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Sony 룸..
응 진은 Sony 룸 앞 넓은 공터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아파온다..
어떻게 변해 있을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그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래서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새벽 한시가 되자, 건물에서 중년의 사내들과, 그 옆에 따라 붙어 나오는 여자들이 보였다.
사내들은 여자들을 하나씩 끼고, 안고 차에 타려 하고 있었다.
“미친 놈들.. 퉤..”
응 진은 보기 싫다는 듯 침을 바닥에 뱉는다.
“사장님.. 조심해서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진 아야 사장님 잘 모셔..”
“언니 걱정 마요..갈게요”
마담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와, 그리고 중년의 사내를 부축하고 가는 젊은 여자..
아직.. 너무 어려 보이는 여자..
그것을 가리기 위해 진한 화장으로 잔뜩 가린 여자..
하지만.. 응 진은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잠깐!”
응 진은 차에 들어 가려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놀란 듯.. 뒤를 돌아 보는 여자..
그녀.. 놀란다..
“…오…오빠…”
“뭐야? 저 새끼는?? 진아 너 아는 새끼야?? 엉? 이리 못 들어와!”
술에 취한 사내는 차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오늘 진아 당신이랑 못 갑니다.. 혼자 가십쇼”
“뭐야?? 저 새끼를 그냥!! 뒈 질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너 까부는 거야!”
사내는 차에서 내려 응 진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손으로 후려 차려는지 손 바닥을 들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차에 타고 꺼져!”
“뭐?”
“죽고 싶어? 죽여 줄까??”
“흠.. 한 마담!!!”
중년의 사내는 응 진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괜한 한 마담을 불러 따지기 시작했다.
“얼른 꺼지라고 했다!!!”
“흠.. 한 마담.. 진아! 너 다음에 봐!!”
사내는 한 마담과, 진아 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잔뜩 겁을 질린 한 마담과, 진아..
그녀들을 보자 다시 화가 난 응 진을 사내 앞으로 간다..
그리고 멱살을 잡고 노려본다.
“내 눈에 한번만 더 뛰면 그땐 네 놈의 목을 비틀어 버리겠어.. 조심해
두 번 다신.. 이 바닥에 얼굴 들고 다닐 생각 마!”
“너 이 새끼!! 교복 입은 새끼가! 어른한테!!”
“어른?? 웃기고 있군.. 딸 같은 아이를 데리고 유린하는 주제에.. 당장 꺼져!”
사내가 잔뜩 긴장 해 차에 올라탔다..
응 진의 경고를 들었다면 두 번 다신 이 술 집에 발 들여 놓지 않으리..
사내의 차가 가자..
몇 명의 술 집 여자들과, 진아.. 그리고 한 마담이 응 진을 쳐 다 보고 있었다.
여자들의 눈빛에선 호기심과, 반가움,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멋에서 이미 반한 것이다.
“남의 영업 집 와서 뭐 하는 거에요?”
“채 빈아 가자!”
“이봐요!!”
“나 채빈!!!”
응 진은 한 마담 옆에 있는 채 빈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채 빈이.. 조용히 따라 선다..
빨간색 정장..
그것도 아주 타이트해 몸의 윤 각이 뚜렷이 나타나는 옷..
길게 늘어 뜰인 셋 노란 머리카락..
곡선이 아름다운 몸매..
도발적인 빨간 입술..
매혹적인 큰 눈..
길고 긴.. 속 눈썹.. 마치 인형 같았다.. 아주 예쁜 바 비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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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진은 가까운 공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앉았다.
담배를 찾는다..
하지만 담배는 이미 타 피우고 없는 듯 했다.
“내 꺼 펴..”
살짝 자신의 가방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주는 채 빈..
엷은 미소를 띄운다..
“어떻게 된 거냐?”
“뭐가..”
“왜 술집이냐?”
“어쩔 수”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마.. 너 그렇게 네 몸 버릴 만큼 무모한 애 였어?”
“…. 그럼 어떡해… 아빠란 사람은 아파서 죽어가고.. 엄마란 사람은 도망가고..
그럼.. 나 어떡해..? 아빠 죽으면 나 혼자 남으면 어떡해..?? 살려야지..
살려야 하는 거자나.. 그런데.. 돈이 없어..!! 우리집 가난해서 월세 내기도 힘들만큼
돈이 없어..!! 어떡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그런데.. 몸과.. 웃음을 팔면 돈을 준데..
얼마나 좋아? 돈을 준데.. 나한테 가장 필요한 돈을 준데…”
“빌어먹을…!”
아직.. 이 세상에는 힘겨움 속에서 버티는 자들이 많았다..
그렇게 삶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비참함에 무너져 버려야 만 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을 탓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아픔은 이미 땅에 떨어져 뭉개져 버렸고.. 온데 간데 없었다..
채 빈..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는 채 빈..
응 진은.. 몸을 살짝 돌려 그런 채 빈을 품에 가득 안았다.. 아주.. 꼭..
“참지 마라..”
“우.. 으….윽….”
“미안하다.. 이제 와서..”
“오빠.. 흐..흑.. 오빠…..”
응 진의 품에 안긴.. 채 빈은 그 동안 참았던 설움을 토해 냈다.
얼마나 참았던 것일까..
채 빈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다 울었어..?”
“응… 미안해.. 오랜만에 보고 이렇게 울어서..”
“됐다.. 아버지는 좀 어때?”
“…돌아가셨어…”
“….그…래….”
“폐암 말기였어.. 살리고 싶었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리고 싶었어..
그래서.. 집 나간 엄마한테 나 보란 듯이.. 아빠 살았으니까.. 보라고.. 보여주려고 했어.
술 집.. 힘든지도 모르고 다녔어..
내가 번 돈으로.. 수술했는데..그랬는데.. 그 다음날.. ….
바로.. 돌아가셨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돌아가셨어….
불쌍한 우리 아빠.. 그렇게 가난한 집에서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못 먹어 보고..
일만 죽도록 하다가..병만 얻어서.. 고생하다.. 그렇게 죽어간.. 불쌍한 우리 아빠..
죽고 싶었어..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믿어 지지가 않아서.. 힘들어서 죽으려고 했는데..
못 죽었어… ….”
또 다시 채 빈은 눈물을 닦아 낸다..
“일.. 힘들지 않니?”
“응.. 이제 괜찮아.. 아까 그 사장은.. 나만 찾는 사람이라.. 특별히.. 가는 거 였어”
“채 빈아.. 여기서 일 그만 해라..오빠가 일 자리”
“아냐.. 난 여기가 편해.. 익숙해 졌어…”
“안 돼…”
“아냐.. 나 그냥 납 둬.. 괜찮으니까.. 그냥.. 가끔씩 나 보러 와…”
“….”
“보고싶었어.. 그렇게 학교 떠나고 정말 보고싶었어..”
“내가?”
“….응…”
“거짓말 하지 마.. 내가 아니 자나”
“….아냐.. 정말 보고싶었어..”
“채 빈이..아직도 많이 예쁘다.. 그때도 지금도.. 그만 울어.. 바보야..
그땐.. 울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약해졌어…”
끝내 채 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었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그렇게도 절실히 단짐 했건만..
응 진을 보자 스스럼 없이 눈물이 비 내리 듯 흘려 내렸다..
“신이 녀석 보고 싶지?”
응 진의 물음에 채 빈이 눈물을 멈추고.. 그를 본다..
신..
…그라니… 그가 다시 돌아 온 것일까…
“오..빠… 방금.. 신이라고 했어?”
“신이 돌아왔다.. 강운 고로..”
채 빈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가 다시 왔다..
그렇게 떠난 그가.. 다시.. 다시 왔다..
“가자..”
“어딜…”
“어디긴.. 류 신한테!”
“안 돼.. 오빠 안돼!! 신이 오빠가 두 번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어.. 안 돼..”
“괜찮아.. 너 보고싶지? 그럼 됐어.. 가자..”
“오빠..!!”
응 진은 막무가내로 채 빈을 끌었다..
채 빈은 힘 없이 응 진에게 끌려 갔고, 택시를 잡으려는 응 진에게 말했다.
“잠깐 만.. 이 모습으로는 싫어.. 잠깐만.. 오빠 잠깐만”
그제서야.. 응 진은 채 빈을 다시 돌아봤다..
타이트한 빨간 색.. 옷.. 진한 화장..
당연히 그 차림으로는 그 앞에 서기가 싫었을 것이다..
채 빈이 앞장 서서 간 곳은 쥬리아 간판이 걸린 옷 집이었다.
술 집 근처에서 옷을 파는 곳..
“잠깐만.. 기다려.. 오빠”
채 빈은 안으로 들어 갔고, 주인 여자와 잘 아는 듯.. 이 옷 저 옷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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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를 20분..
채 빈이 다시 나왔을 땐..
1년 전.. 귀엽고.. 예쁜.. 아이로.. 조금은 변해져 있었다.
검 정색..원피스에.. 하얀 가디 건..
살짝 묶은 긴 머리..
그리고.. 화장기 없는 투명한 얼굴..
그 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채 빈은 행복한가 보다.. 그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응 진은 채 빈을 성 원 그랜드 빌 앞에 세웠다..
“여기 5층 502호야.. 가봐..”
“나.. 정말 가도 돼..?”
“괜찮아.. 가서 그때처럼 예쁘게 웃고 와..”
“….응…. 오빠 근데…”
“그래.. 뭐?”
“나… 예뻐…?”
아무래도 신의 만남이 신경 쓰일 채 빈이었다..
일년 만이니까..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는 응 진은 환하게 웃는다.
“응.. 아주 예뻐..! 최고야..!!”
그제야 안심이 되는 채 빈은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간다..
“류 신.. 미안하다.. 내 말 듣지 않아서..
하지만.. 채 빈이.. 마음이 많이 다쳤다.. 네 놈한테 별 게 아닐 것을..
그냥 단 한마디만 해줘..
얼마나 힘들었냐고.. 그 말 한마디만 해줘..
그럼.. 채 빈이.. 힘들지 않을 거야…제발.. 부탁한다..”
응 진은 한참을 서성이다 돌아갔다.
