공자가 나이 40에 불혹(不惑)해야 한다고 한 말은
이런 자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요
사리를 알지 못해 거짓에 휩쓸리면 혹(惑),
사리를 알아 거짓에 휩쓸리지 않으면 불혹(不惑)이지요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깨어나야 하지요
그러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려는 지도자가 있다면
우리 국민들이 눈 밝게 가려내야 하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제3차본회의가 열리고 있어요
첫댓글 현재 우리 나의 정치판을 보면 머리가 아파요
하지만 그래도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니....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요~
그래요 고마워요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깨어나야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