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년 2 월 25 일 수요일 흐림
손님께서 고맙게 주문해주신 선식 재료들이다.
그동안 정성껏 쪄서 말리고 볶아 놓은 것들이다.
유기농 현미와 풀천지의 옥수수 참밀 쥐눈이콩 땅콩과
풀천지 산밭에서 야생처럼 자라난 쑥가루 그리고 장모님표 흑임자와
멸치와 다시마까지 선식 한컵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수 있게 하였다.
방앗간에 맡기면 뻥튀기를 해서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풀천지의 가마솥으로 영양손실이 되지 않도록 정성스레 볶았으니
풀천지의 정성만큼 몸에 더 좋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풀천지의 양심을 믿고 부탁해 주었으니
풀천지의 곳간을 아낌없이 열어 고맙게 주문하신 분의 믿음에 보답해 본다.
풀향기 아내가 일하기 바쁜 세 남정네를 놔두고 ~
혼자서 방앗간에 선식이랑 청국장 가루랑 만들러 가다가 풀천지에게 작별 애교를 떤다...^^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풀천지의 특성을 감안하여 장만한 안폰으로
막 출발 하려는 순간에 반가운 주문 전화를 받으며 즐거워한다...^^
강요하지 않는 풀향기 아내의 편안함이 손님을 더 믿게 만드는 것 같다...^^
봄은 어느새 우리곁에 다가와 두꺼운 옷들을 벗기고
겨우내 숨어있던 물 호스를 꺼내어 달려온다.
오늘도 완벽한 풀천지 작업 멤버 중 가장 일잘하는 풀향기 아내가 바람을 피웠으니 ~
낙엽 긁는 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연장 창고를 해체하는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금방 봄이 오면 면에서 하수구 공사를 하기로 되어있어 치워주기도 할겸
그동안 임시로 써온 연장 창고가 좁고 불편하여 언젠가부터 별러왔던 일이다.
풀천지에 손님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보여주며 설명 했던 추억있는 연장창고이다.
형광등도 한번 제대로 갈아보지 않고 그 흔한 못도 제대로 한번 박아보지 않은 풀천지가
맨 몸으로 귀농하여 제일 먼저 만들어본 첫작품이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 만들때 닭장으로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투명건조장 자리에서 있던것을
만들어 놓자마자 토종 꿀을 시작하게 되어 그때 없어질 운명에 처하게 되었는데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주위의 도움을 받아 통째로 들어 이곳에 옮겨 놓은
사연 많은 풀천지 첫 작품이 드디어 오늘 풀천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하나씩 내손으로 해보고 싶어 한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닭장을 직접 지어보기 위해
풀천지 잿간 화장실을 견본으로 삼았는데 ~
조그만 닭장의 완성을 위하여 얼마나 뻔질나게 이 잿간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며
보러 다녔는지 풀향기 아내에게 핀잔도 무수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채를 지어보고 재미가 붙어 자꾸 이것저것 짓다보니 요령이 생겨
잿간 화장실 옆에 손님 화장실도 제법 운치있게 지을수 있게 되었고 ~
급기야 풀천지의 자랑인 투명 건조장을 멋지게 지을수 있었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손쉽게 지었으면
지금도 풀천지는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못난이가 되었을 것이다.
전주인이 만들어둔 대문짝을 떼어 대문을 없애고 그 판자들로 만들어 본것이다.
귀농의 초심은 절약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해체 작업의 선봉에 선 재홍이가 가는 나무를 썼는데도
굉장히 튼튼하게 잘 지었다며 감탄을 해준다.
그럴수 밖에 아무것도 모르는 실력으로 처음 지으면서
이런저런 못만 신나게 박아 놓았으니 튼튼할 수밖에...^^
재현이를 데리고 받침 기둥을 만들어 본다.
순박한 재현이가 언젠가 여자 손님과 얘기하며 무엇을 잘하는가 물어보는 손님에게
앞뒤 얘기 빼고 벗기고 박는것을 잘 한다고 얘기했다가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토끼 털을 잘 벗기고 못을 잘 박는다고 했어야 되는데...^^
풀천지의 좋은것만 가만가만 혼자서도 잘 챙겨먹는 재현이는 엄청 강건하다.
스스로 마음의 짐을 아직 극복하지 못한 건강상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반드시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것을 이겨내고 훌륭한 농부가 되어갈 것이다.