[12화]
-님들앙~* 걸 오늘 세개루 폭탄 날려용^0^
이뿌죵?? 캬캬.. 얼른 이뿌다고 안해주시면 삐질랍니당..-0-;;
걸 한번 삐지면 알죠?? 하하..
요즘 어린엄마 많이 사랑해주셔서 넘흐 기뽀용^-^
감사합니당~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세영~
걸에게 힘나는 감상밥 많이 많이 주셔야 돼여~
낼두 폭탄으로 올릴게여..
요즘 걸~ 폭탄이랑 친하다니까여..-_-;;
[제 12화]
딩동..
천천히 벨을 눌렀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는 듯 가슴을 부여잡는다.
떨린다..
온몸이 떨리고.. 이까지 덜덜 떨렸다..
일년 만이다..
일년 만에 채 빈은 그의 집 앞에 서 있고, 그를 만나기 위해 벨을 눌렀다.
딩동..딩동..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랜만에 그 앞에 선 자신을 보고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리고.. 또 그 차가운 입술로 뭐라고 말할까?
일년 전 그때처럼.. 이제 끝이니 두 번 다신 보지 말라고 할까?
어쩌면..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시 들어 갈지도 모른다..
순간, 그녀의 이런 생각을 마비시키며 문이 열렸다.
채 빈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지였다..
“젠 장… 장 응 진.. 너 냐?”
아무도 자신의 집을 모르는 걸로 아는 신은.. 당연히 얼마 전에 간 응 진일 거라
단정했나 보다.
문이 활짝 열렸고, 그 앞에 신이 자고 있어는 듯 바지만 입고 있는 체 그녀를 맞이했다.
술 냄새가 이어졌고,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픈지 눈을 뜨지도 못한 체 머리를 만지고 있는다.
채 빈의 여린 가슴이 다시 한번 신으로 인해 파도가 친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가슴 속에서 파도를 일으킬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설레 였다.
“음..”
그가 현관문에 손을 지탱하고, 살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려 눈을 힘겹게 뜬다.
그리고 앞에 있는.. 응 진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을 본다.
이런..
그가 약간 당황했다는 표정을 진다.
“장 응 진.. 또 쓸데 없는 짓을 했군..”
“오..빠..”
신은 쇼 파에 앉았고, 채 빈은 부엌으로 가 컵에 물을 부어 신에게 내밀었다.
속을 아파하는 신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술 마셨구나.. 이거 마셔..”
신은 컵을 받아 들고 이내 마신다.
“그만 둬라..”
“뭐가…?”
“그 따위 술 집 그만 둬..”
“괜찮아.. 이제 나 괜”
“그만두라고 했다!”
컵이 깨졌다..
신이 컵을 깨버렸다… 그리고.. 빨간..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
“오..빠!! 오빠!!!”
채 빈은 놀라 수건을 가져와 그의 손에 흐르는 피를 닦아 주었다.
상처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그의 성격을 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아는.. 자신으로선, 대답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왜 아직도 여전해… 조금만 참지.. 왜 컵을 깨… 오빠 손만 다쳐 자나”
채 빈의 눈에 금방 눈물이 고였다..
바보같이 또 운다.. 오늘 그녀는 너무 많이도 울었다.
수건으로 감싼 그의 손을 잡고 그곳에 고개를 묻어 울었다..
너무 그리웠던 사람이다..
눈만 감으면 온통 자신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워 너무 힘들게 했던 사람이다..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멎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
이제야.. 그를 본다..
“오빠.. 보고싶었어.. 너무 보고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왜 하필 술집이냐”
응 진과 똑 같은 물음이다..
하지만 이번에 채 빈은 응 진에 물음에 답했던 것을 말하지 못한다.
그 말을 했다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는 듯 뱉어냈다가..
이어 질 그의 행동을 알기 때문에..
“미안해… 잘못했어…”
“내일부터 가지마.. 당장 그만 둬.. 내가 알고 있는 이상 너 그 따위 짓 하면 가만 안 둔다”
“…흑..흑..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누구야.. 너한테 그 따위 짓 하라고 시킨 사람 누구야.. 말해”
“아냐.. 오빠.. 내가.. 내가 원해서”
“말해!!”
“잘못했어.. 오빠.. 이러지마.. 다신 안 할게.. 오빠.. 이러지마…”
채 빈은 신을 안았다..
그가 두려워.. 어떤 짓을 지를까.. 겁이나.. 잘못했다는 말만 하고 그를 안아 버렸다.
그래도.. 조금은.. 기뻤다..
그가.. 이렇게도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피곤하다.. 자야겠다… 응 진이 전화번호다 전화해서 오라고 해”
신은 전화기를 주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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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후 다섯시였다..
학교가 벌써 끝났을 시간이다..
몇일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잔 그가 결국은 다섯시까지 잔 것이다..
눈을 찡그리는 신..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본다..
거실에는 쇼 파에 움츠려 자고 있는 응 진이 뿐이었다.
“장 응 진”
“음..”
“장 응 진!”
“아.. 우.. 속 쓰려..”
“일어나 봐”
“몇 시냐?”
“다섯 시…”
“뭐? 다섯 시?? 오후??”
“그래..”
“미쳤다.. 학교도 안 갔네.. 젠장.. 성 하 새끼 지랄 할 텐데”
“너 조 성 하한테 내 얘기 하지 마라..”
“임마.. 내가 말 안 해도 어차피 성 하 너 찾아 올 거다”
“말려.. 네가 나 만나지 말라고 해라..”
“그 새끼가 내 말 듣겠냐? 류 신이라면 왕처럼 떠 받들었던 새끼들이야..
조 성 하, 김 시 원, 한 승 태.. 그 세 명 분명히 강운고 찾아 올 거다”
“제기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이제는 지내고 싶었다..
1년 전 그때처럼.. 그렇게 시끄럽고, 잔인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싸움에 질렸고,
그리고.. 그들에게도 질렸다..
언제나 그림자처럼 뒤에서 다녔던 그들..
자신이 다치기라도 한 날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보복했던 그들.. 세 명..
아니.. 응 진까지 네 명..
그렇게 그들은 그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했다.
그들에겐..
신..
그는 신화였고, 영웅이었고, 보배였다.
“신아.. 채 빈인??”
“내가 어떻게 알아.. 너랑 있어 자나”
“어디 갔지? 혹시..”
“뭐?”
“다시 술 집으로 간 거 아니야??”
“뭐??”
“이 시간에 얘가 갈 때가 어디 있어”
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 갔다.
응 진도 신의 방에 하나 또 있는 욕실로 들어 가 씻었고..
먼저 나온 응 진은 신의 옷을 아무거나 하나 골라 입었다.
그래도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다행이었다..
“젠 장.. 술 그만 쳐 먹던지 해야지.. 얼굴이 말이 아니네..”
신이 욕실에서 나왔고, 조용히 머리에 있는 물기를 닦고 진한 베이지 색 정장을 꺼내
검정 색 니트와 받혀 입었다..
역시 남자인 응 진이 봐도 그는 멋있는 사람이었다.
“앞 장 서”
“응? 어딜??”
“나 채 빈, 있는 데”
“흐 음~ 좋아~ 가자!”
응 진은 괜히 기분이 좋았다..
신.. 그가 그녀가 신경 쓰여 이렇게 가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응 진은.. 한 동안 그런 생각도 해봤다..
이대로 영원히 영 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바람..
그렇다면..
신은 어쩌면 채 빈을 선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Sony 룸..
반짝 빛나는 간판을 가리키며 여기라고 말했다.
그러자 신은 지하 계단을 밟고 내려갔고, 그 뒤를 응 진이 조용히 따라 갔다.
캐 캐 한 냄새가 났고, 술 냄새가 역시 진동을 하고 있었다.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아직 장사 시작 안 했는데.. 애들 화장하고 있어요.. 어 라..”
마담이 응 진을 알아 보고 있었다.
응 진은 살짝 미간을 좁혀 마담을 쳐 다 본다.
“나 채 빈 어디 있습니까”
한 마담은 신에게 시선을 돌린다.. 응 진 역시 한 마담을 감탄케 하는 외모였지만..
그녀에게 묻는 다른 한 사람.. 그 역시.. 그 이상으로 가슴을 조리게 했다.
“시끄럽게 해야지 말하실 생각입니까”
“아..아니.. 불러 드릴께요”
“됐습니다.. 어디 있는지 말만 하십시오.. 그 뒤는 저희가 알아서 합니다.
“그런데 누구죠? 누군데 진 아를 찾는 거죠?”
“이 놈 보이십니까?”
신은 응 진을 가리켰다..
응 진은 갑자기 신이 자신을 가리키자 당황한다..
“이 놈이 그 애 서방입니다.. 부인이 이런 곳에 있는데 화 안 날 남편이 어디 있습니까?”
“야.. 야..”
응 진이 당황하자 신은 고개를 살짝 돌려 째려본다..
그러자 잠잠 코 있는 응 진..-_-;;
“여기에요.. 소란 피우지 말고 진 아만 데리고 나가주세요”
“그러죠”
신이 문을 벌컥 열자, 그곳에 있던 여자들이 옷을 갈아 입다 말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를 보자 머뭇거린다..
신은 제 빨리 채 빈을 찾았다..
그의 눈에 옷을 다 갈아 입고 서 있는 채 빈이 보였고,
그녀의 여린 손목을 낚아 채듯 잡고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그가 나오자, 안에 있던 여자들이 한마디씩 한다..
“진 아 저 년.. 복도 맞지.. 오는 남자들 마다 연예인 같으니.. 나 한명만 주지..”
“그러게.. 부럽다…”
신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아파트로 온다..
그리고 채 빈은 던지듯 쇼 파에 놓고, 화가 난 듯 인상을 쓴다..
“더 이상 날 화나게 하지마”
“왜..? 나 그냥 납 둬.. 이제 오빠랑 끝이 자나? 왜 신경 써? 오빠가 오빠 입으로 그래
놓고 선 왜 이제 와서 이래?? 나 그냥 납 둬.. 내가 뭘 하든”
짝..
