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듯이 현재 은행들은 채무자의 이자가 연체되면 1개월 이내는 6%p, 3개월 이내는 7%p, 3개월 이상이 되면 8%p의 가산금리를 붙여 최대 15%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음.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지연배상금이란 게 숨어있음. 만약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2개월 이상 연체하면 기한이익상실이 되어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함.
기한이익상실이란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원금을 상환하지 되는 기간을 말하는데, 만기랑은 다른 개념임. 그전까지는 이자에만 지연배상금을 물리는데 기한이익상실이 되면 원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원금에다 지연배상금을 물림. 갚아야 할 이자가 갑자기 크게 늘어나버리는 것임. 더군다나 내가 돈이 좀 생겨서 갚겠다고 해도 변제순서가 지연배상금 다음에 이자 다음에 원금으로 되어 있어서 지연배상금과 이자를 완전히 갚아내지 않으면 원금을 깎아낼 수가 없음. 그래서 금융당국에서 이 합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고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음.
사실 일반인들은 기한이익상실이나 변제순서를 잘 모름. 물론 계약서상에 다 있는 내용이지만 그거 하나 세세하게 읽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다들 처음에 대출 받을 땐 연체할 경우를 생각 안 하고 일단 돈을 받기에 급급하기 마련임. 그렇다고 은행에서 강조해서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얼마 전 이 변제순서가 불합리하다며 한 일반인이 소송을 걸었음. 이분 같은 경우 시중의 모 은행에서 아파트담보대출로 5억 3천만 원을 연 3.1%의 이자로 빌렸다가 연체를 하기 시작했음. 첫 달엔 원이자 137만 원에 가산금리분 1만 원 정도가 더 나왔는데 석 달째부터는 지연배상금이 원금에 붙으면서 490만 원이 청구된 거임. 부랴부랴 돈을 마련해서 갚으려 해봐도 변제순서 때문에 이자폭탄 굴레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런 변제순서가 과연 합리적인지를 묻는 소송을 제기했음.
이 소송이 1심에선 졌음. 은행의 연체이자 산정체계가 그렇게 가혹하다 볼 순 없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었음. 그래서 항소 후 2심을 진행 중인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임.
사실 기한이익상실 내용이 대출계약서에 있다 하더라도 연체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은행에서 경고차원에서 한 번 더 해야 맞음. 왜냐하면 일종의 불완전판매로 볼 소지가 있기 때문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갱님이 다 이해했다고 분명 서명하셨잖아요. 저희가 모든 걸 다 읽어드릴 순 없어여" 이런 태도는 그들이 자신하는 금융주치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음.