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성남·하남시(市) 통합을 행정개편의 본보기로
입력 : 2009.09.02 22:17
경기도 광주시가 성남·하남시와 통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달 안에 실시할 시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더 많아도 통합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3개 시 통합이 성사되면 서울보다 면적이 넓고 울산광역시보다 많은 인구(134만명)의 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고급 주거여건을 갖췄고 연간 예산이 2조원을 넘는 성남시와 자연환경이 좋고 미(未)개발지가 넓은 하남·광주시가 합칠 경우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지금의 시·군·구 행정체제 골격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6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100년 전, 200년 전 기준으로 좁은 땅덩어리를 230개로 쪼갠 행정체제가 교통·통신이 발달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인구 밀집 도시는 가용(可用) 개발면적이 부족해 지역발전에 한계를 느끼고 농촌은 젊은 인구의 감소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여건이 다른 인접 지자체가 통합해 광역적인 관점에서 도시계획을 짜고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윈-윈의 지역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오래전 구획된 행정구역이 유지되면서 지자체 간 인구·예산의 격차가 굉장히 커졌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가 13곳이고, 3만 이하 군도 12곳이나 된다. 성남·광주·하남도 같은 시급(級)이지만 인구는 95만·24만·15만, 예산은 2조2900억·4320억·2780억으로 차이가 크다. 인구가 많건 적건 천편일률로 부시장·부군수·기획실·총무과·재무과 같은 조직을 설치해 행정낭비가 보통 심한 게 아니다. 인구 50만이 넘는 지자체는 인구 1000명당 평균 공무원 수가 2.74명밖에 안 되는데, 인구 3만명 이하 지자체는 20.33명이나 된다. 통합되면 행정조직·공무원인력·공공시설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여수시로 통합한 후 공무원 수가 2044명에서 1768명으로 276명 줄었다.
통합 후엔 공설운동장·보건소·도서관 같은 문화복지시설, 폐기물·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의 중복투자도 막을 수 있다. 과거 여천군은 통합 전 돌산읍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통합 후 취소했다. 여수시가 웅천동에 건립 중이던 하수처리장을 공동이용키로 한 것이다. 마산·진해와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창원시의 경우 하루 400t짜리 소각시설을 갖고 있어 130t 이상의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하루 필요소각량이 80여t인 마산에서 680억원을 들여 200t짜리 시설을 세우고 있다. 통합만 이뤄진다면 없어도 될 투자라는 지적이 있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되면 지역 숙원인 도시철도 건설 등의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방행정체제를 광역화 방향으로 재편하자는 건 작년 민주당이 당론(黨論)으로 주장하고 한나라당이 맞장구쳤던 사안이다. 올 6월엔 국회에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도 출범했다. 국회의원들은 당(黨) 차원에서 행정구역의 통합과 광역화에 찬성하다가도 각론에 이르면 딴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선거구가 없어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공무원들 역시 조직 축소 가능성을 걱정해 은근히 태업(怠業)을 하고 규모가 작은 지자체는 이름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돌아서는 등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지자체 통합이 결실을 거두려면 우선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현직 국회의원들의 선거구 변화와 축소를 최소화하고 지자체 통합 후 5년, 10년 뒤엔 지역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다는 것을 손에 잡히듯이 지역 주민에게 보여줘 지역주민들이 통합을 밀어붙이는 압력단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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