신의 손이 채 빈의 얼굴에 세게 닿았다.
“학교 복학해.. 당장!”
“싫어..! 싫어!!”
“가만 안 둔다고 했다.. 장 응 진 월요일 날 채 빈이 데리고 제일 고 가”
“으..응.. 알았다..”
“한번만 다시 자퇴하고 그러면 두 번 다시는 너 안 본다.
너란 아이 절대로 기억하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겠어.”
쾅..
신은 아파트에서 나갔고.. 채 빈은 몸을 움츠려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팠다..
얼굴이 아닌.. 가슴이 아파서 미칠 것만 같다..
그의 말 한마디에.. 숨통이 조여 온다..
그를 너무 사랑하고 있는 그녀..
하지만..
그는..
그는.. 다른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그를 기다리 듯..
그는 다른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13화]
월 요일 아침..
신은 오자 마자 가방을 던지듯 놓고 서둘러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에게선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한번도 이렇게 술을 마시고 학교를 온 적이 없던 그였다..
필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류 신… 신아…”
“상 건아.. 나 좀 자자.. 한숨도 못 잤다”
“그래.. 자라”
신은 보기 좋게 엎드려 잘도 잤다.
“얼마나 퍼 마셨으면 저렇게 피곤해 해?”
“그러게 말이다.. 요즘 이상하게 술을 많이 마시네… 무슨 일 있나??”
상 건과 철 균이 신을 보며 얘기를 나눌 때 즘..
가 영은 멍하게 옆에 앉아 있는 신을 본다..
[숨바꼭질을 하는데.. 내가 지금 술래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은 다 찾았는데..
못 찾았어.. 단 한 사람만..
아예 꽁꽁 숨어 버렸나 봐.. 못 찾겠다…]
그가 그랬다.. 분명..
그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가 영은 신을 뚫어져라 쳐 다 보았다..
그 모습이 셈이 났는지 상 건이 입을 쭉 내민다..
“뭐 야..? 신이 녀석 왜 쳐 다 봐”
“상 건아..”
“왜”
“신이.. 가여워…”
“뭐??”
“가엽다고….”
“왜? 왜.. 신이가 가엾냐…”
“너..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게 뭔지 알아?”
“…알아..!! 내가 왜 모르냐? 가질 수 없다는 거.. 짝 사랑.. 그게 젤 힘들 자나”
“아냐…”
“아니라고? 그럼 뭔데?”
“….. 기다리는 일이야….”
가 영은 신이 애처로운 듯 보며 조용히 말한다..
“혼자서.. 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야…
절대 볼 수도 없는 사람.. 혼자서.. 바보같이 기다리는 거야…”
“신이 누구 기다리는 구나… 누구래…?”
“나도 몰라… 벌써 4년째래.. 가엾지? 나 그 말 듣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
“어떻게 알았어? 신이가 얘기하든?”
“저 번에 술 먹고 가다가.. 내가 물어 봤어…”
“그랬구나…”
“상 건아..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신이한테 꼭 와줬으면 좋겠다..”
“….”
“그럼.. 신이가 분명 좋아 할 거야.. 어쩌면 웃을 지도 몰라…”
상 건은 가 영의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조금 이상했다..
가 영은 신에게 있어 자신은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옆에 있는 좋은 친구.. 단지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가 영의 눈빛은.. 아니다..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에게.. 그에게… 다른 무언가의 마음이 있는 듯
보였다..
그것이 상 건의 마음을 쓰리게 한다..
-가 영아.. 내가 널 갖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것은 되지 말아줘라…-
그때 교실 문이 열리었고,
한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었다..
“야! 선생님들 교무 회의래! 자율이다!!!”
“아 싸!!”
“뭐하고 놀까??”
여기 저기서 환호성이 들렸고,
신은 그 소리가 크게 들렸는지 인상을 픽 하니 쓰고 일어섰다..
“신아.. 왜…”
가 영은 놀란 듯 신을 올려 다 본다..
“시끄럽군..”
“어디가…?”
“옥상 간다”
“꽤 졸리긴 졸린 가 보다.. 킥킥..”
“상 건아 우리 내일 영화 보러 갈래??”
“진짜??”
“응! 나 공짜 표 생겼어~”
“당연히 OK이지!!”
교무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 져 한 교시가 더 자율로 이어졌다.
신은 지금쯤 옥상에서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곤히 자고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쾅..!!
교실 뒤 문이 세게 열리었고, 그 문 사이로 장 신 세 명이 들어 오고 있었다.
분명 강운 고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제 일 고였다..
그리고..
“예 상 건 어디 있어”
반 아이들을 비롯한 상 건, 철 균, 가 영은 모두 놀라 그들을 보았다.
상 건이 자리에서 일어 섰다.
“난 데”
“김 성길 어디 있냐?”
“너 누구냐? 누군데 남의 학교에 와서 이 난리를 쳐?”
“난 김 성 길을 찾았다”
분명..
가운데 선 자는 누가 보아도 비실 비실해 보였고,
싸움도 그리 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웬 지 목소리와, 분위기로 상 건을 제압했다.
“김 성 길을 왜 찾지?
“물어 볼게 있다”
“야~ 예 상 건~ 자율인데 뭐 하냐…”
때 마침 자율이라 좋아하던 성 길과 인 덕이 상 건의 앞문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죽여주는 타이밍이었다.
성 길과, 인 덕은 제일고의 교복을 입은 세 명의 사내들을 보자 미간을 찌프렸다
“뭐야 너희들은?”
“김 성 길.. 인가?”
“그래 내가 김 성 길이다!”
“김 성 길 나 모르나?”
그때 가운데 녀석의 오른쪽에 있던 입술이 유난히 붉은 녀석이 물었다.
성 길은 유심히 보았다..
“어.. 김 시원…? 김 시원 아니야?”
“오랜만이네.. 작년에는 많이 봤는데.. 후”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성 길이 긴장을 풀었다.
제 일고는 외모로 이 시내의 학교를 장악하기로도 유명했다.
역시.. 그 명성이 떨어 지지가 않았다.
세 명 모두.. 외모가 출중했다.
가운데 있던 녀석이 다시 물었다.
“난 조 성 하다”
“조 성 하??”
성 길과 인 덕은 이름을 듣자 당황했다.
“그렇다면 네가 영 강”
“함부로 누설하지 마라.. 우리는 활동하지 않는다.”
역시 제압을 당하고 만다.
성 길은 영 강 회 제 2 대가리가 조 성 하 라는 소문을 언뜻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 강 회는 작년 초 바로 해체 됐고, 그 후 조 성 하가 조심스럽게 끌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 것은 제 1대 였던 자를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취지 된 바 있었다.
작 년..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학교가 ‘제 일고’였다.
제 일고는 불과 이년 전부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누군가의 의해서 말이다..
제 1대 대가리였던 자는 강자였다.
한 때 일인자였던 자가 그의 의해서 무참히 꺾였고, 그 후 그는 ‘영원한 강자’가 되었다.
그 후 생겨 난 것이 영 강 회였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해체를 선언하고 작년 학교를 떠났다.
제 일고의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 때 그들을 두렵게 했던 영 강 회의 대가리..
그를 한번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싸우고 온 선배들 마다 몸서리를 쳤고, 제일 고와 붙는 다는 소문만 들리면
싸운다는 녀석을 불러 내어 심하게 패던 기억도 났다.
그 만큼.. 제 일 고와 붙는 다는 건.. 힘겨운 일이었다.
모두 조용히 비켜 나가기 만을 바란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 제 일고가 강 운 고에 온 것일까..
“조 성 하, 김 시원.. 이곳은 웬 일이야?”
“여기 우리 선배님이 있다고 해서 찾아 왔다”
“선배님?”
“그래..”
“누구?”
“제 일고 1대 일진..”
“뭐??”
성 길은 당황해 제차 물었다.
성 길과 마찬가지로 상 건, 철 균, 인 덕도 당황해 성 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곳에 제 일고.. 이름만 들어도 두려웠던 1대 일진이 있다니…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였다.
하지만..
그 중.. 가 영만은 조금씩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를..
[14화]
“그분을 만나러 왔다.”
“이..이름이 뭐지?”
성 하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말했다.
“류 신”
“헉..”
성 길은 갑자기 비틀거렸고, 인 덕의 제 빨리 부축했다.
성 길은 덜덜 떨었다.
몰랐다..
상 건.. 역시 놀라는 얼굴이었다..
어쩐지 다르다 했다.. 그는 다르다고 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했다..
“김 성 길.. 설마 멋대로 선배님한테 굴지는 않았겠지?”
절대 말해선 안 된다.
신과 겨루었다는 말을 발설했다간 이어지는 건 그들의 보복이란 것을..
성 길.. 인 덕.. 나머지 세 명도 분명 알고 있었다.
유명했다.
한참 제 일고 일진 신드롬이 있을 때..
보복에 참가했던 사람..
그것이.. 조 성 하, 김 시원, 한 승 태..
그리고 마지막..
‘장 응 진’
이 네 명이었다.
“조 성 하.. 나가서 얘기 하자”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성 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니깐.. 류 신이”
“죽인다.. 선배란 말 붙여라”
성 하가 성 길을 보고 말한다.
역시 위압감을 주는 인물이었다..
“신이 선배가 너희들의 제 1대 선배님이란 말이야?”
“그래.. 지금 어디 있어”
“난.. 잘 몰라.. 상 건아.. 어디 있어?”
“옥 상..”
“옥상.. 앞장 서”
“좋아.. 앞장 서지..”
상 건은 앞으로 세우고 모두 조용히 따라 섰다.
계단으로 올라 가고 있을 때.. 성 하가 걸음을 멈추고 말한다.
“김 성길.. 선배님한테 함부로 했다는 소문만 들려도.. 내가 했든 하지 않았든
너에게 돌아 가는 건 보복이다.. 선배님의 이름에 손상 가지 않도록 잘해라
선배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명예이자, 우상이다”
“알..알았다.. 애들한테 교육 잘 시킬게”
“혹시 해서 하나 말해 준다..
너희들 작년에 조직계에서 한참을 떠들썩하게 했던 흑 표범이 누군지 알아?”
