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말을 많이 하고 나면 골이 띵해 가끔 자전거를 타고 논 길을 마냥 달리기를 하는적이 있다. 그날도 집에서 좀 벗어난 그 길은 속리산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차들과, 또 다른 다른 곳에서 오는 차들이 신호를 받으려 모두 서 있다. 그 차들 사이에는 경찰차도 같이 있었다. 빤히 그 차를 보면서 텅빈 4차선을 가로질러 건너갔다. 경찰관이 차에서 내리더니 손으로 나를 오라한다.
그는 아주 신중하게 말했다. " 어르신 그러다가 다치시면 어떡해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 네 . 다시는 무단횡단하지 않겠습니다".
그 날 이후 신호등까지 착실하게 가서 파란불이 들어와도 자전거를 타고 가지 않고 걸어 갔다. 운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전거는 타고 가면 차에 준하고, 끌고 가면 사람이 걷는 수준이 된다는 교통법규를 공부했었다.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하는 차들과 몇번 부딪칠뻔 했을때 그 때 그런 법규가 있다는 것을 숙지 하고 지키려 하다가 아주 가끔 망령된 마음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전거좀 타면서 폼을 잡다가 망신살이...!!
여사님의 손길에 이끌려 그녀의 차에 탔고 근사한 한우식당 앞에서 내렸다. 아! 오늘 여사님이 점심을 사려는가 보구나.
한 2주 정도 공부하러 안 나오셨던 여사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늘 그렇듯 이런소리 저런소리 늘어 놓다가 그 분은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하기위해 10년전에 300평이나 되는 넓은 땅위의 집에서 남편분과 같이 살기위해서 오셨다고 한다. 20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에 나름 이곳에 문화 . 정서 등에 대해서 아는체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 토박이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사는것은, 아주 가끔은 밤새도록 귀신하고 싸우는것과 같습니다.
여사님은 나의 절묘한 말에 크게 동감하는것 같았다. " 누가 이길까요? " " 아무도 이기지 못합니다! 싸우지 않는것이 최고 입니다.
여사님을 모시고 집으로 와서 평소 아프다는 등에서 습부항을 해 주었다. 이상하게 어깨쪽이 매우 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대쪽 등은 건부항을 해드렸다. " 가끔 식은땀이 납니다" 하신다. 그 말만 귀에 꽂혔다. 왜? !!!!!!!.
미지근한 물한 모금까지 마신 여사님이 갑자기 나를 끌어 안았다. " 남편이 돌아 가셨어요! " . 그 한마디를 하시고는 입술이 타는지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신다. " 20여일 전에 자고나니 남편이 없어요. 화장실 변기위에서 돌아가셨어요, 같이 복지관에서 탁구하고 영어교육 받고 계셨어요. 한동안 딸하고 같이 있다 나왔어요" . " 네.....!!!!. 어떻게 그런일이 있지요?!. 뭐라해도 위로가 되지 않으시겠네요" . 그냥 여사님을 안아 드렸다. 부항을 하기 전보다는 어깨가 따뜻했다. " 3일만이라도 아프다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주 작은 소원은 이뤄질 수 없을때 항상 생각하는 바보같은 우리들이다. 그 요양원의 어머니의 소원은 내 손으로 속옷을 빨았으면 좋겠어. 뇌졸중으로 쓰러져 3일 동안 말없이 누워 계시다 가신 분의 소원은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는 하고 가야지. 등등.
무엇을 강조하는것은 이미 그것을 잃어 버렸을때 나오는 탄식이 아닐까 싶다.
죽은자는 남은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한다. 갈 때는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는 하고 가야한다.
죽은자는 어쩌면 편할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그러나 남은 자는 괴롭다. 죽은자의 고통이 모두 나의 업보인것 같애
망연하게 길 잃은 낙엽처럼 거리를 떠돌다가, 정신 차리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서도 눈이 감아지지 않고, 또 눈을 뜨면 나를
원망하는것 같고 어떻게 해도 편하지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이러다가 나도 죽기 밖에 더 하겠냐. 혼잣말을 수없이 내 뱉다가 겨우 잠들고 다음 날 또 슬픈 하늘을 바라보고, 흘러가는 구름까지도 야속하다.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것들을 치료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결국에는 시간이 약이지 한마디 읊조리며 세월속으로 죽은남편을, 어머니를, 형제들을, 자녀들을 떠나 보낸다.
그렇게 나의 어머니도 젊은 나이에 진눈개비 휘날리는 하늘 나라로, 백상여를 타고 떠나 가셨다.
그리고 나도 그 길을 가고 있는것이 다행이다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 여사님! 오늘 오시기를 기도했는데요 그래도 꼭 한번은 만나서 우리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해요"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기를 껐다.
다음 날 전화를 켜자 " 어제는 병원 갔었어요. 담주에는 갈께요!"
고맙습니다. 하고 그냥 기도 한다. 모두 다 평안 하기를 .....!!!
9살 손녀가 연극 연습을 하는데 제목이 '스카이 블루 망토 x ' 란다.
남편에게 제목을 꼭 외우고 계세요. 다음에 오면 두 남매가 발표를 하겠데요. 제목도 모르고 그 귀한 연극을 어떻게
볼 수 가 있겠어요. 하하 거 참 제목이 잘 외워지지 않는데..........
네~~ 그렇게 우리의 시대는 지나가는 거여요. 애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있을때 잘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