재현이가 가장 좋아하고 가고싶어하는 곳은 바로 철물점이다.
농사일을 하다 생각해둔 연장들을 재현이 때문에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할때마다 쓰긴 잘 쓰게 된다...^^
허가받지 않은 목수들이 허가받지 않은 창고를 신나게 부수고 있다.
풀향기 아내가 방앗간을 다녀오는 길에 안전벨트 단속에 걸렸는데 ~
특유의 미소 덕분에 훈방조치 받았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해댄다.
안전 벨트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단속을 안했으면 좋겠다.
전에 언젠가 사고가 났을때 오히려 안전벨트 때문에 더 위험한 경우도 있어
단속을 안하기로 한 적도 있었는데 다시 시작하는 이유가
서민들의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야비한 이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선식을 만들때 땅콩가루와 흑임자 가루는 기름기가 많아
섞어서 오래 놔두면 쩐내가 나므로 함께 섞지 말고
따로 보관하여 먹을때마다 타서 먹는게 좋다.
풀천지 선식이나 풀천지 청국장가루가 필요하신 분들은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
양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죄송스러울 뿐이지만...
풀향기 아내는 나름대로 일당을 버느라 이것저것 택배를 열심히 싸고 있다.
대충대충 싸면 금방 할텐데 성격이나 일 하는걸 보면 무척 대충대충 하면서
손님께 택배만 싸면 어찌나 정성을 떠는지...^^
닭장 철망을 잘 벗겨 놓으면 다시 쓸수가 있다.
물질이 흔한 세상에 마음마저 해푸면 넘쳐나는 쓰레기들로
우리는 자꾸 돌아갈 곳이 없어질 것이다.
답답하던 곳이 훤해져간다.
망치를 쓰랬더니 운동 삼아 호기를 부리며 맨손으로 판자를 뜯어내다가
코를 다치고 코피를 흘린다.
에그 멍청한 녀석 ~ 그렇지 않아도 코피를 잘 흘리다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작업을 중지시키고 불때는 일을 시켰다...^^
추억은 사라졌지만 땔감은 남았다...^^
재홍이가 중퇴하고 ~ ^^ 재현이와 둘이서 결국 끝을 보았다.
살구나무가 숨통이 트이고 돌담이 살아나며 아름다운 공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올봄에 하수구 공사가 끝이나면 다시 멋지게 조성해 볼 생각이다.
자기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생활의 천국을 행복하게 누리는 일일 것이다.
풀향기 아내가 오랫만에 좋아하는 손뜨개로 수세미를 만들며 즐거워 한다.
결혼 초기에 남편 옷이랑 시부모님 옷들을 떠주며 이쁨 꽤나 받았었는데 ~ ^^
좋은 여인을 만나 평생을 행복해 본다.
좋은 아들을 낳아주고 좋은 삶을 참으로 열심히 살아준 풀향기 아내에게
소박하기만한 하루의 행복을 선물해 본다...^^
첫댓글 돌담이 멋지게 살아났습니다............벗기고 박고......나도 좀 잘했으면 좋겠다아아아아아
어감이 참말로 요상타요
히히히......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입지요...요상하게 생각하모 요상한기고,
조용히 잘하세요...^^
추억은 기억 속에서 소중하게, 안전하게 자리잡고 앉았을 겁니다.^^ 풀천지의 보배, 풀천지의 보금자리 풀향기님이 있어 풀천지가 건재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여인들은 칭찬을 많이 해줘야 될겁니다...^^
읽다보니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납니다. 즐거운 봄날되시길!!
곱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주시었군요... 고맙습니다. 봄의 향기 마음껏 안아가시길 바랍니다.
아깝지만... 멋진 돌담이 드러나 참 다행이에요....
그동안 농사 때문에 경황이 없었지만 이제부턴 그리운 이들이 풀천지를 찾아 올때 아름다울 수 있도록 잘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 그동안 바보같이 운치있는 돌담을 멍청하게 가리고 살았으니까요...^^
어~ 시원타...다음에는 돌담 가리지 말고 어디 다른데다가 지으시기를 강력히 권장하는 바입니다~
이제서야 풀천지가 세상보는 눈이 떠지는 것 같으이 ... ^^ 멋쟁이 아들들하고 아름다운 풀천지를 계속만들어 갈 참인데 ~ 불만이 없으시겠지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