성 하의 냉소적인 목소리다..
모두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다.
“전국에 이름만 되도 아는 신화 파에는 보스가 딱 다섯 명이 있다.
첫째 가장 우두머리 보스.. 그리고 중간 보스.. 지역별.. 두 명..
그리고 마지막.. 고교세력 보스.. 이 지역 고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다른 지역 고등학교 녀석들까지도 장악하는 아주 무서운 세력이다.
어떤 말이 있는 줄 아나?
보복에는 보복..
절대 신화 조직한테 보복하는 조직들은 드물었다.
그걸 고교세력 보스가 세웠다.. 그 만큼 잔인하고 무서웠던 사람이야.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자리에 실력으로 올랐다.
일년동안 철저히 교육을 받았지..싸움에 관해선 그는 늘 최강이었다.
상대의 눈빛만 봐도 그의 약점과, 싸움 태세를 알 정도였으니깐..
그리고.. 제 일고의 영 강 회를 설립했다.
이쯤이면 더 이상 그가 누구인지 말 안 해도 알겠지? 명심하도록..
그는 조직계의 신화였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
류 신..
옥상의 문이 열리었고,
성 길은 심통 한 표정을 지으며 상 건을 봤다..
상 건 역시..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저기 있다.”
철 균이 가리킨 곳엔 신이 교복 윗도리를 얼굴에 씌운 체 자고 있었다.
성 하는 그제서야 웃는다..
“성 하야.. 선배님이야.. 하하.. 얼마 만이야? 도대체??”
시 원은 활짝 웃으며 그 앞으로 뚜벅 뚜 벅 걸어갔다.
그리고.. 성 하와 승 태를 보며..
“어떻게? 깨워??”
“흠.. 흠…”
성 하는 헛 기침을 해 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번에 더 크게 헛 기침을 해본다.
참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강 운고 녀석들은 그의 모습이 어찌나 당황 되는지 아까의 그 냉소적인 모습은
도대체 어디 간 건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저들에게 있어… 신은 진정.. 우상인가 보다..
몇 번의 헛 기침이 더 있은 후..
신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젠 장.. 옥상도 시끄러워…”
교복 윗도리가 내려졌고, 신이 눈을 떴다.
그러자, 성 하와, 시 원, 승 태가 더욱 씽끗 웃었다..-_-;;
맙 소 사..!
저렇게 들 웃으니 너무 순진해서 아이 같아 보였다..
“뭐야 니들?”
신이 일어 서자 세 명은 모두 허리를 최대한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누구야? 나 니들 모르는데? 왜 남의 학교 와서 행패야?”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성 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니들 모른다고.. 웬 선배? 황당하군.. 교실로 가야 겠어..”
“선배님!”
..
잠시 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분..
“장 응 진.. 새끼.. 죽었어..”
“응 진 선배가 알려줘서 온 거 아니에요”
“그럼 니들이 어떻게 알고 와”
“소문이 들리더군요.. 강 운 고의 복학생이 장난이 아니라고..
김 성 길이 팔이 부러졌다는데.. 알아봤죠..
그 복학생 이름이 뭐냐고..”
순간 성 길이 초조해 한다..
성 하의 눈빛이 성 길을 보았고, 그 눈빛의 더욱 초조해 졌다.
성 하는 분명 알고 있다..
성 길이 신에게 주먹을 사용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난, 일년 전에 니들 버렸다.
아직도 영 강 해체 하지 않았으면 해체해라..
그땐 니들 후배로 보겠다.. 그러기 전까진 다시는 찾아 오지 마”
“해체할게요”
성 하의 말에 신은 다시 내려갔고,
그의 걸음이 떨어 지자 모두 조용히 옥상에서 내려 갔다.
“성 하야.. 시 원아.. 그리고 승 태야..”
“네”
“다시는 영 강 회 활동하지 말아라.. 다시는 장 응 진..
신화조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너희들이 막아라..
이번에 응 진..그 놈이 다시 신 화 파로 들어가면..장 응 진이.. 죽는다..”
“…..네… 명심할게요"
상 건은 신이 왜 그 동안 자신과 멀게 하려 했는지 알았다.
신은 작년의 자신의 일을 지워 버리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잊고 싶었던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차단한 체.. 조용히 지내려 한 것이다.
그에 대해 더욱 알고 싶었다..
그에겐 웬 지 모를 사내의 향이 짙게 났다..
그것을 배우고 싶었다..
상 건은 성 하의 말을 다시 한번 되 새겼다.
[흑 표 범..]
[그는 조직계의 신화였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류 신..
[15화]
“정 현아!! 정 현아!!! 하 정 현!!!”
예 란 이 헐레 벌떡 뛰어 와 자고 있는 정 현을 깨우기 시작했다..
정 현은 듣는지 마는지 하며 귀찮은지 일어 나지 않았다.
“정 현아! 일어나봐!! 긴급뉴스야!! 긴급!!!”
“나중에 말해.. 졸려”
“류 신 얘기야!!”
“류 신?”
정 현은 신이란 예 란 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예 란 의 얼굴 표정을 보니 정말 긴급이긴 긴급이었나 보다.
뭔가에 눌려 덜덜 떨고 있는 예 란 의 표정..
아주 죽여줬다..-_-;;
“뭔 데?”
“류 신.. 그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어.. 어떡해?? 이제 성 길이..
정말 위험해 질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좀 자세히 얘기 해봐”
“그러니깐.. 류 신!! 그 사람이 제일 고 영 강 회 제 1대 일진이었대!!!”
“…!!”
정 현은 잠시 멈 짓 했다.
알고 있었다..
작년에 영 강 회 일은 항상 빅 뉴스로 온 학교에 퍼졌다.
그 이유는 제일 고는 지금까지 세력이 없었다..
그래서 강운 고를 비롯한 다른 학교들에게 언제나 표적이 되는 학교였다.
그곳에 장 응 진이 없었더라면 제 일은 아마 다른 학교들의 밥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
영 강 회가 만들어졌다..
그 이후 실컷 비웃던 딴 학교 녀석들이 쳐들어 갔고..
무참히 밟히고 나왔다..
제 1대 일진.. 그에 의하여..
그리고 제일 고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TOP,
최고가 되었다.
그런데.. 그 일진이 류 신이라니..
정 현의 입가엔 웬 지 모를 미소가 퍼지고 있었다.
“하 정 현!! 너 웃어?? 미쳤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와..
나 무서워 죽겠는데”
“예 란 아..”
“왜?”
“이제야 나 만났어.. 내가 절실히 원하는 남자.. 후..”
“그..그게 무슨 말이야?”
“후….”
“너.. 너 설마!”
“내 꺼로 만들어야 겠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이지… 쿡”
상 건이 그랬다..
신은 또 다시 옥상으로 가서 자고 있다고..
마침 좋은 기회라고 생각 된 정 현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상 건의 말대로 신은 곤히 자고 있었다.
정 현은 그 모습을 서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높은 콧날..
뽀얗고.. 잡티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
긴 팔..
긴 다리..
잘 빠져 있는 곡선..
진한 속 눈썹과, 눈썹..
절묘하게 잘 맞는 그의 것이었다.
그에겐 끝내준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어디다 내 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한 외모였고, 몸매였다.
정 현의 가슴이 더욱 뛰기 시작했다.
“류 신.. 너 너무 나를 설레게 하는 걸… 멋있어.. 인정할게.. 네가 최고야..”
정 현은 신이 누워 있는 옆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신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본다.
정말 좋아해서는 안 되는데..
진심으로 좋아했다간.. 안 되는데..
하면서도 정 현은.. 흘러가는 마음을 잡을 도리가 없었다.
그저.. 강한 자가 필요한 것일 뿐이다..
강한 남자가 필요한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남자가 그 마음을 흐리게 하고 있었다.
“류 신.. 이건.. 네가 나를 유혹 한 거야..누가 이런 데서 자고 있으래?”
정 현은 몸을 더욱 숙였고, 그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곤히 자고 있었고,
정 현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신의 얼굴 양 옆으로 자신의 두 손을 짚었다.
이제 그를 똑바로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로 가까이 밀착시켰다.
이어지는 진한 키스..
키스를 하면서 이렇게 설레 이기는 처음이었다.
처음..
정 현은 눈을 떴다..
“…!!!”
너무나 당황했다.
신.. 그가 눈을 뜨고 정 현을 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런 표정이 없는.. 무 표정으로..
그래도 정 현은 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건 신의 행동이었다.
가만히 있는다.
입술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귀찮다는 듯.. 신경도 안 쓴다는 듯..
무시..
정 현의 입술을 무시하고 있었다.
“..너.. 너.. 뭐 하는 거야?”
정 현의 얼굴이 빨개져 그에게 물었다.
“다 끝났으면 꺼져”
“뭐..뭐?”
“성 길과 똑같군.. 귀가 막혔나? 이리 와봐!”
신은 정 현의 팔을 잡아 댕겨 자신의 품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다가가..
“꺼.지.라.구.. 내가 확.. 불었으니.. 이제 내 눈앞에 없어져”
정 현은 시선을 돌렸고..
다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신이 정 현의 몸을 밀어 냈고… 불쾌한 듯.. 인상을 썼다.
“하 정 현.. 재미없어.. 전혀 온몸에 전율이 없군..
싱거워.. 그런 건 너 없으면 죽고 못 사는 김 성 길한테 가서 실컷 해
난 전혀 재미없으니까”
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유히 정 현을 지나 옥상에서 내려 가고 있었다.
신이 옥상에서 내려 가자 정 현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풀어져 나간다..
그녀가.. 천하의.. 하 정 현이.. 키스 앞에서 긴장한 것이다..
“하하… 류 신.. 이제 어쩔 거야?
난 악마가 될 수 있어.. 너를 갖기 위해서 라면”
정 현은 자리에서 일어 났고 신을 찾으러 내려 갔다.
다행히도 신이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류 신”
신이 걸음을 멈췄다.
“널 반드시 내 꺼로 만들 거야..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야..
네 얼어붙은 심장 내가 원래대로 복귀시켜 줄게.. 후..
