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767
그는 플라스틱이다
김연종
그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러브로 태어난 그는
플라스틱 침대에서 잠을 자고
플라스틱 식탁에서
플라스틱 포크와
플라스틱 나이프를 움켜 쥐고 있다
플라스틱처럼 감기지 않는 눈
플라스틱 입으로 라면봉지를 뜯고
플라스틱 지포 라이터를 켠다
플라스틱 촛불을 켜고
플라스틱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친 이후
플라스틱 병동으로 매일 출근한다
플라스틱처럼 모호한 밤과 낮의 경계에서
플라스틱 같은 불치와 난치 사이에서
플라스틱 러브와
플라토닉 사랑사이를 방황하다
플라스틱 집으로 귀가한다
플라스틱 청진기로
플라스틱 사랑을 청진하는 그는
플라스틱 심장을 가졌다
오늘도 여전히
그는 플라스틱이다
계간 『애지』 2008년 봄호 발표
김연종 시인
1962년 광주에서 출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4년 《문학과 경계》를 통해 등단. 현재 시집으로 『극락강역』(종려나무, 2007)이 있음. 현재 의정부의 '김연종 내과' 원장.
첫댓글 플라스틱 마음으로 잘 감상하고 플라스틱 닥터시인을 바라봅니다 사진의 표정은 막 움직이는 플라스틱 같습니다 ^**^
저는 투명한 유리그릇을 좋아해요 언제 유리그릇 이란 시를 쓸수 있을까요 ㅎㅎㅎ
와우~ 추카추카
축하드립니다~~~ 역쉬
젠장, 플라스틱 집에서 플라스틱 그릇에 플라스틱 밥을 먹고 플라스틱 차를 타고 플라스틱 직장에 나와 앉아 있구만
초스피드시대에 플라스틱 심장으로 러브와 사랑사이를 방황할지라도~~연사마님은 좋겠당. 추카추카!
플라토닉 사랑을 추구하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일수밖에 없는 게 영원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여..
재밌게 읽으면서 제 몸이 플라스틱인양 콕 눌러 봅니다. 입덧하는 임산부마냥 플라스틱 냄새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