설레게 만들어 주겠어”
정 현의 표정 속에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신은 뒤를 돌아 보아 정 현을 보며 비웃었다.
“하 정 현.. 너 그거 아나?”
“…”
“나는 지금까지 어떤 장미가 와도 한번도 꺾인 적이 없지..
네 외모보다 두 세배는 뛰어난 사람이 와도..
그건 왜 인 줄 아나?”
“….그 사람이 외모는 뛰어 났어도 널 사로잡지는 못했나 보지”
“아니.. 틀렸어”
“..!!”
“나 때문이야.
그 여자가 날 사로잡지 못한 게 아니라 나 때문에 그 여자는 날 갖지 못한 거지”
“무슨 말이야?”
“내 온통 신경이 온통 다른 곳으로 쏠려 있거든..
다른 향에 중독되어 온통 마비가 되어 있지..
그런 향과 비교도 안 되는 너희 같은 피라미들은 전혀 날 못 가져”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내가 나한테 넘어 올 수도 있어”
“아니.. 없어.. 절대”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지?”
“그 향을 만나면.. 내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 온 몸은 분명히 마비가 될 거다.”
신은 뒤 돌아 다시 갈 길로 갔다.
정 현은 화가 났다..
누군지도 모르는 신의 그녀 때문에 화가 났다..
“류 신! 왜? 왜!!!!”
신은 처음으로 말한다..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하지 못한.. 너무나 슬픈.. 그 한 마디..
“죽도록 사랑하니까”
[16화]
신은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요즘 부쩍 영인이 꿈에 많이 나타났다.. 항상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영인이..
오늘 처음으로 웃었다… 신의 꿈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디쯤.. 있어… 가르쳐 주면 내가 갈게.. 그러니깐 나한테 알려주기만 해라…”
잘 참아 왔는데..
보고싶어도.. 그리워도 항상 잘 견디고 참아왔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도 서글퍼 지는지…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학교 갈 시간까지 잠을 못 이뤘고, 결국으로 새벽을 뜬눈으로 지세고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잠을 못 잤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개운했다..
정말 이상하게도..
“휴..”
교실 문 앞에 서자.. 괜스레 가슴이 설레 였다..
뭘까..
이 두근거림은.. 이 설레임은…
“뭐야..”
신은 황당해 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항상 똑 같은 하루인데 오늘따라 이렇게 달라져 보이고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영인이 꿈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어서 일 거라
신은 생각했다..
이건 모두 영인의 웃음 탓이라고…
“야.. 신아.. 류 신!!”
상 건이었다..
“왜”
“너 오늘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니.. 없어”
“없긴 뭐가 없어.. 굉장히 들떠 보이는데… 뭐야 말해봐”
“없어..임마”
“아잉~ 가르쳐죠”
“없어!”
“에잇! 씨”
“씨 머?”
“디 이 에프 지… 영어 하는 중이였어^-^;;”
“기가 막히는 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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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강운 고의 교문 앞에는 응 진과 채 빈이 사복을 입은 채 서 있었다.
채 빈의 머리는 어느 세 단정히 검정 색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유난히 응 진의 얼굴이 좋아보였다.
“오빠^-^”
“신아~ 우리 오늘 개교기념 일이라 놀러 왔다”
“할 일이 없나 보군”
“오빠 오늘 우리 술 마시고 놀자~”
옆에 있던 상 건과, 철 균, 그리고 가 영은.. 처음 보는 예쁘 장 하게 생긴 채 빈을 보며
그녀의 존재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신과 친한 듯 오빠라 부르며 반가워 하고 있었다.
상 건은 재 빨리 가 영의 얼굴을 쳐 다 본다.. 이유는 없다.. 그냥 다만
신의 옆에 선 그녀 때문에 가 영을 본 것 뿐..
“나 오늘 이 녀석들이랑 선약 있다.. 담에 보자”
차갑게 뒤 돌아 가는 신..
그 모습에 응 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상 건을 본다
“나 알지?”
“응”
상 건은 자신보다 키가 큰 응 진을 올려 다 보며 대답했다.
역시 지금 봐도 멋있었다..-_-;;
상 건.. 그도 어디 내놓으면 귀 죽지는 않은 보통의 얼굴이었는데..
어째.. 신과, 응 진 때문에 자꾸만 레벨이 떨어 지는 것 같아 불끈 한다
“우리도 끼면 안 돼냐?”
“안 될 거야 없지~ 같이 가자!! 어차피 우리도 술 마시러 가는 중이였어”
“캬~ 좋아 좋 아!!”
“가 영아 철 균아 괜찮지?”
가 영과 철 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 영의 시선이 머문 곳은 채빈 이었다.. 자신보다 작은 키에.. 늘씬한 몸매..
솔직히 외모로서는 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과 가까운 사이 같았다..
“앗..”
가 영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에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송 가 영..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 너 미쳤어…?? 송 가 영.. 너 이러면 안 돼….-
가 영은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걸어갔다.
“오빠~”
채 빈은 신에게 뛰어갔다..
그러자 신은 아직도 안 갔냐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진 오빠랑 나.. 같이 끼기로 했어~ 잘했지?”
“너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응.. 다 오빠 덕분이야”
채 빈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신 옆으로 바짝 붙어 섰다..
아직 대 낮이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고 즐거운 술 파티를 버렸다.
가 영은 조금 무리를 했는지 머리가 지끈거려 잠시 밖으로 나왔다..
이런..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직 4시도 안됐다..
가 영은 계단에 앉았다..
그리고..
-류 신…-
“앗….”
갑자기 신의 얼굴이 떠오르자 당황한 가 영은 또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
“언니”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앉는 채빈..
채 빈의 모습에 더욱 당황하는 가 영..
“왜 그렇게 놀래요? 꼭 마음을 틀 킨 사람처럼..”
“응?? 뭐…뭐가”
“말까지 더듬네”
“흠.. 술을 너무 마셨더니 머리가 아파서.. 이제 들어 가야 겠다”
가 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 갈 무렵.. 채 빈의 도도하고.. 딱 부러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이 오빤 아무도 못 줘요”
“….!!!”
가 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언니 알는지 모르겠는데.. 오빠랑 나.. 오빠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니깐
오빠 자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인 사이였어요”
흠 짓..
역시 짐작하는 데로 였다…
어쩌면.. 어쩌면.. 신의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그녀일지도..
“오빤..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를 택했구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죠?
오빠를 좋아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만 포기하세요.. 어차피 짝사랑에 불과해요”
너무나도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당당하고.. 전혀 가 영이 뭐라 말 할 수 만큼의 깨끗한 채 빈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채 빈의 눈동자는 슬퍼 보인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채 빈은.. 슬픈 배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핫..
가 영은 자신의 입을 다시 막았다..
어째서 그렇게 말해 버렸을까.. 가 영은.. 어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때 마침 녀석들이 모두 나왔고..
가 영의 빨간 얼굴을 보며 채 빈과 번갈아 쳐 다 보았다.
“언니가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얼굴이 빨개.. 히히.. 벌써 나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어”
응 진의 대답에 만족한 듯 채 빈이 웃었다.
“어디로?”
“신의네 집”
“정말?? 신난다~ 얼른 가자~”
앞 서 가는 신을 따라 그 옆에 채 빈이 섰다..
그 뒷모습을 가 영은 보며 걸었다..
괜스레 더 속상해 졌다..
-뭐야.. 송 가 영.. 네가 들어 갈 틈은 전혀 없다 구.. 뭐야.. 정말..-
또 다시 상 건의 눈빛이 가 영을 본다..
한 참을 걸었다..
이제 두 블록만 지나면 신의 집이었다..
“오빠.. 술 별로 안 마셨지?? 많이 마시지마~”
신은 귀찮다는 듯.. 다른 곳을 바라 본다..
햇빛이 너무나도 반짝여서 상점들이 더욱 환하게 보였다.
한 아이가 아이스크림 앞에서 엄마에게 조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는 사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신은 쿡.. 하고 웃었다.
그러다.. 유 아 복 상점을 막 지나고 있을 때였다..
…
툭..
“앗.. 오빠 갑자기 왜 멈추고 그래….”
신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멈춤에 모두 멈췄다…
왜…??
신은.. 도저히 믿기 지 않는 다는 듯.. 언제나 굳게 다물려 있던 입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그리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걷는다..
그가 가는 곳은.. 유 아 복.. 상점 앞이었다..
그 상점 앞에는 어떤 한 여자가..
DP 되어 있는 옷들을 보며 사고 싶은 듯.. 환하고.. 아주 맑게 웃고 있었다….
………………….. 알 수 있다…….
[17화]
알 수 있습니다.
그대,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졌을지언정..
나는 그대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그대의 눈망울 하나하나..
그대의 음성 하나하나..
그대의 스치듯 전해오던 그 손길 하나하나..
그대의 선한 웃음 하나하나..
어느것 하나도 잊지 않고 그대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너무 아프고 어렵다는 것..
그대가 내게 주고 간 것은 헤어짐이라는 아픔이건만..
시리도록 저민 그리움이건만..
안개처럼 내 시야를 뿌옇게 흐려 놓고 갔건만..
이 모든 아픔, 슬픔, 고통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사랑을 합니다..
나는.. 시작을 합니다..
그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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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신의 가슴속에서.. 그리고..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 물 밀 듯.. 밀려 오고 있었다.
미치도록.. 뭔가가 벅차 올라 자꾸만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그런 신의 모습이 이상한지 응 진을 다가왔지만.. 그만 놀라고 만다..
그의.. 눈에서 천천히.. 흐르고 있는 하얀.. 조각들…
설마…!!
응 진은 뒤 돌아 채 빈을 보았다…
-채 빈아.. 어쩌지.. 어쩌지.. 정말.. 어쩌지… 아무래도.. 신이 녀석..
그녀를 찾은 거 같다………….-
주저 앉아 버리는 채 빈…
그녀도 응 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신은.. 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더 이상 바보처럼 굴면 안 되는데.. 이런 모습 보이면.. 그녀가 또 귀여운.. 우리..
신이 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이제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왜.. 이렇게도 눈물이 나오는 것인지..
신은 드디어.. 그녀 앞에 섰다..
그녀 앞에 4년 만에.. 섰다…
그녀는 허리를 숙인 채 옷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옆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
살짝 웨이브 진 긴 머리에.. 여전히 하얀 얼굴.. 여전히 해 맑은 웃음..
여전히 아이 같은 눈망울..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깡마른 몸….
햇빛에 반사되어 그녀의 모습이 더욱 투명하게만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유리사이로 낯선 누군가의 모습이 느껴졌는지 뒤를 돌아 보았다..
이젠… 신도.. 그리고 신의 뒤에 있었던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그녀를 보게 되었다..
[죽도록.. 사랑하니까……]
[한번도 널 잊을 적이 없어…]
[너만 오면 돼…]
[보고싶다..]
[사랑해..]
[사랑해..]
언제나 혼자서 되 뇌여야 했던 말..
언제나 혼자서 삼켜 버려야 했던.. 그 말..
보고파도 언제나 힘겹게 다시 내려 놓아야 했던 그리움들..
황폐한 가슴에.. 상처 받은 영혼에..
늘.. 웃음으로 머리 속을 새하얗게 만들던.. 그 사람..
그 남자의..
여자..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너무나 슬프게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
어딘가에서 꼭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지만..
왜 자신을 저렇게도 슬프게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멀쑥이 웃으며 서 있을 때..
그가.. 다가와.. 그녀를 낚아 채 듯.. 안았다… 너무나도 강하게…
“왜… 왜 이러세요…..”
“…”
그녀를 안았다…
4년 만에.. 아니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안지 못했던.. 그날부터..
비로서.. 6년 만에 그녀를 안았다..
처음으로.. 그녀를 자신의 품에.. 꼭 넣었다…
가 영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참지 못하고 뒤 돌아 다른 곳으로 가고 말았다..
“가 영아.. 가 영아 기다려…!! 송 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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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저…”
“너.. ..
나.. 모르는 구나…
너.. 나 .. 기억 못하는 구나….”
응 진, 채 빈은 느끼고 있었다..
신의 어깨가 그녀를 꼭 안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 세요?”
“서 영 인.. 나 정말… 몰………..라.. 네가 네 입으로 약속 하자 해 놓고..
잊지 말자고.. 그래 놓고선.. 벌써 나 잊은 거니..”
누군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일까..
누군데.. 이렇게도 절실히 자신을 안고 있는 것일까…
약속..??
약속????
[너 누나 잊으면 안 돼…]
[난 말야..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 기억 속에서 조금씩 내 자신이
희미해 질 까봐 두려워… 영원히 기억되고 싶거든…]
[넌.. 만약에라도 내가 안 보이게 되면.. 나 잊으면 안 돼..
알겠지?? 잊으면 안 돼..]
[걱정 마.. 안 잊어.. 평생 안 잊고 살게..]
신..
그때.. 그.. 아이….
영 인은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잊고만 살았던.. 사람.. 너무나 삶이 힘들어 잊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신…이니? 응? 신이야?? 너.. 류 신 맞아???”
이제는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처럼.. 쓸쓸하게.. 너무나 아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대답해봐.. 신이야… 너 신이니??”
신의 두 손이 영 인의 머리를 감쌌다…
얼마나 소중한 여자인데..
얼마나 보고싶었던 여자인데…
“내 이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면 너 미워했을 거야..
아니.. 아니다.. 아니야.. 미워하지 않는다..
고맙다.. . 영 인아 고맙다..
서 영 인.. …. 고마워…..”
영 인은 그의 말에 울음을 참지 못하고 설움을 토했다..
그 동안 너무 아팠다는 듯..
너무 힘들었다는 듯..
이렇게.. 울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듯.. 그렇게 서럽게..
“신아.. 신아… 흑..흑.. 신아…..”
“너 바보같이 어디서 그렇게 해 맨 거야..
어디 숨어 있었길래 내가 가는 곳마다 넌 없었던 거야..”
“신아.. .. 나.. 너무 괴로웠어……”
“그래.. 그래.. 영 인아..”
신은 너무나 가녀린 영 인을.. 있는 힘을 주어 꼭 안았다..
이제는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 이별은 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더욱 꼭 안았다..
“고마워.. 신아.. 약속 지켜줘서 너무나 고마워…”
-지금 나는 꿈을 꾸는 듯 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서 영 인.. 이라니…
너무나 벅차서.. 이대로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건 아닌지…
이렇게 만났는데도.. 아프다..
이것이 꿈 일까 걱정 되어 아프다..
만약에 꿈이라면 정말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사실이라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서 영 인..
너 다시는 숨지 말아라..
다시는 나와 숨바꼭질 하지 말자..
나 죽어도 술래 하지 않겠다..
너 너무 작아서.. 숨어버리면 못 찾게 되니까..
우리 다시는 죽어도 숨바꼭질 하지 말자..
죽어도..
다시는 숨지 말아라..-
“나.. 너 나쁘게 변해 있으면.. 어떡하나 했어..
너 내가 구하기 전에 벌써 망가져 있으면 어떡해 하나 조바심 냈었는데..
너 이렇게.. 하얀.. 모습 그대로.. 이 세상 견뎌줘서.. 감사하다..”
-영 인 아..
서 영 인..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바보야..……..-
[18화]
“몰라봐서 미안해.. 예전이랑 너무 달라서 못 알아봤어..”
영 인이 커피 잔을 매만지며 연실 사과를 하고 있었다..
커피숍 안으로 들어 왔을 때부터 아무런 말도 안 하는 신의 모습에서
알아보지 못한 거에 대해 화가 난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알아 본거야..?? 많이 달라졌는데…”
긴 머리를 만지며 홍조를 띄며 말했다.
그러자 신이 시선을 영 인으로 다시 돌렸다..
“알아 볼 수 있어..”
“으..응.. 그래… 성격은 여전하네?? 히히..”
“그 동안 어디서 뭐하고 지냈어….”
“아..그냥.. 뭐.. 일했어….”
“무슨 일…”
“…식당도 다니고.. 백화점도 다니고.. 그랬어…”
“그렇게 사니까 좋든?”
“응?”
“그렇게.. 너 나한테 한마디 상의 없이 가버리고 나니까.. 좋았냐구..
그래.. 너한테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거 알고는 있었는데..
꼭 그렇게 가야 됐어..? 나한테만 약속 지키라고 하고 넌 내가 할 말 듣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야 됐던 거야!!! 어?? 그랬어?”
“미안해.. 미안해.. 신아.. 내가 정말 나빴어.. 정말 미안해..”
미안함에 고개도 들지 못하는 그녀..
신은 다시 자신은 탓한다.. 사실은 이런 말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이런 말로 그녀가 아파하는 거 보고싶었던 게 아니다..
다만.. 그녀에게 전해지 못했던 그 말..
그 말 때문에.. 속상해서..
그 속상함에..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절대.. 그녀가 미워서 그런 건.. 아니다..
그가.. 그녀를 미워하는 일.. 그건.. 그가 이 세상에 없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신은.. 영 인의 두 손을 잡았다..
“화내서 미안하다…”
“고마워.. 모두 다 나를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정말 고마워….”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지어져 있었다..
너무나 어두운 그늘..
한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4년 전 그 겨울 전만 해도 영 인의 이런 모습..
볼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녀에게는 그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했지만..
알고 싶었지만.. 아직은 묻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확답은 받아야 겠다고 신은 생각했다..
“나.. 네 약속 지켰으니까.. 너도 그 만한 보답해..”
“..무..슨 보답?”
“꼭 들어줘야 돼..”
“응.. 너도 지켰는걸.. 나도 꼭 지킬게.. 말 해봐…”
“..다시는 없어지지마..”
“…”
“다시는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마라..”
영 인은.. 마음이 아파진다..
그의 말에 한없이 아파지기만 한다..
“지킬 수 있지? 다시는 도망가지 않을 거지??”
“응..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게.. 약속해..”
이제야 비로소.. 그 약속에 신이.. 웃음을 띄운다..
그 약속을 믿으며.. 이제야 겨우.. 웃었다..
“저기.. 저.. 있잖아.. 우리.. 엄마랑.. 아빠랑.. 영 준이.. 소식 알아?”
“…..”
-서 영 준.. 이 나쁜 새끼야.. 거봐.. 서 영 인.. 네 누나.. 이렇게 너.. 네 부모
찾고 있는데.. 넌 도대체 어디서 뭐하냐..
서 영 인이 얼마나 큰 죄를 질렀다고.. 네 놈까지 이러는 거냐..-
“걱정 마.. 내가 찾아 줄게”
-영 인아.. 내가 내 목숨을 걸고서 라도.. 네 가족들.. 꼭 찾아 줄게..
넌 이제 나만 믿으면 돼..-
신과 영 인은 커피숍에서 나와 걸었다..
영 인과.. 걷고 있는 이 거리.. 그 동안 너무나 기다렸고, 꿈 꿔 왔던 것들이다..
그래서.. 신은.. 행복하다..
비록.. 영 인은.. 아직은.. 그를 사랑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신은 참.. 행복하다..
“집.. 이 어디야?”
“..가까워..”
“가자.. 바래다 줄게”
신이 무작정 영 인을 끌자.. 당황한 영인은 신은 잡았다..
“아..아냐.. 신아.. 여기서 가까워.. 나 혼자 갈 수 있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가자.. 바래다 줄 게”
“…아…아냐.. 신아.. 정말 아니야.. 다음에.. 다음에…”
“왜? 내가 가면 안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오늘 청소도 하지 않고 나왔단 말야…
다음에 깨끗하게 준비하고 초대할게.. 그러면 되자나.. 응?”
신은 그래도 서운한지 영 인을 보며 아쉬워 했다..
그 마음을 영 인도 아는지 활짝 웃어준다..
“미안해..
대신.. 다음에 꼭 초대할게”
“…”
“나 이제 도망 안가.. 너랑 약속 해자나…”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 신..
이렇게 만난 영 인을 그대로 보내주는 게 역시.. 안 놓였다..
신은.. 이제 대담해졌다..
영 인을 다시 꼭 안았다..
“나 이제 나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너도 그 동안 너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다..”
“응.. 그래.. 신아.. 신이.. 너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내 약속 지켜줬으니까.. 그래도.. 돼…”
“집 전화번호 말해봐”
“없어…”
“핸드폰은?”
“없어…”
신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건 자신의 핸드폰이었다..
“가져가..”
“아..아니야..”
“나 너랑 연락해야 돼.. 너 또 도망가면 어떡해..?”
“.. 아니야… 이젠…”
“내가 전화할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 알겠어?”
“…응.. 그럴게..”
“얼른 가봐.. 들어가서 전화할게…”
“…응….”
영 인이 가볍게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
이번엔.. 또 다시 쓰린 작별이 아니겠지.. 내일 또 만날 수 있는 인사겠지..
신은.. 4년 만에.. 활짝 웃어본다..
영 인으로 인해 다시 시작 된 그의 웃음..
신은 뛰었다..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가 응 진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응 진아!! 장 응 진!!!”
“누구? 신이야?? 류 신!! 어떻게 됐어?? 누나 맞아???”
“응!!! 응 진아 나 누나 찾았어!!! 나 누나 찾았어!!!!”
“정말이야?? 정말 그 사람 맞아???”
“어!! 아까 봤지? 영 인이야.. 그 사람이 서 영 인이야…”
“으하하.. 정말이구나..!! 얼마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만나는 구나!!!
축하해! 류 신!! 이 자식!! 진짜 축하한다!!”
“봤어? 영 인이 얼굴 봤어?? 예쁘지? 정말 예쁘지?”
“응.. 예쁘더라.. 아주 예뻤어..”
신과의 전화를 끊은 응 진은 앞에서 연실 술을 마시는 채 빈을 찹찹한 심정으로 보았다.
처음으로.. 그를 안지.. 처음으로 그가 이렇게도 신난 모습을 보았다..
신.. 그에겐.. 영 인은.. 사랑 그 이상의 존재일지도 몰랐다..
채 빈..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 것인가..
“오빠.. 신이 오빠 목소리 다 들렸어…”
“..들렸니?”
“정말 좋아하네.. 그렇게 들떠 하는 모습 처음 봐…”
“난.. 그 누나 죽은 줄 알았는데…”
“미워.. 그 여자가 미워..”
“채 빈아.. 그러면 안돼”
“지가 뭔데..!! 지가 뭔데!!! 신이 오빠 기다리게만 한 주제에!!!
왜 이제 와서.. 왜 이제.. 나타나서.. 그러는 건데..!! 왜!!!!”
“신이..녀석한테.. 좋은 일 이자나.. 너도 알자나.. 신이.. 그 녀석.. 얼마나 찾아 다녔어..”
“그래.. 알아!! 신이 오빠가 그 여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그런데 왜 나타난 거야.. 그냥.. 나타나지 말지.. 나타나지 말지.. 뭐 하러
이렇게 나타나서.. 왜 나타나서.. 나한테 오빠 뺏는 거야.. 흑..”
위로 해줄 말이 딱히 없었다..
응 진은 묵묵히 그녀의 비워 있는 술 잔에 술을 따르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떠한 말도.. 지금 그녀를 위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진정으로 그를 보내줘야 할 때가 왔다는 것만..
이제.. 그를 잊어줘야 할 때가 왔다는 것만..
말해줘야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 역시.. 채 빈..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
보내줘야 한다는 것.. 잊어줘야 한다는 것..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못 보내.. 나 오빠 못 보내.. 내 사람이야.. 내가 사랑하는 류 신이야.. 못 보내.. 절대”
[19화]
영 인은 오랜만에 누군가에 의해 두근거림을 느껴본다..
이런 느낌.. 그 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영 인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쿵 거리며 떨렸던 자신의 가슴을 매 만져 본다..
이제야 멈춘 것 같았다..
“휴..”
그가 그렇게 변해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작고, 마른 몸에 동생 같기만 했던 신이.. 동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이 변해 있었다..
“이제.. 스무 살 이겠구나.. 나랑.. 세 살 차이 났으니까.. 정말 스무 살이네..”
솔직히 그가 그 약속 지켜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벌써 기억에서 지웠을 거라.. 몇 년 전.. 불쑥 그가 기억 났을 때..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신을 한번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단 한번도..
“고마워.. 나 같은 누나.. 잊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좋은 동생이야.. 고마워..”
힘들었다..
지난 4년을 악착같이 돈 한푼 쓰지 않고 살았다..
식당에서 설거지, 백화점에서 청소하는 일..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그런 궂은 일들은 보수가 다른 일에 비해서 훨씬 많았다..
그랬기에 영 인은 그런 일들을 도맡아 했다..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돈이 절실히 필요하니까..
뺨에서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 본다..
그 동안.. 아마.. 그녀의 또 다른.. 존재가 없었더라면.. 벌써.. 포기하고..
살았을지도..
허름해 보이는 대문을 열고 몸을 숙여 겨우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저기서 쥐들이 우 굴 대며 지나가고..
고양이 들이 쑤셔 놓고 간 음식이 담겨져 있는 봉지..
다른 사람들이 보며 벌써 구역질이라도 날 듯 한 모습인데도 영 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방 문을 열었다..
영 인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다..
문을 열고.. 누군가를 찾는다..
“…어..엄마.. 엄마 왔어요??”
나이에 비해 너무나 작은 아이..
유난히 얼굴이 하얗고.. 키도 유난히 작은 아이..
잘 먹지도 못했는지 얼굴에 피어 난 버짐..
그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이미 살포시 살이 올라왔을 만도 한데..
그 아이는.. 겨우 뼈만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
“동 화야.. 엄마 왔어… 우리 동화 자고 있는 거 엄마가 깬 거 아니야..?”
“아니에여.. 동 화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동 화야 이리와 봐..”
영 인은.. 동 화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동 화의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 됐다..
“여기 싫지? 조금만 참아.. 엄마 이번 달 월급만 더 타면 돼..
우리 그럼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이사 갈 수 있어..
그땐 우리 동 화 유치원도 보낼 거야..”
“정말이요? 동 화 유치원 갈 수 있어요??”
“그럼~ 그 뿐인 줄 알아? 유치원도 가구.. 동 화가 좋아하는 그림책도 많이 사주고..
로봇도 사줄 건데??”
“이야.. 정말이에요?? 엄마 정말이에요???”
동 화가 도저히 믿어 지지 않는 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뜨며 말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영 인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럼 정말이야~ 동 화 좋지??”
“넹!!”
“동 화야… 엄마랑 이제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고 행복하게 살자~”
“넹.. 신난당..”
“동 화야.. 있잖아.. 오늘 엄마 너무 기분 좋다~”
“왜요??
“글세.. 예전에 엄마 알던 사람이.. 엄마랑 약속했던 걸 말야..
잊지 않고 지켜준 거 있지..”
“이야~ 울 엄마 디땅 좋겠다~”
“응.. 엄마 좋아 죽겠어.. 좋은 사람이니까.. 동 화도 나중에 보면
착하게 잘 해야 돼.. 알겠지?”
“넹.. 엄마..”
영 인은 동 화를 자리에 눕히고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눈을 억지로 꾹 감고 자려고 하는 귀여운 동 화..
영 인과 꼭 닮은 작은 동 화..
그녀의 모습과 다른 곳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꼭 닮았다..
“우리 동 화.. 좋은 꿈 꿔요..”
가슴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러자 쌔근쌔근 잠에 들어 버리는 동 화..
“동 화야.. 있잖아..
엄마가 동 화한테 한가지 빼 먹고 말 하지 않은 게 있는데..”
영 인은 작게 홍조를 띄며 살짝 미소를 졌다..
“엄마.. 그 애보고.. 대게 많이 두근거렸다~ 웃기지? 엄마 정말 웃기지?
글세.. 그 애가 엄마한테 자기 핸드폰도 주는 거 있지..
치.. 예전엔 조그만 했던 동생녀석이.. 어느 세 키는 쑥쑥 자라고..
덩치도 좋아지고.. 그리고.. 너무 많이..
…
….달라졌더라.. 엄마가 글세.. 몰라 봤다니까…
많이… 멋있어졌더라..
..
동생녀석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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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화야.. 엄마 일 갔다 올게..집에 얌전히 있어..”
“엄마 오늘도 늦게 와요?”
“아니~ 오늘부터 야근 안 해..”
“증말요?”
“그럼~”
“와~ 신난당~”
“엄마가 좀 있다 집에 와서 동 화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 해줄게~”
“와~~~”
“기대하고 있어~”
“넹.. 엄마 다녀가세요…”
“다녀가세요 가 아니라니까!! 다녀오세요!! 다시 해봐.. 바보 동 화..”
“웅.. 다녀..오..세요…”
“옳지..히히.. 동 화 안녕~”
“안녕~”
역시.. 마음이 안 놓인다..
아직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동 화를 놓고 가려니 영 인의 마음이 안 좋았다.
전에는 옆집에 할머니가 있어 맡기고 갔지만..
그 할머니는 반 개월 전에 돌아가셨다..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고.. 마땅히 동 화를
맡기고 갈 때가 없어진 영 인
그 뒤부터 집을 혼자 지키고 있는 동 화가 영 마음에 걸렸지만..
언제나 그랬듯.. 동 화는 활짝 웃었다..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듯.. 그렇게 항상 웃었다.
Rrrrrrrrr
“…뭐지…??”
무언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영 인은 깜짝 놀랐고 그 소리가 자신의 핸드백에서 난다는 것을 알곤..
급히 뒤적거렸다..
..다름 아닌 신이 주고 간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나 너랑 연락해야 돼.. 너 또 도망가면 어떡해..]
[내가 전화할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 알겠어?]
신.. 그 일 것이다.. 분명..
“여..보세요…”
“어디야?”
역시 신.. 그다..
“응.. 일 나가는 중이야.. 넌?”
“학교..”
“학교? 그랬구나..”
“무슨 학교게?”
“어? 무슨 학교라니??”
“너 어제 나 교복 입은 거 기억 안나?”
너무 갑작스러웠던 만남으로 영 인은 미쳐 그가 무얼 입고 있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그래..교복..”
웃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영 인이..
갑자기.. 당황한다..
“뭐?? 교복?? 너 왜 교복이야?? 너 스무 살 이자나”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영 인..
수화기 사이로 신의 연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나쁜 짓 해서 다시 다녀”
“뭐?? 정말이야?? 신아?? 정말이야?? 무슨 나쁜 짓?? 말도 안돼!! 네가??
아니야!!! 누가 너한테 덮어 씻었지?? 그 치?? 누구야?? 누나가 가서 혼내 줄게!!!”
“이야.. 서 영 인.. 숨도 안차? 대단하다.. 진짜..”
“누구야!! 신아!! 얼른 말해 봐!”
“하하.. 장난이야.. 내가 나쁜 짓이라니.. 좀.. 아팠어..”
“…”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믿어도 돼..?”
“아.. 그럼! 당연하지!”
“어디… 학교 다녀?”
“강 운고….. 영인아.. 내가 조금 있다 다시 전화 하게”
뚝..
“흠..”
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니 사실은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다름 아닌.. 현재는…
“류 신.. 너 지금 수업시간에 뭐 하는 게냐? 어? 당장 복도로 나가!”
뜻밖의 그의 모습에 반 아이들은 모두 기겁할 듯 당황했다..
상 건과, 철 균, 그리고 가 영이 마 저도.. 처음 보는 신의 모습..
상 건과 철 균은 쿡쿡 웃지만.. 가 영은 편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웃음 대신 씁쓸함이 대신했으니까..
신은 볼이 약간은 붉어져서 밖으로 휑하니 나가 버렸다.
가 영의 전화기를 만지 작 거리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눌렀고, 그저.. 목소리만
듣고, 받는지 만 확인하고 끊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목소리를 듣자 마자.. 어쩜 그렇게도 기분이 좋던지..
수업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나서 그만.. 말을 하고 만.. 신이었다..-_-;;
[20화]
“서 영 인!! 오늘은 너네 집 가봐야 겠다!”
“아.. 그게.. 신아.. 그게 말야”
“야!!!”
“…으응…”
“너 진짜 핑계도 좋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안될까?? 우리집 곧 이사 가는데”
“뭐? 이사?? 너 또 도망가려는 계획 세우는 거지?”
“(피식)아니야..”
“됐다.. 나는 오늘 꼭 가봐야 겠다”
영 인은 벌써 일주일씩이나 신을 집으로 초대 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이 매일같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일주일동안 단 하루 빼고 몽땅 신이를 만나는데 시간을 투자한 영 인이었다.
결국 동 화와 놀아주지도 못해서 동 화의 늘어가는 귀여운 불만만
더욱 커지고 있었지만..
영 인은 동 화의 ‘오늘은 일찍 와요..네?’라고 했던 귀여운 투덜거림이 생각나
자꾸만 시계를 쳐다본다..
“에이..씨”
신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 났고, 시계가 있는 자리로 가 의자를 밟고 올라 선다..
그리곤 갑자기 시계를 때곤.. 식당 테이블 위에 엎어서 올려 놓았다..
“풋.. 신이 너 정말..하하..”
영 인은 그런 신의 모습이 꼭 다섯 살 난 동 화의 투정과 흡사해 웃고 말았다.
“네가 자꾸 시계만 보니까 그랬다”
“..조금만 기다려.. 다음에 데려가 줄게..”
“젠장.. 허구 헌 날.. 다음다음.. 너 다음이란 말.. 벌써 일주일째야!!
징그럽지도 않냐?”
“미안… 진짜로 다음에 초대할게.. 그리고 나 일주일 지나면 핸드폰 사니까..
그땐.. 너 이거 다시 줄게…”
“필요 없다니까.. 그거 너 쓰라고.. 나는 또 하나 살 거다..
이리 줘봐”
신은 영 인에게서 핸드폰을 뺏더니 무언가를 삑삑 누른다..
그리고는 다시 준다..
“내가 초기설정으로 했다.. 그러니까.. 이거 산지 한 달도 안됐으니까..
너 그냥 사지말고 이거 써.. 알았어?”
“..안 그래도 된다니까..”
“써..”
“..알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못 말려.. 넌..”
영 인은 환하게 웃었다..
영 인 그녀는 신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했지만..
그녀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예쁘고 해 맑게 웃는 건.. 여전했다..
“나 이제 갈게.. 또 봐”
영 인은 신이 뭐라고 하기 전에 벌써 후 다닥 일어나 도망치 듯 식당에서 빠져 나갔다.
“서 영 인.. 오늘은 내가 기필코 너네 집 간다!”
신은 먼저 저 만치 가고 있는 영 인의 뒤를 필사적으로 따라 갔다..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 무턱대고 따라 갔다간.. 영 인이 몰래 도망쳐 가 버릴지도
모르니까.. 신은 일단을 몸을 낮추고 슬금슬금 기어 가듯 뒤를 쫓았다..
간혹 가다 그런 신의 모습이 이상한지 사람들이 낯설게 쳐 다 보지만..
신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오히려 그들을 향해 인상을 써서 날려 준다..-_-+
영 인은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바로 앞에 있는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사람들이 없어지고.. 영 인.. 혼자서 골목으로 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이 상해..”
영 인이 갑자기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헉..”
신은 급하게 어떤 집 대문 계단으로 올라 서 딴청을 했다..
걸리는 줄 알았지만 영 인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곤 다시 걸어서 갔다..
“제기랄.. 걸리는 줄 알았네...”
한 이십분 정도 따라 갔을까..
영 인이 어떤.. 허름해 보이는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영인의 집일 것이라고.. 신은 짐작했다..
훨씬.. 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영인은 힘겹게 살아온 것 같았다..
가슴 한쪽이.. 욱신거리듯.. 저려왔다..
신은.. 그 작은 대문 앞에 섰다..
멀리 서 봤을 때보다 더.. 찹찹함이 밀려 왔다..
“죽어도.. 다시는 너 이런 곳에 혼자 두지 않겠다.. 죽어도..”
삐그덕..
문을 열고 들어 가자.. 사태는 바깥에서 봤던 것보다 더 안 좋았다.
케케 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다 쓰러지기 직전인 허름한 방들이 여러 개 보였다.
그가 살고 있는 세계와 영인이 살고 있는 세계는 엄연히 너무도 달랐다..
그래서.. 신은 더욱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졌다..
“동 화야~ 얼른 씻자.. 너 엄마 가고 나서 한번도 안 씻었지??
이것 좀 봐.. 우리 동 화 얼른 씻자!!”
“아잉.. 엄마.. 안 씻을래요.. 낼 씻음 안돼요??”
“안 돼.. 그럼…”
방문이 열렸고.. 영 인의 눈과 신의 눈이 마주쳤다..
영 인도 놀랬지만.. 영 인 못 지 않게 신도 놀랐다.. 아니 영 인보다.. 더 놀랐다.
영 인의 품에 꼭 안겨 있는 아이..
너무나 닮은 눈매..
똑 같은.. 얼굴..
영 인의 아이일 것이라..
신의 커진 눈동자에 영 인은.. 차마 더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동 화야.. 잠깐만 들어가 있어.. 엄마 금방 올게..”
..엄마..라…!
신은 이번엔 어린 아이를 바라 본다..
아이는 신의 눈빛에 무서운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신아.. 우리 잠깐 나가..자…”
영 인은 대문 앞에 섰다..
역시.. 찹찹한지 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어라.. 딱히.. 무어라 말하면 좋을지..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말하며 도대체 신.. 그는 자신을 뭐라 생각할지..
얼마나 바보로 볼지.. 얼마나 실망할지..그건.. 영인에겐 두려운 일이었다.
신은.. 자신에게 있어 헤어진 소중한 동생.. 영 준과 같은 의미였다..
그랬기에..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실따윈..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숨겨야 한다..
..
“있잖아.. 너한테 진작에 말했어야 하는데.. 나 사실은.. 결혼했어”
“….!!!”
영 인에게서 머물던 신의 시선이 놀란 듯.. 멍해졌다..
한번도 그녀가 결혼했을 거라는 거.. 상상해 본 적 없었다..
다만.. 늘 혼자일 거라 단정 지었다..
그런데.. 결혼이라니.. 신에겐 너무나 아픈 한마디 였다..
“결혼…했었니…?”
겨우.. 물었다..
“응..”
“..남편은…?”
“잠깐 출장 갔어.. 곧 돌아 올 거야.. 남편 오면 우리 언제 같이 식사라도 해..
남편한테.. 신이 너 얘기 하면 좋아 할거야..
나한테 너처럼 좋은 동생 있다고 하면 분명히 좋아 할거야..”
“..동…생?”
시간이 많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신의 대한 영인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동 생…
그 단어가 신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너.. 너 지금 행복 해?”
그 동안 신의 걱정은 모두 헛것이 였는지
그렇게도 날마다 주절 걸었던 그 기도들은 모두 헛된 바람이 였는지..
혼자만의 착각이..였나 보다..
그녀도 그처럼 혼자 일거라는 그.. 생각은.. 신의 헛된 바람이였던.. 모양이다..
“그럼.. 행복하지..남편이 얼마나 잘해 주는데.. 그리고 아까 애기 봤지?
동 화야.. 얼마나 예쁜데..”
“…그…렇…구나.. 너.. …. 행복했구나….”
-영 인아… 서 영 인… … 영 인아………………………………………………..-
“신아..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아니… 안 아파.. 나 갈게.. 몰래 와서 미안..”
“…괜찮아.. 다음에.. 남편..오”
“나 갈게..”
“신아… 신아…”
신은 돌아 보지도 못하고.. 영 인에게 더 이상 물어 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도망치듯 나왔다..
그녀가.. 멀어져 간다.. 아니 벌써 그녀는 그와.. 너무나 멀어져 있었다..
그가 다가서기엔.. 이미 그녀는 너무나 먼 곳에 있었다..
“신아..!!”
카페 게시글
웃으며 살자구요 ^^
[어린엄마]11~ 20화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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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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